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37
237화>
주목해야 할 선수 (3)
조심스럽게 그립을 바꿔 잡은 최우진은 심호흡을 고르고는 힘껏 공을 던졌다.
최우진의 손을 떠난 공은 특별할 것 없는 패스트볼처럼 날아가고 있었다.
당연히 패스트볼이라고 판단한 상대 타자는 배트를 힘껏 돌렸다.
하지만 갑자기 공에 역방향으로 회전이 걸리며 속도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틱!
타자의 배트는 공의 윗부분을 때렸다.
공은 힘없이 바닥에 튀며 최우진에게로 향했다.
최우진은 기다렸다는 듯 공을 잡고 몸을 돌려 2루수를 향해 던졌다.
-여기서 땅볼이 나왔습니다! 최우진 선수가 공을 잘 잡았어요! 과연 송구까지 잘 이어질 수 있을까요?
최우진이 던진 공은 정확하게 2루수 글러브에 들어갔다.
“아웃!”
2루에서 여유 있게 아웃 카운트 하나가 올라간 것은 물론이고,
“아웃!”
1루에서도 찰나의 차이로 공이 먼저 도착하며 아웃이 선언됐다.
두 개의 아웃 카운트를 동시에 올리는 데 성공하자 최우진이 주먹을 불끈 쥐어 들어 올렸다.
“와아아-”
“나이스!”
동시에 수천고 더그아웃에서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던 최우진은 더블 플레이를 완성한 수비수들과 글러브를 부딪치며 기쁨을 함께 나눴다.
-위기 상황에서 더블 플레이를 유도하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하는 데 성공합니다!
-경기 운영에서도 안정감이 느껴지네요. 위기 상황에서 더블 플레이를 유도해냈습니다.
-근데 방금 최우진 선수가 어떤 공을 던진 거죠? 그냥 패스트볼이 아닌 것 같은데요. 그립을 어떻게 잡고 던진 건지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체인지업을 던진 것 같아요. 공의 궤적이나 움직임을 보니까 확실히 패스트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최우진 선수가 원래 체인지업을 던졌나요?
-제 기억에 작년에는 단 한 번도 안 던진 걸로 기억하는데요. 아무래도 지난겨울에 추가한 구종이지 않을까 싶네요.
-만약에 최우진 선수가 체인지업까지 안정적으로 장착할 수 있게 된다면 상당히 도움이 되겠죠?
-당연히 그렇습니다. 지금까지는 슬라이더나 커브처럼 각이 큰 변화구만 있었는데요. 확실하게 타이밍을 뺏을 수 있는 체인지업까지 자유자재로 던질 수 있게 된다면 분명히 엄청난 무기가 될 겁니다.
-최우진 선수는 경기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진화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네요.
이후 3회, 4회 수천고 수비에서도 최우진은 크게 흔들리지 않고 피칭을 이어갔다.
투구 수가 50개를 향해가는 동안에 패스트볼 구속이 140km/h 전후를 유지했다.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 처음으로 던진 체인지업의 비율을 조금씩 높여갔다.
패스트볼과 던지는 자세가 거의 똑같다고 봐도 될 정도로 다르지 않은 상황에서 구속 차이가 10km/h 이상 났기 때문에 타자들이 속지 않기가 더 어려웠다.
후웅-
후웅-
투 스트라이크 상황에서 결정구로 사용하기에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회를 제외하고 4회가 마무리될 때까지 상대 팀에서는 단 한 번의 찬스도 만들지 못했다.
후웅-
“스트라이크 아웃!”
-또 하나의 삼진 아웃이 기록됩니다. 4회까지 12개의 아웃 카운트를 잡아내는 동안 탈삼진 6개를 잡아냈어요!
-오늘 경기에서 던지는 체인지업의 위력이 정말 훌륭하네요. 패스트볼과 거의 똑같은 자세와 팔 스윙으로 공을 던지면 타자가 두 구종을 구분한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최우진 선수가 구종을 습득하는 능력이 좋다고 봐야 할까요?
-그렇게 말해도 충분히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특히나 체인지업은 잘 던지기가 정말 어려운 편에 속하거든요. 감각이 좋은 것도 있을 테고, 연습도 정말 많이 했을 것 같은데요?
4회 초까지 0:0으로 팽팽하던 승부는 4회 말에 균열이 생겼다.
상대 투수가 지친 틈을 놓치지 않고 수천고 타자들이 매섭게 배트를 돌렸다.
딱!
딱!
연속으로 2루타가 터져 나오며 선취점을 먼저 뽑아냈다.
그리고 이어진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와 상대 실책을 틈타서 추가 득점까지 뽑는 데 성공했다.
5회 초, 3점의 득점 지원을 받은 채로 마운드에 오른 최우진은 더욱 편안하게 피칭을 할 수 있었다.
점점 힘이 떨어지며 안타를 허용하기는 했지만, 5회는 물론 6회까지 실점을 허용하지는 않았다.
대신 수천고 타자들의 도움으로 스코어는 0:5로 여유 있게 앞서고 있었다.
어느덧 경기는 7회로 접어들었다.
여전히 수천고의 마운드에는 최우진이 올라왔다.
-최우진 선수가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6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투구 수가 80개를 기록했거든요. 워낙 효율적인 피칭을 해줬기 때문에 7회까지도 등판하는 데 큰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이닝 소화 능력이 점점 좋아지네요. 퀄리티스타트는 물론이고 이제는 퀄리티스타트 플러스까지 도전하는 순간입니다.
최우진이 첫 번째 공을 던지는데,
패스트볼이 가운데로 몰리자 타자의 배트가 매섭게 돌았다.
딱!
배트에 맞은 타구는 날카롭게 외야를 향해 뻗어갔다.
타구의 위치를 판단한 중견수가 뒤로 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중견수는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타구를 마지막까지 쫓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글러브를 쭉 뻗으며 힘껏 점프를 했다.
공은 아슬아슬하게 중견수의 글러브 속으로 들어왔다.
“아웃!”
중견수가 공을 놓치지 않았음을 확인한 2루심이 주먹을 들어 올렸다.
“나이스!”
좋은 수비가 나오자 수천고 더그아웃에서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마운드에서 지켜보던 최우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모자를 들어 올려 고마움을 표시했다.
힘겹게 아웃 카운트를 추가한 다음 타자와의 승부에서도 운이 따라줬다.
유격수의 좋은 수비로 아웃 카운트를 추가할 수 있었다.
2 아웃.
이제 아웃 카운트 하나만 추가하면 처음으로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를 기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펑!
137km/h.
하지만 투구 수가 90구에 가까워지면서 패스트볼의 구속이 초반보다 분명히 떨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딱!
타자의 배트에 맞은 타구는 외야를 향해 쭉쭉 뻗어갔다.
중견수와 우익수 사이에 떨어지며 굴러가고 있었다.
“달려! 달려! 달려!”
더그아웃에 있던 상대 팀 선수들이 2루를 가리키며 외쳤다.
타자는 1루를 밟은 뒤에 고민하지 않고 2루를 향해 달렸다.
타구를 잡은 수천고 우익수가 2루를 향해 던져봤지만,
“세이프!”
타자가 이미 2루 베이스를 밟은 뒤였다.
“나이스! 한번 해보자!”
오랜만에 득점권에 주자가 도착하자 상대 팀 더그아웃에서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2 아웃 주자는 2루.
평소와 다름없이 다음 타자와의 승부를 하려고 하는데,
펑!
“볼!”
펑!
“볼!”
완벽하게 던져야겠다는 생각 때문인지 최우진의 공은 스트라이크 존을 조금씩 벗어났다.
펑!
“볼넷!”
결국 제구가 흔들리며 볼넷으로 출루를 허용했다.
2 아웃 주자 1, 2루.
최우진의 얼굴에는 처음으로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힘겹게 심호흡을 고른 최우진이 공을 힘껏 던졌다.
평소와 다름없이 패스트볼을 던졌는데,
다만 의도와는 다르게 스트라이크 존 가운데로 몰려서 날아가고 있었다.
명백하게 실투였다.
게다가 투구 수가 많아지면서 힘이 빠진 상황이기도 했다.
타자가 기회를 놓치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아쉽게도 타자의 배트는 여지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따악!
경쾌한 소리가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기다렸던 손맛을 느꼈는지 타자는 날아가는 공을 바라보며 배트를 집어 던졌다.
-오오, 타구가 멀리 뻗어갑니다! 쭉쭉 가는데요! 결국 넘어갑니다! 여기서 쓰리런 홈런이 터졌습니다!
상대 타자는 주먹을 불끈 쥐며 내야 다이아몬드를 돌기 시작했다.
“와아아아-”
상대 더그아웃에서는 선수들이 함성을 지르며 기쁨을 만끽했다.
타자가 홈 베이스를 밟자 전광판의 스코어가 3:5로 바뀌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최우진은 표정에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좋은 피칭을 이어가다가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네요.
-패스트볼이 가운데로 몰렸어요. 최우진 선수의 패스트볼 구위나 구속이 압도적인 편은 아니다 보니까요. 가운데로 몰리는 실투는 장타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결국 수천고 투수 코치가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고는 마운드로 올랐다.
교체를 피할 수 없으리라는 걸 예감한 최우진은 아쉬움에 가지고 있던 공을 만지작거렸다.
마운드에 도착한 투수 코치는 최우진에게 이야기를 건네며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결국 최우진은 공을 1루수에게 던져주고는 마운드를 내려왔다.
“최우진 잘했다!”
“수천고 파이팅!”
수천고 더그아웃과 관중석에서 응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최우진 선수가 7회 투 아웃까지 잡아내고 마운드를 내려갑니다. 선수 개인 기록으로는 최다 이닝을 소화하는 경기입니다.
-점점 이닝이터로 성장해가는 게 느껴지네요. 마운드에서 경기를 운영해가는 모습이 발전해가는 것 같습니다.
-오늘 최우진 선수가 오랜 이닝 동안 효율적인 피칭으로 호투를 펼칠 수 있었던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무래도 오늘 처음으로 보여준 체인지업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상대 타자들이 처음 보는 구종이라 당황스러웠던 것도 있겠지만요, 던지는 과정도 정말 훌륭했습니다.
-최우진 선수의 체인지업이 프로 무대에 가서도 통할 수 있을까요?
-이제 한 경기밖에 보지 못했기 때문에 당장 확실하게 이야기하기는 어렵겠습니다만, 올해 경기를 치르면서 가다듬고 발전해가다 보면 충분히 성장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네요.
6.2이닝 3실점.
7회를 마무리하지는 못했지만, 최우진이 승리 투수 요건을 채운 상황에서 오늘 경기를 마무리했다.
단순 지표로도 훌륭한 성적이었고, 7이닝에 가까운 많은 이닝을 소화해 준 것만으로도 선발 투수로 또 한 뼘 성장했음을 직접 증명했다.
프로 구단 스카우트들이 어떻게 평가했을지는 기다려보는 수밖에.
└제구력 극상에 경기 운영까지는 상급인데, 구속이 너무 아쉽네. 150km/h만 찍었어도 그냥 고민 없이 드래프트 1번인데.
└피홈런도 은근히 많은 편이다. 실점할 때 보면 거의 홈런 아니면 2루타 맞던데.
└아무래도 구위가 떨어지니까. 조금이라도 실투에 가까우면 장타를 맞을 수밖에 없지.
└대신에 체인지업까지 장착하면 상황 달라지는 거 아닌가? 상대 타자들 여지없이 헛스윙하던데.
└던질 때 패스트볼이랑 거의 비슷하기도 하고 구속 차이도 꽤 나서.
└근데 벌써 평가하기는 조금 이르지. 전력분석도 전혀 안 된 상황이었잖아. 상대 팀에서 계산하고 나왔을 때도 통하는지 봐야지.
└어느 팀에서 뽑으려나 ㅋㅋㅋ 1라운드에서 뽑기에는 뭔가 아쉽고 안 뽑자니 잠재력은 있는 것 같고, 스카우트 팀 머리 터지겠다.
이어지는 경기에서 수천고는 리드를 빼앗기지 않고 끝까지 마무리했다.
최우진은 기분 좋게 승리를 기록하며 첫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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