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45
245화>
피할 수 없는 리스크 (3)
얼굴만 봐서는 어디서 만났는지 정확하게 떠올리기 어려웠는데, 정보창에 보이는 이름으로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
바로 스티븐 폴.
처음 에이전트가 돼서 버팔로즈 스프링캠프를 갔을 때 만났던 애리조나 스카우터였다.
폴은 나를 기억하는지 곧바로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이제 나도 간단한 인사말은 영어로 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기 때문에 굳이 김상욱의 도움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Kang, 오랜만이네요.”
“저를 기억해 주시네요.”
스쳐 지나가듯 만난 사이인데 이름까지 기억하는 건 상당히 놀라웠다.
“요즘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에이전트잖아요. 모르고 있을 수가 없죠.”
하긴 우리 선수들에 대한 모든 것을 조사했을 테니 나에 대한 내용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겠지.
“폴한테서 인정받으니까 더 기분이 좋은데요?”
“지난번에 Kang을 만났을 때도 그냥 평범한 에이전트는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예상대로네요.”
“앞으로 보여드릴 게 더 많아요. 기대하셔도 됩니다.”
나는 폴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폴과 함께 온 다른 에이전트와도 인사를 나누었다.
“앉아서 이야기 나누시죠.”
김상욱이 손짓을 하자 우리 네 사람은 서로 마주 보고 앉았다.
그리고 본격적인 이야기로 넘어가게 됐다.
내가 가장 먼저 대화의 물꼬를 텄다.
“우리 선수들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걸 보면 역시 애리조나에서 선수 보는 눈이 좋다는 걸 확실하게 느낄 수 있네요.”
“이렇게 멋진 선수들을 보고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있을까요. 하하.”
“그럼 한 선수씩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나는 여유 있는 미소를 잃지 않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그러자 폴이 가져온 서류를 꺼내며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저희는 드림 에이전시에 소속된 네 명의 선수를 모두 자세하게 관찰하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진행했던 부분이라 이미 많은 조사를 마쳤는데요. 몇 가지 정확하게 확인할 것들이 있어서요.”
“궁금하신 부분 있으시면 얼마든지 답해드리겠습니다.”
“우선 도널드 왓슨 선수 얘기부터 해보죠. 사실 실력으로는 검증이 끝났고, 태도 문제에서도 많은 부분 개선이 이루어진 것 같은데요. 바로 메이저리그로 돌아가지 않아서 상당히 의외였는데, 내년에는 확실히 메이저리그로 진출할 계획이 있는 건가요?”
“물론입니다. 몇 가지 이유로 한국에서 한 시즌 더 소화하기로 했는데요.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면 메이저리그에서 남은 선수 생활을 마무리해야죠.”
이번 시즌에 재규어즈를 우승으로 이끌고 떠나는 것이 가장 멋진 그림이었다.
혹시 우승을 못하더라도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킬 생각이지만 말이다.
“최악의 상황이라는 게……?”
“제안받은 계약의 규모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죠. 왓슨 선수는 한국에서 아주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거든요. 지금 같은 활약을 보여준다면 소속팀인 재규어즈에서 훨씬 좋은 제안을 해올 건 당연한 거고요.”
현실적으로 재규어즈가 지급할 수 있는 최고 연봉을 제안하더라도 메이저리그 구단의 제안을 뛰어넘기는 어려웠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왓슨이 헐값에라도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은 게 아니라는 건 확실하게 전달하고 싶었다.
“그럼 에이전시와 선수 측에서는 어느 정도 규모의 계약을 생각하고 있나요?”
“그건 구단 측에서 제안을 해주시죠. 판단을 하는 건 저희가 해야 할 일이니까요.”
나의 단호한 답에 폴이 살짝 놀랐는지 잠시 멈칫하고는 말을 이어받았다.
“그래도 선수가 원하는 수준의 조건이 있지 않나요?”
“에이전시에는 선수에게 가장 좋은 제안을 가져다줄 의무가 있습니다. 굳이 저희 스스로 그 한계를 만들고 싶지는 않네요.”
“음……. 알겠습니다.”
“대신에 원하는 조건은 있습니다.”
“어떤 거죠?”
“도널드 왓슨 선수가 다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고 싶다는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더 이상 마이너리그의 눈물 젖은 빵을 먹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메이저리그 보장 조건은 반드시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만한 능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기도 하니까요. 실력에 대해서는 굳이 입 아프게 설명 드리지 않아도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알겠습니다. 참고하도록 하죠.”
폴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럼 이제 마이클 스콧 선수 이야기로 넘어가 볼까요?”
나는 화제를 돌려 대화를 이어갔다.
이번에는 반대로 폴이 나에게 질문을 던지며 시작했다.
“대표님 생각에 마이클 스콧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얼마나 된다고 보십니까?”
“저희 선수라는 걸 제외하고 보더라도 충분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이유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폴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스콧이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좌타자에 약하다는 뚜렷한 약점을 가진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한국 무대에서 꾸준하게 선발 등판 기회를 얻으며 스플리터를 가다듬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좌타자를 상대로도 절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번 시즌에 보여주고 있는 2.38의 평균자책점은 가능하지 않았겠죠.”
“한국 타자들과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수준이 차이가 분명히 날 텐데요.”
“스콧은 한국에 오기 전부터 우타자를 상대로는 좋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미국에서도 충분히 통할 거라는 의미죠. 물론 새로운 무대에 진출하게 되면 시행착오를 겪기는 하겠지만, 이제까지 그래왔듯이 결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
“확신하실 수 있나요?”
“우리 드림 에이전시 선수들의 활약을 보시면 금방 아실 텐데요.”
나의 당당한 대답에 폴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스콧 선수는 선발 투수로 자리 잡기를 원하고 있겠죠?”
“아무래도 선수 입장에서는 불펜보다는 선발 보직을 선호할 수밖에요.”
“메이저리그에서는 아직 보여준 게 없기 때문에 불펜 투수로 시작하게 될 가능성이 더 높을 겁니다.”
“시작은 그럴 수 있죠. 하지만 결국에는 선발 투수로 쓰게 될 겁니다.”
시간의 문제일 뿐, 마이클 스콧이 보여주는 가능성은 더 빛날 테니까.
자연스럽게 다음은 박성주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Park은 파워가 정말 좋은 선수더라고요.”
“그럼요. 지금 페이스라면 3년 30홈런은 물론이고 처음으로 40홈런까지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배트 스피드도 빠르고 파워도 좋은 데다가 수비까지 준수하다는 건 좋은데……. 근데 한 가지 걱정스러운 건, 155km/h를 넘는 아주 빠른 패스트볼에는 성적이 그리 좋지 못한 것 같던 데요?”
박성주의 배트 스피드가 빠른 편인데도 아주 빠른 패스트볼을 상대로 타율이 조금 떨어진다는 건 데이터로도 확인할 수 있는 팩트였다.
내가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에 폴이 말을 이어갔다.
“한국 무대에서는 드물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얼마든지 만날 수 있는 유형입니다. 이 공에 홈런을 치지 못한다면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기는 어려울 테고요.”
“지금까지 나타난 데이터로는 그 분석도 맞지만, 문제는 표본이 너무 적다는 겁니다. 이것만 가지고 패스트볼에 약점이 있다고 말하기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요?”
지금 한국에서 155km/h 이상의 패스트볼을 던질 수 있는 투수는 한국 무대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소수였다.
그렇기 때문에 박성주가 아주 빠른 패스트볼에 약한 건지, 유독 그 투수들을 상대로 약한 모습을 보인 건지를 구분하기는 무리였다.
“Park이 1루 수비도 할 수 있나요?”
“주 포지션이 3루이기는 한데, 1루 수비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평소에도 꾸준하게 준비하고 있거든요.”
박성주는 수비 훈련을 할 때 틈틈이 1루 수비 훈련도 빼놓지 않고 하고 있었다.
혹시 필요한 상황이 되었을 때 잠시 포지션을 옮기기 위함이었는데, 하지만 1군에 자리를 잡고 난 이후에는 정식 경기에서 1루수로 자리를 옮긴 적은 없었다.
폴이 무언가 메모한 다음에 대화를 이어갔다.
“이제 마지막으로 Oh에 대해서 몇 가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드디어 나왔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이야기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모두가 다 아는 내용이지만 지난 시즌 마지막에 부상을 당하기도 했고, 이번 시즌에는 도루 시도가 확연하게 줄어들었습니다. 앞으로 Oh의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는 보기 어려울 거라고 봐야 할까요?”
“네, 아무래도 이전처럼 적극적인 베이스러닝을 하지는 않게 될 겁니다. 지금 몸 상태는 최고지만, 경기를 하다가 무슨 상황이 벌어질지는 모르는 거니까요.”
“장타력을 갖추고 있으면서 발도 빠르다는 게 Oh의 가장 중요한 강점이었는데, 그건 기대하기 어려울 거라는 거군요?”
폴의 표정에서는 아쉬움이 짙게 느껴졌다.
“대신에 이번 시즌부터는 타격의 정확도와 장타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면서 월등하게 좋아졌습니다. 지난 시즌 데이터와 비교해 보시면 바로 아실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타격이 좋은 선수는 메이저리그에도 충분히 많은데요.”
“정말 그럴까요? 타율이 0.375에다 지금 페이스대로면 20홈런도 무난하게 넘길 수 있을 겁니다. 리그 최고의 타격 실력에 훌륭한 외야 수비는 물론이고 최고 수준의 송구 능력까지 갖춘 우익수가 그렇게 흔한가요?”
“음…….”
내 말에 반박할 부분은 없는지 폴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듣고만 있었다.
그리고 내가 꼭 해두고 싶었던 한 마디가 있었다.
“그리고 오석훈 선수를 영입했을 때 가져올 수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부분이 있죠. 오직 오석훈 선수이기 때문에 가능한 거기도 하고요.”
“그게 뭐죠?”
스티븐 폴이 궁금증 가득한 표정으로 되묻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이동했다.
그리고 다른 세 사람에게 이쪽으로 와보라는 손짓을 보냈다.
우리의 눈앞에는 버팔로즈 경기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마침 배트를 든 오석훈이 타석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관중석에는 오석훈을 향한 뜨거운 응원의 함성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나는 오석훈을 향한 응원을 들려주기 위해 잠시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와아아아-”
“오석훈! 오석훈! 오석훈!”
버팔로즈 팬들의 응원가 경기장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타격이 시작되며 응원 소리가 줄어들자 고개를 돌려 폴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석훈 선수를 영입하신다면 아마 여기 있는 관중들을 통째로 팬으로 만들 수 있을 겁니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선수거든요.”
나의 이야기를 들은 폴은 경기장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는 거기에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리고 하나 더한다면, 오석훈 선수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한국의 국민 구단이 될 겁니다. 우리나라 선수가 해외 무대에 진출한다면 버팔로즈 팬이 아니더라도 온 국민이 그 구단을 응원할 테니까요.”
야구 실력뿐만 아니라 아시아 마케팅을 위해서도 결코 손해 볼 일 없는 영입일 거라는 건 분명했다.
메이저리그 구단과의 첫 미팅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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