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72
272화>
한국시리즈 (3)
마이클 스콧과 한교진이 선택한 초구는 역시나 패스트볼이었다.
-펑!
-스트라이크!
“첫 번째 공의 구속부터 154km/h를 찍네요. 며칠 쉬고 나와서 그런지 역시나 강력합니다.”
“아무리 시즌 중이라 타격감이 좋은 상황이라고 해도 첫 타석에서 저런 공을 만났을 때 적극적으로 스윙하기는 어려울 거예요.”
소영준이 한마디를 더했다.
-펑!
-스트라이크!
-틱!
0 볼 2 스트라이크로 밀린 상황에서 공 하나를 커트해 내기는 했지만,
-펑!
-스트라이크 아웃!
구속을 더 높인 패스트볼에는 헛스윙을 피할 수가 없었다.
“스콧 선수가 한국시리즈 첫 등판에서 만난 첫 타자를 상대로 깔끔하게 삼진 아웃을 잡아냈습니다.”
“역시 그냥 패스트볼로 찍어 눌러버리네요.”
소영준이 입을 떡 벌리며 말했다.
“이 정도면 스콧 컨디션이 오늘도 좋다고 봐야겠죠?”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나온 스콧이잖아요.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죠.”
이어지는 2번 타자와의 승부에서도 스콧은 패스트볼로 적극적인 승부를 이어갔다.
2번 타자가 어떻게 해서든 배트에 맞춰 보려고 애를 썼지만,
-펑!
-스트라이크 아웃!
155km/h를 넘나드는 패스트볼을 상대로 자신 있게 스윙을 하는 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두 타자 연속으로 꼼짝하지 못하고 돌아섰습니다.”
“화면으로 보니까 정말 무시무시하네요.”
소영준이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그리고 이제 이번 시즌 타격왕이자 장타율 왕을 만날 차례입니다.”
타석으로 다가오고 있는 선수는 3번 타자 오석훈이었다.
나는 나준호에게로 고개를 돌려 질문을 던졌다.
“나준호 선배, 타자가 보는 이번 시즌 오석훈은 어땠나요?”
“이번 시즌에 석훈이의 타격 능력이 업그레이드 되었다는 게 확실히 느껴졌어요. 원래도 좋았던 타격 기술에 언제든지 홈런을 때릴 수 있는 장타력까지 갖췄으니까, 상대 팀 입장에서는 정말 까다로운 선수일 수밖에 없죠.”
“그렇죠.”
나는 나준호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최정환과 장수영을 보며 대화를 이어갔다.
“그럼 이제 투수가 보는 오석훈 선수에 대해서도 들어봐야죠. 상대 타자로 만난 오석훈 선수는 어땠나요?”
그러자 최정환이 먼저 대화를 이어받았다.
“말 그대로 타격왕이잖아요. 어느 코스로 던져도 안타를 때려낼 수 있는 타격 기술이 있어서요, 볼 카운트가 유리해졌다고 해서 안심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오석훈 선배를 상대하고 나면 확 지치더라고요.”
“그래도 이번 시즌을 치르는 동안에 잘 이겨냈던 거 같은데, 어떻게 했어요?”
“저는 제구력이 아주 좋은 편은 아니라서 어쩔 수 없이 힘으로 승부하는 수밖에 없었어요.”
“키야, 멋지네. 힘으로 찍어누르니까 되더라는 거잖아.”
최정환의 답을 들은 소영준이 감탄사를 내뱉으며 손뼉을 쳤다.
나는 곧바로 장수영을 보며 대화를 이어갔다.
“그럼 장수영 선수는 어떻게 승부했어요?”
“저는 변화구를 많이 섞었어요. 맞춰 잡으려다가 큰 타구를 맞을 수 있어서, 유인구로 헛스윙을 유도하는 방법이 가장 안전한 것 같더라고요.”
“최정환 선수는 힘으로, 장수영 선수는 변화구로. 여기서도 두 선수의 차이가 느껴지네요.”
나는 최정환과 장수영을 번갈아 보며 멘트를 마무리했다.
다시 화면을 바라보자 오석훈이 타석에서 타격 준비를 하고 있었다.
스콧과 한교진은 신중하게 사인을 교환했다.
고개를 끄덕인 스콧이 손을 글러브에 넣으며 공 던질 준비를 했다.
그리고 잠시 후, 와인드업이 시작되었다.
스콧의 손을 떠난 공은 살짝 떠오르더니 아래로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초구부터 배트를 돌리던 오석훈이 이상함을 느끼고 배트를 멈춰 보려고 했지만,
-후웅-
-스트라이크!
배트가 돌아갔다고 판단한 주심이 스트라이크를 선언했다.
힘겹게 배트를 멈춰 세운 오석훈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며 잠시 타석을 벗어나 생각을 정리했다.
“재규어즈 배터리가 초구부터 변칙적인 볼 배합으로 헛스윙을 유도했네요.”
“에이스 투수를 상대할 때는 다 마찬가지지만 스콧은 특히나 패스트볼 구속이 빨라서 볼 카운트가 밀리면 답이 없거든요. 초반에 승부를 하는 게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거예요.”
소영준이 스콧의 움직임을 유심히 살피며 말했다.
“그럼 영준 선수, 이제부터는 어떻게 승부하는 게 좋을까요?”
“변화구는 버려야죠. 155km/h 짜리 패스트볼을 던질 수 있는 투수를 상대하는데, 타석에서 복잡하게 머리 굴리고 있다가는 그냥 꼼짝없이 삼진 아웃당하는 거거든요.”
그사이 심호흡을 고른 오석훈이 다시 타석으로 다가왔다.
곧이어 두 번째 공이 날아왔다.
이번에는 마이클 스콧의 패스트볼이 높은 코스로 날아가고 있었다.
오석훈의 배트는 역시나 힘껏 돌고 있었다.
-후웅-
-스트라이크!
방금 뚝 떨어지는 커브를 봤던 탓인지 공이 지나가고 난 다음에야 오석훈의 배트가 돌았다.
0 볼 2 스트라이크에서 이어진 세 번째 공.
이번에도 스콧의 선택은 패스트볼이었다.
오석훈이 간신히 배트에 맞추는 데는 성공했지만,
-틱!
빗맞은 공은 하늘 높이 떠올랐다.
2루수 서성민이 다가가 어렵지 않게 잡아내며 이닝의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올렸다.
└예상대로 1이닝 순삭! 역시 마이클 스콧이다.
└일단 1이닝 퍼펙트다. 최초로 한국시리즈에서 퍼펙트게임 가자!!
└이제 1회 끝났는데 퍼펙트라니 ㅋㅋㅋ 설레발 너무 심하네.
└충분히 휴식 취하고 나오니까 스콧 구위가 장난이 아니네. 아마 경기 초반에는 공략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이제 공수가 교대되고 1회 말 재규어즈의 공격으로 경기가 이어졌다.
마운드에는 고지훈이 다가오고 있었다.
“우리 에이전시의 또 한 명의 에이스 투수죠. 버팔로즈의 고지훈 선수입니다. 최우진 선수가 가장 많이 붙잡고 질문을 던지는 선수이기도 한데요.”
내가 고개를 돌리자 최우진이 기다렸다는 듯이 대화를 이어받았다.
“지훈 선배님을 처음 봤을 때 느낌은 딱딱하게 무서워 보였는데요. 막상 이야기 나눠 보니까 진짜 좋은 선배님이에요.”
“같이 훈련하면서 지훈 선배가 이것저것 많이 알려줬죠?”
“궁금했던 것들 여쭤보면 다 알려주시더라고요. 귀찮을 수도 있는데, 진짜 하나도 그런 티 안 내셨어요. 아, 그리고 지난겨울에 체인지업도 알려주셨어요. 고지훈 선배님 덕분에 지명받을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에요.”
└어쩐지 최우진이 공 던질 때마다 고지훈이 보이는 느낌도 있었는데. 내가 잘못 본 게 아니었네.
└체인지업을 고지훈한테서 배운 거였구나. 변화구 제일 잘 던지는 투수한테 배우니까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겠네.
└고지훈이 호랑이를 키워서 재규어즈에 보내준 꼴이 돼버렸네. 버팔로즈로 데려왔어야 하는데…….
고지훈의 피칭으로 1회 말이 시작됐다.
재규어즈 1, 2, 3번 타자들은 고지훈의 꿈틀거리는 변화구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후웅-
-스트라이크 아웃!
-틱!
-아웃!
순식간에 1회 말 세 개의 아웃카운트가 올라가며 이닝이 마무리됐다.
“고지훈 선수가 완벽하게 1회를 마무리했습니다. 1위 팀은 한국시리즈까지 기다리는 동안 실전 공백이 있다 보니까 아무래도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요. 준호 선배, 이런 상황에서 타자들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나의 물음에 나준호가 말을 이어받았다.
“다른 팀들이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동안 팀에서 자체적으로 연습경기를 하기는 했겠지만, 아무래도 실전 경기하고는 다를 수밖에 없거든요. 최대한 공을 많이 보면서 감각을 끌어올리는 게 최선이지 않을까 해요.”
“그나저나 준호 선배, 이제 긴장 좀 풀리신 거 같은데요?”
방송을 막 시작했을 때와는 다르게 어느 순간부터 긴장한 기색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가요?”
나준호가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역시 야구 얘기하니까 긴장이고 뭐고 줄줄 나오는 거죠. 다들 천생 야구선수라니까.”
소영준의 한마디에 모두 웃음이 터졌다.
경기는 2회 초 버팔로즈의 공격으로 이어졌다.
마운드에는 마이클 스콧이, 타석에는 박성주가 서 있었다.
“이번 시즌 최고 투수와 최고 타자의 대결입니다. 최고의 방패와 최고의 창인데요. 이번 승부의 관전 포인트는 어떤 게 있을까요?”
나는 최정환에게로 고개를 돌려 물었다.
“오늘 경기에서 스콧의 컨디션이 정말 좋아서, 첫 타석에서 안타를 뽑아내기는 어려울 것 같거든요. 하지만 박성주 선배는 그냥 4번 홈런 타자가 아니라 홈런왕이잖아요. 언제든지 담장을 넘길 수 있는 선수거든요. 공 하나하나 신중해야 할 거예요.”
“단기전이라 솔로 홈런 한 방이 치명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최정환의 말에 호응했다.
그사이 스콧의 피칭이 시작됐다.
-펑!
-스트라이크!
“초구는 그냥 흘려보낼 생각이었나 봐요. 전혀 움직임이 없네요.”
박성주는 조금의 움직임도 보여주지 않았다.
-펑!
-볼!
“스콧도 힘이 들어가나 봐요. 볼이 스트라이크 존을 크게 벗어났어요.”
“상대가 홈런왕이니까요. 아무리 컨디션이 좋아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을 거예요.”
최정환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1 볼 1 스트라이크에서 스콧의 피칭이 이어졌다.
-딱!
박성주의 배트에 맞은 타구가 빠른 속도로 뻗어갔다.
하지만, 중견수 도널드 왓슨이 여유 있게 도착해서 타구를 잡아냈다.
이어지는 5번, 6번 타자와의 승부에서도 스콧의 피칭에 타자들은 제대로 힘을 써보지 못했다.
-펑!
-스트라이크!
예상했던 대로 스콧은 큰 어려움 없이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여전히 0:0의 스코어에서 2회 말로 이어졌다.
“아마 이번 시즌에 재규어즈를 상대하는 투수라면 가장 무서웠던 시간이지 않을까 합니다. 재규어즈의 4, 5, 6번 타자를 만나야 하는 순간이에요.”
“투수한테는 정말 끔찍하겠네요.”
소영준이 몸을 부르르 떨며 추임새를 넣었다.
“투수가 이런 타순을 상대해야 할 때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이번에는 장수영을 보며 물었다.
“사실 도널드 왓슨 선수는 언더핸드 유형이 낯설어서 그런지 고지훈 선배한테 유독 약했거든요.”
“왓슨이 초반에 변화구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죠.”
“이제 웬만한 변화구에는 완전하게 적응하긴 했지만, 여전히 언더핸드 유형에는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거 같더라고요. 아마 고지훈 선배의 변화구에 속지 않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 같아요”
4번 타자 한교진을 뜬공으로 아웃시킨 다음,
그리고 장수영의 예상대로 고지훈이 왓슨을 상대로는 철저하게 변화구만으로 승부를 펼쳤다.
-후웅-
-스트라이크 아웃!
곧바로 이어진 6번 타자 서성민을 상대로도 문제없이 아웃 카운트를 추가했다.
예상했던 대로 마이클 스콧과 고지훈의 피칭은 퍼펙트게임을 연상시킬 정도로 흔들림이 없었다.
버팔로즈 타자들은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나온 마이클 스콧의 구위에 눌려, 공을 멀리 날려 보내는 것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한편, 재규어즈 타자들은 아직 컨디션을 찾지 못했는지 고지훈의 공에 전혀 배트를 맞추지 못하고 있었다.
두 투수의 명품 투수전이 펼쳐지며 순식간에 4회까지 마무리됐다.
이제 경기는 5회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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