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58
258화>
드림에이전시 트라이아웃 (2)
트라이아웃의 날이 밝았다.
나와 정인규, 이주혁은 미리 준비를 해두기 위해 아직 해가 뜨지도 않은 이른 새벽부터 경기장으로 향했다.
경기장에 도착하자마자 행사 세팅을 시작해야 했다.
우리와 비슷하게 도착한 촬영팀 또한 촬영 준비를 하느라 분주했다.
오늘 트라이아웃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모두 담아서 팬들에게 전하는 것은 물론이고, 경기 장면은 구단 스카우트 팀을 위해 제공할 계획이었다.
동시에 오늘 트라이아웃에 협찬을 제공하기로 한 업체들의 제품도 도착했다.
스포츠음료부터 치킨, 샌드위치 그리고 도시락까지.
선수들이 오늘 시합을 치르는 과정에서 먹을 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을 정도였다.
협찬이 들어오는 종류가 워낙 많다 보니 우리 에이전시 직원들이 정리하는 데도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세팅이 마무리되자 오늘 트라이아웃을 빛내줄 프로구단 관계자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나는 먼 길을 달려와 준 관계자들과 하나하나 직접 인사를 나누었다.
그중에는 재규어즈 스카우터인 황윤석도 있었다.
나는 스카우팅 장비 세팅을 마치고 준비 중이던 황윤석에게로 다가갔다.
“윤석이 형, 먼 길 오느라 고생 많았어.”
황윤석이 내 목소리를 듣고는 벌떡 일어났다.
“이야, 강 대표님. 이제 이런 이벤트까지 하시고, 정말 대단하시네요.”
“아휴, 이걸 내 힘으로 한 건가. 다 우리 선수들이 워낙 유명한 덕분에 할 수 있는 거지.”
“겸손하시네요. 이게 다 강 대표님께서 인생을 잘 살아오셔서 가능한 거죠.”
“그나저나 이번 드래프트 때 1라운드에서 누구 뽑을지 마지막까지 팽팽했다며?”
“말도 마라. 진짜 마지막 날 밤까지 치열했다. 정말.”
황윤석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답했다.
“그럼 최종 결론을 어떻게 내린 거야?”
“그거야 마지막에는 단장님이 결정하셨지. 도저히 대화로 조율이 될 거 같은 상황이 아니었거든.”
“내 생각에는 우진이가 훨씬 나은데. 형은 아니야?”
팔이 안으로 굽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긴 한데, 당장 보여준 모습보다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클 선수를 뽑아야 한다는 의견도 일리가 있잖아. 그리고 잠재력 있는 파이어볼러를 뽑을 수만 있으면 일단 뽑고 고민하는 게 일반적이기도 하고.”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긴 하지.”
“어찌 되었건 일단 우리 팀 1라운드 선수가 됐으니까. 이제부터는 아마 최고로 대우받으면서 육성 프로그램 시작할 거야.”
“내가 먼저 가서 우리 우진이 잘 좀 봐달라고 얘기해둬야겠는데?”
특히나 재규어즈에는 내가 아는 관계자들이 많아서 대화하기가 더 편하기도 했다.
“오늘 오는 선수들은 어떨 거 같아?”
“사실 나도 오늘 처음 보는 거라 지금 판단하기 이르긴 한데, 아마 재밌는 선수들 많을 거야.”
지원서만 봐도 흥미로운 이력과 사연을 가진 선수가 한둘이 아니었다.
황윤석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보이는 선수는 재규어즈에 먼저 추천해 줄 수 있지?”
“재규어즈에서 적극적으로 검토만 해준다면야, 나도 당연히 안 할 이유가 없지.”
내가 미소를 지어 보이자 황윤석이 즐거움을 감추지 못했다.
* * *
트라이아웃이 시작될 시간이 다가오자 하나둘 도착한 선수들을 볼 수 있었다.
입구에서 확인 절차를 마친 선수들은 이름이 적힌 유니폼을 받아들고 경기장으로 들어갔다.
묵직한 장비 가방을 가지고 걸어 들어가는 선수들의 표정에서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고는 잠시 후에 시작될 트라이아웃을 위해 천천히 몸을 풀기 시작했다.
나는 입구에 서서 확인 절차를 마친 선수들을 직접 맞으며 인사를 나누었다.
“어서 오세요.”
들어오자마자 나를 본 선수들은 놀라면서도 반가워했다.
“오오, 강현우 대표님.”
“진짜 팬이에요. 감사합니다.”
지나가는 선수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누군가 큰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강현우 대표님!”
나는 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를 향해 돌진하듯이 달려오는 한 선수를 볼 수 있었다.
점점 가까워지면서 그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게 됐는데…….
근데 누구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정보창이 떠 있지도 않은 걸 보면 직접 인사를 나눠본 적도 없었던 것 같은데.
“헉헉. 대표님, 정말 다시 뵙고 싶었는데 이렇게 만나네요.”
“아……. 잘 오셨습니다.”
인사를 나누는 동안에도 생각을 떠올려 보려고 했는데, 여전히 어디서 만났는지는 떠오르지는 않았다.
“저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요. 몇 년 전에 트라이아웃 참가했을 때 지나가면서 뵀거든요.”
“아하…….”
내가 트라이아웃에 참가했을 때라면…….
이주혁이 테스트를 봤던 날을 말하는 것 같은데.
“그날 경기에서 제가 주루하다가 부상당해서 중간에 교체됐거든요.”
“아! 그때 그분이구나!”
이주혁이 등판하기 전에 3루로 대시하다가 부딪쳐서 부상을 당했던 선수였다.
교체되고 구석에 앉아서 흐느끼던 모습이 얼마나 애잔했는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지금 몸은 괜찮으세요? 그때 경기도 못 뛰셨잖아요.”
자연스럽게 그의 몸과 접촉하자 드디어 정보창이 나타났다.
-오랜 기간 동안 재활을 하느라 몸과 마음이 지쳐있다.
-이번 트라이아웃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면 이제 야구를 포기할 생각이다.
김유림의 선수 인생을 모두 알지는 못해도 정보창 덕분에 조금은 예상은 해볼 수 있었다.
운동선수에게 부상이란 피하고 싶지만 완전히 피할 수는 없는 숙명이었다.
더구나 오랜 시간 재활을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들고 지치는 일인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나로서는, 특히나 그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솔직히 오늘 몸 상태가 최고라고 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닌데요. 그래도 경기하는 데는 큰 문제 없을 겁니다. 부상을 한두 번 당해본 것도 아니거든요.”
김유림이 어깨를 만지작거리더니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또 부상당할까 봐 무섭지 않아요? 한 번 다치기만 해도 쉽지 않을 텐데.”
“무섭긴 하죠. 근데 야구를 한다는 게 진짜 재밌거든요.”
김유림의 입가에는 어느새 미소가 걸렸다.
“좋은 결과 있길 바랄게요. 오늘은 절대 다치지 마세요.”
나는 김유림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네,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해서 뛰겠습니다.”
김유림은 나에게 인사를 하고는 경기장을 향해 달려갔다.
씩씩한 모습을 보니 그래도 조금은 마음이 놓이는 듯했다.
나는 이후에도 참가하는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인사를 나누는 선수들마다 포지션도 다르고 체격 조건도 달랐다.
그것 말고도 이곳에 온 선수들은 서로 다른 다양한 자기만의 사연을 가지고 있었다.
그중에는 내 시선을 사로잡는 정보창도 볼 수 있었다.
-다시 타구에 얼굴을 맞으면 어쩌나 걱정이 된다.
투수인 선수에게서 보였던 내용이었다.
대화를 나눠보니 공을 던진 이후에 타자의 배트에 맞고 날아오는 타구에 얼굴을 맞은 선수였다.
그냥 투수가 던지는 공보다 배트에 맞은 타구의 속도가 더 빠른 경우가 많으니, 나보다 위협적인 공에 맞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고 공을 던지고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나는 아무리 노력해 봐도 타석에 서는 두려움을 극복하기 어려웠는데.
그리고 또 다른 정보창을 가진 선수도 눈에 띄었다.
-멕시코 리그에서 야구를 해본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오늘 이곳을 찾은 사람이라면 이 선수를 모를 리 없었다.
국내에서 프로 선수 생활을 했던 투수였다.
1군에서도 나름 활약을 했던 선수였는데, FA를 선언한 후에 원하는 조건을 제안받지 못했는지 계약을 하지 않았다.
그 이후로는 멕시코 리그로 발걸음을 옮겨서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게 마지막이었다.
이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새롭게 도전해 보려는 계획인 것 같았다.
그에 못지않게 익숙한 얼굴의 타자도 있었다.
-미국에서 실패한 경험을 잘 살려서 한국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보고 싶다.
오래전에 잠시 주목받았던 선수였기 때문에 이름은 알아도 얼굴은 모르는 팬이 많을 선수였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메이저리그 구단의 깊은 관심을 받을 정도로 최고 유망주라는 평가를 받았던 선수였다.
그리고 실제로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을 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미국 무대로 진출했다.
그렇게 몇 년이 흘렀음에도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는 소식을 들을 수는 없었다.
결국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아무리 미국 생활에서 좌절을 겪었다고 해도 당장 국내 프로 구단이 영입을 검토할 만한 실력은 갖추고 있는 선수였다.
하지만 국내 리그를 거치지 않고 미국으로 바로 진출한 선수들에게는 한국 무대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페널티가 주어졌기 때문에 바로 계약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두 선수 모두 이름값으로만 따진다면 절대 떨어트릴 이유가 없는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이번 트라이아웃에서 과거의 명성은 반영되지 않을 예정이었다.
오늘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모습만이 유일한 평가 기준이었다.
* * *
어느덧 트라이아웃을 시작할 시간이 되었다.
선수들은 어느새 준비를 마치고 운동장에 모여있었다.
나는 마이크를 들고 단상에 올라섰다.
두 걸음 올라가 보니 눈앞에 빼곡하게 서있는 많은 선수들을 볼 수 있었다.
지금 이곳에 와있는 선수는 무려 300명이나 됐다.
다들 반짝이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러분, 만나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드림 에이전시 대표 강현우입니다.”
“와아아-”
내가 선수들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하자,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다.
“우선 이렇게 먼 곳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잠시 한 템포 쉬고 말을 이어갔다.
“지금 이곳에는 국내 프로 구단 관계자분들도 와계십니다. 오늘 진행되는 트라이아웃에서 각 구단에 필요한 선수를 찾으신다면 바로 계약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오오.”
선수들에게서 기대와 부러움이 느껴졌다.
“귀한 시간 내서 와주신 만큼 정말 열심히 준비했으니까요, 좋은 결과 얻어 가시길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여러분도 지금까지 갈고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실 수 있겠죠?”
“예!”
선수들의 굵고 투지 넘치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럼 지금부터 체력 테스트로 시작하겠습니다. 모두들 좋은 결과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나는 마지막 인사를 끝으로 단상을 내려왔다.
그리고 곧바로 정인규가 마이크를 이어받았다.
“체력 테스트를 치를 조를 나눠놨습니다. 확인하시고요. 시간에 맞춰서 준비해 주시면 됩니다. 부상 안 당하게 충분히 워밍업 하시고요.”
자신의 조를 확인한 선수들은 자리를 옮겨 워밍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체력 테스트를 시작으로 트라이아웃이 막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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