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39
239화>
달갑지 않은 대기록 (2)
└이렇게 된 거 연패 대기록 세워라. 어차피 질 거면 애매한 것보다 이렇게 화끈하게 지는 게 낫지. 이렇게라도 해서 역사에 이름 하나 남겨라.
└정민우가 연승 브레이커만 안 해주면 재규어즈는 당장 1, 2위까지 찍을 수 있지 않을까?
└이제는 슬슬 정민우랑 만나는 다른 팀도 부담스럽겠어. 연패 기록을 끊어주는 게 되면 그 팀 분위기도 별로 안 좋을 거 같은데.
└불펜에서 롱 릴리프 역할로 등판을 해도 패전을 해버리니, 연패를 어떻게 끊어야 할지 답이 없다.
└현장에서 재규어즈 팬들한테도 욕 엄청 먹던데 그러고도 출전하는 거 보면 다른 의미로 대단한 면도 있어.
└근데 구위 자체는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계속 지니까 멘탈이 흔들린 걸까, 멘탈이 안 좋으니까 계속 지는 걸까.
└그건 모르겠고. 진짜 확실한 건 재규어즈 감독이 분명히 뭔가 약점 잡히긴 한 거 같다. 그러지 않고서야 올라올 때마다 패전하는 투수를 왜 계속 등판시키냐고.
└근데 당장 5선발로 누구 쓸 건데. 운이 안 좋아서 연패를 하고 있는 건 팩트긴 한데. 솔직히 5선발로 이만한 선수도 없어.
└당장 없으면 트레이드라도 해와야지. 단장 뭐 하냐 다른 구단한테 연락 돌려라.
└5선발을 트레이드로 데려온다고?? ㅋㅋㅋ 필요한 선수들을 다 트레이드로 데려올 거면 구단 육성 시스템은 왜 만드는 거냐. 이번 기회에 2군에 있는 잠재력 있는 투수를 테스트해보는 게 훨씬 낫지.
야구 뉴스는 물론 커뮤니티의 대부분이 정민우에 대한 내용이었다.
머지않아 연패라는 달갑지 않은 기록을 갈아치울 수도 있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나는 기사를 하나하나 읽어봤다.
거의 전부가 정민우에 대한 비난과 비판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거기에 더해 김민국 재규어즈 감독과 서진웅 투수코치에 대한 비난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사실 시즌 초반부터 4위와 차이가 있는 3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성적인 건 분명했다.
하지만 팬들은 정민우 때문에 더 높은 순위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게다가 14연패라는 상징적인 기록까지 함께 있다 보니 더욱 크게 느껴질 만했다.
하지만 정민우의 피칭과 세부적인 기록을 보면 결코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는 성적이었다.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스플리터의 구위나 구속만 보면 프로 구단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기에는 충분했다.
게다가 부진하다고는 해도 선발 투수로 등판해서 3-4이닝 정도를 꾸준하게 소화해 주고 있기도 했다.
다만 문제는 운이 너무 안 따라준다는 거다.
등판하기만 하면 패전을 기록하다 보니 자신감이 떨어지지 않는 게 더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도 나와 한때 같은 구단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선배였는데…….
나이는 한 살 많았지만, 내가 대학까지 졸업하고 지명을 받았기 때문에 입단 시기로만 따지면 한참 선배였다.
그랬기 때문에 씁쓸함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위이잉-
마침 조광훈 재규어즈 단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네, 단장님.”
-강 대표, 내가 좋은 식당 하나 소개해 주고 싶은데 시간 괜찮아?
“이번에도 맛있는 곳이겠죠?”
-당연하지. 내가 강 대표한테 어설픈 곳 데려갈 리가 없잖아.
“알겠습니다. 단장님이니까 믿고 가야죠.”
-그럼 내일 점심 괜찮아?
“그럼요, 내일 뵙겠습니다.”
조광훈 단장이 왜 갑자기 부르는지는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다.
다음 날 점심에 바로 그를 만나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 * *
조광훈 단장이 이번에 부른 곳은 허름한 식당이었다.
당장 철거해도 이상할 것 없어 보일 정도의 건물이었다.
나는 끼익거리는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갔다.
실내에 자리가 몇 개 안 됐기 때문에 들어가자마자 조광훈을 만날 수 있었다.
“어, 강 대표. 어서 와.”
조광훈은 밝은 미소로 나를 맞았다.
나는 조광훈과 악수를 나누며 마주 보고 앉았다.
-리그 우승을 거두기 위해 모든 방법을 다 할 계획이다.
-정민우의 연패 기록이 이어지면서 선발 투수진에 대한 고민이 깊다.
내가 도착해서 자리에 앉자 기다렸다는 듯이 회가 나왔다.
“배고플 텐데 어서 먹어 봐. 여기가 정말 맛있는 숙성 횟집이야. 아직은 아는 사람들만 아는 곳인데, 유명해지면 다시 못 올지도 몰라.”
지난번에는 조광훈이 직접 고기를 구워줘서 먹는 내내 불편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완성된 음식이 나오니 훨씬 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나는 회를 한 점 집어먹었다.
“맛있네요. 그냥 회랑 맛이 다른데요?”
“그럼. 다른 구단 단장들하고도 종종 오는 곳인데, 여기 음식이 아주 깔끔하고 맛도 좋아.”
조광훈의 호언장담이 거짓이 아니라는 건 금방 확인할 수 있었다.
숙성 회를 먹는 내내 감탄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자연스러운 대화를 하며 식사를 했다.
어느 정도 식사가 마무리되어갈 때쯤, 나는 슬쩍 야구 이야기를 꺼냈다.
“단장님, 요즘에 재규어즈가 잘나가고 있어서 여유가 있으시겠네요?”
“아이고, 아직 멀었지. 팀에 부족한 점이라는 게 없을 수는 없잖아. 단장은 그 뒤에서 바쁘게 다녀야 해.”
조광훈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그래도 시즌 초반에 3위인 데다가 1위랑 격차도 거의 안 벌어져 있으면 잘나가고 있는 거죠.”
“버티는 것도 중요하긴 한데, 한 번은 뒤집어야 하잖아. 그러려면 뭔가 한 방이 필요한데 말이야.”
“그렇죠. 여름에는 승부수를 띄워야 할 테니까요.”
“강 대표가 생각하기에 지금 상황에서 우리 팀이 어떤 점을 보강하는 게 가장 중요할까?”
재규어즈가 부족한 점이라…….
마이클 스콧과 양현재가 강한 선발 원투펀치를 구성하고 있으니 그 부분은 걱정이 없고.
타선과 수비도 안정적이라고 봐도 되는 상황이었다.
도널드 왓슨과 서성민이 센터 라인의 중심을 잡아주는 것과 동시에 좋은 타격으로 공격을 이끌고 있기도 했다.
한교진이 마이클 스콧과 함께 좋은 호흡을 보여주면서 좋은 피칭을 할 수 있도록 훌륭한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것과, 지명타자로 출전해서 좋은 타격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었다.
그런데도 1위가 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명확했다.
“하위 선발에서 조금만 더 힘을 내주면 좋을 것 같은데요.”
지금 재규어즈의 1, 2, 3 선발 투수의 성적은 좋은 반면에 4, 5선발이 등판하는 날에는 승률이 그리 좋지 못했다.
사실 국내 프로 리그에서 5명의 선발 투수를 완벽하게 갖추고 시즌을 치르는 팀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4, 5선발 투수의 역할이 아주 중요했다.
“그렇지? 내 생각도 비슷해.”
“혹시 트레이드 카드도 염두에 두고 계시나요?”
“완전히 문을 닫고 있는 건 아니지. 근데 아무리 5선발급이라도 선발 투수잖아. 트레이드하려면 부담이 아주 커.”
“그렇죠.”
“감독이나 투수코치랑 이야기 나누면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고민해 보고 있긴 한데, 뚜렷하게 떠오르는 게 없네.”
“음…….”
갑자기 선발 투수가 튀어나오기를 바라는 건 운이 필요한 일이었다.
“강 대표, 민우랑 잘 아는 사이지?”
역시나 정민우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됐다.
“그럼요. 같이 선수 생활하면서 룸메이트도 했었죠.”
“요즘에 민우한테 뭐가 문제인 것 같아?”
조광훈이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물으려는 게 느껴졌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절박함까지 숨기기는 어려워 보였다.
“요즘 공 자체는 괜찮은 것 같던데요. 운이 몇 번 안 따라 주다 보니까 마운드에서 너무 자신감을 잃은 것 같더라고요.”
“그러게 말이야. 자기가 가진 능력만 발휘하면 충분히 좋은 성적 거둘 수 있을 텐데 말이야.”
조광훈이 깊은숨을 내쉬며 말했다.
“민우 형도 최고 유망주 선수였잖아요. 훈련할 때 타석에 서본 적 있는데, 공이 장난 아니거든요.”
경기장에서의 모습만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절대 상상하지 못할 말이었다.
하지만 경기장에서 보여주지 못하고 훈련에서만 잘하는 게 무슨 소용일까.
“그럼 혹시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어떤 건데요?”
“강 대표가 민우 좀 만나서 도움 좀 주는 건 어떨까? 내가 알기로는 민우가 지금 에이전시는 없거든. 컨설팅해주는 비용은 구단에서 넉넉하게 지불할게.”
“제가 그렇게 해도 될까요? 구단에 코치님들도 계신데.”
아무리 내가 정민우와 친분이 있다고 해도, 코치를 건너뛰고 조언을 해준다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에이전시 대표가 선수한테 조언해 주는 게 이상하지는 않잖아. 이미 다른 선수들도 그러고 있는데.”
“그렇긴 하네요.”
“민우가 자기 실력만 발휘해 주면 우리가 이번에 우승하는 것도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닐 것 같단 말이야.”
재규어즈의 우승이라…….
마이클 스콧과 도널드 왓슨이 공수에서 뜨거운 활약을 해주고 있는 올해가 우승의 가장 적기일 거라는 건 분명했다.
내년에 메이저리그로 떠나고 난 후에 다른 외국인 선수들이 곧바로 적응을 잘해서 좋은 성적을 거둘 거라는 보장은 없으니까.
“알겠습니다. 제가 한번 만나서 이야기 나눠볼게요.”
“강 대표, 고마워. 어떻게 해서든 우승할 수 있게 만들어 볼게.”
조광훈이 내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 * *
나는 이른 아침부터 숙소를 나서고 차에 올랐다.
목적지는 재규어즈 홈경기장이었다.
이미 정민우와 약속을 잡아놓은 상황이었다.
경기 전에 있을 팀 훈련이 시작하기 전에 잠깐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나는 약속 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액셀을 밟았다.
그리고 몇 시간쯤 지나자 재규어즈 경기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행히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할 수 있었다.
나는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경기장으로 들어갔다.
익숙한 로비에 앉아서 정민우가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그와 무슨 이야기를 나눌지 생각하고 있는데,
“현우야!”
드디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형, 오랜만이에요.”
나는 벌떡 일어나 정민우를 보며 반갑게 미소를 지었다.
자연스럽게 포옹을 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시선을 올려 정보창을 확인했다.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는 것 자체가 공포스럽다.
-몇몇 극성팬들로부터 가족들이 신변의 위협을 받고 있어서 걱정이 많다.
예상했던 대로 정민우의 지금 멘탈 상황은 최악에 가까웠다.
경기장에서 공을 던지는 것 자체가 공포스러운 데다, 경기장 밖에서는 가족들이 신변을 위협받기까지.
이 정도면 마운드에 서는 것은 말할 것도 없도 일상생활을 하는 것 자체가 두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였다.
그런 그에게 자신의 공을 믿고 자신감 있게 던지라는 조언을 해주는 건 의미 없을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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