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43
243화>
피할 수 없는 리스크 (1)
시즌이 50경기를 넘게 치르면서 순위 싸움에 큰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드래곤즈의 변화였다.
몇몇 타자들의 부상으로 시작된 부진은 전염이라도 된 것처럼 다른 타자들에게로 이어졌다.
나준호가 혼자서 고군분투하는 것으로는 극복하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4위로 떨어지며 우승 경쟁에서 한 발짝 떨어지게 됐다.
우승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팀은 울프스, 버팔로즈, 재규어즈로 좁혀졌다.
버팔로즈의 오석훈은 시즌 중반까지도 타율 0.375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리그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거기에 시원시원한 2루타를 수도 없이 뽑아내며 공격의 중심을 이끌고 있었다.
덕분에 벌써 45타점을 올리며 이 부문에서도 리그 1위를 달리고 있었다.
뒤이어 나오는 박성주도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 주고 있었다.
어느새 12홈런을 기록하며 3년 연속 30홈런을 향해 순항하고 있었다.
특히나 고지훈이 등판하는 경기마다 두 선수의 집중력이 높아진 덕분에 그의 등판은 대부분 승리로 이어졌다.
고지훈은 7승을 기록하며 이번에도 마이클 스콧과 공동 1위를 달리고 있었다.
버팔로즈만큼 뜨거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팀은 재규어즈였다.
정민우가 연패를 끊고 승리를 거두면서 재규어즈의 분위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선발 로테이션이 탄탄해지자 팀의 연승 횟수와 기간이 이전보다 훨씬 길어졌다.
마이클 스콧은 7승을 기록한 건 물론이고 평균 자책점 2.38을 기록하며 지난 시즌보다 더욱 강력하면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도널드 왓슨은 작년과 다르게 시즌 초반부터 맹타를 휘두르고 있었다.
타율 0.320에 7홈런 35타점을 기록하며 지난 시즌을 넘어서는 활약을 예고했다.
벌써부터 왓슨이 없는 다음 시즌을 걱정하는 팬들이 많아지고 있었다.
게다가 자신감이 붙은 한교진의 도약도 만만치 않았다.
거포로서 잠재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며 결국 4번 타자 자리를 차지했다.
마이클 스콧과 정민우가 등판할 때만 포수 마스크를 쓰고 나머지는 지명타자로 출전했기 때문에 체력 관리를 하는 데 훨씬 수월할 수 있으리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서성민의 한 방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었다.
한교진과 왓슨을 상대하며 지친 상대 투수가 서성민에게 홈런과 적시타를 맞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타율 0.290에 38타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2루수로 시작해서 경기 후반에는 1루수까지 무난하게 소화하며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역할을 톡톡하게 해주고 있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4번 한교진, 5번 도널드 왓슨, 6번 서성민으로 구성된 재규어즈의 타순은 상대 팀을 압박하기에 충분했다.
경기가 진행될수록 분위기를 탄 버팔로즈와 재규어즈가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울프스를 밀어내는 데 성공했다.
결국 울프스를 3위로 밀어내고 버팔로즈가 1위를 재규어즈가 2위를 차지했다.
게다가 두 팀의 승차는 고작 1경기 차였기 때문에 언제든 순위 역전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팀에 중심타자 두 명이 FA 로이드 받으니까 어마어마하구나.
└이런 페이스면 둘 다 100타점은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100타점 타자에 20승 투수까지 있으면 우승이 당연하지 않겠어? 올해는 버팔로즈 우승이다!!
└웃기고 있네, 재규어즈 경기하는 거 못 봤냐? 어차피 마이클 스콧 만나면 침묵할 거잖아. 지난 시즌에도 거의 퍼펙트 당할 뻔했으면서.
└다시 붙자. 이번에는 오석훈이나 박성주가 분명히 홈런 하나씩 칠 거 같다.
└에이스 맞대결은 결국 홈런 한 방 싸움일 텐데. 한교진, 도널드 왓슨, 서성민 셋 중에 한 명은 큰 거 하나 터지지 않겠냐. 버팔로즈는 확실하게 홈런 때려줄 수 있는 선수가 오석훈이랑 박성주 둘밖에 없잖아.
└재규어즈 우승 가자!! 작년에 준우승해서 아쉬웠던 거 털어내야지.
└그럼 이번 한국시리즈는 버팔로즈 대 재규어즈인가?
└미안한데 펠리컨즈도 끼워줘라. 요즘에 소영준 겁나 잘해. 한국시리즈 한 판만 보면 안 되겠냐.
└펠리컨즈는 나가 있어. 여기는 너네가 들어올 곳이 아니다.
치열하게 정규 시즌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 우리 에이전시에서는 내년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바로 메이저리그 진출 프로젝트였다.
한국에 와서 우리 선수들의 경기를 직접 지켜보는 스카우트들에게 적극적인 홍보를 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오늘 스카이코퍼레이션의 김상욱과 만나서 재규어즈와 버팔로즈의 경기를 함께 지켜보기로 했다.
메이저리그 구단 관계자들과도 약속을 잡아두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도전할 네 명의 선수를 모두 만날 수 있는 경기였기 때문에 오늘로 정했다.
* * *
나는 경기 시작을 2시간 앞둔 시간에 경기장에 도착했다.
오늘은 경기를 보면서 조용하게 이야기를 나눠야 했기 때문에 VIP룸으로 자리를 잡았다.
외부 시선에서 자유로운 환경에서 경기를 지켜볼 수 있는 곳이었다.
창밖에 보이는 아름다운 경기장을 보니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똑. 똑. 똑.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노크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역시나 김상욱이었다.
“강 대표님, 일찍 오셨네요.”
“저도 막 왔습니다.”
나는 김상욱과 악수를 나누고 마주 앉았다.
-오늘 경기에서 네 명의 선수를 동시에 볼 수 있어서 아주 설렌다.
-메이저리그 구단으로부터 오석훈의 몸 상태에 대한 우려가 많이 제기되고 있어서 불안하다.
오석훈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는 걸까?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건 좋은 의미인 게 분명한데, 몸 상태를 걱정하고 있다니…….
이번 시즌에 보여주고 있는 성적과 관계없이 위험 요소로 판단하고 있다는 걸까.
나와 만나서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지 김상욱이 가져온 자료를 꺼내며 곧바로 대화를 시작했다.
“강 대표님,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우리 선수들한테 관심이 아주 많습니다. 아주 긍정적이에요.”
“제일 뜨거운 선수가 누구죠?”
“특히 도널드 왓슨 선수가 이번 시즌에 더 좋은 활약을 보여줘서 그런지 당장이라도 계약하고 싶다는 구단이 한둘이 아닙니다.”
듣는 나보다 말하는 김상욱이 더 흥분한 것 같았다.
“역시나 왓슨이 관심을 가장 많이 받는군요.”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검증이 끝난 선수이기 때문에, 문제가 됐던 경기장에서의 모습만 해결이 된다면 영입을 검토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마이클 스콧도 지난 시즌에 보여준 모습이 운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 덕분에 뜨겁습니다. 선발 투수 로테이션까지 보장받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메이저리그 계약은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오호.”
나는 올라가는 입꼬리를 숨길 수 없었다.
한국 무대에 진출할 때까지만 해도 잘해야 드래프트 하위 지명이 유력했는데, 그때와 비교하면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일단 두 선수는 큰 걱정이 없을 것 같고, 이제 남은 건 오석훈과 박성주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김상욱에게 물었다.
“그럼 오석훈 선수랑 박성주 선수는 어떨까요? 지난번하고 달라진 게 있나요?”
“먼저, 박성주 선수 관련해서부터 이야기를 나눠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김상욱의 말에 집중했다.
“지금 한국 무대 최고의 홈런 타자에 준수한 3루 수비를 보여주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확도가 조금 떨어진다는 게 아쉽긴 합니다. 홈런을 때려줄 수 있는 파워 좋은 3루수들은 미국에도 충분히 많으니까요. 그리고 과연 메이저리그에서도 지금 같은 파워를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요.”
과거에 한국 무대를 평정하고 미국 진출에 나선 타자들이 메이저리그에 가서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은 성적을 거둔 사례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과거의 경험 때문에 영입을 추진하는 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럼 미국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이라고 봐야 하는 건가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한국 무대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선수다 보니 관심이 없지는 않거든요. 대신에 조건이 아주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는 것뿐이죠.”
“어느 정도로 생각하면 될까요?”
“오가고 있는 얘기로 조심스럽게 예상을 해본다면 총액은 1,500만 달러에서 2,000만 달러 정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메이저리그 보장 조건까지 추가하는 건 조금 어려울 것 같고요.”
그렇다면 대략 200억 원 내외.
메이저리그 계약이라고 하기에는 큰 규모가 아니었다.
지금 박성주라면 국내 구단과 FA 계약을 맺더라도 크게 부족하지 않은 액수를 받을 수 있을 만했으니까.
“아직 협상을 진행한 건 아니니까요. 박성주 선수의 능력을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시죠.”
“네,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 오석훈 선수로 넘어가 볼까요?”
“그러시죠. 다행히도 오석훈 선수에 대한 평가는 조금 더 긍정적입니다.”
김상욱이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타격 재능이 워낙 좋은 선수이기도 하고, 이번 시즌부터는 장타력도 만만치 않게 갖추고 있다는 걸 제대로 보여주고 있더라고요.”
“요즘 정말 뜨겁죠.”
타율이 0.375를 기록하고 있으니 리그를 폭격하고 있다는 말이 과언은 아니었다.
“대신에 지난번에도 말씀드렸지만, 부상 전력에 대한 준비를 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스피드가 좋은 선수였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겁니다. 코너 외야수라서 포지션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송구 능력이 좋으니까 그 부분은 해결이 가능할 것 같고요.”
“계약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요?”
“경쟁을 붙일 수만 있다면 총액으로 4,000만 달러까지도 노려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000만 달러라면 대략 500억 원.
초대형 계약은 아니라 해도 충분히 매력적인 조건이었다.
“메이저리그 보장까지 가능할까요?”
“그 부분은 협상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메이저리그 보장 조건이 들어가느냐 아니냐는 계약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정말 큰 차이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
선수 인생에서 최고 전성기를 누릴 시기에 마이너리그 생활을 해야 한다면 여러모로 손해였으니까.
미국에 진출하고 싶다는 목표가 정말 간절한 게 아니라면 국내 잔류가 훨씬 나은 선택일지도 몰랐다.
그사이 경기가 시작할 시간이 되었다.
“일단 경기 보면서 더 이야기 나누실까요.”
나는 김상욱과 함께 경기장으로 고개를 돌렸다.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는 두 팀의 대결답게 버팔로즈의 홈경기장은 만원 관중을 기록했다.
재규어즈의 선발 투수로 등판하는 마이클 스콧은 물론이고 도널드 왓슨, 버팔로즈의 오석훈과 박성주의 이름이 라인업에 올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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