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7
27화>
새로운 룸메이트 (2)
“어떤 유형의 선수가 좋으세요?”
“오. 선택지가 다양한가 봐?”
김민환이 씰룩거리며 올라가는 입꼬리를 주체하지 못했다.
“제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선수가 한 둘은 아니니까요.”
“음……. 당장 톱클래스 선수를 데려올 수만 있으면 좋기야 하겠지만. 짧은 시간에 결정하기에는 부담스럽고. 아무래도 미래가 유망한 선수를 데려올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싶은데.”
대형 선수 중에는 에이전시가 없는 경우를 찾기도 어려운 데다 몇 달 남지 않은 연말까지 영입을 확정하는 건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투수, 타자 중에서는 어느 포지션이 나을까요?”
잠시 고민하던 김민환이 미간을 접으며 답했다.
“투수냐 타자냐보다는 앞으로 얼마나 가능성이 높은 선수일지가 더 중요할 것 같은데.”
당장 계약이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몇 년 후에는 에이스로 성장해서 회사에 대형 계약을 안겨줄 수 있는 선수.
내가 생각하던 선수와 찰떡궁합이었다.
“그럼 이 선수는 어때요?”
나는 김민환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속삭이듯 말했다.
“정말 그 친구 영입이 가능해?”
김민환의 눈에 불이라도 켜진 것처럼 반짝였다.
“마음에 드시기만 하면 언제든지 가능할걸요?”
“그걸 말이라고 해? 거포 유망주에다가 결국 이번 시즌 막판에 포텐까지 터졌는데, 데려올 수만 있으면 당연히 베스트지.”
거의 다 됐다.
“그럼 제대로 얘기해 봐도 될까요?”
“아……. 아직 얘기가 안 된 거야?”
반짝이던 김민환의 눈빛이 급격하게 실망으로 물들었다.
“근데 전화만 하면 바로 온다고 할 걸요?”
자신만만한 답에도 김민환의 표정에 큰 변화가 없었다.
“정말 전화만 하면 된다고? 만약 안 된다고 하면 어떻게 할 건데.”
“그럴 리는 없을 거라고 확신하지만. 혹시라도 그런 일이 생긴다면 또 다른 선수도 있어요.”
“다른 선수는 누군데?”
김민환이 부담스럽게 가까이 다가오며 귀를 들이밀었다.
“그건 비밀이에요.”
나는 김민환의 몸을 살짝 밀며 답했다.
“에이. 사람 감질나게 만드는 건 어디서 배워온 거야.”
“그 친구, 무조건 온다고 할 거라니까요.”
-강현우의 매니지먼트를 받고 싶어 에이전시에 합류하기를 원하고 있다.
대책 없이 그냥 던진 말이 아니었다.
그에게서 보였던 정보창으로 분명하게 확인한 내용이었다.
게다가 오석훈과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조합이었다.
“좋아. 그럼 들어가서 대표님한테 보고한다? 만약 이랬는데 안 된다고 하면 진짜 나 바보 되는 거야.”
“걱정 마세요. 확실합니다.”
나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김민환이 오른손을 불끈 쥐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고는 모니터에 빨려 들어갈 것처럼 타이핑에 집중했다.
김민환 입가의 미소를 보니 당분간은 일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 * *
“갑자기 선수 영입이요?”
“네. 좋은 기회이기도 하고요. 선수 본인도 우리 회사의 매니지먼트를 받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요.”
김민환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흘러넘쳤다.
“흠……. 분명히 예전부터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있던 선수이기는 합니다만. 시즌이 다 끝나가는 상황에서 다른 일도 많은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진행할 필요가 있을까요?”
“이번에 잠재력을 보여준 상황이라 다른 에이전시에서 빠르게 영입하려고 시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본인이 원한다는 의사 표현을 했을 때 타이밍을 놓치지 말아야죠.”
임예지가 고민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본인이 오고 싶다고 직접 말을 해오던가요?”
“네?”
갑작스러운 질문에 김민환의 말문이 턱 막혔다.
그의 의견을 직접 들어본 건 아닌데.
“팀장님이 그 선수하고 만났을 때 직접 이야기를 한 건가요?”
“그게……. 네. 그렇습니다. 얼마 전에 경기장 갔다가 마주쳤는데 갑자기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허허허.”
오랫동안 함께하며 자신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사람 앞에서 거짓말을 하려니 너무 힘들었다.
“그럼 계약은 언제 하고 싶다고 하던가요?”
분명 아까 강현우가 전화만 하면 될 거라고 했으니 크게 문제 될 일은 없을 것이다.
“급하게 얘기하느라 날짜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눈 건 없긴 한데, 서로 가능한 일정만 조율하면 될 것 같습니다.”
임예지가 전혀 얼굴 표정에 변화가 없이 고개만 끄덕이며 호응했다.
“이번 연봉 협상부터 우리 회사에서 대신 진행해 달라고 했나요?”
하……. 갈수록 태산이었다.
선수의 이번 시즌 경기 데이터나 앞으로 보여줄 경기력에 대해서 물을 줄 알고 준비했더니.
“그렇겠죠. 아니. 그러더라고요.”
임예지가 김민환을 흘끗 보더니 다시 대화를 이어갔다.
“지금 같이 시즌이 다 끝나가는 상황에서는 그 부분부터 정확하게 확인하셨어야죠. 더구나 버팔로즈가 올해 연봉 협상을 일찍 시작하려는 거 같던데요. 당장 지금부터 준비를 시작한다 해도 협상 준비를 하려면 시간이 촉박할 텐데.”
“네. 그건 제가 바로 확인하고 진행해 보겠습니다.”
이제 끝났다는 생각에 김민환이 이제서야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럼 그 선수가 어느 정도까지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보시나요?”
드디어 나왔다.
마지막까지 살펴보고 온 내용이라 자신 있었다.
“버팔로즈에서도 미래 4번 타자감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번 시즌 막판에는 1군 콜업되어서 홈런을 8개나 때려내면서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그 선수가 얼마 전까지 2군에 있었던 거 맞죠?”
“네. 올해도 시즌 중반까지는 2군에서 뛰었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시즌 초까지만 해도 2군에서조차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던 거 같은데요. 어떻게 하다가 이렇게 갑자기 좋아진 걸까요?”
김민환은 임예지의 표정을 다시 살폈다.
그냥 의미 없이 던진 말이 아니었다.
분명히 진지하게 물어본 것이었다.
오늘따라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다.
경기력이 좋아진 거면 됐지, 우리가 언제부터 어떻게 왜 좋아졌는지까지도 알아야 했나.
“글쎄요……. 제가 그 부분까지는 잘…….”
“오석훈 선수랑 같은 날에 콜업되지 않았나요?”
그랬나?
긴가민가한데 비슷한 것 같기도 했다.
“그랬던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건 그냥 우연이겠죠?”
갑자기 또 무슨 소리지.
시즌 중에 선수 두세 명을 동시에 콜업하는 게 그리 특별한 일도 아니었다.
“그건…… 그때 당시에 버팔로즈가 타격이 급격하게 침체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니까요. 2군에서 잘하고 있는 타자를 여러 명 콜업하는 게 이상한 것도 아니죠.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선수 여럿 올려보는 게 특별한 일인지는 모르겠는데요.”
“그렇긴 하네요.”
김민환의 대답을 들은 임예지가 이제 이해가 되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진행해 봐도 괜찮을까요?”
“알겠습니다. 선수랑 날짜 조율해 보시고 계약 진행하시죠.”
“네. 바로 진행해 보겠습니다.”
김민환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뒤돌아 나왔다.
* * *
띠리릭.
문을 열자마자 집에 맛있는 음식 냄새가 가득했다.
“형, 빨리 오세요. 밥 같이 먹어요.”
“우와 이게 다 뭐야.”
부엌 한구석에는 뷔페에 온 것처럼 다양한 음식들이 펼쳐져 있었다.
다만 식단 관리를 해야 하는 운동선수들을 위한 음식이다 보니 자극적이지 않고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 골고루 포함된 음식이었다.
옆에는 아침 식사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시리얼과 계란도 준비돼 있었다.
“아까 조리사분들 왔다 가셨어요. 다 먹고 식기세척기만 돌려 달래요.”
오석훈이 집게로 음식을 담으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서둘러 가방을 내려두고 집게를 집어 들었다.
무엇부터 먹어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내가 음식을 담는 동안 오석훈이 루피에게 저녁밥을 챙겨주고 있었다.
나와 오석훈이 마주 앉고 루피도 테이블 밑에 자리를 잡자 우리의 식사가 시작됐다.
“와! 진짜 맛있네요.”
반찬을 하나 먹자마자 오석훈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같은 반찬을 집어먹은 내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앞으로 밥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그러게요. 주변에 먹을 만한 게 아무것도 없어서 고민스러웠는데.”
운동선수에게 식사는 까다롭게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었다.
숙소에서 이 정도의 식사 제공을 해준다면 선수들은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오늘부터 다시 운동 시작해 보니 어때, 괜찮았어?”
“러닝만 가볍게 했어요. 웨이트는 천천히 시작하려고요. 근데 며칠 좀 쉬었다고 그새 몸이 무거워진 기분이더라고요.”
“아픈 곳은 없고?”
“좀 아파보고 싶어요. 시즌 중에 경기를 많이 뛰었어야 아플 텐데. 내년에는 아프기도 하고 그럴까요.”
오석훈이 밥 한 숟가락을 입에 넣으며 싱글벙글 웃었다.
“이제부터는 부상도 조심해야 해. 체력 관리도 잘해놔야 하고.”
“그럼요. 열심히 할 거예요.”
부상만 없다면 오석훈이 내년부터는 풀타임을 소화할 게 분명했다.
그리고 144경기라는 대장정을 소화하다 보면 체력 부담을 느끼는 시기도 분명 찾아올 게 틀림없었다.
아직은 풀타임을 뛰어 본 경험이 없으니 어떤 상황에 맞닥뜨리게 될지도 모를 테고, 그걸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할 것도 당연했다.
그때가 되면 내가 나서서 도움을 줘야 했다.
물론 그런 일을 겪기 전에 최대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더 중요했다.
틈틈이 선수의 멘탈 관리와 부상 예방에 대해서도 미리 공부해 두어야 할 것 같다.
“혹시 필요한 거나 어려운 점 있어?”
“어려운 점이라기보다는 여기서 혼자 훈련하니까 심심하긴 하더라고요. 아침에 형 나가고 나면 얘기할 사람도 없고.”
오석훈이 금세 시무룩해졌다.
“루피 있잖아.”
나는 입이 튀어나온 오석훈을 보고 슬쩍 웃으며 말했다.
“루피라도 있어서 다행이긴 한데, 같이 훈련할 사람이 없어서 그렇죠. 혼자서 운동하는 게 얼마나 심심한지 아시잖아요.”
“조금만 기다려봐. 조만간 심심하다는 생각이 싹 달아날 테니까.”
내가 씨익 미소를 보이자, 오석훈의 표정에 궁금함이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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