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44
244화>
피할 수 없는 리스크 (2)
재규어즈의 선발 투수는 마이클 스콧이었고, 버팔로즈는 4선발로 평가받는 선수였다.
1회 초 재규어즈의 공격으로 경기가 시작했다.
재규어즈 타자들은 버팔로즈 투수를 흔들기 위해 투구 수를 늘리려는 작전으로 접근했다.
2번 타자가 출루에 성공하며 기회의 물꼬를 트나 싶었는데, 3번 타자의 땅볼로 아웃 카운트 두 개가 동시에 나오며 4번 타자 한교진까지 연결되지는 못했다.
그렇게 재규어즈의 1회 공격은 득점 없이 마무리했다.
이어진 1회 말.
재규어즈의 수비이자 버팔로즈의 공격 이닝이었다.
마이클 스콧과 한교진이 걸어가고 있었다.
“와아아아-”
“스콧! 스콧! 스콧!”
재규어즈 원정 팬들은 뜨거운 함성으로 그를 응원했다.
그런 모습을 흐뭇하게 보던 김상욱이 나에게로 고개를 돌려 물었다.
“스콧 선수가 버팔로즈를 상대로 유독 잘하는 것 같지 않나요?”
“그러게요. 실제 데이터로도 상대 전적이 훨씬 좋더라고요. 버팔로즈가 타격이 좋은 팀인데 어떻게 그런 팀을 상대로 유독 더 잘하는지 궁금하네요.”
스콧이 한국 무대에서 승수를 가장 많이 거둔 팀이 버팔로즈이기도 하고, 평균 자책점도 1점대를 기록하며 과정도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이렇게 야구에서는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일이 종종 생기곤 했다.
“이제 스콧 선수에게는 한국 무대가 좁아 보여요. 한국 선수들이 스콧의 약점을 공략하기는 어려워 보이더라고요.”
“그런 스콧도 무서워하는 선수가 있죠.”
“그게 누구죠?”
“펠리컨즈 소영준 선수요. 상대 타율이 5할이거든요. 그냥 휘둘러도 타이밍이 잘 맞는다고 하던데, 성적을 보면 그냥 이유 없이 하는 농담은 아닌 것 같아요.”
실제로 리그에서 스콧을 상대로 가장 좋은 타격을 하는 선수였다.
이번 시즌에도 맞대결을 펼칠 때마다 안타를 빠지지 않고 때려내고 있었다.
만약 소영준이 재규어즈와 치열하게 순위 싸움을 하는 팀의 선수였다면 상당히 괴로웠을 게 분명했다.
“나중에 스콧으로 고통받고 있는 팀이 있다면 소영준 선수를 영입해 보라고 추천해야겠는데요?”
“훌륭한 선택이죠. 게다가 유격수 수비도 기가 막히게 잘해서, 다른 내야 포지션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거거든요.”
나는 김상욱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사이 준비를 마친 스콧이 버팔로즈 1번 타자를 상대로 투구를 시작했다.
펑!
153km/h!
펑!
154km/h!
스콧은 오늘도 위력적인 패스트볼로 출발을 알렸다.
펑!
“스트라이크 아웃!”
첫 타자를 패스트볼만으로 꼼짝 못 하게 만들며 삼진으로 돌려세운 건 물론이고,
펑!
펑!
펑!
후웅-
이어지는 2번 타자 또한 가볍게 더그아웃으로 돌려보냈다.
공 7개를 던지는 동안 스콧은 한교진의 사인에 한 번도 고개를 젓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3번 타자 오석훈을 만날 차례였다.
“와아아아-”
“오석훈! 오석훈! 오석훈!”
역시나 버팔로즈 관중석에서는 경기장이 떠내려갈 정도로 커다란 응원이 터져 나왔다.
“경기를 볼 때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오석훈 선수의 인기는 장난이 아닌 것 같습니다.”
김상욱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외모도 멋지고 야구도 잘하고 인성도 좋은 선수니까요. 인기가 없을 수가 없죠.”
내 입꼬리도 자연스럽게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플레이 볼!”
심판의 콜로 경기가 다시 시작됐다.
2 아웃에 주자는 없는 상황이었다.
오석훈을 상대하는 상황에서도 스콧과 한교진의 사인 교환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펑!
156km/h!
“스트라이크!”
스콧은 이번에도 위력적인 패스트볼로 시작했다.
리그에서 타격 성적이 가장 좋은 오석훈을 상대한 탓인지, 앞선 타자들을 상대할 때보다 구속이 더욱 빨라졌다.
이어지는 공은 높은 코스로 날아왔다.
펑!
“볼!”
1 볼 1 스트라이크.
한교진과 신중하게 사인을 교환한 스콧이 세 번째 공을 던졌다.
몸쪽으로 날아오는 패스트볼이었다.
이번에는 오석훈의 배트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까다로운 코스였는데도 오석훈의 배트는 정확하게 공을 맞혔다.
딱!
제대로 된 타이밍에 타격이 이루어졌다는 걸 소리만으로도 느낄 수 있었다.
오석훈의 배트에 맞은 타구는 빠른 속도로 내야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와아아아-”
모두가 깔끔한 안타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하지만 2루수 서성민이 팔을 쭉 뻗으며 하늘 높이 떠올랐다.
펑!
서성민의 글러브에 타구가 정확하게 들어갔다.
“아웃!”
이를 확인한 2루심이 주먹을 들어 올렸다.
“와아아!”
환호하는 재규어즈 팬들과는 달리,
“아아.”
버팔로즈 팬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1루로 달리다가 아웃을 확인하고 멈춰 선 오석훈의 표정도 다르지 않았다.
이닝을 마무리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던 스콧과 서성민은 글러브를 부딪치며 좋은 수비를 자축했다.
“정말 잘 맞은 타구였는데 이게 2루수 정면으로 가네요.”
김상욱이 얼굴에 짙은 아쉬움을 드러내며 말했다.
“야구가 어려운 게 바로 이런 것 같아요. 잘 맞은 타구가 아웃 되기도 하고, 빗맞은 타구가 안타가 되는 게 심심치 않게 일어나니까요.”
“강 대표님께서는 두 팀 경기를 보실 때 어느 한쪽을 응원하시기가 어려우시겠는데요.”
“아무래도 어느 팀의 승리를 응원하기보다는, 그냥 우리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펼쳐주는 걸 즐기곤 하죠.”
다만 우리 선수들끼리의 맞대결은 즐겁기보다는 안타까움이 더 크게 느껴졌다.
승부의 결과는 반드시 승자와 패자로 나뉠 수밖에 없었으니까.
2회 초, 다시 재규어즈의 공격으로 이어졌다.
이번 이닝에는 4번 타자 한교진을 시작으로 도널드 왓슨에 서성민까지 이어지는 타순이었다.
특히나 최근 타격감이 좋은 선수들이었기 때문에 득점을 기대할 수 있을 만한 상황이었다.
투수가 투구 준비를 하자 한교진이 배트를 움켜쥐었다.
버팔로즈 배터리는 한교진의 한 방을 의식하고 있는지 스트라이크 존 구석을 노리려고 했다.
펑!
“스트라이크!”
초구는 건드릴 수 없을 정도로 정확하게 들어갔지만,
펑!
“볼!”
펑!
“볼!”
이어지는 두 개의 공은 스트라이크 존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나며 원하는 판정을 받지 못했다.
2 볼 1 스트라이크.
만약 이어지는 타자가 컨디션이 좋지 못했다면, 지금처럼 볼 카운트가 불리해져 가는 상황에서는 4번 타자를 거르고 가는 판단을 할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대기 타석에서 기다리는 타자는 도널드 왓슨.
왓슨 앞에 주자를 쌓아두는 건 절대 좋을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번 공이 볼이냐 스트라이크냐에 따라서 많은 것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투수도 깊은숨을 내쉬며 투구를 준비했다.
그리고 있는 힘껏 공을 던졌다.
날아오는 공을 확인한 한교진은 자신 있게 배트를 돌렸다.
딱!
경쾌한 소리를 낸 타구는 중견수와 우익수 사이로 뻗어갔다.
펜스 쪽으로 몸을 돌린 우익수 오석훈이 전력으로 타구가 떨어질 지점으로 달려갔다.
그사이 한교진은 1루를 지나 2루까지 달리고 있었다.
이제야 공을 잡은 오석훈이 2루수를 향해 힘껏 던졌다.
하지만 한교진보다 먼저 도착하기는 무리였다.
“와아아아-”
“한교진! 한교진! 한교진!”
선두 타자부터 2루타가 터지자 재규어즈 팬들은 환호했다.
그리고 곧이어 다가오는 타자는 5번 타자 도널드 왓슨이었다.
“왓슨한테 찬스가 걸렸네요.”
김상욱이 기대에 찬 표정으로 경기장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드디어 도널드 왓슨이 타석에 섰다.
1루가 비어 있기 때문에 왓슨과 적극적인 승부를 피하고 싶겠지만,
바로 이어지는 타자는 서성민.
이제 어느 팀도 가볍게 여길 수 없는 타점 생산 능력을 갖춘 선수였다.
투수는 2루수 한교진을 한 번 흘겨보기만 할 뿐 다시 포수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한교진이 발이 빠른 선수도 아닌 데다, 왓슨의 타석에서 3루 도루를 시도하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으니 자연스러운 전략이었다.
힘겹게 심호흡을 고른 투수가 첫 번째 공을 던졌다.
펑!
“볼!”
긴장한 탓인지 스트라이크 존을 크게 벗어났다.
펑!
“볼!”
펑!
“볼!”
이어지는 공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펑!
“볼넷!”
왓슨은 스윙 한 번 하지 않고 출루에 성공했다.
0 아웃 주자는 1, 2루.
이제 타석으로는 6번 타자 서성민이 다가왔다.
그리고 서성민은 초구부터 자신 있게 배트를 돌렸다.
딱!
서성민의 배트에 맞은 타구는 우익수 오석훈 방향으로 날아갔다.
“와아아-”
오석훈 바로 앞에 떨어지는 안타가 만들어졌다.
“달려! 달려! 달려!”
그사이 한교진은 3루를 지나 홈으로, 왓슨은 2루를 지나 3루로 달리고 있었다.
공을 잡은 오석훈은 조금의 고민도 없이 홈으로 공을 던졌다.
한교진은 슬라이딩을 하며 홈 베이스를 손으로 찍었다.
하지만, 오석훈이 던진 공이 정확하게 날아오며 포수가 잡는 순간 곧바로 한교진에게 태그가 될 정도였다.
“아웃!”
주심은 큰 동작으로 콜을 외쳤다.
이를 본 김상욱이 손뼉을 치며 즐거워했다.
“이야! 역시 오석훈 선수의 송구 능력이 정말 기가 막히네요.”
“석훈이 수비 덕분에 막아낸 실점도 꽤 많을 거예요.”
내 입가에도 절로 미소가 걸렸다.
이어지는 경기에서 버팔로즈는 오석훈의 좋은 수비로 위기를 넘기는 듯했지만, 결국 안타를 맞으며 실점을 했다.
큰 위기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1실점으로 막았다는 것이 위안거리였다.
* * *
어느덧 5회가 끝나고 클리닝 타임이 진행되고 있는 데,
위이잉-
김상욱의 스마트폰으로 전화가 걸려오고 있었다.
나에게 잠시 양해를 구한 김상욱이 누군가와 통화를 시작했다.
“강 대표님,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이 지금 만나러 와도 되겠냐고 하는데 괜찮으실까요?”
“그럼요. 얼마든지요.”
내 답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 김상욱은 다시 영어로 대화를 나누었다.
잠시 후, 대화를 마친 후에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마 곧 올라올 겁니다.”
“후-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지 기대되네요.”
“오늘 만날 이분은 스카우트 팀에서도 고위직 인사입니다. 그것만 봐도 그냥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정도는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오호, 좋은 소식이네요.”
보통 고위직 인사가 왔다는 건 영입 추진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크로스체크를 하기 위함이었다.
“네 명의 선수에 대한 데이터는 이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경기장 밖에서의 모습이 어떤지도 충분히 조사했을 테고요.”
“이미 우리 선수들에 대한 모든 걸 다 알고 있을 거라는 얘기로 들리는데요?”
“아무래도 작년부터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으니까요. 웬만한 리포트는 구단 측에서도 다 파악하고 있을 겁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이 보통 사람들이 아니거든요.”
“얼마나 잘 알고 있을지 궁금한데요?”
나는 곧 만날 스카우트가 물어볼 만한 것들을 생각하며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 갈지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잠시 후, 노크 소리가 들렸다.
똑. 똑. 똑.
“오셨나 보네요.”
김상욱이 벌떡 일어나서 문으로 다가갔다.
나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 손님을 맞을 준비를 했다.
문이 열리고 외국인 두 명이 들어왔다.
나는 입꼬리를 올려 밝은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맞이하는데,
“어?”
두 사람 중 한 사람의 머리 위로는 정보창이 이미 떠 있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어디선가 만난 적이 있는 것만 같은 낯이 익은 얼굴이었다.
어디서 만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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