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73
273화>
한국시리즈 (4)
5회, 6회에도 득점을 만들어낸 팀은 없었다.
스콧과 고지훈이 좋은 피칭을 하고 있는 이유도 있었고, 최고조를 달리고 있는 양 팀 수비수들의 집중력이 빛을 발하기도 했다.
덕분에 스코어는 여전히 0:0에서 바뀌지 않았다.
7회 초에도 여전히 재규어즈의 마운드에는 마이클 스콧이 서 있었다.
“예상했던 대로 마이클 스콧과 고지훈 선수는 대단한 피칭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더구나 중요한 경기이기 때문에 집중력이 훨씬 높아서 그렇기도 하겠죠.”
“이렇게 치열하게 맞붙다가 이번에도 둘 다 9회까지 완봉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어요.”
소영준이 신이 난 표정으로 책상을 내리치며 말했다.
“두 투수의 투구 수가 90개에 가까워지고 있거든요. 슬슬 지칠만한 타이밍이기도 해요. 한국시리즈라서 체력 소모가 더 컸을 수도 있거든요. 이럴 때일수록 한 방을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펑!
-펑!
하지만 스콧이 보여주는 피칭을 보고는 모두 헛웃음을 터트렸다.
“스콧은 지금도 힘이 충분히 남아 있는 거 같은데요?”
최정환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펑!
-스트라이크 아웃!
스콧이 던지는 공에 버팔로즈 타자들은 여전히 꼼짝하지 못했다.
“제가 괜한 걱정을 했나 봅니다.”
나는 머쓱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스콧은 깔끔한 피칭으로 7회를 마무리했다.
곧바로 이어진 7회 말.
재규어즈의 공격은 4번 타자 한교진으로 시작됐다.
“아마 이번 이닝이 고지훈 선수에게 마지막 피칭이 될 것 같습니다. 게다가 핵심 타자들을 만나는 상황이기도 해요.”
“이번 승부가 중요한 이유가요. 만약에 이번 이닝에 출루를 허용한다면 9회에 이 타자들을 다시 만나야 하기 때문이에요. 경기 후반에 홈런 타자들을 연달아 만나야 하는 건 좋을 이유가 하나도 없죠.”
소영준이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사이 고지훈의 피칭이 시작됐다.
-펑!
-볼!
“확실히 이전보다 더 신중하게 피칭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공이 심호흡을 고른 고지훈의 손을 떠났다.
동시에 한교진의 배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딱!
-와아아아-
시원한 타격음과 함께 한교진의 배트에 맞은 공이 외야로 뻗어 나갔다.
타구는 중견수와 우익수 사이에 떨어지며 펜스까지 데구루루 굴러갔다.
“드디어 시원한 장타가 터졌습니다! 한교진 선수의 2루타예요.”
“오늘 경기에서 득점권에 주자가 나간 건 처음인 것 같은데요?”
소영준이 오늘 경기 데이터를 뒤적거리며 말했다.
“그렇네요. 게다가 다음 타자가 왓슨이에요. 하지만 왓슨이 고지훈 선수를 상대로는 아주 약했거든요. 1루가 비어 있기 때문에 버팔로즈로서는 부담이 덜하기도 하고요. 재규어즈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어차피 한 점 승부가 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여기서 번트로 주자를 3루까지 보내 놓는 전략도 써 볼 만해요.”
“과연 왓슨에게 번트 지시가 내려올지 지켜봐야겠습니다.”
타석에 선 왓슨이 코치가 보내는 사인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포수와 사인 교환을 마친 고지훈은 2루 주자 한교진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는 와인드업을 시작했다.
그러자 왓슨이 배트를 짧게 쥐고는 자세를 낮췄다.
-틱!
3루 베이스 방향으로 속도가 줄어들며 굴러갔다.
“번트도 정말 잘하네요. 코스에 속도까지 다 완벽했어요.”
덕분에 2루에 있던 한교진이 3루까지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동시에 왓슨이 1루까지 전력 질주를 했지만, 세이프 판정을 받기는 무리였다.
“한교진 선수가 3루까지 진루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가장 득점에 가까워진 상황이에요.”
“여기서 한교진 선수가 갑자기 홈스틸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을까요?”
소영준이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의견을 물었다.
“설마 교진이가 홈스틸을 할까요? 상대 팀 허를 찌를 수는 있을 거 같긴 한데…….”
장수영이 고개를 조심스럽게 저었다.
“재규어즈 벤치에서 그런 모험을 지시하기에는 너무 중요한 상황이지 않을까요?”
내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서성민이 타석에 섰다.
역시나 왼손 타석에서 타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펑!
-펑!
볼넷을 내줘도 된다고 생각했는지 고지훈이 던진 공은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났다.
다만, 고지훈이 정교한 제구력을 가진 선수답게 스트라이크처럼 느껴지는 볼을 던졌다.
어떤 타자라도 스윙의 욕구를 참기 어려울 만한 공이었다.
-틱!
서성민의 배트에 맞은 타구는 힘없이 유격수 방향으로 굴러갔다.
홈으로 달리려던 한교진이 판단을 바꿔 3루로 돌아가기 위해 방향을 틀어봤지만 이미 유격수가 공을 잡은 상황이었다.
“한교진 선수가 런 다운에 걸렸어요. 본인은 아웃되더라도 서성민 선수가 2루까지 갈 수 있도록 최대한 시간을 벌어줘야 해요.”
한교진은 3루 베이스 방향에서 달려오는 유격수를 피해 홈으로 달렸다.
공을 들고 한교진을 홈으로 몰고 가던 유격수가 한교진이 홈에 가까워지자 기다리던 포수에게 공을 던졌다.
다시 포수가 3루 베이스로 한교진을 몰고 갔다.
그렇게 한교진은 3루와 홈 사이를 이리저리 오가며 서성민이 2루까지 도착할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렇게 평소와 다름없는 런 다운 플레이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어어?”
아마 이 경기를 보고 있는 모두가 이런 말을 내뱉었을 게 틀림없었다.
다시 볼을 전달받은 포수가 한교진을 3루로 몰고 가려는 듯하더니, 마음이 급해졌는지 너무 빠른 타이밍에 3루수 박성주에게 공을 던지고 말았다.
이를 확인한 한교진이 곧바로 몸을 돌려 홈으로 돌진했다.
깜짝 놀란 박성주가 공을 잡자마자 홈 베이스로 백업을 가 있던 선수에게 던져봤지만,
한교진이 슬라이딩을 하며 이미 홈 베이스를 손으로 찍은 뒤였다.
이를 지켜보던 주심이 자신 있게 두 손을 양쪽으로 뻗으며 콜을 외쳤다.
-세이프!
-와아아아!
0:0으로 이어지던 스코어가 드디어 0:1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드디어 기다리던 선취점이 나오자 재규어즈 팬들은 모두 일어나 기쁨을 드러냈다.
“여기서 이렇게 선취점이 나옵니다! 특별할 것 없는 런 다운 플레이였는데, 한교진 선수가 빈틈을 놓치지 않았어요!”
나는 책상을 내리치며 벌떡 일어났다.
“포수가 마음이 너무 급했나 봐요. 런 다운 상황에 대한 연습은 평소에도 정말 열심히 했을 텐데요. 여기서 이런 실책을 하네요.”
소영준이 말하면서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정말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파고든 한교진 선수도 대단하네요.”
“근데 교진이가 저렇게 순발력이 뛰어난 편이었나요?”
소영준이 다시 재생되는 경기 장면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공식적으로는 에러로 기록되지 않겠지만, 버팔로즈에게는 정말 아쉬움이 남을 것 같습니다.”
포수는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뒤에서 지켜보던 고지훈 또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버팔로즈 더그아웃에서 투구 코치가 걸어 나왔다.
“이제 교체를 해주려나 봅니다. 고지훈 선수의 투구 수가 100개가 되어가고 있으니까요. 무리해서 끌고 가는 것보다는 교체하는 게 맞을 것 같네요.”
“방금 실책성 플레이만 아니었으면 이번 이닝까지는 마무리 지을 수 있었을 것 같은데요.”
장수영의 얼굴에서 아쉬움이 진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정말 잘해줬습니다. 6.1이닝 1실점이면 정말 훌륭한 모습을 보여준 거잖아요.”
“멋지다, 고지훈!”
우리는 모두 일어나 고지훈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이어 등판한 버팔로즈 투수들이 좋은 피칭을 보여주며 추가 실점을 막는 데는 성공했다.
8회에는 어느 팀도 점수를 내지 못했다.
이제 버팔로즈의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인 9회 초로 이어졌다.
스코어는 여전히 0:1 이었다.
그리고 재규어즈의 마운드에 선 투수도 여전히 마이클 스콧이었다.
“스콧에게 9회까지 맡길 생각인가 봅니다.”
“스콧은 이제 완전히 완투형 투수가 되었어요. 9회까지 소화하는 게 전혀 어색하지가 않아요.”
소영준이 엄지를 치켜세우며 말했다.
이미 투구 수가 110개를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스콧의 피칭에서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첫 타자와 두 번째 타자를 상대로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며 혼신의 투구를 보여줬다.
그리고 9회 초 2 아웃.
-펑!
-스트라이크 아웃!
스콧은 153km/h의 패스트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와아아아!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올라가는 순간 재규어즈 팬들이 뜨거운 함성을 내뱉었다.
마운드에 있던 스콧도 포효하며 승리의 순간을 자축했다.
“결국 재규어즈가 1차전을 승리로 가져갑니다! 스콧 선수가 버팔로즈에게 강하다는 것을 오늘 경기에서도 완봉승으로 증명했습니다!”
나는 손뼉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1차전부터 정말 뜨거웠어요. 정규 시즌에도 팽팽하게 붙더니 포스트시즌에서도 전혀 다르지 않네요.”
“이번 한국시리즈는 아마도 계속 이렇게 치열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드림에이전시 라이브는 한국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계속됩니다!”
그렇게 한국시리즈 1차전 방송이 마무리됐다.
* * *
바로 다음 날, 재규어즈와 버팔로즈의 한국시리즈는 2차전으로 이어졌다.
재규어즈가 1차전에 이어 2차전까지 승리를 거두며 아주 유리한 고지를 먼저 점령하는 데 성공했다.
대부분의 팬들은 그렇게 싱겁게 시리즈가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지막 경기까지 치열하게 1위를 다투었던 팀의 저력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버팔로즈는 오석훈의 장타와 박성주의 홈런포를 앞세워서 분위기를 뒤집었다.
그렇게 버팔로즈가 3차전을 승리하며 희미해지던 불씨를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
곧바로 이어진 4차전에서도 박성주의 홈런으로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
재규어즈의 4차전 선발 투수로 등판한 정민우가 6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자신의 역할을 다했음에도, 팀의 승리를 이끄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2승 2패.
승부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팽팽한 상황에서 5차전을 맞았다.
또 한 번 마이클 스콧과 고지훈의 맞대결이 펼쳐졌다.
나란히 6이닝을 소화하며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결국 승부는 불펜 싸움에서 갈렸다.
도널드 왓슨의 안타에 이은 서성민의 결승 타점으로 재규어즈가 중요한 승리를 거두었다.
3승 2패.
재규어즈가 1승만 더 거둔다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버팔로즈를 이끈 선수는 오석훈이었다.
9회에 기적 같은 결승 홈런을 터트리며 기어이 승부의 추를 팽팽하게 맞추었다.
정규 시즌에서 그렇게 치열하게 치고받으며 경쟁하던 두 팀답게 6차전까지 펼치고도 한국시리즈 우승팀을 가리지 못했다.
결국 한국시리즈는 마지막 7차전으로 이어지게 됐다.
└정규 시즌에서도 마지막 날까지 쫄깃쫄깃하더니, 한국시리즈도 결국 7차전까지 가는구나.
└한국시리즈가 7차전까지 가는 게 생각보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닌데. 이번 시즌은 진짜 역대급이다.
└7차전에서는 진짜 다 쏟아부어야 하는 거 아냐. 감독들 전술 싸움도 장난 아니겠네.
└과연 내일 밤에 어느 팀이 웃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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