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52
252화>
신인 드래프트 (1)
프로야구 최초로 완성된 퍼펙트게임에서 마이클 스콧과 고지훈이 보여준 최고의 승부는 며칠이 지나도록 야구팬들에게 여운을 남겼다.
특히 퍼펙트게임의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고 재규어즈 선수들이 엉겨 붙는 영상은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의 우승을 결정한 순간보다 더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주목을 받았던 재규어즈와 버팔로즈의 3연전에서 재규어즈가 2승 1패를 거두며 위닝시리즈를 완성했다.
덕분에 1위 버팔로즈와 2위 재규어즈의 승차는 고작 0.5경기 차로 좁혀졌다.
아직 60경기나 남아 있는 데다 두 팀의 맞대결이 아직 남아있었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어느 팀이 우승을 차지하게 될지를 판단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이후로도 프로야구의 정규 시즌은 치열하게 진행되었다.
스콧이 대기록을 달성하며 분위기를 탄 재규어즈는 거침이 없었다.
투수진과 타자들의 조화가 어느 때보다 잘 이루어졌다.
투수들이 흔들리는 날에는 타자들이 시원한 타격을 보여줬고, 타자들이 부진하는 날에는 투수들이 역투를 펼쳤다.
덕분에 재규어즈와 만나는 팀들은 고통스러운 3연전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버팔로즈도 좋은 분위기에서 경기를 치렀지만, 재규어즈의 기세를 넘기는 무리였다.
결국 재규어즈가 버팔로즈를 밀어내고 1위를 차지하게 됐다.
하지만 게임차가 2게임 이상 벌어지지는 않고 있었기 때문에 우승까지는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있었다.
정규 시즌이 정신없이 진행되는 동안 얼마 전부터 우리 드림 에이전시에서 준비한 프로젝트가 코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프로팀에 입단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을 선수들을 위한 행사였다.
바로 트라이아웃.
야구협회에서 주관하는 트라이아웃 말고도 선수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 기회를 한 번이라도 더 만들어주고 싶은 생각 때문에 시작하게 됐다.
“주혁 씨, 경기장 예약은 잘됐나요?”
“네, 그날 경기장 전부 다 우리가 사용할 수 있게 해두었습니다.”
“프로 구단들에서도 답변이 왔나요?”
“아마 10개 구단에서 전부 참여할 겁니다. 다들 좋아하던데요.”
이주혁이 입가에 미소를 띠며 답했다.
모든 것은 프로 구단에 입단하기 위함이었기 때문에, 혹시라도 프로 구단에서 당장 영입하기를 원한다면 직접 연결해 줄 계획이었다.
“선수들이 많이 관심 가지고 지원해 주겠죠?”
“프로구단 관계자들 앞에서 경기를 할 수 있는 것도 모자라서 테스트 통과하면 훈련하는 것까지 지원해 준다고 하는데 안 할 이유가 없죠. 저도 하고 싶어질 정도인데요. 게다가 이제 우리 드림 에이전시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회사이기도 하잖아요.”
“선수들한테 그렇게 느껴지기만 하면 더 바랄 게 없겠네요.”
프로 입단이 가능하다고 판단되거나 절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선수들에게는 우리 에이전시 차원에서 훈련을 지원해 줄 계획이었다.
물론 전액 무료로 말이다.
대신에 진행되는 모든 과정을 촬영해서 프로그램으로 만들 계획이었다.
여러 선수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은 것도 있었고, 프로 구단과 팬들이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갖게 만들게 하려는 것도 있었다.
이렇게 프로젝트를 크게 진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가 하려고 하는 일이 알려지자 기업에서 광고 요청이 쇄도한 덕분이었다.
단순히 광고 수입뿐만 아니라 야구용품과 식사, 음료수 협찬까지 받을 수 있었다.
덕분에 많은 돈이 필요한 프로젝트였음에도 경제적인 부분을 크게 걱정하지 않고 진행할 수 있었다.
“요즘에 정 코치님도 신나 보이시더라고요. 곧 새로운 선수들 만난다고. 그리고 예전에 가르쳤던 제자들한테도 테스트 보라고 연락하시던데요.”
“정말요? 정 코치도 진짜 일 중독이에요.”
정인규의 표정이 어떨지 머릿속에 그려지자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나저나 정 코치는 어디 갔어요?”
“지금 우진이가 훈련장 와 있거든요. 아마 훈련 도와주고 계실 거예요.”
대화를 마치자마자 나는 이주혁과 함께 훈련장으로 내려갔다.
* * *
어느덧 내년에 프로 구단에 입단할 선수를 뽑는 신인 드래프트가 며칠 뒤에 있을 예정이었다.
벌써 최우진이 드래프트에 참가할 날이 다가왔다는 게 새삼 놀랍게 느껴졌다.
그동안 최우진은 점점 발전하는 피칭을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지난겨울에 고지훈에게 전수받은 체인지업을 가다듬으며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었다.
실전 경기에서 활용하며 시행착오를 거치는 과정을 겪고 있었다.
확실한 점은 또래의 고교 선수들을 상대로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위력적인 구종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거기에 더해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이 143km/h에 최고 구속은 147km/h를 달성했다.
최우진이 매년 성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점점 위력을 더해가는 패스트볼과 구속 차이는 물론 떨어지는 각이 좋은 체인지업 그리고 날카롭게 꺾이는 슬라이더에 낙차 큰 커브까지.
고등학교 1학년 때 만난 이후로 2년 사이에 정말 좋은 투수로 성장해 있었다.
드래프트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야구 커뮤니티에서는 어떤 선수가 가장 먼저 지명을 받게 될지, 어떤 선수를 지명하는 게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한 의견들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었다.
└펠리컨즈는 이번에도 무난하게 150km/h 강속구 투수 하나 건져간다.
└매년 1번으로 지명하니까 그런 점은 좋네. 그 해 최고라고 하는 선수들은 그냥 고민 없이 데려가는 거 아냐.
└그럼 뭐 하냐. 팀은 매년 꼴등인데. 지명한 선수들의 잠재력만 보면 몇 번 우승하고도 남았어야 하는데.
└여전히 Top 3는 굳건할 거 같고. 문제는 4번 재규어즈인데. 과연 누구를 선택하게 될지.
└조광훈이면 99% 최우진 고른다. 조광훈 정도면 사실상 드림 에이전시 특수 관계자라고 봐야지.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150km/h 던져줄 수 있는 선수를 놔두고 다른 선수는 뽑는 건 오버 아닌가.
└투수한테 구속보다는 제구력이 중요한 건 맞지만 당장 150km/h 넘게 던질 수 있다는 건 얘기가 다르긴 하다. 일단 뽑아 놓고 부족한 부분 훈련시키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데.
└맞지. 당장 부족하다고 지명 안 했다가 혹시라도 다른 팀에서 잠재력 터트리면 스카우트 팀은 평생 욕먹을 텐데.
└그렇게 평생 부족한 부분 못 고치고 은퇴하는 선수가 한둘이 아니다. 차라리 확실한 선수를 뽑고 가는 게 나아. 최우진 하는 거 봐라, 당장 내년부터 즉시 전력감이다.
훈련장으로 내려가 보니 정인규와 훈련 중인 최우진을 볼 수 있었다.
최우진은 내일 경기에서 선발 등판이 예정되어 있었다.
아마 이번 등판이 드래프트를 앞둔 마지막 경기가 될 확률이 아주 높았다.
스트레칭을 마친 최우진이 불펜 피칭을 시작했다.
펑!
“공 좋다!”
이를 지켜보던 정인규가 목소리를 높여 외치며 최우진의 기를 살려주었다.
펑!
역시나 최우진이 던진 패스트볼은 스트라이크 존 구석구석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그리고 이제 슬라이더.
펑!
“나이스 볼!”
펑!
슬라이더는 왼손 타자가 도저히 건드리기 어려워 보일 정도로 날카롭게 휘어졌다.
낙차 큰 커브에 이어 이제 체인지업.
펑!
“진짜 완벽하다!”
펑!
정인규가 손뼉을 치며 환호성을 내뱉었다.
체인지업을 타석에서 보면 그게 과장된 것이 아니라는 걸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패스트볼과 완전히 똑같은 자세로 던지는 데다, 회전이 걸리며 구속이 줄어드는 동시에 오른손 타자에게서 먼 쪽으로 떨어지는 코스의 공.
지난 전지훈련 때도 봤듯이 리그에서 최고라고 평가받는 프로선수들도 적응하기 어려워했던 공이었다.
“오케이, 오늘은 여기까지!”
정해진 투구 수를 마치자 정인규가 손뼉을 치며 최우진에게 다가갔다.
“코치님 공 괜찮았어요?”
“정말 완벽했어. 이대로면 석훈이가 와도 못 칠 거 같은데.”
“와, 정말요?”
정인규의 극찬에 최우진의 입꼬리는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는 손뼉을 치며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정말 멋지다.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시원하네.”
“대표님,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아서 떨려요.”
최우진이 나에게 안기며 말했다.
“우진아, 걱정하지 마. 네가 이번에 지명 못 받을 확률은 0이라고 봐도 되니까.”
“그것도 그런데 어느 팀으로 가게 될지도 궁금해요. 일단 1번은 아닐 것 같긴 한데…….”
최우진의 표정에서는 아쉬움과 함께 펠리컨즈로 갈 가능성은 없다는 안도감도 함께 느껴졌다.
“지금도 버팔로즈로 가고 싶지?”
“그러면 좋긴 하죠. 지훈 선배님도 있고, 우리 에이전시 선배들도 많잖아요.”
“부모님은 뭐라고 하셔?”
“아빠는 당연히 재규어즈로 가라고 하시죠. 근데 그게 제 마음대로 되나요. 구단에서 뽑아줘야 하는 건데.”
최우진의 아버지가 재규어즈 팬이었으니 아들이 지명받기를 바라는 것도 이상할 게 없었다.
“우진이 드래프트 끝나면 선배들 모아서 파티해야겠다. 정 코치님 괜찮죠?”
나는 정인규에게로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분명히 좋은 결과 얻을 테니까 당연히 그래야죠.”
정인규가 흐뭇한 미소로 최우진을 보며 답했다.
“후- 과연 어떤 선배랑 같이 뛰게 될까요? 설마 우리 에이전시 선배가 한 명도 없는 팀으로 가지는 않겠죠?”
최우진이 갑자기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에이…… 설마. 그럴 확률은 50%밖에 안 돼.”
말하고 보니 생각보다 높은 확률이긴 하네.
“제가 할 수 있는 건 없으니까 저는 일단 마지막 등판만 생각할게요.”
“그래, 좋은 결과 있을 거야.”
나는 최우진의 어깨를 주물러 줬다.
* * *
드디어 드래프트를 앞둔 최우진의 마지막 선발 등판.
나는 일찍부터 서둘러서 경기장으로 향했다.
경기가 시작하려면 아직 많이 남았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더 일찍 숙소를 나섰다.
드래프트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최우진을 지명할지 말지를 결정하지 못한 프로구단 스카우트 팀에서 궁금해할 만한 것이 많을게 분명했다.
혹시 그런 관계자와 만나게 된다면 내가 아는 모든 정보를 제공해 줄 생각이었다.
나는 경기장에 도착해서 곧장 관중석 1층으로 향했다.
아직 경기가 시작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은 상황이라 그런지 돌아다니는 사람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나는 프로구단 스카우터들이 앉을 좌석에서 멀지 않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다른 관계자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읽기 위해 준비해온 최우진과 관련한 자료를 꺼내 들었다.
내가 자료를 확인하고 있는 사이,
일찍 경기장을 찾은 부모로 보이는 관중들이 좌석을 하나둘 채우고 있었다.
도착한 프로구단의 스카우터들이 장비를 세팅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직접 보지 않아도 누구인지 알 것만 같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강 대표!”
고개를 돌려보니 역시나 예상했던 그 사람이었다.
나는 반가운 미소를 지으며 그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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