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71
271화>
한국시리즈 (2)
경기 시작을 30분 남기고 우리의 방송이 시작됐다.
화면이 바뀌자 나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드디어 이번 시즌을 마무리하는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있는데요.”
나는 숨을 한 번 고르고는 말을 이어갔다.
“우선 이번 한국시리즈 중계를 함께할 선수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일단 거의 고정 게스트라고 봐도 되죠? 이번 시즌에도 우리 라이브를 처음부터 지금까지 함께해 주고 있는 세 선수를 먼저 소개하겠습니다. 소영준 선수, 최정환 선수, 장수영 선수입니다.”
나는 세 선수를 가리키고는 손뼉을 쳤다.
“이런 대접 이제 익숙해져야죠.”
소영준이 손뼉을 치면서도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미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여러 번 소개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제 한국시리즈로 넘어왔는데 안 하면 서운하겠죠? 짧게 자기소개해주세요.”
“이번 시즌 3할에 27홈런으로 지난 시즌에 이어서 커리어 하이를 다시 한번 기록한 소영준입니다.”
소영준이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곧이어 최정환과 장수영도 간략하게 소개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특별한 게스트죠. 드래곤즈의 나준호 선수와 내년부터 재규어즈 유니폼을 입게 될 최우진 선수가 함께하게 됐습니다. 박수 부탁드려요!”
“와아아.”
소영준과 함께 최정환과 장수영이 손뼉을 치며 환영했다.
나는 나준호를 바라보며 다시 대화를 이어갔다.
“이미 잘 알고 있는 선수들이기는 하지만, 이 자리에서 팬분들하고 만나는 건 처음이니까. 간단하게 직접 소개해 주세요. 먼저 나준호 선수부터.”
“안녕하세요. 드래곤즈 나준호입니다. 처음으로 참여하게 됐는데요. 오늘 열심히 하겠습니다.”
나준호가 힘겹게 뻣뻣한 몸을 움직이며 답했다.
└오! 나준호를 여기서 보니까 느낌이 새롭네.
└나준호는 처음 나오는 거 같은데.
└드림 에이전시가 라이브 방송 시작한 이후로는 계속 한국시리즈까지 뛰었으니까.
└근데 나준호 선수는 무슨 일 있나요? 왜 저렇게 굳어 있지?
└긴장했나? 완전히 딱딱하게 굳어 있는 것 같은데.
└아니, 야구장에서는 그렇게 자신 있게 플레이하는 선수가 여기서는 이렇게 긴장한다고??
└나준호도 이제 보니 귀여운 구석이 있네 ㅋㅋㅋ
빠르게 올라가는 댓글 창을 본 소영준이 대화를 이어갔다.
“팬분들이 지금 나준호 선배가 너무 긴장해서 무슨 일 있냐고 물으시는데요?”
소영준의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려보니, 나준호의 몸이 딱딱하게 굳어 있는 건 물론이고 얼굴에서 창백함까지 느껴졌다.
그 모습을 보니 나도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기 어려웠다.
“준호 선배, 정말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죠?”
“어…….”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었는지 나준호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자 다시 소영준이 대화를 이어받았다.
“제가 많이 도와드려야 할 것 같아요. 지금 완전히 패닉이신데요.”
“라이브 방송이 처음이라 그러신 것 같네요. 지금 표정 보니까 옆에서 많이 도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경기가 끝날 때쯤에는 적응이 되시겠죠.”
나는 이제 최우진에게로 고개를 돌려 물었다.
“그리고 오늘 이곳을 처음으로 찾은 또 한 명의 선수죠. 최우진 선수, 자기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수천고 투수이자 내년부터 재규어즈 선수가 될 최우진입니다.”
“호우우!”
소영준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리액션을 보내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오! 우리 재규어즈의 미래 최우진도 나왔다!!!
└진정한 보물이지. 우진아, 내년에는 한국시리즈 경기장에서 보자!
└근데 아직 프로 입단도 안 했는데, 프로 선수들이랑 같이 앉아 있어도 꿀리는 게 없어 보이네.
└고교 무대에서는 더 이상 보여줄 것도 없고. 이제 프로 선수나 다름없으니까 이 정도 레벨은 된다고 봐야지.
└올해 성적 보니까 장난 아니던데, 프로 가서 어느 정도 보여줄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오늘 방송에는 재규어즈 팬분들이 많이 들어오셨을 거 같은데요. 내년에 재규어즈 선수가 되는 소감 한마디 해주세요.”
“이렇게 좋은 팀의 선수가 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입니다. 내년에도 재규어즈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고 우승하는 데 중요한 역할 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최우진이 고개를 숙여 다시 한번 인사하는 순간 댓글 창은 읽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우진아 격하게 환영한다. 재규어즈에서 최고의 투수로 성장하길.
└말도 예쁘게 하네. 사람은 역시 인성이 좋으면 일단 기본은 먹고 간다니까.
└내년에 10승 찍고 신인왕 가자!!
└10승 받고 한국시리즈 선발 투수까지.
“이제 경기가 시작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과연 오늘 경기에서 어떤 팀이 이길 거라고 보는지 빠르게 들어보겠습니다. 준호 선배 생각은 어떠세요?”
내 질문을 받은 나준호가 조심스럽게 답을 시작했다.
“솔직히 이번 시즌에 재규어즈나 버팔로즈나 승차가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정도로 팽팽했잖아요.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겨우 승부를 가릴 정도였으니까요.”
“그렇죠. 정말 마지막까지 팽팽했어요.”
나는 나준호의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해 더 크게 리액션을 했다.
“두 팀 다 전력이 탄탄해서 어느 한쪽이 확실하게 앞선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재규어즈는 푹 쉬면서 컨디션 조절을 했고 버팔로즈는 플레이오프에서 4경기나 치르고 온 상황이라서, 체력적인 부분에서 재규어즈가 조금 유리하지 않을까 합니다.”
“지금 진행되는 포스트시즌 시스템에서는 아무래도 1위 팀이 유리한 게 사실이니까요.”
나는 이제 고개를 돌려 최정환을 바라보며 대화를 이어갔다.
“이번에는 투수 이야기도 들어봐야죠. 정환이가 보기에는 어때요?”
“진짜 두 팀 다 너무 무서운 상대였거든요. 특히나 두 팀 소속인 우리 에이전시 선수들이 한결같이 타격이 좋은 데다가 한 방이 있는 선수들이라, 9회에 만나면 정말 아찔하더라고요.”
“그래도 더 상대하기 어려웠던 팀을 꼽으면요?”
“음……. 굳이 한 팀을 고른다면 버팔로즈이지 않을까 싶어요. 3번 타자로 장타력 좋은 타격왕이 있는 데다 바로 뒤에는 홈런왕 4번 타자가 버티고 있잖아요. 단기전에서는 큰 거 한 방으로 분위기가 확확 바뀔 텐데, 그런 점에서는 너무 강력한 무기가 될 것 같아요.”
“그래도 최정환 선수는 이번 시즌에 두 팀 상대하면서 블론 세이브한 적은 없었죠?”
“아마 그랬을 거예요.”
최정환이 쑥스러움을 드러내며 답했다.
“에이 뭐야, 결국 자기자랑이었어?”
듣고 있던 소영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소영준을 향해 질문을 던지며 대화를 이어갔다.
“소영준 선수 생각은 어때요?”
곧이어 나는 소영준과 장수영의 답을 듣고 난 다음에 마지막으로 최우진을 바라봤다.
“그럼 이제 마지막으로 최우진 선수. 과연 어느 팀이 이길 것 같나요?”
“참고로 우진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버팔로즈 팬이었어요. 석훈이랑 성주 광팬이기도 했고요.”
소영준이 슬쩍 한마디를 덧붙였다.
“이제 유니폼을 입게 된 재규어즈냐, 어린 시절에 팬이었던 버팔로즈냐. 정말 결정이 어렵겠는데요?”
나의 물음에 최우진이 조금의 고민도 없이 답했다.
“저는 당연히 재규어즈죠. 그리고 석훈 선배랑 성주 선배가 잘했으면 좋겠어요. 그건 다들 마찬가지지 않나요?”
그러자 소영준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만약에 7차전 9회에 재규어즈가 한 점 차로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서 석훈이랑 성주를 상대하는 상황이라면?”
“어…….”
최우진이 급하게 머리를 굴려봤음에도 빠르게 답을 하지 못했다.
결국 내가 도움 아닌 도움을 줄 수밖에 없었다.
“그 질문의 답은 다음번에 들어야겠네요. 경기가 시작할 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요. 우선 광고 하나 보고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내 말이 끝나자마자 화면에는 짧은 광고 영상으로 바뀌었다.
첫 라이브 방송으로 긴장하고 있던 나준호도 잠시나마 긴장을 풀고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화면에는 다시 우리 모습이 나왔다.
동시에 한국시리즈 1차전 또한 시작을 앞두고 있었다.
* * *
1회 초,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마이클 스콧이었다.
나는 톤을 한 단계 높여 대화를 이어갔다.
“이번 시즌 최고의 모습을 보여준 투수를 만날 시간입니다. 바로 마이클 스콧 선수죠. 이번 시즌에 무려 20승은 물론이고, 퍼펙트게임까지. 정말 엄청난 활약을 펼쳐줬는데요. 타자로서 마이클 스콧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나는 고개를 돌려 나준호를 바라보며 물었다.
“타자로서는 정말 만나고 싶지 않은 투수죠. 게다가 성적만 봐도 바로 확인할 수 있지만, 작년보다 이번 시즌이 훨씬 강력해졌거든요. 스콧이 등판하는 경기는 타율 떨어지는 날이더라고요.”
“작년보다 어떤 점에서 더 강력하다고 느꼈나요?”
“공에서 느껴지는 구위나 변화구의 완성도가 엄청 좋아졌고요. 한국 무대에 적응을 확실하게 했는지 경기 운영에서 훨씬 여유가 느껴졌어요. 그리고 교진이가 포수로 호흡을 맞춘 이후로는 주루 플레이를 적극적으로 하기가 더 어려워지기도 했어요.”
“오호 그렇다면 한교진 선수의 존재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그럼요.”
나준호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스콧 선수와 한교진 선수의 호흡이 오늘 경기에서도 빛을 발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네요.”
나는 고개를 돌려 소영준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스콧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있죠. 소영준 선수, 이번 시즌에도 스콧 선수를 상대로 타율이 정말 좋았는데요. 도대체 진짜 비결이 뭐예요?”
“제가 작년에도 이야기했잖아요. 집중해서 타이밍에 맞춰서 배트를 휘두르면 된다니까요.”
소영준이 자리에 앉은 채로 가볍게 스윙하는 자세를 보이며 말했다.
“그걸로만 설명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솔직히 저도 정확하게는 모르겠어요.”
“그 말은 뭔가 비결이 있다는 말처럼 들리는데요?”
나는 물론이고 타자들이 그의 입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음……. 스콧을 만나면 왠지 모르게 말이 들리는 것 같아요. 이번에 뭘 던질 거라고.”
“뭔가 애매한 답변이네요.”
“그니까 진짜 저도 정확하게는 모르겠다니까요.”
소영준이 정말 답답하다는 듯이 두 손을 들어 올렸다.
“알겠습니다. 거짓말은 아닌 거 같으니까 여기까지만 할게요.”
나는 이제 화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연습 투구를 마친 스콧이 한교진의 사인을 확인하고 있었다.
“이제 스콧 선수의 준비도 끝이 났습니다. 드디어 한국시리즈 1차전이 시작합니다.”
“후- 떨리네요.”
우리가 직접 경기를 뛰는 것도 아닌데, 느껴지는 긴장감만 보면 스튜디오가 경기장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드디어 스콧의 와인드업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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