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68
268화>
기다렸던 그 순간 (2)
3회 초.
재규어즈의 마운드는 여전히 정민우가 지키고 있었다.
2회까지 좋은 피칭을 보여준 데다, 하위 타순을 상대하는 이닝이었기 때문에 그의 피칭에는 조금 여유가 느껴졌다.
펑!
펑!
비록 오늘 정민우의 제구와 구위가 완벽하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주전 선수들이 대부분 빠진 타선을 상대하기에는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었다.
틱!
“아웃!”
결국 3이닝을 실점하지 않고 막아낼 수 있었다.
이어지는 3회 말 재규어즈의 공격.
재규어즈 타자들은 어떻게 해서든 한 점이라도 따라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딱!
안타를 때려내며 선취점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틱!
“아웃!”
펑!
“아웃!”
이어지는 타자들에게서 안타가 나오지 않으며 결국 득점 없이 이닝이 마무리됐다.
3회 말이 끝나는 상황에서 점수는 여전히 0:0이었다.
-지금 이곳 경기장에 계신 관중분들은 버팔로즈 경기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하시기도 할 것 같아요.
-버팔로즈의 경기도 아직 1:0입니다. 펠리컨즈가 역전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기는 해도 재규어즈가 자력으로 우승을 하는 게 훨씬 마음이 편하겠죠.
-재규어즈 불펜에는 몇몇 투수들이 나와서 가볍게 몸을 푸는 모습이 보이네요.
-정민우 선수가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당장 교체할 일은 없겠지만요.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바로 교체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재규어즈에서 빠르게 선취점을 내야 마음이 놓일 것 같은데요.
경기는 4회로 이어졌다.
펑!
펑!
정민우는 한교진의 리드에 맞춰 피칭을 이어갔다.
딱!
안타를 허용하며 위기를 맞나 싶었지만,
이를 극복해낸 건 한교진의 어깨였다.
1루 주자가 달리자 한교진이 볼을 잡고 곧바로 2루를 향해 던졌다.
2루수 서성민이 공을 잡고 여유 있게 주자의 몸에 글러브를 갖다 댔다.
심판의 판정을 확인하지 않아도 결과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아웃!”
-여유 있게 주자가 사라집니다. 한교진 선수의 송구 파워와 정확도는 정말 놀라울 정도네요.
-한교진 선수가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을 때는 저런 플레이를 보여줘서는 안 되죠. 확실하게 투수의 타이밍을 뺏을 수 있도록 연구를 해오지 않으면 가능성이 없다고 봐야 해요.
-주전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기회가 왔을 때 자신의 주력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을 텐데요. 오랜만에 출전한 경기에서 상대 팀 포수 마스크를 한교진 선수가 쓰고 있다는 건 운이 안 따라줬다고밖에 볼 수가 없겠네요.
5회에도 정민우는 크게 흔들리지 않고 실점을 허용하지 않으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반면, 재규어즈 타자들은 이닝이 이어질수록 점점 마음이 급해지는지 확실한 타격을 해주지 못하고 있었다.
5회 말이 끝난 상황에서도 전광판의 스코어는 0:0으로 바뀌지 않고 있었다.
6회 초.
여전히 정민우가 마운드에 올랐다.
-정민우 선수가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주고 있는데요. 오늘 경기에서 정민우 선수에게 기대했던 부분은 모두 충족해 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재규어즈의 타선이 터지지 않고 있다는 게 정말 아쉽게 느껴지네요.
이닝의 첫 번째로 만난 타자는 4번 타자 나준호였다.
-나준호 선수가 앞선 두 번의 타석에서는 홈런을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혹시 이번 타석에서 홈런을 기록하지 못해도 나준호 선수를 교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30홈런을 기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곧 이어질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준비하기 위해서 체력 관리를 해야 하니까요.
-이번 정규 시즌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타석에서 과연 나준호 선수가 기다렸던 홈런을 기록할 수 있을까요?
이번 타석에서만큼은 나준호의 표정에도 긴장감이 읽혔다.
정민우는 한교진과 신중하게 사인을 교환했다.
그리고 공을 힘껏 던졌다.
펑!
“볼!”
펑!
“볼!”
스트라이크 존을 크게 벗어나는 공이었기 때문에 나준호는 꿈쩍도 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정민우 선수,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간 것 같아요.
-오늘 경기에서 가장 조심해야 하는 타자니까요.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정민우는 심호흡을 몇 번 고른 후에야 다시 투수판을 밟고 섰다.
한교진은 신중하게 사인을 보냈다.
고개를 끄덕인 정민우는 다시 힘차게 와인드업을 시작했다.
그의 손을 떠난 패스트볼은 스트라이크 존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이번에는 나준호가 기다렸다는 듯이 주저하지 않고 배트를 돌렸다.
따악!
나준호의 배트에 맞은 타구는 빠른 속도로 하늘을 비행했다.
“오오오!”
드래곤즈 관중석의 팬들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서 날아가는 타구를 바라봤다.
중견수 도널드 왓슨과 우익수가 빠르게 비행하던 타구를 마지막까지 쫓아가 봤지만,
결국 타구는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홈런!”
“와아아아-”
동시에 드래곤즈 관중석에서는 엄청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이를 확인한 나준호는 오른손을 들어 올리며 본인의 첫 30홈런을 자축했다.
-드디어 나준호 선수가 데뷔 이후 처음으로 30홈런을 달성하는 순간입니다!
-처음으로 30홈런을 달성했다는 것도 놀라운데요. 어떻게 나이가 들어갈수록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는 지도 궁금하네요.
-드래곤즈의 FA 계약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이번 시즌에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150억 원이 아깝지 않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라는 걸 이렇게 또 느낍니다.
“나준호! 나준호! 나준호!”
드래곤즈 팬들은 뜨거운 함성으로 나준호의 30홈런을 축하했다.
잠시 후, 나준호가 홈 베이스를 밟자 전광판 스코어는 1:0으로 바뀌었다.
마운드에 있던 정민우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드디어 30홈런을 기록한 나준호는 곧바로 교체됐다.
재규어즈가 리드를 빼앗겼기 때문에 팬들의 관심은 버팔로즈와 펠리컨즈의 경기에도 쏠렸다.
동시에 새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소식이 들어왔네요.
-재규어즈 팬들에게 유쾌한 소식은 아닐 것 같은데요.
-버팔로즈 박성주 선수가 연타석 홈런을 터트렸다고 합니다! 펠리컨즈를 상대하는 버팔로즈가 박성주 선수의 홈런 두 방을 앞세워서 2:0으로 앞서갑니다.
-이야, 정말 대단합니다. 40홈런에 이어서 곧바로 41홈런까지. 중요한 경기에서 홈런을 두 방이나 때려주네요.
-만약 두 팀의 경기가 이렇게 끝나게 되면 이번 시즌의 우승팀은 버팔로즈로 바뀌게 됩니다.
-정말 오늘 경기의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올라가는 순간까지 긴장을 놓을 수가 없겠는데요.
└박성주 40호, 41호 연타석 홈런!! 미쳤다!
└좋다 좋아! 나준호 땡큐! 이대로 버팔로즈 역전 우승 가자!!!
└설마 진짜 뒤집히는 건 아니겠지?
└지금 타이밍에 투수 교체해야 하는 거 아니냐?
└정민우가 진짜 잘 던지긴 했는데, 마지막 한 방이 너무 아쉽네 ㅠ
재규어즈 더그아웃에서 서진웅 투수코치가 걸어 나왔다.
동시에 한교진도 마스크를 벗으며 마운드로 향했다.
마운드에서 만난 세 사람은 잠시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사이 재규어즈 관중석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글러브를 쥔 마이클 스콧이 불펜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어어? 지금 마이클 스콧 선수가 더그아웃을 나와서 불펜으로 이동했어요. 이게 무슨 일이죠?
-스콧 선수가 오늘 경기에서 등판을 하지 못할 이유는 없지만, 휴식을 충분히 취하지 못한 상황에서 등판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몸 푸는 모습만 보여주면서 상대 팀을 압박하기 위함일까요?
-제 생각에는 그럴 가능성이 클 것 같고요. 그게 아니라면 재규어즈 선수들에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메시지를 주기 위함도 있을 것 같아요.
-오늘 경기는 정말 볼 거리가 많습니다. 어떻게 마무리될지 정말 궁금하네요.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내려가고 나자 다시 경기가 시작됐다.
다음 타자가 타석에 들어왔다.
정민우는 자신에게 남은 마지막 힘을 다해서 공을 던졌다.
펑!
후웅-
유인구로 타자가 배트를 헛돌게 만들고 난 뒤에,
온 힘을 다해 패스트볼을 스트라이크 존으로 밀어 넣었다.
틱!
정민우가 혼신의 힘을 다한 덕분인지 타자의 배트가 힘을 이겨내지 못했다.
결국,
펑!
“스트라이크 아웃!”
오늘 경기의 최고 구속인 149km/h의 패스트볼로 상대 타자를 더그아웃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이닝의 첫 번째 아웃 카운트가 올라가는 순간이었다.
동시에 서진웅 코치가 다시 더그아웃을 걸어 나왔다.
이번에는 주심에게 새로운 공을 건네받으며 마운드로 향했다.
-이제 재규어즈에서 투수 교체를 할 생각인가 봅니다.
-오늘 정민우 선수가 5.1이닝 1실점으로 정말 좋은 활약을 펼쳐줬습니다. 중요한 경기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해주고 마운드를 내려갑니다.
-나준호 선수에게 맞은 홈런만 아니었다면 정말 완벽했을 텐데요.
-물론 아쉬움이 없을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아직 재규어즈의 공격이 4이닝이나 남아있으니까요. 남은 경기에서 집중해서 공략한다면 충분히 뒤집을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불펜 투수진이 실점하지 않고 이닝을 막아주는 게 정말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때, 불펜 문을 열고 나오는 투수는 바로 마이클 스콧이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 펼쳐지자 재규어즈 팬들은 광분하기 시작했다.
“와아아아-”
“스콧! 스콧! 스콧!”
마운드로 향하던 마이클 스콧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마운드를 내려오는 정민우와 글러브를 부딪쳤다.
-어? 오오! 근데 지금 이게 무슨 일이죠? 불펜 문을 열고 나오는 투수가 바로 마이클 스콧 선수예요!
-이야, 여기에서 스콧 선수를 올리네요. 재규어즈에서 제대로 승부수를 던지는데요?
-마이클 스콧 선수로 남은 경기를 마무리하겠다는 의도라고 봐야 할까요?
-어느 정도를 던질 수 있을지는 몸 상태에 따라서 다를 것 같은데요. 단순히 1이닝을 막기 위한 선택은 아닐 것 같습니다. 못해도 2이닝 이상은 염두에 둔 교체라고 봐야 할 것 같은데요.
-스콧 선수가 선발 등판을 마치고 충분하게 휴식을 취하지 못했는데요. 굳이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가 있을까요?
-지난 경기까지 19승을 기록했잖아요. 오늘 경기를 이겨서 20승을 거둘 기회를 만들어주려는 거 같아요.
-그렇군요. 마이클 스콧 선수가 오늘 경기에서 재규어즈의 정규 시즌 우승과 20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요?
└재규어즈 제대로 달리네. 여기서 마이클 스콧 등판시킬 거라고는 예상도 못 했는데.
└갑자기 등판한 거라서 오히려 역효과 나는 거 아니냐?
└이 정도면 경기 시작하기 전에 미리 얘기를 해두지 않았을까? 갑자기 결정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오늘 무조건 이기자!! 여기까지 왔는데 우승 뺏기는 건 너무 아쉽잖아.
└20승에 우승까지! 스콧 부탁한다!!
펑!
151km/h!
펑!
153km/h!
펑!
154km/h!
-충분히 휴식을 취하지 못했을 텐데도 스콧 선수의 공은 무시무시하네요.
-이제 드래곤즈는 나준호 선수까지 교체했기 때문에 타선에서 주전급 선수는 모두 빠졌다고 봐도 됩니다. 아무래도 조금은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거예요.
펑!
스콧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연습 투구를 마무리했다.
그사이 드래곤즈 타자가 타석으로 다가왔다.
“플레이 볼!”
심판의 콜이 들리는 순간, 스콧의 눈빛은 날카롭게 반짝였다.
스콧은 한교진이 보내는 사인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와인드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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