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59
259화>
드림에이전시 트라이아웃 (3)
참가한 선수들의 수가 워낙 많았던 탓에 10개 조로 나누어서 테스트가 시작됐다.
첫 테스트는 4km 달리기였다.
보통의 트라이아웃과 마찬가지로 20분 안에 들어오면 통과할 수 있었다.
평소에도 몸 관리를 잘할 수 있는가에 더해서 기본적인 체력이 준비되었는지를 보기 위해서였다.
두 가지 모두 프로 선수라면 당연히 갖추고 있어야 하는 기본이었다.
“자, 출발하세요!”
1조에 포함된 선수들이 출발하면서 테스트가 시작됐다.
선수들은 자신의 페이스대로 레이스를 시작했다.
후. 후. 후.
400m 트랙을 한 바퀴, 두 바퀴를 지나 다섯 바퀴를 넘어가자 선수들이 내쉬는 거친 호흡을 들을 수 있었다.
선선한 날씨였음에도 얼굴에는 어느새 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숨을 헐떡이더니 페이스를 잃으며 조금씩 뒤처지는 선수들도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포기하지 마세요. 할 수 있다! 할 수 있어!”
정인규와 이주혁을 비롯한 에이전시 직원들이 달리는 숨을 헐떡이는 선수들에게 힘껏 손뼉을 치며 힘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 애썼다.
응원을 받은 선수들은 힘든 와중에도 이를 악물고 최선을 다해 달렸다.
영상에서 내가 했던 간곡한 부탁이 효과는 있었는지, 보통의 트라이아웃과 비교해서 안정적으로 들어오는 선수들이 많은 편이었다.
“휘익! 여기까지입니다.”
그럼에도 예상했던 대로 첫 단계부터 통과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없을 수는 없었다.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다양한 이유들이 등장했다.
“제가 얼마 전에 발목 부상을 당해서요. 오늘만 결과가 안 좋았던 건데.”
“이제까지 단거리 위주로 연습해왔어요. 스프린트는 아마 제가 제일 잘할 거예요.”
“저 150km/h 던질 수 있어요. 던지는 모습 한 번만 보시고 결정해 주세요.”
20분 안에 들어오지 못한 선수들은 정인규를 붙잡고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느라 분주했다.
“시간 안에 통과하셨어야 2차 테스트 보실 수 있습니다.”
물론 미리 예고했던 대로, 어떤 이유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에 대한 변명이 될 수는 없었다.
그렇게 10조까지 레이스를 마치고 난 후에야 체력 테스트를 마칠 수 있었다.
대략 20% 정도 되는 선수들이 정해진 시간에 완주를 하지 못했다.
당연히 누구도 예외 없이 바로 탈락이었다.
적지 않은 선수들이 가지고 온 짐을 챙겨 터덜터덜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는 게 유쾌할리는 없었다.
이 모든 장면은 촬영팀의 카메라에 담겼다.
그리고 곧바로 남은 250명 정도의 선수들을 대상으로 1차 실기 테스트가 이어졌다.
투수와 타자로 나누어서 각각 피칭과 타격, 수비 테스트를 진행했다.
투수는 기본적인 제구력을 갖추고 있는지, 타자는 타격과 수비 능력을 위주로 평가했다.
실기 테스트를 통해서 꽤 많은 선수들이 탈락을 통보받았다.
1차 테스트가 끝나자 150명으로 인원이 줄어들었다.
* * *
1차 실기 테스트를 마무리한 이후에는 점심 식사 시간을 가졌다.
테스트로 지쳤을 선수들을 위해 영양가 있는 도시락을 제공했다.
협찬을 해주기로 한 업체에서 넉넉하게 보내준 덕분에 부족하지 않은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샌드위치도 언제든 간식으로 먹을 수 있도록 세팅되어 있었다.
나와 우리 에이전시 직원들 그리고 프로 구단 스카우트들도 도시락으로 점심 식사를 했다.
그리고 선수들이 점심을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 에이전시 직원들은 조를 나누느라 분주했다.
1차 테스트를 통과한 선수들을 취합해서 투수와 야수로 나누고 각각의 포지션에 맞게 배치했다.
각각의 선수들이 최대한 자신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도록 충분히 기회를 부여하는 데 중점을 맞췄다.
이제 2차 테스트가 펼쳐질 차례였다.
시간에 맞춰 1차 테스트를 통과한 선수들이 다시 모였다.
나는 마이크를 들고 단상으로 올라갔다.
“자, 체력 테스트에 실기 테스트 보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2차 실전 경기 테스트로 넘어가겠습니다.”
나는 호흡을 한 번 고르고 말을 이어갔다.
“이번 테스트는 단순히 결과가 좋냐 나쁘냐로 평가를 하는 게 아닙니다. 선수가 될 수 있을 정도로 기본기를 충분히 갖추고 있느냐를 위주로 판단할 계획입니다. 그러니까 긴장 많이 하지 마시고 여러분이 준비하신 모습을 최대한 보여주세요.”
“네!”
“뒤에 가시면 포지션에 맞춰서 조를 나눠놨을 겁니다. 자신이 출전해야 하는 타이밍을 놓치지 마시고 준비해 주세요. 그럼 잠시 후 정각에 각각 그라운드에서 2차 테스트 진행하겠습니다.”
내 말을 끝으로 자신의 이름을 확인한 선수들은 자신이 속한 조에 따라 자리를 옮겼다.
정해진 시간이 되자 두 개의 그라운드에서 동시에 경기가 시작됐다.
프로구단의 스카우트 팀들도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분주해질 시간이었다.
나는 정인규와 함께 경기장을 한 군데씩 돌아다니며 선수들의 경기를 직접 지켜봤다.
처음으로 도착한 곳의 선발 투수는 아까 나와 마주쳤던 선수 중 하나였다.
-멕시코 리그에서 야구를 해본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펑!
펑!
자신 있게 공을 던지는 게 인상적이었다.
지금 마운드에서 던지는 모습만 보면 몇 년 전에 프로 무대에서 봤을 때와 크게 다른 게 없었다.
“아무리 나이가 들고 공백이 있다고 해도 역시 프로 출신은 달라도 뭐가 다르네.”
정인규가 혀를 내두르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FA 때 과정이 어땠길래 계약을 안 하고 떠났는지는 모르겠지만, 프로 무대에서 계속 기회 얻으면서 FA 자격을 얻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지.”
“저 선배도 FA 계약하기 전에 우리 대표님을 만났으면 지금하고는 완전히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랬을지도 모르지.”
나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후웅-
“스트라이크!”
타이밍을 완전히 뺏긴 타자의 배트는 여지없이 헛돌았다.
“와우! 저 공은 뭐지? 처음 보는 공인데?”
정인규가 손뼉을 치면서도 고개를 갸웃했다.
“언뜻 듣기로는 그동안 너클볼을 연습했다고 하던데. 그건가 본데?”
“정말? 진짜 대단하다. 멕시코 가 있는 동안 새로운 구종까지 연습해서 온 건가?”
“하던 대로 하는 걸로는 프로에서 살아남기가 어려울 테니까. 뭔가 새로운 걸 시도해 본 거겠지?”
후웅-
“스트라이크 아웃!”
불리해진 볼 카운트에 마음이 급해진 타자의 배트는 이번에도 여지없이 헛돌았다.
이후에도 좋은 피칭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이름이 많이 알려진 선수였기 때문에 스카우터들은 더욱 진지하게 그를 관찰했다.
나도 또한 그를 유심히 지켜봤다.
만약 이번에 프로 구단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고 해도 우리 에이전시의 훈련 프로그램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선수 본인에게뿐만 아니라 함께하는 다른 선수들에게도 좋은 멘토가 되어줄 수 있을 만한 선수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에 못지않게 좋은 활약을 보여주는 선수가 또 한 명 있었다.
-미국에서 실패한 경험을 잘 살려서 한국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보고 싶다.
미국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그 타자였다.
아무리 미국에서는 자리를 잡지 못하고 돌아왔다지만, 아마추어 선수들이 모인 트라이아웃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딱!
타격에서 시원한 안타를 때려내는 건 물론이고,
펑!
“아웃!”
유격수로서 감탄사를 부르는 수비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가 움직임을 보여줄 때마다 스카우트들이 분주하게 무언가 기록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얼굴이 알려진 두 선수 이외에도 원석 같은 선수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또한 실력만큼은 당장 프로급이 아니더라도 투지 하나만큼은 부족하지 않은 선수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틱!
빗맞은 타구가 하늘 높이 떠올랐다.
고개를 든 3루수가 공을 바라보며 따라갔다.
점점 더그아웃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3루수의 시선은 오직 공만 바라보고 있었다.
“어어?”
펑!
팔을 쭉 뻗어 글러브로 공을 잡는 순간,
동시에 더그아웃 펜스에 걸린 몸은 균형을 잃고 넘어가고 있었다.
“잡아! 잡아!”
급하게 달려온 선수들이 넘어지는 그의 몸을 힘겹게 버텨냈다.
“큰일 날 뻔했네.”
하마터면 큰 사고로 연결될 뻔한 상황이었다.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내 등에도 식은땀이 흐를 정도였다.
반면, 넘어질 뻔한 선수의 얼굴에는 싱글벙글 미소가 걸려있었다.
이닝이 마무리되고 대폭 새로운 선수들이 등장하며 경기가 이어졌다.
딱!
타자의 배트에 맞은 타구가 외야로 뻗어나갔다.
왼쪽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발사 각도가 높았던 탓에 좌익수가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을 만한 타구였다.
하지만,
“어어?”
좌익수가 첫 스타트를 끊는 타이밍이 빠르지 않았던 탓에 아슬아슬했다.
그래도 다행히 공이 떨어지기 전에 잡아내는 데는 성공했다.
“아웃!”
공을 잡은 좌익수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내야수를 향해 공을 던졌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진 타구도 좌익수를 향했다.
역시나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을 만한 타구였는데,
“어어?”
이번에도 좌익수는 첫 스타트를 늦게 끊은 탓에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아웃!”
힘겹게 공을 잡아내기는 했지만, 수비를 하는 과정에서 안정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저 선수는 타구 판단이 너무 안 되는 거 같은데?”
“긴장을 많이 했나 보네.”
안타까운 마음에 한숨이 터져 나왔다.
“아무리 긴장을 해도 그렇지. 저 정도 외야 수비로는 힘들지 않겠어?”
“음…….”
냉정하게 말해서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이후로도 경기는 계속됐다.
펑!
“스트라이크 아웃!”
위력적인 공으로 삼진 아웃을 잡아내는 투수도 있었고,
따악!
“홈런!”
시원한 스윙으로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타구를 날려보낸 타자도 볼 수 있었다.
이런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프로 구단 스카우터들의 눈빛은 반짝이며 무언가를 기록했다.
어느덧 이닝이 마무리되고 클리닝 타임이 되었다.
선수들이 그라운드 상태 때문에 자신의 역량을 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 평소보다 자주 정비를 했다.
잠시 경기를 멈추고 관계자들이 그라운드로 나와서 분주하게 흙을 정비했다.
이제 나는 다른 경기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옆에 위치한 경기장으로 가고 있는데,
아까 불안불안한 수비를 했던 좌익수가 눈에 띄었다.
나는 긴장하고 있을 그 선수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주고 싶어서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어깨를 살짝 두드리며 말했다.
“긴장 많이 했어요?”
역시나 그에게서도 정보창이 보였다.
고개를 돌려 나와 눈이 마주친 그에게 한마디를 더 던지려고 하는데,
정보창에 보이는 내용을 보고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