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53
253화>
신인 드래프트 (2)
나에게 다급하게 다가오고 있는 사람은 바로 조광훈 재규어즈 단장이었다.
“단장님, 여기서도 이렇게 뵙네요.”
나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조광훈에게 인사했다.
여유 있게 인사를 건넨 나와는 달리 조광훈에게서는 다급함이 느껴졌다.
“강 대표, 나랑 잠깐 얘기 좀 하지.”
조광훈은 다급하게 나를 데리고 어디론가 향했다.
-최우진에 긍정적이지만 1라운드에서 지명하는 게 최선일지 마지막까지 고민할 계획이다.
-마이클 스콧과 같은 유형의 파이어볼러 투수를 영입하고 싶다.
조광훈이 나를 데려간 곳은 지나다니는 사람 하나 없는 조용한 곳이었다.
그럼에도 혹시나 엿듣는 사람이 있을까 봐 불안한지 조광훈은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주변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강 대표, 하나만 물어보려고.”
“우진이 얘기죠?”
“어, 어. 맞아.”
내가 바로 알아채자 조광훈이 말을 더듬으며 답했다.
“우진이가 좋은 선수라는 걸 모르실 리는 없을 거고. 그럼 지금 어떤 선수랑 고민하고 계신 데요.”
“박유철.”
역시나 150km/h를 넘게 던질 수 있는 투수였다.
이번 드래프트의 Top 3로 꼽히지는 못했지만, 충분히 1라운드 지명이 가능할 거라고 평가받고 있는 선수였다.
그리고 오늘 최우진과 선발 투수로 맞대결을 펼칠 선수이기도 했다.
“음…….”
“마이클 스콧을 보니까 역시나 파이어볼러가 매력 있더라고. 공 던지는 거 보면 시원시원하잖아. 제구가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도 하고.”
“단장님, 제구력에 경기 운영만 봐도 우진이가 더 잘하고 있잖아요. 경기 보셨으면 바로 느껴지실 텐데요. 게다가 왼손 투수이기도 하고요.”
당장 지표로 드러나는 성적만 봐도 최우진이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긴 한데. 고등학생 때부터 150km/h를 던질 수 있다는 게 그냥 평범한 재능은 아니잖아.”
“윤석이 형이랑 얼마 전에 이야기를 나눴는데. 전달받으셨어요?”
지난번에 여기서 만났던 재규어즈 스카우트인 황윤석이 분명히 나랑 나눴던 말을 전달했을 것 같은데.
“데이터는 충분히 확인했지. 그런데 우리 스카우트 팀 내부에서도 지금 반반이야. 정말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을 정도로 팽팽해.”
“단장님은 어느 쪽이신데요?”
“나도 최우진이 탐나긴 해. 근데 당장 눈앞에 150km/h를 넘게 던지는 투수가 있는데 그걸 건너뛰는 게 맞나 싶은 거지. 혹시라도 다른 팀에서 약점을 보완해서 잠재력 터트리면 치명적이니까. 아무래도 1라운드에서 지명하는 건 안정적일 필요가 있어.”
“재규어즈에서 건너뛰면 아무리 늦어도 버팔로즈에서 지명할 것 같은데요. 다시 재규어즈 차례까지 돌아올 가능성은 없어요.”
여섯 번째로 지명하는 버팔로즈가 아니더라도 다섯 번째인 바이킹스가 최우진을 선택할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
하지만 우리 에이전시에 바이킹스 소속 선수는 없으니 최우진이 가장 원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후-”
조광훈이 복잡한 머릿속을 드러내듯 깊은숨을 내쉬었다.
“단장님, 우진이는 저희 에이전시에서 2년 동안 같이 훈련한 선수예요. 지난 2년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잘 알고 계시죠?”
“그거야 잘 알지.”
“그럼 무서운 이야기 하나 해드릴까요?”
“무, 무서운…… 이야기?”
조광훈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나를 바라봤다.
“우진이가 저희 드림 에이전시에 와서 같이 한 시간이 고작 2년밖에 안 됐다는 거예요.”
나는 손가락 두 개를 펼치며 말했다.
“그 말은……?”
“여기서 앞으로 몇 년이 더 지나면 우진이한테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그건 단장님 상상에 맡길게요.”
나는 입을 다물지 못하는 조광훈을 향해 그냥 옅은 미소만 지어 보였다.
* * *
-이제 내년에 프로 무대를 밟게 될 신인 선수를 뽑는 드래프트가 정말 눈앞으로 다가왔는데요. 마침 1라운드 지명이 유력한 최우진, 박유철 두 선수가 맞대결을 펼치게 됐습니다.
-아마 두 선수가 모두 1라운드 지명을 받을 거라는 건 기정사실인 것 같고요. 과연 어느 팀의 지명을 받느냐만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봐도 문제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두 선수가 어느 팀의 유니폼을 입게 될까요?
-많은 분들이 예상하고 계신 것처럼 4번, 5번으로 지명받을 가능성이 높을 것 같은데요. 재규어즈가 먼저 지명을 하고 다음이 바이킹스죠. 두 선수 모두 좋은 선수입니다만, 아무래도 파이어볼러가 주는 매력이 있는 건 사실이거든요. 그렇게 본다면 아무래도 박유철 선수가 재규어즈, 최우진 선수가 바이킹스로 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특히 재규어즈 스카우트 팀에서 오늘 경기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을 것 같은데요. 오늘 결과에 따라서 생각이 바뀔 수도 있을까요?
-전혀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죠. 마침 지명을 코앞에 두고 경쟁자와 맞대결을 펼치는 경기다 보니 두 투수가 중요한 경기에서 어떤 경기력을 보여주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오늘 경기가 두 선수에게는 중요한 쇼케이스 무대가 될 것 같네요.
수천고가 원정팀 자격이었기 때문에 상대 팀인 박유철이 먼저 마운드에 올랐다.
박유철이 연습 투구를 시작하자 스카우트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펑!
148km/h!
펑!
150km/h!
펑!
151km/h!
박유철은 당장 프로 투수들과 비교하더라도 크게 밀리지 않는 구속을 보여줬다.
자신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패스트볼을 시작으로 슬라이더와 커브를 차례로 테스트했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의 공은 체인지업으로 마무리했다.
그의 연습 피칭이 끝나자 수천고 1번 타자가 타석으로 다가왔다.
“플레이 볼!”
심판의 콜과 함께 박유철의 피칭이 시작됐다.
펑!
150km/h!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패스트볼로 승부를 시작했다.
후웅-
151km/h!
-보기만 해도 시원시원합니다. 역시 파이어볼러의 피칭은 우리 가슴을 두근두근하게 만들죠?
-그냥 포수 미트만 보고 던져도 충분하니까요. 게다가 150km/h대 패스트볼을 누구나 던질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 자체만으로도 흥분할 수밖에 없습니다.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이 가진 강점은 부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강속구가 힘을 얻기 위해서는 전제되어야 하는 점이 하나 있었다.
펑!
“볼!”
펑!
“볼!”
바로 언제든지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제구력.
정교하게 구석을 파고드는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중요한 상황에서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는 능력은 반드시 갖추고 있어야 했다.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는 자신이 가진 강점을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펑!
“볼!”
펑!
“볼넷!”
결국 스트라이크 두 개를 먼저 잡고도 첫 타자에게 볼넷으로 출루를 허용했다.
이어지는 2번 타자와의 승부.
박유철은 등 뒤에 있는 1루 주자를 견제하며 와인드업을 시작했다.
펑!
“볼!”
포수가 미트를 대고 있는 곳과는 거리가 있는 코스로 공이 날아갔다.
그리고 이어진 두 번째 공.
이번에도 포수와 사인을 교환한 것과는 다른 코스로 향했다.
펑!
“스트라이크!”
반대 투구가 됐음에도 일단 스트라이크를 잡는 데는 성공했다.
1 볼 1 스트라이크.
1루 주자가 끊임없이 당장이라도 뛸 것처럼 움직였던 탓에 박유철이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포수와 사인을 교환한 대로 공을 던지기는 어려웠다.
박유철이 던진 공은 스트라이크 존 가운데로 향하고 있었다.
타격하기 좋은 코스라고 판단한 타자가 배트를 돌리기 시작했다.
틱!
좋은 타이밍에 공을 맞혔지만 구위를 이겨내지 못한 탓에 타구가 떠오르며 멀리 뻗어가지 못했다.
“아웃!”
몸을 돌려 달리며 빠르게 낙구 지점을 판단한 2루수가 공을 잡아냈다.
1 아웃.
첫 타자를 아웃 시키고 난 후에는 조금 안정을 찾았는지, 출루를 허용하지 않고 이닝을 마무리했다.
이제 1회 말로 이어졌다.
마운드로 향하고 있는 투수는 최우진이었다.
이번에도 스카우터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펑!
펑!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를 본 직후라서 최우진의 패스트볼이 느린 것처럼 느껴지는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144km/h!
145km/h!
최우진의 구속은 이전보다 확실히 더 빨라졌다.
거기에 날카로운 슬라이더, 낙차 큰 커브 그리고 타자의 타이밍을 완전히 뺏을 수 있는 체인지업까지.
골고루 테스트하며 연습을 마무리했다.
상대 1번 타자가 타석에서 자리를 잡자 심판이 콜을 외쳤다.
“플레이 볼!”
최우진은 포수의 사인을 확인하자마자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피칭을 시작했다.
펑!
“스트라이크!”
현재 고교 투수 중에서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가장 높은 선수답게 역시나 스트라이크로 시작했다.
펑!
“스트라이크!”
방금 최우진이 던진 패스트볼의 구속은 각각 143km/h와 144km/h가 찍혔다.
각각 스트라이크 존에서 먼 쪽과 타자 몸쪽을 찔러 들어갔다.
0 볼 2 스트라이크.
볼 카운트가 불리해지자 타자의 표정에서는 긴장감이 읽혔다.
그사이 사인 교환을 마친 최우진이 와인드업을 시작했다.
최우진의 손을 떠난 공은 살짝 떠오르더니 급격하게 바닥으로 꺾였다.
최우진과 포수의 선택은 낙차 큰 커브였다.
바닥에 닿을 정도로 한참 아래로 떨어지는 코스였기 때문에, 좋은 타이밍에 스윙을 해도 배트에 맞출 수 없는 공이었다.
스윙을 하려던 상대 타자가 자신이 생각했는 공이 아니라는 걸 판단하고 배트를 멈추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배트가 완전히 돌아가는 것은 막았지만, 이미 배트 헤드가 절반을 넘어가 버린 다음이었다.
바닥에 닿은 공을 잘 잡은 수천고 포수가 허탈함을 숨기지 못하는 타자의 몸에 공을 갖다 대자 심판의 콜이 들렸다.
“스트라이크 아웃!”
-최우진 선수가 오늘 경기에서도 안정적인 제구력을 보여주네요.
-최우진 선수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는 그냥 기본이라고 봐야죠. 80%가 넘으니까요.
다음 타자와의 승부에서도 최우진의 자신감이 느껴졌다.
펑!
“스트라이크!”
후웅-
“스트라이크!”
후웅-
“스트라이크 아웃!”
2번 타자를 상대로도 완벽한 피칭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어진 3번 타자도 최우진의 자신감 있는 피칭을 이기기는 어려웠다.
후웅-
“스트라이크 아웃!”
-최우진 선수가 1회에 만난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웁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요, 세 개의 삼진을 잡는 과정이 모두 다 다르다는 거예요. 각각 다른 레퍼토리로 승부를 펼쳤어요.
-상대 타자들 입장에서는 정말 머리가 복잡하겠는데요?
-그렇죠. 모든 구종을 원하는 대로 던질 수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도대체 무슨 공으로 승부를 해올지 예상한다는 게 정말 어려울 것 같습니다.
“나이스!”
글러브로 손뼉을 친 최우진은 불끈 쥔 주먹을 들어 올리며 짜릿함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무실점으로 1회를 마무리한 박유철과 최우진의 승부는 2회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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