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42
242화>
달갑지 않은 대기록 (5)
갑자기 벌떡 일어난 한교진은 곧장 1루수를 향해 공을 힘껏 던졌다.
1루수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날아오는 공을 잡아 소영준의 몸에 갖다 댔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놀란 소영준이 재빨리 1루 베이스로 돌아가 보려고 했지만,
이미 공을 쥔 1루수의 글러브가 먼저 소영준의 몸에 닿았다.
힘겹게 베이스를 터치한 소영준이 세이프가 아니냐며 어필해 봤지만,
“아웃!”
1루심은 오래 고민하지 않고 주먹을 들어 올렸다.
“나이스!”
이를 지켜보던 한교진은 강현우에게 전달받은 대로 이루어지자 주먹을 불끈 쥐며 짜릿함을 즐겼다.
“와아아아-”
재규어즈 관중석에서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이야! 여기서 한교진 선수가 1루에서 주자를 잡아냈습니다!
-정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허를 찔렀네요. 1루 견제가 정확하고 빠르게 이루어졌어요. 소영준 선수로서는 어쩔 수 없었을 거예요.
-이번 수비 하나로 정민우 선수의 어깨가 훨씬 가벼워질 수 있겠는데요?
-앞으로 한교진 선수가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을 때는 루상에 있을 때에도 긴장을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아쉬움에 1루를 떠나지 못하던 소영준은 더그아웃에 비디오 판독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아웃이라고 판단한 1루 코치는 소영준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자신의 생각을 전달했다.
결국 소영준은 힘없이 유니폼에 묻은 흙을 털며 더그아웃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0 아웃 주자 1루에서 2 아웃 주자 없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덕분에 정민우의 피칭은 훨씬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틱!
높게 떠오른 타구는 중견수 왓슨의 글러브로 들어갔다.
“아웃!”
결국 이번 이닝도 실점 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다.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던 정민우가 한교진을 향해 글러브를 내밀었다.
“교진아, 고맙다.”
“선배, 저만 믿으세요. 제가 보여줬으니까 주자들이 쉽게 움직이기 어려울 거예요.”
한교진의 말대로 이어지는 공격에서 출루한 펠리컨즈 주자들은 리드폭을 크게 가져가지 못했다.
덕분에 정민우는 출루를 허용한 주자에 대해서 크게 염려하지 않고 피칭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3회부터는 정민우의 공에서 자신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펑!
펑!
펑!
“스트라이크 아웃!”
오늘 경기에서 처음으로 삼진 아웃을 잡아내기도 했고,
틱!
빗맞은 땅볼을 유도하며 더블 플레이로 순식간에 이닝을 마무리하기도 했다.
4회도 역시 실점을 내주지 않고 마무리할 수 있었다.
5회 초.
재규어즈의 공격은 도널드 왓슨부터 이어졌다.
딱!
딱!
5번 타자 도널드 왓슨과 6번 타자 서성민의 연속 안타가 터졌다.
0 아웃 주자 1, 2루.
이제 타석으로 다가오는 타자는 7번 타자 한교진이었다.
-7번 타자이기는 하지만 결코 편하게 생각해서는 안 되는 타자죠?
-포수이기 때문에 공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하위 타선으로 이동했을 뿐이지, 중심타자라고 해도 문제가 없는 선수예요.
펠리컨즈 투수는 2루를 쳐다보고는 힘껏 공을 던졌다.
한교진의 배트는 초구부터 과감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가운데로 몰린 패스트볼을 때려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따악!
“와아아아-”
한교진은 스윙을 마치자마자 직감이 왔는지 날아가는 공을 바라보며 천천히 달렸다.
주자로 나가 있던 도널드 왓슨과 서성민도 동시에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빠른 속도로 날아가던 타구는 결국 담장 중앙을 넘어갔다.
“홈런!”
-5회 초에 드디어 중요한 점수가 터져 나옵니다! 재규어즈의 리드를 가져오는 점수이자, 정민우 선수가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는 데 결정적인 한 방입니다!
-중앙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대형 홈런을 터뜨렸습니다! 초구부터 노렸던 것 같아요.
-한교진 선수가 수비에서는 물론이고 공격에서도 정민우 선수를 든든하게 도와주네요!
한교진의 한 방으로 재규어즈가 3:0으로 앞서기 시작했다.
곧바로 이어진 5회 말.
정민우가 이번 이닝을 잘 마무리한다면 승리 투수 요건을 완성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틱!
“아웃!”
첫 타자를 뜬공으로 잡아내고,
후웅-
“스트라이크 아웃!”
두 번째 타자에게 헛스윙을 유도하며 두 개의 아웃 카운트를 잡아냈다.
이제 아웃 카운트 하나만 더 잡아낸다면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출 수 있었다.
하지만,
딱!
3번 타자를 상대로 실투가 나오며 안타를 허용했다.
그리고 만난 4번 타자 소영준.
이미 지난 타석에서 안타를 맞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피칭을 하는데,
따악!
맞는 순간 정민우는 딱딱하게 굳을 수밖에 없었다.
소영준은 스윙을 하자마자 배트를 내려놓고 천천히 1루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빠르게 날아가던 공은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와아아아-”
“소영준! 소영준! 소영준!”
소영준은 펠리컨즈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내야 다이아몬드를 돌았다.
하지만 평소와는 다르게 특별한 세리머니를 하진 않았다.
소영준의 홈런으로 스코어는 3:2으로 바뀌었다.
두 팀은 5회에 얻어낸 점수를 마지막으로 추가 점수를 뽑아내지 못했다.
결국 3:2 상황에서 9회 말을 맞았다.
한 점 차였기 때문에 어느 팀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재규어즈의 포수 마스크는 여전히 한교진이 쓰고 있었다.
마운드에 오른 재규어즈 마무리 투수는 시원시원한 피칭을 보여줬다.
펑!
“스트라이크 아웃!”
펑!
“스트라이크 아웃!”
순식간에 두 개의 아웃 카운트를 잡아냈다.
9회 2 아웃.
이제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딱!
“와아아아-”
3번 타자의 배트에 맞은 타구는 시원하게 뻗어나갔다.
주자는 여유 있게 2루 베이스에 도착했다.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득점권에 주자가 출루하는 데 성공합니다!
-안타 한 방이면 펠리컨즈가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을 수 있습니다.
“안타! 안타! 안타!”
“펠리컨즈 이겨라!”
“소영준, 안타 하나 쳐라!”
펠리컨즈 팬들은 극적인 한 방을 기대하며 목이 터져라 응원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재규어즈 더그아웃에서 김민국 재규어즈 감독이 경기장으로 걸어 나왔다.
-여기서 김민국 감독이 직접 마운드로 올라갑니다. 내야수들을 전부 불러 모으네요.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요?
-감독이 직접 올라가는 건 드문 일인데요. 오늘 경기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오늘 경기를 잘 마무리하는 게 아마 단순히 1승의 의미만 있는 건 아닐 거예요.
-물론입니다. 정민우 선수가 오늘 경기로 연패를 끊고 자신감을 찾을 수 있다면, 재규어즈가 남은 시즌을 잘 치르는 데 큰 힘이 될 거예요.
포수 한교진은 물론이고 재규어즈 내야수가 모두 마운드로 다가왔다.
선수들이 모두 모이자 김민국 재규어즈 감독이 입을 열었다.
“모두 잘 알고 있겠지만, 이번 이닝만 잘 마무리하면 민우 14연패 끊을 수 있는 상황이다. 잘 마무리해서 민우한테 좋은 선물 하나 줘보자.”
“네!”
선수들이 목소리를 높여 힘차게 답했다.
그리고 김민국 감독은 투수를 보며 말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교진이 미트만 보고 던져.”
“네.”
투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자, 김민국이 투수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마지막으로 한교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교진이는 배터리 코치 사인 기다리지 말고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해 봐. 오늘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한교진은 김민국에게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다들 파이팅 해서 해보자.”
“네!”
김민국 감독의 마지막 한마디를 끝으로 마운드 방문을 마무리했다.
“긴장할 거 없어. 이제까지 해왔던 대로만 하면 돼.”
2루수 위치로 돌아가던 서성민이 손뼉을 치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그리고 다시 경기는 시작됐다.
9회 말 2 아웃.
스코어는 3:2 주자는 2루.
승리까지 아웃 카운트가 딱 하나 남아있음에도 한 점 차였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다.
게다가 상대해야 하는 타자는 오늘 경기에서 홈런을 기록한 소영준이었다.
더그아웃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정민우는 더 이상 경기를 보기 어려웠는지 결국 등을 돌렸다.
이 모습을 본 스콧이 정민우의 옆으로 다가와 어깨에 손을 올리고 대신 경기를 지켜봤다.
그라운드에 있는 재규어즈 선수들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반짝였다.
한교진의 사인을 시작으로 다시 경기가 이어졌다.
투수가 2루 주자를 흘끗 보며 공을 던질 준비를 하자 소영준이 타격 자세를 취했다.
“후우-”
상황이 상황인 만큼 재규어즈 투수는 물론 소영준의 표정에서도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교진은 바깥쪽으로 빠지는 패스트볼 사인을 보냈다.
소영준의 컨디션이 좋은 데다 어차피 1루가 비어 있으니 적극적으로 승부할 필요는 없었다.
펑!
“스트라이크!”
하지만 의도와는 다르게 바깥쪽 스트라이크 존을 아슬아슬하게 걸치고 들어왔다.
한교진의 두 번째 사인은 높은 코스의 패스트볼.
이번에도 볼로 던지라는 사인을 보냈다.
스윙을 해주면 고맙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충분히 시선을 흐트러트릴 수 있는 코스였다.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은 평균 구속보다 빠른 속도로 날아왔다.
타격감이 좋은 상황에서 볼넷으로 출루하고 싶지는 않은지, 소영준의 배트가 이번에도 과감하게 움직였다.
후웅-
“스트라이크!”
하지만 투수가 전력으로 던진 덕분에 타이밍을 맞추기 어려웠다.
소영준은 잠시 타석에서 벗어나 생각을 정리했다.
0 볼 2 스트라이크.
한교진의 사인을 확인한 투수는 세 번째 공을 던졌다.
소영준의 배트에 맞은 공은 경쾌한 소리를 냈다.
탁!
공이 날카롭게 뻗어가자 경기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잠시 행동을 멈추었다.
“오오.”
하지만 오른쪽 파울 라인을 살짝 벗어났다.
소영준의 입가에는 아쉬움의 미소가 걸렸다.
펑!
“볼!”
펑!
“볼!”
이어지는 두 개의 유인구는 골라내는 집중력을 보여줬다.
2 볼 2 스트라이크.
1루가 비어 있는 상황이라 여전히 유리한 건 재규어즈 배터리였다.
한교진은 낮은 코스의 체인지업 사인을 보냈다.
소영준이 패스트볼에 적극적으로 배트를 돌렸기 때문에 피해 가려는 계획이었다.
“후우-”
심호흡을 고른 투수의 공이 날아오자 소영준이 기다렸다는 듯 배트를 돌렸다.
하지만 체인지업이 떨어지지 않고 밋밋하게 날아오고 있었다.
딱!
결국 소영준의 배트에 맞은 타구는 외야 중앙을 향해 뻗어나갔다.
2루에 있던 주자는 전력 질주를 하며 순식간에 3루를 지나 홈으로 향하고 있었다.
모두가 동점이 될 거라고 예상하고 있던 순간,
공만 바라보며 돌진하던 중견수 왓슨이 손을 쭉 뻗으며 몸을 날렸다.
슬라이딩으로 한참을 미끄러지던 왓슨이 글러브를 들어 올려 공을 잡았음을 알렸다.
-아웃! 여기서 도널드 왓슨 선수가 엄청난 호수비를 보여줍니다!
“와아아아-”
“왓슨! 왓슨! 왓슨!”
재규어즈 관중석의 함성은 물론이고,
“오케이!”
동시에 재규어즈 더그아웃에서도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와우, Jeong. 축하해 원더풀!”
스콧 역시 펄쩍펄쩍 뛰며 기쁨을 한껏 드러냈다.
여전히 등을 돌린 채로 경기를 보지 못하던 정민우는 스콧과 동료 선수들의 환호성 덕분에 결과를 알 수 있었다.
스콧과 기쁨을 나눈 것도 잠시, 고개를 푹 숙이며 생각에 잠겼다.
카메라는 이런 정민우의 모습을 놓치지 않고 잡았다.
-드디어 정민우 선수의 지긋지긋했던 연패가 14경기에서 마무리되는 순간입니다!
-14연패를 하는 동안 정말 힘들었을 텐데요. 오늘 승리를 시작으로 앞으로 좋은 피칭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더그아웃에 있던 재규어즈 선수들은 동시에 정민우에게 다가갔다.
정민우는 동료 선수들과 한 명 한 명 하이파이브를 나누었다.
코칭스태프도 다가와 정민우에게 축하를 건넸다.
“민우야, 그동안 고생 많았다.”
김민국 감독이 정민우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한 마디를 건넸다.
“감독님, 감사합니다.”
잠시 후, 정민우는 그라운드로 나가 한 줄로 서서 경기를 마치고 돌아오는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었다.
서성민이 정민우와 주먹을 부딪치며 말했다.
“민우야, 축하한다.”
“선배, 감사합니다.”
결정적인 호수비를 보여준 왓슨과도 격하게 하이파이브를 나누었다.
마지막으로 손을 부딪친 선수는 한교진이었다.
“축하드려요. 선배 오늘 진짜 멋진 피칭이었어요.”
“교진아 오늘 정말 고맙다. 네 덕분에 좋은 결과 거둘 수 있었어.”
“저도 선배 덕분에 잘할 수 있었습니다.”
정민우는 한교진과 포옹을 하고는 등을 돌려 관중석으로 시선을 옮겼다.
“와아아아-”
“정민우! 정민우! 정민우!”
약 1년 만에 듣게 된 재규어즈 팬들의 환호성이었다.
정민우는 재규어즈 관중석을 향해 오랫동안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잠시 후, 힘겹게 고개를 든 정민우의 눈에는 촉촉하게 눈물이 고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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