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46
246화>
뜨거운 감자 (1)
정규 시즌이 진행 중인 시기에도 우리 에이전시는 변함없이 분주했다.
그 이유는 국가대표팀 기술위원회 회의가 코앞으로 다가온 탓이었다.
기술 위원으로 추천을 받은 날부터 거의 모든 경기를 놓치지 않고 보며 분석했다.
이제까지 누적 데이터는 물론이고 어제 경기 데이터까지 업데이트해서 자료를 만들다 보니 마지막 날까지 정신없이 바쁠 수밖에 없었다.
내일 있을 회의를 통해서 국가대표 예비 엔트리를 발표하게 됐다.
말 그대로 예비 엔트리였기 때문에 최종 엔트리를 결정하는 것보다 부담이 적은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번 회의가 최종 엔트리를 결정하는 첫 단계였기에,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선수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는 점에서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우리는 처음 계획했던 대로 누구나 예상할 만한 리그의 에이스급 선수들을 체크하는 것은 기본이고, 주전은 아니더라도 알짜배기 활약을 펼칠 수 있을 만한 흙 속의 진주를 찾는 데 집중했다.
그중에는 우리 에이전시의 소속 선수도 포함되어 있었다.
우선 나준호, 고지훈, 소영준, 오석훈, 박성주, 최정환, 장수영을 선발하는 데 있어서는 아마 이견의 여지가 없을 게 분명했다.
각 포지션에서 이 선수들보다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는 없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었으니까.
대표팀에 선발되는 건 물론이고 주요 선수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할 이유가 없는 선수들이었다.
거기에 더해 주전은 아니더라도 팀에 필요한 선수들을 추려봤다.
조건에 맞는 선수들 중에서 우리 에이전시 선수는 한교진과 서성민이 있었다.
각자가 가진 확실한 강점이 국가대표팀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추천 명단에 포함했다.
일단 한교진.
아마 이번 대표팀 주전 포수로는 더블즈의 양희찬이 선발될 가능성이 높았다.
단기전일수록 수비가 중요하기 때문에,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다면 거의 모든 경기에서 양희찬이 선발 포수 마스크를 쓰게 될 거라는 건 분명했다.
하지만 모든 경기를 주전 포수가 소화할 수는 없었다.
혹시 부진하거나 부상을 당하는 변수에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
이와 동시에 서브 포수는 종종 교체 출전하며 주전 포수가 체력을 보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아줘야 했다.
다만 아무리 여유 있는 상황에서 출전한다고 해도 확실한 승리를 위해서는 포수로서 경기 운영과 수비 능력이 밑바탕 되어야 했다.
그런 점에서도 한교진은 서브 포수로서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서 리그에서 손꼽힐 만한 타격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요소였다.
국내 포수들 중에서 공격력은 최고라고 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좋았기 때문에 확실한 강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포수로 출전하지 않더라도 경기 후반에 투입되는 대타 역할만으로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선수였다.
그리고 서성민.
서성민의 강점은 스위치타자에다 멀티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상대 투수의 유형에 따라서 타석을 옮겨가며 공격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대타 활용도가 높았다.
그리고 2루수와 1루수, 좌익수를 커버할 수 있다는 점도 상당한 강점이었다.
국가대표팀 경기는 단기전으로 펼쳐지기 때문에 경기 상황에 맞춰 다양한 전술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했다.
그렇다 보니 경기를 잘 풀어가기 위해서는 여러 포지션을 소화해 줄 수 있는 선수가 필요했다.
게다가 타격에서도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서 떨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으니 더할 나위가 없었다.
심심치 않게 때려주는 홈런뿐만 아니라 높은 타점 생산 능력을 보면 중요한 상황에서 해결해 주는 능력은 높은 점수를 받을 만했다.
솔직하게 이번 대회에서 서성민이 주전으로 경기를 뛴다는 건 어렵겠지만, 라인업에 그와 같은 선수가 한 명쯤은 있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정민우를 추천 선수에 포함시키는 것도 고민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투수 파트에서 다른 선수들보다 나은 경쟁력을 보여주기는 무리라는 판단을 내렸다.
연패를 끊은 이후로 자신감이 생겼는지 5경기에서 2승을 거두는 동안 평균자책점 3.50을 기록하며 이전과는 다른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평균 5이닝을 소화하기도 하면서 재규어즈의 5선발 걱정을 해결해 주었으니 더할 나위 없는 활약이었다.
하지만 국가대표팀 투수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기에는 다른 투수들과 비교해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냉정한 현실이었다.
국가를 대표할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아무리 우리 에이전시 선수라고 해도 무리한 제안을 하는 건 에이전시로서도 선수에게도 좋을 게 없었다.
괜히 국가대표팀 선발과 관련해서 이름이 오르내리며 팬들의 비난을 받기라도 한다면 정민우의 멘탈이 다시 흔들리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었다.
“후- 이제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된 것 같네요.”
“우리 선수들이 많이 포함될 수 있으면 좋겠네. 근데 솔직히 뽑을 수밖에 없을 것 같기도 하고.”
정인규가 표정에서 뿌듯함을 숨기지 못했다.
“우리 선수들 정도면 예비 엔트리 정도는 무리 없이 포함되지 않을까요?”
이주혁의 표정에서도 기대감이 가득 느껴졌다.
“그렇죠. 우리 선수들을 안 뽑으면 누굴 뽑겠어요.”
내 입꼬리도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말 그대로 아직 예비 엔트리이긴 해도, 선수들한테는 이름이 올라가는 게 상당히 동기부여가 되겠죠?”
정인규가 나에게로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아무래도 그렇겠죠.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를 뛸 수 있는 선수로 거론이 됐다는 것만으로도 인정받은 거니까.”
“후……. 내가 다 떨리네. 선발 선수 발표하는 날에 선수들하고 다 같이 보면 재밌겠다.”
“그때는 한번 다 같이 모여봐야지.”
도널드 왓슨과 마이클 스콧이 미국 대표팀에 선발될 것인지도 우리에게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 중 하나였다.
“그나저나 민우 선배가 조금 아쉽네. 연패만 아니었어도 예비 엔트리 정도는 추천해 볼 만했을 텐데.”
“국제 대회가 이번에만 있는 건 아니니까. 이렇게 해가다 보면 머지않아서 뽑히는 날이 오겠지.”
“다음 번 대회 때는 우진이도 뽑힐 수 있겠지? 프로에 가서 적응만 잘하면 충분히 문제없을 것 같은데.”
말하는 내내 정인규의 눈빛이 반짝였다.
“이러다 우리 에이전시 선수들이 다 국가대표로 뛰고 있겠네.”
나 또한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 * *
다음 날 아침.
나는 이른 시간에 숙소를 나섰다.
차로 1시간쯤 달리자 야구 협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찾은 곳이라 반가우면서도, 오늘 회의의 무게감이 느껴지며 긴장되기도 했다.
일찍 도착한 덕분에 천천히 야구 협회의 이곳저곳을 둘러볼 수 있었다.
이곳을 찾았을 때는 항상 분주하게 움직여야 하는 일들이었기 때문에 이런 여유를 가져본 적은 없었다.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라갔다.
5층 벽면에는 프로 10개 구단의 소개를 시작으로 야구 협회에서 하고 있는 사업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천천히 걸어가며 읽어가고 있는데,
“어, 강현우 대표님 아니세요?”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익숙한 얼굴이었다.
“본부장님, 오랜만입니다.”
바로 문종민 MBS 본부장이었다.
시상식을 포함해서 야구계 행사가 있을 때마다 오고 가며 얼굴을 봤던 덕분에 낯설지 않았다.
“강 대표님, 오늘 기술 위원회 회의 때문에 오신 거죠?”
“역시 본부장님이라 다 알고 계시네요.”
“그게 아니더라도 강 대표님 정도의 인물이 움직이시는 거라면 당연히 파악하고 있어야죠.”
“별말씀을요. 과찬이십니다.”
농담으로 한 말이 아닌 것 같아서 민망함이 더 크게 느껴졌다.
“요즘 드림 에이전시 선수들이 정말 잘하고 있어서 소속 선수들이 많이 선발될 것 같던데요?”
“그렇게만 된다면 에이전시로서도 정말 영광이죠.”
“안 그래도 강 대표님을 조만간 찾아뵈려고 했는데, 이렇게 만난 김에 제안 하나 해도 될까요?”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제안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죠.”
나는 문종민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지난번에도 말씀을 드린 적이 있는데, 이번에 국제 대회에서 저희 MBS 특별 해설을 맡아주실 수 있을까요?”
“아, 해설이요?”
지난번 시상식에서도 지나가듯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지.
“우리나라 경기가 있을 때 해설을 맡아주시면 어떨까요? 드림 에이전시 선수들이 많이 출전할 테니까, 선수들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시면 시청자들도 많이 좋아하실 것 같은데요.”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 저희 SNS에서 라이브 방송으로 하는 거랑은 차원이 다를 것 같아서요.”
아무리 우리 에이전시 SNS를 구독하고 라이브 방송을 시청하는 팬들이 많다고 해도, 공중파 방송이 주는 압박감은 뭔가 다를 것 같았다.
SNS는 편안하게 농담도 하고 반말도 섞어가며 진행했는데, 공중파 방송에서는 그런 행동을 할 수 없을 테니까…….
“저희 캐스터와 해설자가 옆에서 잘 도와드릴 거니까 부담 갖지 않으셔도 됩니다. 강 대표님께서는 사이사이에 선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편안하게 해주시기만 하게끔 확실하게 준비해두겠습니다.”
“그렇게까지 지원해 주신다면 저야 당연히 거절할 이유가 없죠.”
“하하하, 강 대표님이 함께해 주시니 대박 날 것 같은데요? 그럼 저희 쪽에서도 문제없이 준비해두겠습니다. 혹시라도 궁금하시거나 필요한 부분 있으시면 언제든지 저한테 연락 주시고요.”
내가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것이 만족스러운지, 올라간 문종민의 입꼬리가 내려올 줄을 몰랐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출연료는 충분히 주실 거죠?”
“하하, 물론이죠. 제가 직접 초청했는데 섭섭하게 대우해 드릴 수는 없죠.”
“감사합니다. 그럼 조만간 다시 뵙겠습니다.”
나는 문종민과 밝은 미소와 함께 인사를 나누며 만남을 마무리했다.
* * *
어느덧 기술위원회 회의가 시작할 시간이 되었다.
이제 나는 회의가 진행될 회의실로 들어왔다.
좌석마다 참석자의 이름이 적힌 명패가 놓여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 내 이름이 적힌 명패를 찾을 수 있었다.
드림에이전시 대표 강현우.
이런 곳에서 놓인 내 이름을 보니 새삼 기분이 새로웠다.
나는 자리에 앉아 가져온 자료를 꺼냈다.
다시 한번 확인하며 놓친 부분은 없는지 읽어 내려갔다.
이미 닳고 닳을 정도로 확인했던 내용이라 눈에 띄는 점은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기술위원들이 하나둘 회의장으로 들어왔다.
나는 앞으로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될 기술위원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오늘 처음 만나는 한 명의 위원을 제외하고, 대부분 야구계의 대선배들이었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편안하게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술위원장이 들어오며 회의실의 문이 닫혔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회의가 시작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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