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38
238화>
달갑지 않은 대기록 (1)
프로야구 정규 시즌은 30경기를 넘어가고 있었다.
마이클 스콧과 고지훈은 이번 시즌에도 초반부터 좋은 페이스를 달리고 있었다.
두 선수 모두 시즌 초반부터 압도적인 페이스를 보여주며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등판하는 경기마다 6이닝 이상을 소화해 주며 확실한 1선발 투수의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특히 마이클 스콧은 점점 한교진과의 호흡이 좋아지며, 지난 시즌을 넘어서는 성적을 보여줄 거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공격 스타일의 변화를 선언한 버팔로즈의 오석훈은 눈에 띌 정도로 달라진 결과를 보여주고 있었다.
0.383의 타율로 압도적인 리그 1위를 달리는 중이었다.
게다가 홈런도 벌써 6개를 기록하며 파워를 높인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지금 같은 페이스를 잃지 않는다면 오석훈이 프로 1군에 데뷔한 이후로 첫 20홈런을 달성할 수 있을 가능성이 아주 높은 상황이었다.
박성주도 마찬가지로 3년 연속 30홈런을 향해 순항하고 있었다.
벌써 9개의 홈런을 터트리며 리그 홈런 1위를 달리고 있었다.
펠리컨즈의 소영준은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공언했던 대로 타격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려는 모습이 보였다.
다만, 펠리컨즈 타자들의 출루율이 다른 팀과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로 크게 낮았던 탓에 많은 타점을 기록하기는 어려웠다.
그럴 때마다 큼지막한 홈런을 때리며 혼자서도 타점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번 시즌에는 치명적인 실책이 없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었다.
더블즈의 최정환과 엔젤스의 장수영은 이제 정상급 마무리 투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세이브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으며 각각 7세이브와 6세이브를 기록하고 있었다.
두 팀의 성적이 신통치 않아서 호투가 크게 돋보이지 않고 있을 뿐이지, 개인적인 투구 성적만 본다면 다른 구단의 마무리 투수와 비교해도 월등하게 앞서는 성적을 보여주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단 한 번의 블론 세이브 없이 마지막 이닝을 막아내고 있었다.
조만간 있을 국제 대회에서 우리나라의 8회와 9회를 든든하게 막아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게 만들어주었다.
불펜 투수진의 보강이 필요한 상위권 팀에서 두 선수를 탐내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두 투수가 매력적인 만큼 반대급부로 핵심 선수를 보내줘야 했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드래곤즈의 나준호는 동료 타자들이 부진에 빠지며 상대 팀의 집중 견제를 받느라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재규어즈의 도널드 왓슨과 서성민은 이번 시즌에도 5, 6번 타순에서 좋은 호흡을 보여줬다.
왓슨이 파워가 있고 서성민의 타점 생산이 좋았기 때문에 종종 4번과 5번 타자로 출전하는 경기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한교진은 조금씩 1군 무대에 적응해가는 모양새였다.
마이클 스콧이 선발 투수로 등판할 때는 빠짐없이 포수 마스크를 쓰며 그와 호흡을 맞추었다.
실전 경기를 치르면서 둘 사이의 호흡이 점점 끈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1군 무대에서도 자신이 가진 타격 잠재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었다.
타율 0.310에 출전 경기 수 대비 훌륭한 홈런과 타점 생산능력을 보여줬다.
그 덕분인지 스콧이 등판하지 않는 날에는 지명타자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었다.
우리 에이전시 소속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펼치는 만큼 각 구단의 성적에서도 희비가 갈렸다.
지난 시즌에 상위권을 차지했던 울프스, 드래곤즈, 버팔로즈, 재규어즈는 이번에도 좋은 페이스를 이어가고 있었다.
다만 드래곤즈가 휘청하며 지난해와는 다른 페이스를 보였다.
그 자리를 파고 들어간 팀은 지난 시즌에 이어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 재규어즈였다.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던 뜨거운 분위기는 이번 시즌 경기까지 이어졌다.
마이클 스콧과 양현재의 선발 원투펀치와 도널드 왓슨과 서성민의 타점 생산능력을 추진력으로 삼아 승수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순위를 3위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게다가 순위 경쟁 중인 드래곤즈와의 3연전에서 2승을 먼저 거두며 승차를 더욱 벌릴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두 팀의 3차전은 재규어즈의 5선발인 정민우가 선발 등판하는 날이었다.
└아……. 정민우 선발이었어? 오늘도 지겠네.
└정민우가 공을 던지는 걸 봐야 한다는 거 자체가 지긋지긋하다.
└오늘 경기 취소표 엄청 많다. 구하기 힘든 좌석도 많으니까 가고 싶으면 오늘 가라.
└너 같으면 똑같은 돈 내고 뻔히 질 경기 보고 싶겠냐? 차라리 티켓팅 성공해서 눈 정화되는 마이클 스콧 경기 봐야지.
└그나마 이미 2승해서 위닝 시리즈 만들었으니까, 오늘 경기는 그냥 져도 손해는 아니다.
└연패 끊어지는 건 아쉽긴 한데, 그렇다고 당장 선발 투수 데려올 방법도 없으니까.
└그래도 정민우가 1라운드 지명받은 거 보면 잠재력은 충분히 있다는 의미인 거 같은데, 왜 저러는 거지?
└새가슴에 멘탈이 엉망임. 그냥 자기 공 믿고 가운데로 쑤셔 박아도 퀄리티스타트는 할 거 같은데 그걸 못해.
└어떻게 해결 못 하나? 재능은 분명히 있는 거 같은데.
└그거 못 하고 은퇴하는 선수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냥 쟤도 몇 년 더 해보다가 안 되면 그냥 은퇴해야지.
* * *
-재규어즈가 드래곤즈를 상대로 일찌감치 2승을 거두며 위닝 시리즈를 확정 지은 상황에서 3차전을 치르게 됐습니다. 재규어즈의 기세가 만만치 않네요.
-그렇기 때문에 드래곤즈 입장에서는 오늘 경기를 반드시 가져와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오늘 경기를 져서 스윕을 당하게 된다면 시즌 초반의 순위 경쟁에서 정말 치명타를 입게 됩니다.
-그렇게 보면 최근 13연패에 빠진 정민우 투수를 만났다는 게 드래곤즈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마이클 스콧 선수를 만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수밖에 없겠죠.
-정민우 투수의 13연패를 끊고 싶을 재규어즈와 스윕을 피해야 하는 드래곤즈. 과연 이번 3연전의 마지막 경기의 승부는 어떻게 될까요?
오늘 재규어즈 홈경기장에는 평소와 다르게 빈자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1층 좌석이 가득 차지 않은 것은 무엇이고 2층 좌석은 거의 비어있다고 봐도 될 정도였다.
경기 시작을 앞두고 1회 초 수비를 위해 정민우가 마운드로 향했다.
“우우우우-”
“빨리 내려가고 불펜 투수나 올려라.”
재규어즈 응원석에서 일부 팬들이 정민우를 향해 야유를 내뱉었다.
“플레이 볼!”
홈 팬들의 야유 속에서 경기는 시작됐다.
심호흡을 깊게 내쉰 정민우가 피칭을 시작했다.
틱!
틱!
드래곤즈 타자들은 모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초반부터 과감하게 배트를 돌렸다.
하지만 재규어즈 수비수들에 막히면서 출루까지 성공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그 덕분에 1이닝을 공을 7개만으로 막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진 2회.
첫 타자로 만난 선수는 4번 타자 나준호였다.
정민우의 표정에서는 어느 때보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신중하게 볼을 쥐고 던져보는데,
나준호도 마찬가지로 초구부터 과감하게 배트를 돌렸다.
따악!
타구가 쭉쭉 뻗어가더니 결국 담장을 넘어갔다.
“홈런!”
“와아아아-”
드래곤즈 팬들은 시원한 홈런에 환호했다.
“우우우우-”
반면, 재규어즈 팬들은 정민우를 향해 야유를 퍼붓기 시작했다.
하지만 홈런 이후에 무너질 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이어지는 타자와의 승부에서는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마음이 급했던 탓인지 2회는 물론 3회에도 드래곤즈 타자들의 적극적인 승부는 성공하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정민우는 3회까지 1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막는 데 성공했다.
-오늘 경기에서는 운이 조금 따른 것도 있지만, 정민우 선수의 컨디션도 괜찮아 보이는데요?
-기본적으로 좋은 공을 가지고 있는 선수거든요. 오늘 경기에서 어느 정도까지 끌어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연패를 끊어내고 자신감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반대로 드래곤즈에서는 당황스러울 것 같은데요. 어떻게 이 상황을 반전시킬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이에 타자들도 힘을 내며 3회 말 재규어즈의 공격에서 3점을 뽑아내 주었다.
그리고 1:3으로 리드한 상황에서 시작된 4회 초.
이제 타순이 한 바퀴 돌며 2번 타자를 첫 타자로 다시 만나게 됐다.
펑!
“볼!”
펑!
“볼!”
두 개 연속으로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났다.
2 볼 0 스트라이크.
정민우는 깊게 심호흡을 한 뒤에 세 번째 공을 던졌다.
딱!
타자의 배트에 맞은 공은 빠른 속도로 1루수와 2루수 사이를 빠져나갔다.
2루수 서성민이 몸을 날리며 팔을 쭉 뻗어봤지만, 빠른 타구 스피드에 코스까지 좋다 보니 잡기는 어려웠다.
“와아아아-”
1루 베이스를 밟은 타자는 드래곤즈 더그아웃을 가리키며 분위기를 끌어올리려고 했다.
그리고 곧바로 타석에는 3번 타자가 다가왔다.
0 아웃 주자는 1루.
1루에 있는 주자의 스피드가 아주 빠른 편은 아니지만, 심심치 않게 도루를 시도하는 선수였다.
자연스럽게 정민우의 시선은 등 뒤에 있는 1루 주자에게 향했다.
정민우의 호흡은 가빠지기 시작했다.
거칠어진 숨을 힘겹게 내쉬며 공을 던졌다.
펑!
“볼!”
펑!
“볼!”
-갑자기 갑자기 볼이 많아졌습니다. 안타를 내주고 나서 흔들리는 걸까요?
-이번 이닝부터는 드래곤즈 타자들이 적극적으로 승부하지 않고 기다리기로 한 것 같아요. 반드시 스트라이크를 던질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 타자가 나준호 선수예요.
재규어즈 포수가 힘을 빼라는 제스처를 하며 정민우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했지만,
펑!
“볼!”
펑!
“볼!”
이어지는 두 개의 공도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났다.
결국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었다.
0 아웃 주자는 1, 2루.
그리고 이제 타석에는 4번 타자 나준호가 들어섰다.
-지난 타석에서 홈런을 기록한 나준호 선수입니다. 신중하게 투구할 필요가 있겠어요.
펑!
“볼!”
펑!
“볼!”
정민우가 던진 공은 아까보다 더욱 스트라이크 존과 먼 코스로 들어갔다.
결국 포수가 타임아웃을 외치고 마운드로 향했다.
포수는 정민우와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는 다시 홈 베이스로 돌아왔다.
-볼넷을 내주면 만루가 됩니다. 반드시 승부를 해야 해요.
-안타를 맞더라도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하는 상황입니다. 더 이상 도망가면 안 돼요.
2 볼 0 스트라이크.
정민우의 얼굴에는 어느새 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2루 주자를 한 번 바라보고 힘겹게 공을 던지는데,
“헉!”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한다는 압박 때문인지 공이 가운데로 몰려서 날아가고 있었다.
나준호는 기다렸다는 듯이 과감하게 배트를 돌렸다.
따악!
공이 배트에 맞는 소리를 듣자마자 경기장에 있는 모두가 어렵지 않게 결과를 예상할 수 있었다.
드래곤즈 주자들은 날아가는 공을 지켜보며 여유 있게 달렸다.
“홈런!”
담장을 넘어가자 나준호는 오른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와아아아-”
“나준호! 나준호! 나준호!”
한 방에 승부를 역전시키자 드래곤즈 팬들은 열광적인 응원을 보냈다.
반면 재규어즈 팬들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다음 타자가 타석에 들어오기도 전에 투수 코치가 주심에게서 공을 받아 마운드에 올랐다.
마운드에 오른 투수 코치와 포수는 정민우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정민우는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마운드를 내려왔다.
몇몇 팬들이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던 정민우를 향해 야유를 보냈다.
“우우우- 맨날 연패 끊으니까 재밌지?”
“감독 저거 정민우한테 약점 잡힌 거 있냐? 나올 때마다 지는데 저런 애는 왜 나오는 거지?”
“너는 부상도 안 당하냐! 제발 그만 보고 싶다, 내가 네 다리 분질러 줄까?”
정민우가 마운드를 내려가고 난 후에도 팬들의 야유는 한참 동안 멈추지 않았다.
이후 경기에서 재규어즈 타자들이 승부를 뒤집기 위해 최선을 다해봤지만,
이미 넘어가 버린 승부의 추를 되돌리기는 어려웠다.
결국 정민우의 연패는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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