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55
255화>
신인 드래프트 (4)
6회 초.
박유철의 피칭으로 경기가 다시 시작됐다.
펑!
147km/h.
펑!
146km/h.
초반보다 5km/h 정도 떨어진 구속이 찍혔다.
-박유철 선수가 조금 지쳤을까요? 경기 초반에 보여줬던 피칭의 모습하고는 조금 달라진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중요한 경기다 보니까 평소보다 체력 소모도 컸을 테고요. 투구 수도 90개를 넘어가고 있기 때문에 아마 피로감을 느끼고 있을 거예요.
-그렇다면 이번 이닝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던질 필요가 있겠네요.
틱!
“아웃!”
운 좋게 빗맞은 타구를 만들어내며 아웃 카운트 하나를 잡아내기는 했지만,
구속이 느려진 만큼 공에 힘도 떨어지며 상대 타자가 공략하기에 보다 수월해졌다.
딱!
“나이스 배팅!”
깔끔한 안타를 터트린 타자는 1루 베이스를 어렵지 않게 밟을 수 있었다.
1 아웃 주자 1루.
박유철의 투구 수는 97개.
이번 이닝이 마지막이 되리라는 것을 의식했는지 온 힘을 다해 피칭을 시작했다.
149km/h!
150km/h!
이닝 초반보다 구속을 끌어올리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힘을 잔뜩 주고 던진 탓인지 공은 스트라이크 존을 이리저리 벗어났다.
펑!
“볼넷!”
결국 또 한 명의 주자에게 출루를 허용했다.
1루 주자가 2루로 이동하며 주자 1, 2루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제 박유철 선수의 투구 수가 102개를 기록했습니다. 이제 오늘 경기에서 더 던질 수 있는 투구 수가 3개밖에 안 남은 상황이에요.
-굳이 최대로 던질 수 있는 투구 수인 105개까지 채우는 것보다, 지금 흔들리고 있기 때문에 아마 바로 교체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그아웃에서 걸어 나오던 상대 팀 투수 코치가 주심에게 공을 받아 들고 마운드로 향했다.
박유철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며 마운드를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결국 교체를 하네요. 박유철 선수가 5.1이닝 무실점 상황에서 책임 주자 두 명을 두고 마운드를 내려옵니다.
-오늘 경기에서 제구가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어려움을 겪기는 했습니다만, 150km/h가 넘는 패스트볼로 위기를 극복하면서 경기를 풀어갔습니다.
-드래프트를 앞두고 비슷한 순번으로 거론되는 최우진 선수와의 대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 텐데요. 박유철 선수로서는 아쉬움이 남을 것 같은데요?
-오늘 경기를 포함해서 최근에 최우진 선수가 더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두 선수는 서로 다른 유형의 투수니까요. 각 구단에서 어떤 선수를 필요로 할지에 따라서 결정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뒤이어 마운드로 올라온 불펜 투수의 피칭으로 경기가 이어졌다.
펑!
“스트라이크 아웃!”
아웃 카운트 하나를 잡아내며 한숨 돌리는 듯했지만,
딱!
“달려! 달려! 달려!”
2 아웃 상황에서 장타를 맞으며 루상에 있던 두 명의 주자가 모두 홈 베이스를 밟을 수 있었다.
0:0으로 팽팽하던 스코어는 드디어 2:0으로 바뀌었다.
수천고의 공격이 마무리되고 이어진 6회 말.
상대팀에서는 최우진을 공략하기 위해 대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점수를 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리드 상황에서 등판한 최우진의 피칭에는 더욱 안정감이 느껴졌다.
후웅-
“스트라이크 아웃!”
대타로 타석에 선 오른손 홈런 타자를 상대로 결정구 체인지업을 던져 헛스윙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곧이어 스피드가 좋은 선수가 타석에 섰다.
갑자기 허리를 숙이고 배트를 짧게 쥐더니,
틱!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기습 번트로 출루를 시도했는데,
하지만 최우진은 당황하지 않고 안정적인 내야 수비를 보여줬다.
“아웃!”
이후로 상대 타자들의 마음이 점점 급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최우진과 포수는 그에 맞는 전략으로 대응했다.
여러 변화구를 상황에 맞게 섞어 던지며 타자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건 물론이고,
종종 스트라이크 존을 애매하게 벗어나는 패스트볼을 활용해서 빗맞은 타구를 유도해냈다.
틱!
멀리 뻗지 못하고 하늘 높이 떠오른 타구는 2루수가 어렵지 않게 잡아낼 수 있었다.
“아웃!”
-최우진 선수가 6회까지 깔끔하게 막아냈습니다. 무실점으로 6회를 마무리한 건 오늘 경기가 처음이에요.
-지금까지는 최우진 선수가 던진 공 중에서 실투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상대 팀에서 제대로 된 공격을 시도하기가 어렵죠.
7회 초 수천고의 공격에서 추가점을 뽑아내지 못하며 스코어는 여전히 2:0으로 유지됐다.
이제 7회 말.
이번에도 마운드로 향하는 투수는 최우진이었다.
-최우진 선수가 역시나 7회에도 마운드로 올라왔습니다.
-6회까지 투구 수 83개를 기록했기 때문에 오늘 경기에서 보여줬던 모습으로 예상해 본다면 이번 7회까지도 충분히 막아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7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아낸다면 최우진 선수의 개인 공식 기록으로는 최고 성적을 기록하게 됩니다.
-이 정도면 스카우트들 앞에서 정말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을 수 있겠는데요.
7회 첫 타자를 상대하는 최우진의 피칭에는 여전히 자신감이 느껴졌다.
펑!
초구 스트라이크는 물론이고,
후웅-
상대가 헛스윙을 하지 않을 수 없을 변화구에,
펑!
“스트라이크 아웃!”
타자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스트라이크 존 구석을 파고드는 패스트볼까지.
-최우진 선수가 또 하나의 삼진을 추가합니다. 어느새 10개예요. 오늘은 누구도 공략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패스트볼 구속이 143km/h에서 146km/h 정도 오가고 있거든요. 그리 빠르지 않은 공인데도 정교한 제구력에다 다양한 변화구까지 좋다 보니까 상대 타자들이 쉽게 공략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벌써 7회에 두 개의 아웃 카운트를 잡았습니다. 여기서 하나만 더 잡아낸다면 최우진 선수가 공식 경기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경기가 됩니다.
틱!
틱!
상대 타자는 적극적으로 스윙하며 안타를 뽑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2 볼 2 스트라이크.
최우진은 포수와 신중하게 사인을 교환했다.
그리고 글러브 안에서 조심스럽게 그립을 바꿔 잡고는 힘껏 던졌다.
‘오케이!’
공이 포수 미트에 도착하기도 전에 최우진의 표정만 봐도 스스로 원하는 공을 던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최우진이 던진 체인지업은 움직임과 회전 모두 완벽하다고 말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당연히 타자가 제대로 된 타격을 하기는 어려웠다.
후웅-
타자의 배트가 헛도는 걸 확인하는 순간 최우진은 불끈 쥔 왼손을 들어 올렸다.
“스트라이크 아웃!”
-기가 막힌 체인지업으로 스트라이크 아웃을 잡아냈습니다! 최우진 선수가 오늘 경기에서 처음으로 11개의 탈삼진과 함께 7이닝을 소화하는 순간입니다! 게다가 무실점으로 오늘 피칭을 마무리했습니다.
-프로 구단 스카우터들 앞에서 완벽한 쇼케이스를 펼쳤어요. 마지막에 잘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긴장했을 법도 한데 전혀 그런 기색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배짱도 충분하다는 걸 정확하게 보여주네요.
-이제 며칠 후면 드래프트가 있을 텐데요. 이렇게 되면 몇몇 구단들이 계획을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과연 두 선수가 어느 구단의 유니폼을 입게 될지 지켜보시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이어지는 8회와 9회에서 수천고는 리드를 빼앗기지 않고 경기를 마무리했다.
덕분에 최우진이 기분 좋은 승리를 기록할 수 있었다.
* * *
어느덧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를 하루 앞둔 밤이었다.
경기를 마치고 돌아온 오석훈과 박성주, 고지훈 그리고 소영준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일 드래프트를 앞둔 최우진도 함께였다.
옆에 앉아 있던 오석훈이 최우진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우진아, 많이 떨리지?”
“어제까지는 별로 안 떨렸는데, 오늘은 조금 떨려요.”
“어느 팀으로 가고 싶어?”
“버팔로즈로 가면 좋을 것 같긴 한데요. 혹시 아니더라도 우리 에이전시 선배들 있는 팀이면 충분히 좋을 것 같아요.”
“정말 버팔로즈로 오게 되면 좋겠다.”
오석훈이 최우진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박성주가 손뼉을 치며 대화에 들어왔다.
“우진아, 꼭 버팔로즈로 와. 그래야 너랑 상대할 일이 없을 거 아냐? 지난번에 보니까 앞으로 더 까다로운 투수가 될 것 같아서 안 되겠더라고.”
“근데 선배들이 내년에 버팔로즈에 안 계시는 거 아니에요? 메이저리그로 가실 수도 있잖아요.”
“혹시나 가더라도 언젠간 돌아올 거니까. 그때라도 안 만나야지.”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소영준이 최우진의 옆으로 다가오더니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버팔로즈까지 갈 게 아니라 내가 우리 단장한테 말해서 우진이 먼저 뽑으라고 해야겠는데? 펠리컨즈가 제일 먼저 지명할 수 있는데 이렇게 좋은 투수를 놓치는 건 말이 안 되잖아.”
“아…… 펠리컨즈요……?”
최우진이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게 느껴졌지만, 속마음을 완전히 숨기는 건 무리였다.
“왜? 펠리컨즈는 오기 싫어?”
“아니에요! 왜 가기 싫겠어요. 정말 좋은 팀인데.”
최우진이 두 손을 격하게 저으며 펄쩍펄쩍 뛰었다.
“뭐가 좋은 팀이야.”
“어, 그게…… 팬들이 열정적으로 응원해 주시기도 하고…… 선수들도 투지 넘치고…… 하.”
더 이상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지 최우진이 고개를 푹 숙였다.
“그래, 그냥 야구 잘하는 팀으로 가. 응원받는 것도 좋긴 한데. 다른 팀들은 포스트시즌 하느라 정신없을 때 놀고 있는 것도 진짜 기분 안 좋거든.”
소영준이 최우진의 어깨에 올린 손을 내리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냥 하늘에 맡기려고요. 어차피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아니야. 지금이라도 내가 전화하면 충분히 바꿀 수 있어. 펠리컨즈가 1번이잖아.”
소영준이 입꼬리를 씰룩씰룩 움직이며 말했다.
“아…… 선배.”
“농담이야.”
소영준이 입꼬리를 올리며 최우진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내일 우진이 드래프트 끝나고 돌아오면 파티할 계획인데, 다들 시간 괜찮으세요?”
나의 한마디에 소영준이 손뼉을 치며 즐거워했다.
“파티라면 언제든지 웰컴이죠. 게다가 우리 우진이가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는 순간이니까 더더욱이요.”
“지훈 선배랑 석훈이, 성주는 어때요?”
내가 물음을 던지고 고개를 돌리자 세 선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일 저녁에 우리 신나게 놀아봅시다. 시즌 치르느라 힘들 텐데 잠깐 스트레스도 풀고요.”
내 말을 끝으로 선수들은 각자 방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드디어 드래프트가 열릴 아침이 밝았다.
최우진은 깨끗하게 세탁한 수천고 유니폼을 입고 숙소를 나설 준비를 마쳤다.
나를 포함한 선수들은 대문까지 나와 최우진을 배웅했다.
“우진아, 분명히 좋은 결과 있을 거야.”
“네, 좋은 소식 들고 올게요!”
인사를 마친 최우진은 부모님과 함께 드래프트가 열릴 호텔로 향했다.
아침부터 곧장 훈련장으로 이동한 선수들은 평소보다 일찍 훈련을 마치고 드래프트가 시작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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