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51
251화>
최고의 승부 (3)
8회 초.
전광판의 스코어는 여전히 0:0에서 바뀌지 않았다.
두 팀 모두 안타도 0개, 에러도 0개, 볼넷도 0개.
퍼펙트라는 단어가 딱 맞는 경기였다.
이번 이닝에도 버팔로즈의 마운드는 변함없이 고지훈이 올라왔다.
-결국 이렇게 8회까지 왔습니다. 7이닝이 정말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습니다.
-시원시원하게 홈런이 터지는 경기도 재밌지만 오늘처럼 완벽한 투수전도 정말 재밌어요. 게다가 지금까지 두 팀 모두 한 치의 실수도 없으니까요. 오늘 정말 대기록이 세워지는 건 아닐지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고지훈 선수의 투구 수가 86개거든요. 슬슬 지칠 수도 있는 타이밍일 것 같아요. 게다가 오늘 경기는 긴장감이 높았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질 것 같기도 한데요.
-아무래도 그럴 겁니다. 실투가 나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거예요.
이번 이닝 재규어즈의 첫 번째 타자는 4번 타자 한교진이었다.
지난 두 번의 타석에서 모두 안타를 치지 못했기 때문인지 한교진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반짝였다.
하지만,
후웅-
“스트라이크!”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배트를 돌려봐도 구석을 완벽하게 찌르며 들어오는 공에 좋은 타격을 하기는 어려웠다.
펑!
“스트라이크!”
그렇다고 그냥 기다린다고 해서 승부가 달라지는 건 아니었다.
0 볼 2 스트라이크.
마음이 급해진 상황에서 마주한 날카로운 변화구에는 속지 않기가 더 어려웠다.
후웅-
“스트라이크 아웃!”
세 타석에서 모두 안타를 기록하지 못한 한교진은 아쉬움에 바로 더그아웃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이어지는 5번 타자 도널드 왓슨.
이번에도 고지훈은 변화구 위주로 승부를 끌어갔다.
몸쪽으로 파고드는 체인지업과 점점 멀어지는 슬라이더에 왓슨은 제대로 된 스윙을 하지 못했다.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한 고지훈의 승부구는 의외로 패스트볼이었다.
연달아 이어졌던 변화구에 타이밍을 맞추고 있던 왓슨이 예상하지 못한 공이었다.
후웅-
“스트라이크 아웃!”
왓슨은 완벽하게 패배했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운지 배트를 바닥에 내리치며 스스로를 자책했다.
이번 이닝에도 어렵지 않게 2 아웃을 만들었다.
이제 6번 타자 서성민.
고지훈은 바깥쪽에서 가운데로 파고드는 아웃코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으로 카운트를 잡아보려고 했는데,
펑!
“볼!”
펑!
“볼!”
원하는 대로 제구가 되지 않으며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지 못했다.
고지훈과 포수는 전략을 바꿔 패스트볼을 선택했다.
펑!
“스트라이크!”
펑!
“스트라이크!”
2 볼 2 스트라이크로 유리한 카운트를 만들자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리고 던진 결정구로 다시 선택한 체인지업.
‘헉!’
공을 놓자마자 고지훈의 입에서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생각과는 다르게 체인지업이 높은 코스로 날아가고 있었다.
판단을 마친 서성민이 배트를 힘껏 돌렸다.
따악!
배트로 공을 맞히는 순간 기분 좋은 손맛을 느꼈는지 서성민이 1루를 향해 천천히 달리며 쭉쭉 뻗어가는 타구를 바라봤다.
“와아아아-”
관중석의 재규어즈 팬들은 물론이고 더그아웃에 있던 재규어즈 선수들이 동시에 벌떡 일어났다.
타구는 오른쪽 펜스를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가고 있었다.
우익수 오석훈이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타구를 쫓아가 보지만,
타구는 아슬아슬하게 담장을 넘어갔다.
“홈런!”
1루심이 손가락을 돌리는 순간 경기장은 떠내려갈 것 같은 함성으로 뒤덮였다.
“와아아아아아-”
-여기서 정말 극적인 홈런이 터졌습니다! 서성민 선수가 8회에 오늘 경기에서 첫 안타와 첫 득점을 기록합니다!
타구가 확실하게 넘어갔음을 확인한 서성민이 주먹을 불끈 쥐며 오른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와아아아-”
“서성민! 서성민! 서성민!”
재규어즈 관중석과 더그아웃에서 열광적인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이를 지켜보던 스콧은 애써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며 다음 등판을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반면, 고지훈은 두 손으로 무릎을 짚으며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마운드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서성민이 내야 베이스를 포함해서 홈 베이스까지 밟고 들어오자 전광판에는 드디어 0의 행진이 마무리됐다.
-한교진 선수와 도널드 왓슨 선수까지 잘 넘어갔는데 마지막 서성민 선수를 넘어가지 못하네요.
-고지훈 선수가 95구를 던지는 동안 던진 실투가 딱 하나였거든요. 실투 하나가 상황을 이렇게까지 바꿔놓았습니다.
퍼펙트 기록이 깨지자 버팔로즈 투수 코치가 주심에게서 공을 받아 마운드로 걸어왔다.
투수 코치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고지훈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
-고지훈 선수가 7.2이닝 1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갑니다. 정말 멋진 피칭을 보여줬어요.
-마이클 스콧 선수와의 대결이 아니었다면 충분히 승리 투수가 되고도 남았을 정도로 훌륭한 피칭이었습니다.
버팔로즈 팬들은 마운드를 내려오는 고지훈을 향해 응원을 보냈다.
“고지훈! 고지훈! 고지훈!”
반대편의 재규어즈 관중석에서도 손뼉을 치며 멋진 경기를 보여준 상대 투수를 향해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다.
마운드에 오른 버팔로즈의 새로운 투수는 남은 아웃 카운트 하나를 잡아내며 추가 실점을 막아내는 데는 성공했다.
8회 말.
서성민이 뽑아준 1점이 도움이 되었는지 마이클 스콧은 더욱 힘을 내어 공을 던졌다.
박성주를 상대로 높은 패스트볼과 아래로 뚝 떨어지는 스플리터를 섞어 삼진 아웃을 잡아낸 것을 시작으로,
후웅-
“스트라이크 아웃!”
후웅-
“스트라이크 아웃!”
이어지는 두 타자와의 승부에서도 헛스윙을 이끌어내며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8회까지 스콧의 퍼펙트는 이어졌다.
9회 초 재규어즈의 정규 이닝 마지막 공격.
버팔로즈는 마무리 투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버팔로즈도 호락호락하게 경기를 내줄 생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지고 있는 상황에서 마무리 투수를 등판하는 강수를 두네요.
-아무래도 1점 차니까요. 야구에서 1점 리드는 절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죠. 주자가 한 명이라도 출루해도 분위기는 달라질 겁니다.
펑!
펑!
버팔로즈의 마무리 투수는 150km/h에 육박하는 공을 시원시원하게 던졌다.
틱!
틱!
한 점이라도 더 뽑아낸다면 마지막 수비에서 여유 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재규어즈 타자들은 끈질기게 승부를 했다.
하지만 직전까지 완전히 다른 유형의 투수인 고지훈을 상대했던 재규어즈 타자들이 갑자기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다.
펑!
“스트라이크 아웃!”
후웅-
“스트라이크 아웃!”
결국 재규어즈가 추가 점수를 뽑아내지 못하고 마지막 공격을 마무리했다.
이제 드디어 9회 말.
스코어는 여전히 1:0.
마지막 이닝을 마무리하기 위해 스콧이 마운드로 걸어 나왔다.
“와아아아아-”
“스콧! 스콧! 스콧!”
재규어즈 팬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스콧을 향해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다.
수비를 하기 위해 스콧과 함께 그라운드로 향하는 재규어즈 선수들의 눈빛에서는 결연함이 느껴졌다.
이번 시즌의 향방을 가르는 중요한 경기라는 점뿐만 아니라, 눈앞으로 다가온 대기록을 완성하겠다는 결연함이 느껴졌다.
-제 손에 땀이 쥐어지네요. 보는 것만으로도 정말 떨리는데 직접 공을 던지는 선수는 긴장이 더 많이 되겠죠?
-아무래도 지금 같은 상황에서 긴장을 안 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부담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몸에 맞는 볼이 나온다면 너무 아쉬우니까요.
-마이클 스콧 선수가 오늘 경기에서 프로야구의 새로운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을지 함께 지켜보시죠.
스콧은 깊은 심호흡을 몇 번 내쉬고는 피칭을 시작했다.
펑!
펑!
154km/h!
전광판에 찍히는 구속만 봐도 마지막 남은 힘까지 쏟아붓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펑!
“스트라이크 아웃!”
스콧은 9회에도 152km/h가 넘는 패스트볼로 상대 타자를 압도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버팔로즈 8번 타자와의 승부.
8번 타자는 초구부터 배트를 돌렸다.
딱!
맞는 순간 안타를 예감할 수 있을 만큼 좋은 타이밍이었다.
타구는 빠른 속도로 내야를 빠져나가려고 했다.
동시에 2루수 서성민이 팔을 쭉 뻗어 공이 지나갈 코스에 글러브를 갖다 댔다.
그렇게 글러브에 들어가는 듯했던 공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헉!”
다행인 건 공이 서성민의 바로 앞으로 떨어졌다는 점이었다.
서성민은 떨어진 공을 잡자마자 주저하지 않고 1루수를 향해 던졌다.
공은 타자 주자와 거의 비슷한 타이밍에 1루 베이스 도착했다.
경기장에 있는 모든 시선은 1루심을 향했다.
“아웃!”
-이야! 서성민 선수의 정말 좋은 수비가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빠져나갈 거라고 봤는데요. 서성민 선수가 공을 한 번 놓치고 당황했을 법도 했는데 침착하게 잘 마무리해 줬습니다.
스콧은 서성민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제 9회 말 2 아웃.
마지막 아웃 카운트 하나에 팀의 승리는 물론이고 퍼펙트게임 달성까지 달려 있는 상황이었다.
주심에게 타임아웃을 요청한 한교진이 마운드로 향했다.
그러고는 달려 나온 통역과 함께 스콧에게 다가갔다.
한교진은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해 스콧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잠시 시간을 보냈다.
-이제 정말 마지막 한 고비 남았습니다.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합니다만. 이왕 이렇게 된 거 대기록 한 번 세워줬으면 좋겠습니다.
스콧과 대화를 마친 한교진이 다시 홈 베이스로 돌아오고 난 다음에 경기가 다시 시작됐다.
재규어즈 팬들은 물론이고 버팔로즈 팬들마저도 숨을 죽이고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펑!
“볼!”
펑!
“볼!”
힘이 들어갔는지 스콧의 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났다.
그러자 한교진이 일어나 힘을 빼고 던지라는 제스처를 보냈다.
2 볼 0 스트라이크.
혹시라도 볼넷을 내준다면 퍼펙트게임은 무산되는 상황이었다.
반드시 스트라이크를 잡고 가야 하는 상황.
스콧은 여러 차례 깊은숨을 내쉬며 호흡을 골랐다.
그리고 드디어 세 번째 공이 스콧의 손을 떠났다.
패스트볼은 스트라이크 존 가운데로 향하고 있었다.
타자는 힘껏 배트를 돌렸다.
틱!
하지만 공에 힘이 가득 실려있었기 때문에 홈 베이스 근처에서 떠올랐다.
“플라이 볼!”
스콧이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공이 떴다는 신호를 보냈다.
“와아아아-”
경기장에 있는 모두가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벌떡 일어난 한교진이 포수 마스크를 집어던지고는 하늘에 떠 있는 공이 떨어질 지점을 향해 발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그리고,
펑!
글러브로 완전하게 공을 잡았다는 걸 확인한 한교진은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아웃!”
주심이 주먹을 들어 올리자 한교진이 마운드로 달려갔다.
이를 지켜보던 스콧도 하얀 이를 드러내며 두 손을 하늘로 뻗었다.
그라운드에 있던 재규어즈 선수들은 물론이고 더그아웃에 있던 선수들이 스콧에게로 달려갔다.
“와아아아아아-”
“스콧! 스콧! 스콧! 스콧! 스콧!”
재규어즈 팬들이 보낸 함성 소리는 이제까지 들어본 적 없을 정도로 엄청났다.
스콧에게 가장 먼저 안긴 선수는 포수 한교진이었다.
한교진은 두 손을 벌리고 기다리는 스콧을 향해 달려들었다.
곧이어 달려온 선수들이 스콧과 한교진에게 엉겨 붙으며 역사의 한 장면이 될 순간을 함께 즐겼다.
-드디어! 드디어!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퍼펙트게임이 완성됐습니다!
-이 과정을 함께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합니다. 퍼펙트게임을 완성한 스콧 선수는 물론이고요. 함께 경기를 펼친 고지훈 선수도 정말 멋진 모습 보여줬습니다.
몇몇 재규어즈 선수들이 스콧에게 음료수 세례를 퍼붓기 시작했다.
스콧은 눈을 감고 두 손을 옆으로 쭉 뻗으며 쏟아지는 음료수 폭포를 피하지 않았다.
온몸이 흠뻑 젖은 스콧의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퍼펙트게임 대박이다 ㅋㅋㅋ 오늘 경기 직관한 사람들이 위너다.
└고지훈에 마이클 스콧이라 재밌을 거라고 예상은 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래도 한교진 수비가 떨어진다고 할 수 있냐? 퍼펙트게임 만들어낸 포수인데.
└이제 그만 인정해야지. 오늘 이후로 재규어즈 주전 포수는 한교진이다.
└그리고 서성민이 한 방 때려준 것도 컸지. 거기에 9회 수비에서 못 막아줬으면 그냥 안타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