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69
269화>
기다렸던 그 순간 (3)
펑!
152km/h!
“스트라이크!”
마이클 스콧과 한교진이 사인을 교환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펑!
154km/h!
“스트라이크!”
이번에도 스콧은 한교진의 사인을 확인하자마자 고개를 끄덕였다.
펑!
155km/h!
“스트라이크 아웃!”
-마이클 스콧 선수가 오늘 경기에서 상대한 첫 번째 타자를 패스트볼 세 개로 아웃 시켰습니다!
-역시나 시원시원하네요. 정민우 선수의 구속보다 평균 10km/h 가까이 빠르니까요, 드래곤즈 타자들이 정신을 차리기 어려울 것 같아요.
이어지는 타자와의 승부도 다르지 않았다.
펑!
펑!
위력적인 패스트볼로 찍어누른 다음,
후웅-
날카롭게 휘어나가는 슬라이더로 상대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했다.
“스트라이크 아웃!”
깔끔하게 두 타자를 상대하고 마운드를 내려오던 스콧이 동료 선수들을 북돋기 위해 두 손을 뻗어 들었다 내렸다를 반복했다.
재규어즈 팬들 또한 큰 함성으로 화답했다.
“와아아아-”
“스콧! 스콧! 스콧!”
-스콧 선수가 마운드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재규어즈 타자들에게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딱 두 점만 뽑아줘도 충분히 리드할 수 있을 거거든요. 재규어즈 타자들이 조금 더 집중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6회 말, 재규어즈의 공격 이닝에서도 득점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여전히 1:0 드래곤즈의 리드로 이어진 7회 초.
펑!
펑!
“스트라이크 아웃!”
스콧의 구위에 눌린 상대 타자들은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스콧 선수의 몸 상태가 지금 최상의 컨디션이 아닌 것 같은데도 압도적인 피칭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드래곤즈는 이제 나준호 선수까지 교체하면서 사실상 주전급 선수들은 모두 빠진 상황이거든요. 그렇다 보니 아무래도 마이클 스콧 선수와 상대하는 게 쉽지는 않을 거예요.
펑!
펑!
“스트라이크 아웃!”
스콧은 이번 이닝에서도 단 하나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고 이닝을 마무리했다.
그렇게 7회 초가 마무리되고 7회 말로 넘어가는데,
-어! 지금 새로운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펠리컨즈의 소영준 선수가 홈런을 때렸네요! 그것도 역전 홈런으로요.
-하하하. 이거 재밌어지는데요. 소영준 선수가 재규어즈에게 천금 같은 한 방을 선물하네요.
-펠리컨즈가 단숨에 2:3으로 앞서갑니다. 이렇게 되면 다시 우승팀은 재규어즈입니다.
-시시각각 우승팀이 바뀌고 있어요. 팬분들 께서도 마지막까지 눈을 떼시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와우, 소영준 역전 쓰리런 홈런!!!
└미쳤다 ㅋㅋㅋ 소영준이 재규어즈 도와주네.
└버팔로즈야 고춧가루 맛 어떠냐 ㅋㅋ 재규어즈는 내년 시즌에 펠리컨즈한테 몇 판 져주고 시작해라. 그 정도 가치는 했잖아.
└이제 조금 마음 놓이기는 하는데, 그래도 재규어즈가 이기는 게 제일 나을 거 같다. 펠리컨즈가 한 점 차 승부를 마지막까지 리드할 수 있을 거라고 보기는 어려울 거 같은데.
└펠리컨즈 팬인데, 우리 팀 불펜 답 없다. 재규어즈 너네 우승하고 싶으면 너네가 이겨야 해.
└그렇게 좋았던 타선이 왜 오늘 갑자기 침묵하냐고 ㅠㅠ
└누구 하나가 분위기를 끊어줘야 할 거 같은데, 여기까지 와서 우승 놓치지 말자, 제발!
하지만 모든 재규어즈 팬들이 간절하게 바랐음에도,
“스트라이크 아웃!”
7회 말 공격에서도 득점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경기는 어느덧 8회 말로 이어졌다.
스코어는 여전히 1:0로 재규어즈가 밀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닝의 첫 번째 타자는 4번 타자 한교진이었다.
-아무래도 재규어즈에게는 이번이 정말 중요한 이닝이 될 것 같습니다. 4번 타자 한교진 선수를 시작으로 도널드 왓슨, 서성민 선수로 이어지는 타순이에요.
-아직 9회 말이 남아있기는 해도 마지막 이닝이라는 압박감을 느끼기 전에 해결해두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말 좋았던 재규어즈 타선이 최근에 주춤하게 된 이유가 뭘까요?
-최근에 살얼음판 순위 경쟁을 하면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반면에, 만나는 상대 팀들은 순위 싸움의 부담 없이 경기를 하고 있거든요. 그런 점이 차이를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합니다.
-곧 이어질 포스트시즌을 위해서라도 분위기를 바꾸어 놓을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요.
-그렇죠. 만약 이번 위기를 잘 극복해낸다면 오히려 좋은 예방주사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한교진이 깊은숨을 내쉬며 배트를 몇 번 휘두르고는 타석에 섰다.
드래곤즈 투수와 포수는 신중하게 사인을 교환했다.
그러고는 첫 번째 공을 던지는데,
“윽!”
-초구부터 한교진 선수의 몸에 맞는 볼이 나왔습니다.
-한교진 선수가 전혀 피할 생각이 없었어요. 몸에 맞아서라도 출루를 하려는 의지가 느껴지네요.
한교진이 1루로 달려 나가는 사이, 이제 타석에는 5번 타자 도널드 왓슨이 다가왔다.
-타석에는 도널드 왓슨, 대기 타석에는 서성민. 투수에게는 정말 숨이 막히는 조합입니다.
-여기서 왓슨 선수까지 출루를 허용한다면 정말 위험해집니다. 더블 플레이까지 노리는 건 욕심이라고 해도, 반드시 승부를 해야 해요.
드래곤즈 투수는 1루 주자 한교진을 슬쩍 바라보고는 곧바로 와인드업을 시작했다.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은 빠른 속도로 스트라이크 존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왓슨은 이미 생각하고 있었던 것처럼 조금의 고민도 없이 온 힘을 다해 배트를 돌렸다.
따아악!
공이 왓슨의 배트에 맞는 순간 경기장에 있는 모두가 동작을 멈췄다.
홈런을 예감한 왓슨은 두 손을 하늘로 뻗은 채로 날아가는 공을 지켜봤다.
빠른 속도로 날아가던 타구는 외야 가장 먼 코스로 담장을 여유 있게 넘어갔다.
“홈런!”
2루심이 손가락을 돌리자 경기장은 뜨거운 함성으로 터져버릴 것 같았다.
“와아아아-”
“왓슨! 왓슨! 왓슨!”
재규어즈 팬들은 물론이고 더그아웃에 있던 동료 선수들이 거의 동시에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와아아아! 넘어갔어요! 왓슨 선수의 역전 홈런이 터졌습니다! 이게 말이 되나요?
-이게 홈런 타자, 에이스 타자의 힘입니다. 그냥 한 방에 모든 것을 다 뒤집어 버리잖아요.
-도널드 왓슨 선수가 재규어즈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일지도 모를 정규시즌 경기에서 팬들에게 최고의 선물을 선사합니다!
-정말 다시 생각해도 믿어지지가 않네요. 왜 홈런을 야구의 꽃이라고 부르는지 확실하게 알 것 같습니다.
-이대로라면 버팔로즈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우승팀은 재규어즈입니다!
내야를 모두 밟고 온 왓슨은 홈 베이스에서 기다리던 한교진, 서성민과 연달아 두 손을 세게 부딪쳤다.
“와아아-”
“왓슨! 왓슨! 왓슨!”
그리고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며 환호를 보내는 재규어즈 팬들을 향해 가슴을 치는 세리머니로 화답했다.
더그아웃에서는 코칭스태프를 포함한 모든 선수들이 왓슨을 격하게 환영했다.
“미쳤다 왓슨!”
“인크레더블!!”
재규어즈 더그아웃에서는 광란의 파티가 열린 것 같았다.
그렇게 1:2 재규어즈의 리드로 8회 말이 마무리됐다.
드디어 9회 초.
재규어즈의 마지막 수비를 위해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는 마이클 스콧이었다.
-마이클 스콧 선수가 재규어즈의 이번 정규 시즌의 마지막 이닝을 책임지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지난 이닝에서 역전을 하면서 승리 투수 요건도 갖췄고요. 남은 아웃 카운트 세 개를 실점 없이 잡아낸다면 버팔로즈의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우승을 거머쥘 수도 있습니다.
-선수 본인의 20승과 팀의 우승.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펑!
펑!
펑!
“스트라이크 아웃!”
첫 타자를 꼼짝 못하게 하는 패스트볼로 아웃 카운트를 올리고,
틱!
“아웃!”
이어지는 타자에게는 뜬공을 유도해 아웃 카운트를 추가했다.
두 번째 아웃 카운트가 올라가자 이제 재규어즈 팬들은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2 아웃.
이제 재규어즈의 우승까지는 딱 하나의 아웃 카운트가 남아있었다.
이번 정규 시즌의 마지막일지도 모를 승부를 이어가는데,
딱!
타자의 배트에 맞은 공은 외야로 뻗어나갔다.
중견수 도널드 왓슨의 키를 훌쩍 넘어가는 타구였다.
왓슨이 빠르게 달려가 공을 잡았을 때는 이미 타자 주자가 1루 베이스를 밟고 2루로 향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타자는 2루까지 여유 있게 들어갈 수 있었다.
-아직 경기 끝나지 않았습니다. 한 점 차 상황에서 득점권에 주자가 출루하게 됐습니다.
-혹시라도 동점이 되더라도 9회 말과 연장전이 남아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재규어즈에게는 여기서 잘 마무리하는 게 당연히 좋겠죠.
-그리고 마지막이 될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버팔로즈의 경기가 마무리됐는데요. 박성주 선수가 시즌 42호이자 3연타석 홈런을 때려내면서 4:3으로 역전승을 거두었다고 해요.
-와! 3연타석 홈런이라니 정말 대단하네요. 게다가 역전으로 경기를 뒤집기까지 했어요.
-실시간 순위로는 1위가 버팔로즈로 다시 바뀌었습니다. 재규어즈는 이번 경기를 반드시 승리로 마무리해야 우승을 할 수 있습니다.
버팔로즈 경기 소식을 들은 재규어즈 팬들은 두 손을 모은 채로 경기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스콧은 2루에 있는 주자를 잠시 바라보고는 와인드업을 시작했다.
펑!
156km/h!
“스트라이크!”
펑!
157km/h!
“스트라이크!”
-구속 보세요. 마이클 스콧 선수가 정말 마지막까지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간절함이 여기까지 느껴지는 것만 같습니다.
스콧은 깊은숨을 크게 한 번 내쉬고는 모든 힘을 다해 공을 던졌다.
높은 패스트볼에 타자의 배트가 헛돌았다.
후웅-
158km/h!
“스트라이크 아웃!”
심판의 콜이 들리자마자 한교진은 공을 쥔 글러브를 들어 올리며 마운드에 있는 스콧에게 달려갔다.
“우와아아!”
동시에 관중석의 재규어즈 팬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재규어즈 선수들이 마운드 위로 모이며 뒤엉키기 시작했다.
곧이어 더그아웃에서 달려 나온 선수들도 합류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재규어즈가 8년 만에 정규 시즌 정상에 오르는 순간입니다!
-마이클 스콧 선수가 본인의 20승 그리고 재규어즈의 우승까지 확실하게 결정지어 주네요.
-버팔로즈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재규어즈의 간절함이 더욱 크지 않았나 싶습니다.
-우승을 확정 짓는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는데요.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재규어즈 축하합니다.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올리비아 왓슨은 두 손을 하늘로 뻗으며 주변에 있던 재규어즈 팬들과 순간을 즐겼다.
VIP 룸에서 이를 지켜보던 조광훈 재규어즈 단장 또한 펄쩍펄쩍 뛰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더니 결국 눈물을 보이기까지 했다.
재규어즈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나와 팬들과 함께 우승의 기쁨을 함께 나누었다.
경기가 끝나고 나서도 경기장에는 재규어즈 응원가가 멈추지 않고 울려 퍼졌다.
└오늘을 위해 8년을 기다렸다!
└이대로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가자!!!
└도널드 왓슨, 마이클 스콧 제발 잡아야 하는데 ㅠ
└안타깝지만 이제 놔줘라. 평균자책점 2점대에 20승 투수를 메이저리그에서 관심 안 가질 이유가 없다.
└근데 이 정도면 마이클 스콧이 재규어즈 구단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투수이지 않을까?
└그건 당연할 거 같고. 한국 야구 최고의 외국인 투수라도 해도 맞을 거 같은데.
└버팔로즈 팬인데 이번 시즌 재규어즈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한국시리즈에서 만나자.
└단기전에서는 어찌 될지 모른다. 재규어즈 긴장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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