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54
254화>
신인 드래프트 (3)
2회 초.
수천고의 공격으로 경기가 이어졌다.
다시 마운드에 오른 박유철이 피칭을 시작했다.
최우진의 호투에 자극을 받았는지 1회보다 더 힘을 줘서 던지는 것 같았다.
펑!
152Km/h!
펑!
153Km/h!
아까보다 더 빠른 구속이 찍히는 것만 봐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펑!
“볼!”
그가 던진 공은 포수와의 사인과 다른 코스로 날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펑!
“스트라이크!”
우연히 운 좋게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는 경우도 있기는 했지만,
펑!
“볼!”
운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펑!
“볼넷!”
결국 이번 이닝에서도 첫 타자에게 볼넷으로 출루를 허용했다.
-박유철 선수의 제구가 오늘 유독 흔들리는 것 같네요.
-패스트볼 구속은 평소와 다르지 않은데 마음대로 들어가지 않는 것 같아요. 구종을 조금 바꿔서 진행해 볼 필요도 있을 것 같아요.
박유철의 패스트볼 제구가 흔들린다는 것을 포수도 느꼈는지, 이번에는 조금 다른 사인을 주고받았다.
1루 주자를 흘끗 바라본 박유철이 숨을 고르고 와인드업을 시작했다.
던지는 동작과 그립을 보니 커브로 타이밍을 뺏어보려는 것 같았는데,
“억!”
공이 손에서 빠지며 타자의 몸에 스치듯 맞았다.
타자는 주심에게로 고개를 돌려 스친 부위를 가리켰다.
이를 확인한 주심이 타자에게 1루로 가라는 손짓을 보냈다.
동시에 1루에 있던 주자는 2루로 향했다.
-박유철 선수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걸까요? 오늘따라 흔들리는 모습이 많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오늘 경기가 정말 중요하니까요. 지금 모든 프로구단의 스카우트들이 피칭 하나하나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보니 평소와는 조금 다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긴장을 조금 내려놓아야 자기 능력을 온전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결국 상대팀 포수가 마운드로 향했다.
포수는 박유철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이야기를 나누고는 다시 홈 베이스로 돌아왔다.
0 아웃 주자는 1, 2루.
주자를 오랫동안 바라보며 견제했던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한 번 쳐다보기만 하고는 바로 공을 던졌다.
펑!
150km/h!
“스트라이크!”
포수 미트가 기다리고 있는 곳과는 달랐지만, 박유철의 패스트볼은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했다.
그리고 이어진 두 번째 공.
틱!
타자의 배트에 맞은 공은 힘없이 유격수 방향으로 굴러갔다.
2루와 1루 주자는 다음 베이스를 향해 전력질주하기 시작했다.
그사이 바운드되며 굴러온 공을 잡은 유격수가 2루수에게,
“아웃!”
2루수가 1루수에게 공을 던졌다.
“아웃!”
-여기서 박유철 선수가 더블 플레이를 만들어냅니다!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었는데요. 순식간에 아웃 카운트 두 개를 잡아냈습니다.
-이래서 구속과 구위가 좋은 투수를 매력적이라고 하는 거죠. 만약에 150km/h가 넘는 패스트볼이 아니었다면 지금 같은 결과를 만들어내기가 어려웠을 거예요.
2 아웃 주자는 3루.
중요한 위기를 넘기기는 했지만, 여전히 득점권에 주자가 있다는 건 변하지 않았다.
포수와 사인을 주고받은 박유철은 공을 던지기 전에 눈앞에 있는 주자를 바라봤다.
펑!
151km/h!
“스트라이크!”
펑!
152km/h!
“스트라이크!”
여전히 제구가 완벽하다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이번 타자를 상대로는 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했다.
3루 주자가 홈 스틸을 시도할 가능성 자체가 낮았기 때문에 부담이 적은 이유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게 분명했다.
펑!
“볼!”
펑!
“볼!”
유인구인지 제구가 안 된 건지 헷갈리는 변화구 두 개를 던진 이후에.
후웅-
“스트라이크 아웃!”
높은 코스의 패스트볼로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이닝에서 박유철 선수가 위기를 맞았는데요. 강력한 패스트볼로 실점을 하지 않고 이닝을 마무리했습니다.
-박유철 선수는 굳이 제구를 정교하게 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낄 필요는 없어요. 이번 이닝 후반에 보여줬던 것처럼 구위를 믿고 자신 있게 자기 공을 던져줄 필요가 있습니다.
0:0으로 점수에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2회 말로 이어졌다.
최우진이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최우진을 상대하는 타자들이 볼 카운트가 밀리기 전에 승부를 하려고 적극적으로 배트를 돌려봤지만,
후웅-
틱!
구석을 찌르는 것도 모자라 무브먼트까지 좋은 공에 제대로 된 타격을 하는 건 쉽지 않았다.
후웅-
“스트라이크 아웃!”
좌타자를 상대로 던진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유도하고,
틱!
“아웃!”
아슬아슬하게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는 패스트볼로 빗맞은 타구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리고 힘 있는 우타자를 상대로는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사용했다.
패스트볼,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을 다양하게 조합해서 피칭을 펼치자 상대 타자들의 머릿속은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후웅-
“스트라이크 아웃!”
최우진은 한 명의 타자에게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으며 2회를 마무리했다.
-오늘 최우진 선수의 피칭은 정말 예상하기가 어렵습니다. 어떤 구종으로 어떻게 승부를 할 건가에 대한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요.
-구위로 상대를 찍어누를 수 있는 유형의 선수가 아니라서 상대하기 쉬워 보일 수 있지만요. 모든 구종으로 언제든지 원하는 곳에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제구력이 있거든요. 유형은 조금 다르지만 버팔로즈의 고지훈 선수를 떠올리시면 될 겁니다. 절대 만만한 투수가 아니에요.
-그렇다면 상대 타자들은 어떻게 승부해야 할까요?
-네 가지 구종을 다 노려서는 현실적으로 좋은 타격을 하기가 어려울 겁니다. 타석에 들어오기 전에 어떤 구종이나 코스를 정해놓고 나서 기다리는 게 그나마 효과적일 것 같아요. 아니면 실투를 기다리거나요.
-만약에 타석에 있는 동안 기다렸던 코스로 공이 안 오거나 실투가 나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하죠?
-하하하. 그럼 답이 없죠. 그렇기 때문에 최우진 선수 같은 유형이 정말 어려운 겁니다.
이어지는 3, 4, 5회에서도 박유철과 최우진은 팽팽하게 맞붙었다.
실점을 하지 않고 있다는 건 같았지만, 과정은 조금 달랐다.
박유철은 심심치 않게 볼넷으로 주자를 출루시켰다.
그 대신에 패스트볼의 구위를 무기로 위기를 극복했다.
반면, 최우진은 단 하나의 볼넷도 내주지 않았다.
안타를 허용하고 난 후에도 안정적인 제구력을 바탕으로 헛스윙과 빗맞은 안타를 유도하며 위기를 극복했다.
네 가지 구종을 다양하게 활용하며 상대 타자들과의 수 싸움을 풀어갔다.
1 라운드 지명이 유력한 투수들의 대결답게 5회까지 스코어는 0:0으로 팽팽했다.
박유철의 투구 수는 90개, 최우진은 69개를 던졌다.
* * *
5회 말이 마무리되자 클리닝 타임이 진행됐다.
선수들은 물론이고 경기 내내 집중해야 했을 스카우트들도 잠시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도 마찬가지로 기지개를 켜며 잠깐의 여유를 즐겼다.
누군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강 대표님, 오랜만입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최민성 버팔로즈 단장이었다.
“단장님, 오랜만에 뵙네요.”
나는 벌떡 일어나 최민성과 악수를 나누었다.
-오늘 경기를 보고 지명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최우진을 영입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어떻게 해야 FA를 앞둔 오석훈과 박성주를 잔류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우리 강 대표님께서는 당연히 최우진 선수 보러 오셨겠죠?”
최민성이 나에게 물음을 던지며 자연스럽게 내 옆자리에 앉았다.
“그렇죠. 우리 선수들이 경기에서 잘하는 모습을 보는 것보다 즐거운 건 없거든요.”
“최우진 선수가 어느 팀으로 갈 거 같으세요?”
최민성은 아무렇지 않은 척 넌지시 물음을 던졌다.
“다른 건 몰라도 버팔로즈까지 기회가 가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그렇겠죠? 오늘 경기 보니까 확실하게 느낌이 오네요.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게 당연히 좋은 건데, 드래프트를 해야 할 때가 되면 조금 아쉽기는 합니다.”
최민성이 아쉬움을 숨기지 못하며 답했다.
“만약에 단장님한테 기회가 온다면 우진이랑 박유철 선수 중에 누굴 뽑으실 거 같으세요?”
“음……. 크게 고민할 일은 아닌 거 같은데요?”
최민성이 나를 보며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당연히 드림에이전시 선수를 뽑아야죠. 강 대표님이 앞으로도 관심을 가지고 육성하실 텐데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강점을 가진 선수니까요.”
“저를 갑자기 띄워주시니까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는데요.”
나는 머쓱하게 웃으며 답했다.
그리고 최민성이 조심스럽게 다른 주제의 이야기를 꺼냈다.
“혹시…… 석훈이랑 성주의 내년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해외 진출을 우선해서 생각하고 있나요?”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선수들이니까요. 당연히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죠.”
게다가 여러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 추진하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야구 팬으로서는 두 선수가 큰 무대에 나가서 도전하는 것을 응원하고 있습니다만……. 버팔로즈 단장으로서는 팀을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당연히 그러셔야죠. 그리고 어떤 조건의 제안을 받느냐에 따라서 선수의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으니까요.”
나는 최민성을 향해 여유 있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강 대표님께만 조심스럽게 말씀드립니다. 저희 모기업에서 제대로 자금 지원을 해주시기로 했습니다. 이번에 중요한 선수들을 놓치면 위험해진다는 걸 모기업에서도 인정해 주셨거든요.”
“어느 정도인데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네요. 대신에 아마 깜짝 놀라실 겁니다. 지금으로서는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국내 최고의 선수들에게 충분한 대우라는 생각이 드실 만한 액수라는 정도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최민성의 말에서는 자신감이 묻어 나왔다.
“그렇게까지 말씀해 주시는 걸 보니 기대를 해봐도 될 것 같은데요?”
“내년에 3, 4번 중심 타자가 모두 빠져나간다면 당장 그만한 전력 보강을 할 방법은 없다고 봐야 하니까요. 어떻게 해서든 마음을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 봐야죠.”
“모두에게 좋은 결과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그럼 조만간 다시 만나서 이야기 나누도록 하죠. 얼마 안 있어서 다시 뵙겠네요.”
최민성이 대화를 마무리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곧 뵙겠습니다.”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최민성과 다시 한번 악수를 나눴다.
나는 최민성이 나에게서 점점 멀어지는 모습을 보고는 자리에 앉았다.
어느새 클리닝 타임이 마무리되고 경기가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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