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60
260화>
드림에이전시 트라이아웃 (4)
-점점 왼쪽 귀가 잘 들리지 않고 있다.
-야구를 하는 지금 이 순간이 더없이 즐겁다.
귀가 잘 들리지 않고 있다고……?
외야수가 타구 판단을 잘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소가 필요했다.
그중에 하나는 공이 맞는 순간의 소리를 듣고 타구의 방향과 떨어질 위치를 판단하는 것이었다.
공이 맞는 소리만 듣고도 어떻게 날아올지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어야 좋은 수비를 할 수 있었다.
오늘 경기에서 계속 수비가 불안불안해 보였던 이유가 바로 이거 때문일까?
나는 조심스럽게 김현승에게 물었다.
유니폼에 이름이 적혀있었기 때문에 바로 이름을 부를 수 있었다.
“현승 씨, 혹시 오늘 몸 상태는 어때요?”
“오늘 컨디션이 정말 좋아요. 덕분에 대표님도 만나고 야구하는 사람들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정말 재밌어요.”
김현승의 입가에는 해맑은 미소가 걸려있었다.
“경기하면서 긴장 많이 됐죠?”
“여기 처음 도착했을 때는 조금 긴장됐는데요. 막상 테스트 시작하니까 하나도 긴장 안 했어요. 잘하는 선수들이 눈에 띄기는 했는데, 그래도 평소에 야구하는 거랑 다르지 않더라고요.”
김현승의 표정을 보니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진심이 담긴 말인 것 같았다.
“오늘 테스트는 만족스럽게 마친 거 같아요?”
“안타를 못 쳐서 아쉽긴 한데요.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아쉬운 건 없어요. 정말 재밌었어요.”
싱글벙글 웃으며 답하는 김현승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외야수 포지션에서 수비한 건 얼마나 됐어요?”
“포지션별로 다 해봤는데요. 저한테는 좌익수가 제일 잘 맞는 거 같아요. 이건 비밀인데, 솔직히 말해서 제가 순발력이 조금 떨어지는 편인 거 같더라고요. 근데 좌익수는 그래도 수비 부담이 덜한 편이잖아요. 그래서 수비보다는 타격에 집중하려고 선택했어요.”
혹시 자신의 몸 상태에 문제가 있다는 걸 모르고 있는 걸까?
“수비할 때 타구 판단은 어떻게 하고 있어요?”
“타구 판단이요……?”
김현승이 고개를 갸웃하며 나를 바라봤다.
“외야 수비를 잘하려면 타구 판단을 빠르게 해야 하잖아요. 그러려면 나름의 노하우가 있어야 할 텐데?”
“음……. 날아오는 코스 보면서 움직이는데요? 대표님이 투수 구종에 따라서 결정을 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솔직히 저희 팀에서는 투수들이 그렇게 정확하게 공을 던질 수 있는 게 아니라서요. 떠오르고 난 다음에 어디쯤 떨어질 것 같다고 파악한 다음에 움직였어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게 움직여서는 넓은 수비 범위를 커버하기 어려웠다.
“그것만으로는 판단하기가 어렵지 않았어요? 몇 초만 늦어도 수비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어려울 때도 있죠. 근데 최근에 실책을 한 적은 없어요. 수비를 잘하지는 못해도 못한다는 얘기는 들은 적 없거든요.”
생각해 보니 좌익수로서 잡아야 하는 타구를 놓치지는 않았다.
그만큼 훈련을 많이 했다는 의미겠지.
“지금 훈련하고 있는 팀이 어디예요?”
“저희 동네에 같이 야구하는 동호회 있거든요. 주말마다 나가서 경기하고 있어요.”
동호회라고?
이번 트라이아웃에는 자격 요건이 없었기 때문에 아마추어 팀에도 속해있지 않은 참가자가 적지 않았다.
정식으로 훈련받지 않았는데도 2차 테스트까지 올라올 정도로 기본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이었다.
“그럼 코치님이 따로 있지는 않은 거네요?”
“아! 당연히 있죠. 드림 에이전시!”
“드림 에이전시에서요……?”
우리가 언제 코칭을 해줬지?
“SNS에 올라와 있는 영상들 보면서 훈련하고 있어요. 프로 선수들은 어떻게 훈련하는지 자세하게 알려주니까 엄청 도움 많이 됐어요. 그거 따라 하면서 열심히 훈련했어요.”
“아무리 영상이 있어도 옆에서 도와주는 코치가 없으면 쉽지 않았을 텐데, 혼자서 하다 보면 지치기도 할 테고. 그건 어떻게 극복했어요?”
“야구 자체가 재밌잖아요. 제가 야구를 엄청 잘하지는 못해도 조금씩 성적이 좋아지고 있거든요. 그리고 매일매일 드림 에이전시 영상 보면서 훈련하니까 확실히 도움이 됐어요.”
“열심히 만든 영상이 도움이 되었다니까 보람이 있네요.”
“그나저나 드림 에이전시 선수들 생활하는 거 보니까 정말 재밌더라고요.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소영준 선수는 꼭 한번 만나보고 싶어요.”
“다음에 한번 만나게 해줘야겠는데요. 영준이도 야구 좋아하는 사람들하고 노는 거 좋아하거든요.”
“우와! 정말 기대돼요.”
김현승이 손뼉을 치며 기쁨을 드러냈다.
“현승 씨, 혹시라도 이번 트라이아웃에서 떨어지면 어떻게 할 계획이에요? 그래도 계속 야구할 거예요?”
“그럼요, 당연히 해야죠. 저는 야구하는 게 제일 재밌거든요.”
김현승이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답했다.
“혹시 지금 다른 일하면서 야구하고 있는 거예요?”
“이제까지는 학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하고 있었는데요. 이번에 졸업했거든요. 이제는 취업하려고요.”
“취업 준비하면서 이렇게 열심히 훈련한 거면 정말 대단한데요?”
“사실 이제부터 고민해 봐야 해요. 학교 다니면서는 야구만 하느라 다른 준비를 하나도 못 했거든요.”
어쩌면 되게 심각한 얘기인데도 김현승의 입가에는 싱글벙글 미소가 걸려있었다.
“그럼 이번 트라이아웃 끝나고 우리 에이전시로 한번 오세요. 잠깐 이야기 좀 나눠요.”
“우와! 진짜요? 대박이다!”
김현승의 입가에 걸린 미소를 보니 자연스럽게 내 입꼬리도 올라갔다.
* * *
그사이 2차 테스트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었다.
비록 경기력은 프로 선수들보다 떨어졌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과 투지만큼은 그와 못지않았다.
한 베이스라도 더 진루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주자들과, 어떻게 해서라도 아웃을 잡아내려는 수비수.
“윽!”
그리고 몸으로 날아오는 공을 피하지 않고 출루하려는 타자까지.
경기장에서 투지와 투지가 맞붙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오늘 이곳 경기장에서 자신이 준비한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인지 긴장한 선수들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그러다 보니 결국 우려했던 일이 생기고야 말았다.
“아악!”
땅볼을 치고 난 후에 어떻게 해서든 베이스를 먼저 밟으려던 타자가 발을 헛디디며 발목을 접질리고 말았다.
“의료진 와주세요!”
그대로 경기가 중단되고 곧바로 의료진이 달려갔다.
분명히 심하게 접질렸기 때문에 그냥 서 있기도 힘들 텐데, 부상당한 선수는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괜찮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 조심스럽게 달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서든 아무 문제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겠지만, 불편하게 절뚝이는 것까지 완전히 숨길 수는 없었다.
이를 확인한 의료진은 두 손을 들어 올리며 운영진을 향해 X를 그려 보였다.
부상당한 선수가 할 수 있다며 강력하게 어필해 봐도 의료진의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다.
우리 직원이 다가가 설득하고 나서야 교체를 받아들였다.
고개를 푹 숙이고 터덜터덜 걸어 나오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무거워지는 듯했다.
* * *
어느새 2차 테스트까지 모두 마무리됐다.
선수들이 휴식을 취하는 동안 나는 프로 구단 스카우터들과 실내 회의실에서 따로 만났다.
“드디어 끝났네요. 오늘 오랜 시간 경기 지켜보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나의 박수를 시작으로 모두가 서로를 향해 손뼉을 쳤다.
박수 소리가 조금 잦아들자 나는 스카우터들과 눈을 마주치며 말을 이어갔다.
“원하는 선수들을 많이 찾으셨나요?”
“네, 좋은 선수들이 몇몇 눈에 띄네요.”
“다행입니다. 미리 말씀드렸던 것처럼 구단에서 계약을 원하는 선수가 있으면 우선권을 드릴 계획입니다.”
내가 정인규와 눈을 마주치자, 그는 들고 있던 종이를 스카우터들에게 나누어주었다.
“계약을 원하시거나 인터뷰를 해보고 싶은 선수들을 저희에게 알려주시면 곧바로 연결을 해드리겠습니다.”
“네.”
“그럼 지금 바로 작성해서 전달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내 말이 끝나자 스카우터들은 자신들이 기록해두었던 선수들의 이름을 찾아 표시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프로 구단 스카우터들은 하나둘 자신들이 유심히 지켜봤던 선수들의 명단을 건넸다.
우리는 10개 구단으로부터 건네받은 자료를 모두 취합해 정리했다.
프로 구단의 선택을 받은 선수들은 자동으로 해당 구단 스카우터와 인터뷰를 하고 계약을 진행하게 되었다.
그중에는 프로 구단 두 곳 이상의 선택을 받은 선수도 있었다.
그 선수들은 한 구단을 선택해야 했다.
각각 구단과 면담을 하며 선수 본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줄 계획이었다.
이제 나머지 선수들 중에서 우리 에이전시가 관심을 가진 선수들을 선정할 차례였다.
에이전시 직원들이 한순간도 빼놓지 않고 경기를 지켜보며 만든 분석 자료로 평가를 진행했다.
선수로서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참가자들을 선정하는 것과 동시에, 그렇지 못한 선수들에게는 개선해야 할 점을 적어주었다.
그렇게 우리 에이전시에서 선발할 선수 명단까지 완성하고 나자 회의를 마칠 수 있었다.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고 있었다.
나는 마이크를 들고 다시 한번 단상에 올랐다.
“여러분, 오늘 아침부터 지금까지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 같이 박수 한 번 칠까요?”
선수들이 손뼉을 치며 서로를 격려했다.
“그럼 지금부터 결과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우선 프로팀의 선택을 받은 선수들을 발표하겠습니다.”
나는 프로 구단에게서 전달받은 명단에 적힌 이름을 하나하나 불렀다.
이름이 불릴 때마다 다른 선수들은 손뼉을 치며 축하를 보냈다.
“여기까지가 프로 구단이 관심을 가진 선수들입니다. 이 선수들은 지금 회의장으로 가셔서 해당 구단 스카우터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시면 되겠습니다.”
총 20명의 선수들은 회의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스카우터들을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이제 우리 에이전시가 선발할 선수들을 발표할 차례였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불렀다.
그렇게 오십 번째 선수를 마지막으로 끝이 났다.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힘겹게 입을 열었다.
“저희와 함께하게 될 선수는 여기까지입니다.”
“아…….”
이름이 불리지 못한 선수들은 아쉬움의 탄식을 뱉었다.
몇몇 선수들은 고개를 푹 숙였고, 눈물을 보이는 선수들도 있었다.
“이번에는 함께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여러분의 야구 인생이 끝난 건 아닙니다. 오늘 경기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기록해두었던 내용을 모두에게 전달해 드릴 테니까요. 내년에 있을 트라이아웃에서는 좋은 결과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아쉽게 함께하지 못하게 된 선수들은 에이전시에서 제공한 피드백 내용을 건네받고는 힘없이 장비 가방을 메고 경기장을 떠났다.
“오늘 고생 많았어요. 내년에 봐요.”
나는 출구에 서서 선수들과 한 명 한 명 인사를 나누며 힘을 북돋아 주었다.
그리고 그사이 실내 회의장에서는 스카우터들과 선수들의 만남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렇게 20명의 선수들이 프로 구단과 계약을 맺을 수 있게 되었다.
그중에는 멕시코 리그에 다녀왔던 투수, 미국에서 돌아온 타자도 포함되어 있었다.
프로 구단과 계약을 맺은 선수들에게는 본인이 원한다면 우리 에이전시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을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프로 구단과의 계약과 동시에 우리 에이전시와의 매니지먼트 계약도 진행했다.
그렇게 첫 번째 드림 에이전시 트라이아웃이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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