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70
270화>
한국시리즈 (1)
마지막까지 손에 땀이 쥐어졌던 정규 시즌 144경기가 마무리됐다.
우승을 거둔 재규어즈를 포함해서 버팔로즈, 울프스, 드래곤즈, 유니콘즈가 포스트시즌에 초대받았다.
그리고 마지막 정규 시즌 경기가 마무리되자마자 드래곤즈와 유니콘즈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시작으로 포스트시즌이 이어졌다.
정규 시즌 4위와 5위였지만 두 팀의 승차가 많이 벌어져 있을 만큼 격차가 있었기 때문에 승부는 싱겁게 마무리되었다.
드래곤즈는 나준호의 결승타 덕분에 단 한 경기만 치르고 준플레이오프 티켓을 얻을 수 있었다.
곧바로 울프스와 드래곤즈의 준플레이오프로 이어졌다.
최근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으며 상위권을 유지했던 두 팀답게 승부가 치열하게 펼쳐졌다.
첫 경기를 울프스가 승리하며 무난하게 리드를 가져가는 듯했지만, 드래곤즈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4차전까지 펼쳤음에도 2승 2패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결국 준플레이오프의 마지막이 될 5차전으로 이어졌다.
여기서 패배한다면 다음 경기를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에 두 팀은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전력을 쏟아부었다.
마운드 위의 투수가 조금이라도 흔들리기만 해도 한 발짝 빠르게 교체를 했다.
투수력을 집중한 경기답게 4회까지 어느 팀도 점수를 뽑아내지 못했다.
또한 두 팀은 경기가 5회를 넘어가면서 대타 자원을 활용하며 점수를 뽑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경기가 마지막을 향해 달려갈수록 긴장감이 점점 높아졌다.
숨 쉴 틈 없었던 긴장을 깨트린 건 실책 하나였다.
교체 투입된 드래곤즈 좌익수의 실책으로 아웃이 되어야 했을 타구가 2루타로 바뀌었다.
그 실책 하나로 분위기는 순식간에 울프스로 넘어가 버렸다.
드래곤즈 벤치에서는 투수를 교체하며 분위기를 전환해 보려고 했지만,
딱!
딱!
울프스의 연속 안타가 터지며 선취점을 내준 것은 물론이고 0:2로 스코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울프스는 리드를 지키기 위해 모든 집중을 다했다.
드래곤즈에서 수많은 작전을 펼치며 격차를 좁히려고 해봐도, 연이어 등장하는 필승조를 뚫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이었다.
따악!
나준호의 홈런이 터지며 1:2로 턱 밑까지 쫓아가기는 했지만,
“스트라이크 아웃!”
동점을 만들지 못한 채로 마지막 아웃 카운트가 올라가며 경기가 마무리됐다.
결국 치열했던 대결의 승자는 울프스였다.
이제 기다리고 있던 버팔로즈와 플레이오프가 펼쳐졌다.
버팔로즈는 1차전 선발 투수로 에이스 고지훈을 마운드에 올렸다.
고지훈은 왜 자신이 이번 시즌에만 17승을 거둔 투수가 될 수 있었는지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펑!
“아웃!”
후웅-
“스트라이크 아웃!”
완벽에 가까운 제구는 물론이고, 타자의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드는 다양한 유형의 변화구까지.
울프스 타자들의 배트는 정신없이 헛돌 수밖에 없었다.
반면, 버팔로즈 타자들의 배트는 매섭게 돌아갔다.
딱!
오석훈의 시원한 장타가 터지고,
따악!
시즌 42홈런으로 3년 연속 30홈런은 물론이고 홈런왕을 차지한 박성주의 한 방이 마무리를 지어줬다.
작년 포스트시즌에서 오석훈이 부상으로 빠지며 집중 견제를 받았던 탓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과는 달리, 이번 시즌에는 유감없이 자신의 능력을 보여줬다.
장타와 홈런으로 경기의 승부의 추는 중반부터 버팔로즈로 넘어갔다.
이에 힘입은 고지훈이 완벽한 피칭으로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이어 등판한 투수들 또한 호투를 보여주며 실점하지 않고 27번째 아웃 카운트를 잡아낼 수 있었다.
그렇게 버팔로즈가 1차전을 어렵지 않게 가져가는 데 성공했다.
이어지는 경기에서도, 울프스는 드래곤즈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너무나 많은 체력 소모를 하고 온 탓인지 제대로 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2차전에서도 오석훈과 박성주의 한 방은 빛났다.
그렇게 버팔로즈가 2차전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2승 0패.
이제 울프스가 단 한 경기만 패배하더라도 탈락이 확정되는 상황이었다.
3차전에서 울프스는 또 한 번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그 덕분인지 울프스가 힘겹게 승리를 거두며 승부를 4차전으로 끌고 갔다.
하지만 이제 완전히 모든 체력을 다 써버린 울프스는 더 이상 반격할 힘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버팔로즈가 3승 1패로 한국시리즈 진출 티켓을 얻을 수 있었다.
시즌 내내 치열하게 치고받았던 재규어즈와 버팔로즈가 한국시리즈에서 다시 맞붙게 됐다.
그리고 하루 전에 선발 투수 매치업이 공개됐다.
모두가 예상했던 대로 재규어즈는 마이클 스콧, 버팔로즈는 고지훈을 예고했다.
└이번 시즌은 재규어즈와 버팔로즈의 맞대결만 안 빼놓고 봤으면 다 본 거나 마찬가지였다.
└한국시리즈에서도 당연히 투수전이겠지. 과연 이번에는 누가 이길까?
└1차전 시청률 대박 나겠다. 혹시 스콧이 퍼펙트게임하는 건 못 봤어도 이것만큼은 절대 놓치면 안 되지.
└이번 드림 에이전시 중계에서 어떻게 해설할지도 궁금하네.
└한국시리즈에서만이라도 잠깐 소영준 스카우트해오고 싶다. 스콧 킬러잖아. 그럼 해볼 만할 거 같은데.
└진짜 만약에 버팔로즈에서 데려왔으면 무난하게 이길 수도 있지 않을까?
└아무리 그래도 스콧이 이길 거다. 게다가 체력 비축도 충분히 해뒀으니 끝난 거지 뭐.
└많이 봐둬라, 내년에 스콧은 재규어즈에 없을 테니까 이번이 마지막일 거다.
└한국시리즈 직행해서 기분 좋아졌는데 그 말 들으니 갑자기 우울해지네.
└스콧!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시켜주고 멋지게 떠나라!!
* * *
드디어 한국시리즈 1차전이 펼쳐지는 날이었다.
에이전시 숙소에서는 여느 때처럼 라이브 방송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었다.
오늘은 소영준을 포함해서 최정환, 장수영, 나준호가 참여할 예정이었다.
어느덧 에이전시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 것도 세 번째이다 보니 훨씬 수월하게 준비할 수 있었다.
게다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부터 한국시리즈까지 우리 에이전시 선수들을 경기장에서 볼 수 있어서 계속 방송을 해오고 있었기 때문에 더 여유가 있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에이전시 숙소에 가장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던 선수는 소영준이었다.
“이야, 우리 에이전시 선수들이 한국시리즈에서 맞붙는 날이 오다니 정말 대박이다. 그것도 몇 명이야, 일곱 명이나 되잖아.”
소영준이 스튜디오에 들어오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며 나에게 다가왔다.
“그러게 말이다. 이런 날이 진짜 오긴 하긴 하네.”
“하- 부럽다. 내가 한국시리즈 딱 한 번만 뛸 수 있으면 더 이상 소원이 없을 거 같은데.”
어느새 소영준의 얼굴에는 침통함이 내려앉으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안 올 것 같아도 그런 날이 분명히 올 거야.”
나는 소영준의 어깨를 몇 번 두드려줄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벌써 시즌이 끝나가는구나. 얼마 전에 괌에서 훈련했던 거 같은데 말이야.”
“영준아, 이번 시즌도 고생 많았어.”
“아! 대표님, 잊지 않았지?”
소영준이 고개를 돌려 기대에 찬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무슨 이야기를 할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
“3할 타율에 20홈런 유격수한테 이제 뭐라고 하겠어. 이제 너 마음대로 해.”
“어허이. 27홈런이니까, 거의 30홈런이라고 봐야지.”
소영준이 헛기침을 한 번 하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덕분에 이번 연봉 협상은 아주 수월할 것 같아.”
“진작 이렇게 할 걸 그랬어. 연봉 많이 받으니까 놀기 참 편한데 말이야. 그걸 왜 그때는 몰랐을까.”
“이제부터 해도 충분하지. 아직 선수 생활 많이 남았잖아.”
나는 소영준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잠시 스튜디오에서 발걸음을 옮겨 거실로 나갔다.
잠시 후,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나준호가 최정환 장수영과 함께 도착했다.
“선배 오셨어요? 정환이 수영이도 오느라 고생 많았다.”
나와 소영준은 세 사람에게로 다가갔다.
“우와, 이렇게 스태프가 많았구나.”
나준호가 분주하게 준비 중인 스태프들을 보며 입을 벌렸다.
“그러고 보니 선배가 직접 해설하는 건 처음이죠?”
나준호는 포스트시즌을 치러야 했기 때문에 라이브 방송에 출연할 기회가 없었다.
“내가 이런 방송은 처음인데, 잘할 수 있겠지?”
“선배, 너무 긴장 안 하셔도 돼요. 제가 옆에서 도와드릴게요.”
소영준이 나준호의 뒤로 다가가 어깨를 주무르며 말했다.
“영준아, 너만 믿고 있을게.”
“돌발 질문 한두 개만 쓰윽 던져봐야지. 팬들이 궁금해할 만한 걸로.”
“영준아……. 나 라이브 처음이야.”
소영준의 한마디에 나준호의 얼굴빛이 흙빛으로 물들었다.
“선배, 농담이에요.”
“어떤 거 물어볼 건지만 먼저 얘기해 줘. 미리 준비를 해야지.”
“에이, 미리 얘기해 주면 돌발이 아니죠. 팬들은 날것 그대로를 기대하고 계실 텐데, 기대하시는 걸 드려야 하지 않겠어요?”
“영준아…….”
나준호의 표정에서 애절함 마저 느낄 수 있었다.
“선배는 경기 끝나고 MVP 인터뷰도 많이 하셨잖아요. 그거도 라이브인데.”
“그거랑은 많이 다를 거 같아서. 특히나 영준이 너라서 더…….”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잡아먹는 것도 아니고.”
소영준이 웃음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웃음 때문인지 여전히 나준호의 걱정은 사라지지 않은 것 같았다.
띠리릭.
곧이어 문이 열리더니 오늘 해설의 마지막 게스트인 최우진이 헐레벌떡 들어왔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우진아, 어서 와.”
나는 손을 흔들며 최우진을 반겼다.
“요즘에는 우진이가 제일 바쁜 거 같아.”
소영준이 최우진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학교 훈련이 생각보다 늦게 끝나서요.”
“방송 시간에 안 늦었으니까 괜찮아. 지금 재규어즈 팬들이 우진이 엄청 기다리고 있거든.”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1라운드 지명 선수인데다, 지명 이후에 더 좋은 활약을 펼친 덕분에 아직 팀에 합류하기 전인데도 재규어즈 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고 있었다.
“우진이 이번에 버팔로즈 응원할 거야, 재규어즈 응원할 거야?”
최우진과 어깨동무를 한 소영준이 물었다.
“에이, 저는 당연히 재규어즈 응원해야죠.”
“얼마 전까지 버팔로즈 광팬이었는데 벌써 갈아탄 거야?”
“세상에 영원한 건 없잖아요.”
최우진의 한마디에 모두가 웃음을 터트렸다.
“자, 곧 방송 들어갈 시간입니다!”
어느새 경기가 시작할 시간이 다가오자 한 스태프가 우리를 향해 외쳤다.
“시간 됐구나. 또 한 번 재미나게 놀아봅시다.”
소영준이 두 팔을 머리 위로 쭉 뻗으며 기지개를 켰다.
“준호 선배, 수영이, 정환이도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하세요.”
내가 고개를 돌려보자 잔뜩 긴장한 나준호와 그 옆에서 애써 미소를 보이는 장수영, 최정환과 눈을 마주칠 수 있었다.
나는 선수들과 함께 스튜디오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 기다리고 기다렸던 한국시리즈 1차전이 시작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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