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62
262화>
약속 그리고 믿음 (1)
우리 에이전시의 트라이아웃이 진행되는 사이에 시즌은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100경기가 넘어가면서 굵직한 순위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여전히 1위와 2위를 달리고 있는 재규어즈와 버팔로즈는 1게임 차이로 치열하게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었다.
마이클 스콧은 16승과 2.20의 평균 자책점으로 재규어즈의 질주를 이끌고 있었다.
도널드 왓슨은 타율 0.315, 18홈런, 90타점으로 지난 시즌을 뛰어넘는 기록을 거둘 게 확실해 보였다.
게다가 무조건 공격적이었던 외야 수비에서 이전보다 훨씬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두 선수 덕분에 재규어즈가 경기를 펼치는 구장에서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을 만나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포수 한교진은 퍼펙트게임을 계기로 팀 내 입지가 완전히 달라졌다.
퍼펙트게임 이후로 한교진과 호흡을 맞추고 싶어 하는 투수들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주전 포수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갑자기 출전 빈도를 늘리다 보면 체력 부담으로 흔들릴 수 있었기 때문에 코칭스태프에서 조절을 해줘야 할 정도였다.
그리고 지명타자로 출전하는 경기를 포함해서 타석에 섰을 때는 자신이 가진 파워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서성민은 상황에 따라 2루수와 1루수를 맡아 흔들리지 않는 수비를 보여주며 팀에서 필요로 하는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 있었다.
타격에서는 타율 0.285와 15홈런 70타점으로 아직 40경기가 남아있었음에도 지난 시즌 성적을 이미 뛰어넘었다.
정민우는 한교진과 호흡을 맞추기 시작한 이후로 확실히 달라졌음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평균 5이닝 이상을 책임져주며 평균자책점 3.45를 기록하고 있었다.
게다가 로테이션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등판했다.
정민우가 5선발 투수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준 덕분에 재규어즈의 선발 투수진은 리그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버팔로즈도 치열하게 재규어즈를 뒤쫓으면서 우승에 대한 희망을 이어가고 있었다.
고지훈은 14승과 2.8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팀의 1선발로 마운드를 이끌고 있었다.
오석훈은 타율 0.360과 0.580의 장타율로 압도적인 리그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게다가 벌써 21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데뷔 이후 처음으로 20홈런을 달성하기도 했다.
도루를 포기하고 타격에 집중한 효과를 확실하게 볼 수 있었다.
박성주는 타율 0.295에 33홈런을 기록하며 홈런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정규 시즌이 마무리되려면 아직 40경기가 남아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페이스를 잃지만 않는다면 데뷔 이후 처음으로 40홈런을 달성하는 것도 가능해 보였다.
드래곤즈의 나준호는 타율 0.303에 26홈런을 기록하며 이번 시즌에도 여전히 훌륭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드래곤즈의 주요 선수들이 시즌 내내 부상에 시달렸기 때문에 나준호에 대한 견제가 어느 때보다 심했다.
그런 상황에서 펼친 활약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커리어 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다만 홀로 분투하는 것만으로는 팀을 상위권으로 올려놓는 게 무리일 수밖에 없었다.
4위나 5위로 시즌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최정환은 29세이브 평균자책점 1.80로 최정상급 마무리 투수로 완전히 자리를 굳혀가고 있었다.
더블즈가 8회까지만 리드를 하고 있으면 큰 문제 없이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만약 더블즈가 상위권을 달렸다면 최정환이 기록한 세이브는 지금보다 훨씬 많았을 게 분명했다.
엔젤스의 장수영 또한 25세이브 2.37의 평균자책점으로 9회를 굳건하게 막아주고 있었다.
두 선수 모두에게 아쉬운 점은 소속 팀의 성적이 좋지 않았던 탓에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었다.
포스트시즌이 주는 긴장감 속에서 9회를 책임지는 경험을 해보지 못하고 있다는 게 많이 아쉬웠다.
펠리컨즈 소영준은 팀이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것과는 관계없이 뜨거운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타율 0.310을 기록하며 목표로 했던 3할 타율을 넘은 건 물론이고, 벌써 22홈런을 기록하며 장타력까지 유감없이 보여줬다.
타율은 물론 홈런까지 커리어 하이 시즌이었던 지난 시즌을 넘어서는 성적을 예고했다.
이번 시즌에도 다른 구단에서 트레이드를 추진한다는 소문은 변함없이 들려왔다.
FA가 그리 멀지 않았기 때문에 점점 더 가능성이 높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제안을 했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펠리컨즈에게 소영준은 말 그대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였다.
그러다 보니 펠리컨즈가 반대급부로 핵심 유망주 여러 명을 요구했기 때문에 성사될 가능성이 희박했다.
내야를 보강하고 싶은 구단들은 소영준이 FA 요건을 채우게 되는 시기만을 호시탐탐 기다리고 있었다.
재규어즈의 지명을 받은 최우진은 경기마다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평균 145km/h에 가까워지며 점점 빨라지고 있는 구속에, 완벽에 가까운 제구력 그리고 체인지업을 추가한 다양한 구종까지.
지명을 받은 이후에 더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제 더 이상 고교 야구에서는 상대를 찾기 어려워 보였다.
소문에 의하면 최우진을 지명하지 않고 넘어간 세 개 구단에서 깊은 후회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 * *
기존 에이전시 소속 선수들이 펼치는 정규 시즌에, 트라이아웃에서 프로 구단과 계약을 맺으며 합류한 선수들의 훈련 과정 그리고 에이전시에서 훈련하고 있는 선수들 관리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위이잉- 위이잉-
이수민의 전화였다.
“네, 수민 씨.”
-강 대표님, 이게 사실이에요?
“갑자기 무슨 말이에요?”
-지금 드림 에이전시에 관한 기사가 올라왔더라고요. 확인을 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뭐가 있어요? 알겠습니다.”
나는 곧장 전화를 끊고 포털 사이트에서 드림 에이전시를 검색했다.
└어쩐지 이상하긴 했어. YJ에이전시가 바보도 아니고 갑자기 왜 핵심 선수들을 한 번에 내줬겠어.
└강현우도 난놈이네. 유명한 선수들 한 번에 싹 빼와서 에이전시 차리고 대표 노릇하고 있는 거 보면.
└은퇴하고 할 일 없을 때 거둬준 사장한테 이런 식으로 뒤통수치냐. 이래서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거 아니라는 거다.
└근데 이게 실제로 가능한 건가? 아무리 선수랑 친하다고 해서 계약이 되어있는 걸 갑자기 파기할 수 있다고?
└말 그대로 협박을 했겠지. 선수 출신이니까 친하다는 거 이용해서 태업하거나 그랬겠지.
└그래도 YJ에이전시가 국내 스포츠 쪽에서는 원탑인 회사인데. 그럼 슈퍼 갑 아닌가? 이렇게 협박 당한다는 게 말은 안 되는 거 같은데.
└쓰읍. 난 일단 중립 기어 박고 기다려볼란다.
기사의 내용을 요약해 보자면,
내가 선수들과의 친분을 악용해서 YJ에이전시에 있던 선수들을 모두 데려왔다는 내용이었다.
말 그대로 전혀 근거 없는 헛소리였다.
그때 당시에 임예지와 있었던 일을 모르기 때문에 나온 오해였다.
이걸 알고 있는 사람은 나와 임예지 그리고 김민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오해가 생기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
나는 피식 웃음을 터트리고는 기사를 껐다.
잠시 후, 벌컥 문이 열리더니 정인규와 이주혁이 들어왔다.
“대표님, 이게 무슨 일이에요?”
정인규가 내 앞에 앉으며 물었다.
“다들 벌써 기사 보셨나 보네요.”
“어떻게 된 일이에요?”
“전혀 근거 없는 얘기에요. 신경 쓰지 마세요.”
나는 아무렇지 않게 모니터 화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정인규는 생각이 달라 보였다.
“지금 커뮤니티도 그렇고 구단 쪽에서도 난리예요. 이렇게 그냥 넘어갈 수 있을 상황은 아닌 거 같은데요?”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정인규와 이주혁을 바라봤다.
“상식적으로 제가 협박한다고 임예지 대표가 계약을 해지해 줬겠어요? 만약 그랬으면 이런 얘기가 진작에 나왔겠죠.”
“그럼…… 어떻게 하신 거예요?”
정인규가 잠시 주저하고는 나에게 물었다.
“뭘 어떻게 해요?”
“회사 시작하시자마자 지금 우리 선수들이랑 한 번에 계약하신 건 사실이잖아요.”
“그렇죠.”
“석훈이나, 성주, 영준이, 수영이, 지훈 선배에 준호 선배까지. 다 YJ에이전시랑 계약 중인 선수들이었는데……. 어떻게 회사 설립하자마자 계약을 하실 수 있었던 거죠?”
정인규가 나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설마 두 분, 그 기사 내용을 믿고 있는 건 아니죠?”
“그럼요. 저희야 당연히 대표님을 믿죠. 하지만 에이전시로 전화가 밀려들고 있는 상황에서 저희도 논란이 된 부분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정확하게 대응을 할 수 있으니까요.”
“음…….”
그때 당시에 임예지와 있었던 일에 대해서 얘기를 해주는 게 맞는 걸까?
나를 바라보고 있는 두 사람의 표정을 보니 나에 대한 의심이 아예 없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 이들에게까지 꽁꽁 숨길 일은 아니겠지.
나는 그 당시에 있었던 일들을 간략하게 이야기해주었다.
대신 임예지가 고지훈에게 했던 행동은 숨기고, 선수들과 약간의 트러블이 있었다고 둘러댔다.
“아……. 그런 거였군요.”
“대신에 이건 두 분만 알고 있어야 합니다. 절대 외부로 흘러나가서는 안 돼요.”
“네.”
정인규와 이주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근데 이 얘기가 처음에 어디에서 나온 건 가요?”
“거의 대부분의 매체에서 비슷한 타이밍에 기사를 올린 상황이라서요. 누군지는 아직 정확하게 알기가 어렵습니다.”
이주혁이 스마트폰을 보며 답했다.
“일단 이걸 먼저 알아야겠네요. 이 이야기를 처음으로 꺼낸 사람을 찾아가 보면 답을 찾을 수 있겠죠.”
“네, 지금부터 바로 찾아보겠습니다.”
이주혁이 벌떡 일어나려고 하는데,
“대표님, 복잡하게 돌아갈 게 아니라 확실한 방법이 좋지 않을까요?”
정인규가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다른 방법이 있나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겁니다.”
“사실이라면……?”
“우리 선수들이 YJ에이전시를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하는 거죠.”
“제가 말씀드렸지만 그건 외부에 공개돼서는 안 됩니다.”
나는 조금의 고민도 없이 답했다.
“대표님, 과연 이번 루머를 만들어낸 사람이 누구일까요?”
“루머를 만든 사람……?”
“이건 극소수의 사람들만 알고 있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이걸 흘려보낼 수 있는 사람은 몇 명 안 될 거 같은데요.”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오직 세 명.
나, 김민환 그리고 임예지.
나를 포함해서 모두 YJ에이전시와 관계된 사람들이었다.
“YJ에이전시에서 했을 거라는 말인가요?”
“그럴 수밖에 없죠.”
“근데 그쪽에서 이제 와서 갑자기 이런 얘기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임예지 대표라고 해도, 경쟁사이기도 한 드림 에이전시가 너무 잘나가는 걸 보면 기분이 썩 좋지는 않을 거 같은데요.”
“음…….”
터무니없는 말은 아니었지만,
“YJ에이전시에서 했다는 확실한 근거를 찾기 전에는 얘기하지 않을 겁니다. 그동안 이 기사의 출처를 찾아봐주세요.”
“알겠습니다.”
나의 단호한 대답에 정인규는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이후로 에이전시의 모든 직원들은 출처를 찾아내기 위해 인터넷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위이잉-
위이잉-
오후가 되면서부터 내 스마트폰은 사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전화가 끊임없이 걸려 왔다.
모두 그 기사와 관련해서 나에게 사실인지를 묻는 전화였다.
너무 많은 전화가 걸려 왔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스마트폰을 꺼둘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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