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76
276화>
꿈을 향한 도전 (2)
나는 오석훈과 박성주에게 각각 자료를 건넸다.
“아마도 두 선수는 고민이 좀 될 것 같아.”
“조건이 별로예요?”
박성주가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를 썼지만 실망스러움을 완전히 감추지는 못했다.
“조건 자체가 나쁘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야.”
“그럼 어떤 것 때문에 고민이 돼요?”
오석훈이 고개를 갸웃하며 나에게 물었다.
“다른 대안을 가지고 있으니까.”
“대안이요……?”
오석훈과 박성주가 동시에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아직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눠본 건 아니지만, 아마 국내 구단에서도 엄청난 제안을 해오지 않겠어?”
“아……. 국내 구단도 있죠.”
“혹시 마이너리그 거부권 조항을 넣어서 메이저리그를 확실하게 보장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면, 한국 무대에 남아서 인정받는 것하고 비교를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그렇겠네요.”
잠시 고민하던 오석훈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라도 마이너리그랑 한국 잔류 중에 하나 선택해야 하는 거면 머리 아프긴 하겠어요.”
박성주가 양손으로 관자놀이를 누르며 말했다.
“일단 자료를 보면서 이야기해 보자. 먼저 석훈이부터.”
나는 오석훈의 자료를 펼치며 말을 이어갔다.
“일단 40인 로스터를 보장해 주겠다는 팀은 꽤 있을 것 같아. 연봉은 대략 4년 계약에 총액은 3-4천만 달러까지 보고 있고.”
“그럼 메이저리그 계약이긴 한 거죠?”
“그렇지. 하지만 당장 25인 로스터까지 보장하면서 마이너리그 거부권까지 얻어내는 부분은 협상을 더 해갈 필요가 있을 것 같고.”
“음……. 그 말은 마이너리그에서 생활을 하게 될 수도 있다는 거네요?”
오석훈이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답했다.
“석훈이 네가 실력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일단 메이저리그를 확실하게 보장해 주는 제안은 없는 상황이야.”
“고민스럽네요……. 미국 무대에 도전해 보고 싶기는 한데,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싶지는 않거든요. 전성기를 그렇게 보내면 시간이 아까울 거 같아요.”
“아직 최종안은 아니야. 이제부터 본격적인 협상을 진행하게 되는 거니까. 석훈이 네 의견을 이야기해 주면 원하는 조건을 넣을 수 있도록 협상해 볼게.”
내 말을 들은 오석훈이 잠시 고민에 잠겼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최소한 시작만큼은 메이저리그에서 해 보고 싶어요. 돈을 더 받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제 실력을 냉정하게 평가받아 보려고 진출하는 거니까요.”
“음, 알겠어.”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메모를 하고는 대화를 이어갔다.
“그럼 원하는 구단이나 지역이 있어?”
“사실 제가 미국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요. 어차피 어디를 가도 다 낯선 곳이기도 하니까요. 거의 비슷하지 않을까요?”
오석훈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나는 왓슨과 스콧에게로 고개를 돌려 물었다.
“왓슨이나 스콧이 조언해 줄 수 있어요?”
그러자 스콧이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Oh는 한국인이니까. 한국 사람들이 많이 있는 곳에서 선수 생활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오, 그렇네. 아무래도 한국 사람들이 많은 지역이라면 적응하기가 훨씬 수월하겠다.”
“내가 알기로는 LA에 한국 사람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그래서 한국 선수들이 많이 진출하기도 했지.”
나는 다시 오석훈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석훈아, 가능하다면 한국 사람들이 많은 지역의 팀으로 이적하는 게 조금 더 수월하겠지?”
“그럴 것 같아요. 생각만 해도 든든한데요?”
“물론 협상 조건에 따라서 다른 선택지가 나을 수 있겠지만, 일단 중요한 포인트로 고민해 보도록 하자.”
그리고 조심스럽게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리고 만약에 혹시라도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좋은 조건으로 계약은 할 수 있지만, 처음부터 25인 엔트리를 확실하게 보장해 주는 건 어렵다고 하면 어떻게 하고 싶어?”
“후……. 지금 답하기는 너무 어려운 거 같고요. 그때는 국내 구단하고 비교를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오케이, 그건 그때 가서 다시 이야기하자. 대신에 충분히 그런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지금부터 고민을 해두는 게 좋을 거 같아.”
“네.”
오석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럼 이제 성주로 넘어가 볼게.”
나는 박성주에게로 고개를 돌려 이야기를 이어갔다.
“성주도 석훈이랑 큰 부분에서는 비슷하다고 볼 수 있어. 40인 로스터를 보장해 주겠다는 구단은 여럿 있는데, 당장 메이저리그 25인을 보장해 주는 것까지 제안한 구단이 아직은 없는 상황이야.”
“저도 마이너리그에서 생활할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박성주가 걱정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물었다.
“시즌의 시작을 마이너리그에서 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지. 스프링캠프에서 정말 눈에 띄는 활약을 한다면 완전히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마이너리그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게 그렇게 확 끌리지는 않네요. 새로운 경험을 해 보는 것도 좋기는 한데, 의미 있는 기록도 세워 보고 싶거든요.”
“물론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맺는다면 언제든지 콜업 가능성은 있을 거야. 미국 무대에 적응을 하는 시기가 관건이 되기는 하겠지만.”
“앞으로 조건을 들어보면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마음이 가지는 않아요.”
박성주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오케이, 알겠어. 그럼 염두에 둔 지역이나 구단은 있어?”
“들어보니까 저도 한국 사람들이 많은 지역이면 훨씬 좋을 것 같아요. 적응하기도 수월할 테고, 마음도 편할 거 같고요.”
“아무래도 그렇지. 그 부분도 생각해서 진행해 볼게.”
나는 지금까지 나눈 대화 내용을 간략하게 기록했다.
“이제 마지막 질문.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좋은 조건으로 계약은 가능해도 당장 메이저리그 25인 엔트리 보장이 어렵다는 최종안을 주면 어떨 거 같아?”
내 물음이 끝나자마자 박성주가 조금의 고민도 없이 답했다.
“그럼 저는 안 갈래요. 아무리 실력으로 보여주면 메이저리그로 올라갈 수 있다고는 해도 그게 언제쯤일지 예상할 수가 없잖아요. 팬들이 마이너리그까지 챙겨볼 리도 없고요.”
“한국 구단보다 돈을 훨씬 더 많이 준다고 해도?”
“네, 돈을 많이 받는 것도 좋기야 하겠지만. 일단 야구는 재밌게 해야죠.”
박성주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지금까지 말해준 부분은 잘 전달해둘게.”
나는 박성주의 답변까지 기록하고는 펜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네 명의 선수를 번갈아 바라보며 대화를 이어갔다.
“일단 여러분들의 의견은 충분히 확인한 것 같네요. 지금부터 협상은 분주하게 이루어질 거예요. 그때그때 필요한 내용들은 바로 전달을 해드릴게요. 업데이트되는 대로 다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합시다.”
“네.”
“오케이, 마이 보스.”
네 명의 선수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리고 혹시나 중간에라도 생각이 바뀌면 언제든지 말해 주세요. 최종 도장 찍기 전까지는 얼마든지 협상을 할 수 있는 거니까요.”
그렇게 네 명의 선수들과의 대화를 마무리했다.
일단 선수들의 의견을 확인했으니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할 차례였다.
* * *
나는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눴던 부분을 스카이코퍼레이션 김상욱에게 전달했다.
나와 미팅을 마친 이후로 김상욱은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서 여러 구단과 만나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김상욱은 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을 거의 실시간에 가깝게 전달해 줬다.
미국에만 30개나 되는 구단이 있다 보니 그가 전달해 주는 상황만도 어마어마했다.
그렇게 시간이 며칠 지나자 몇몇 구단으로부터 구체적인 제안을 받을 수 있었다.
그 팀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이미 몇 년 전부터 영입을 검토하고 있던 구단들이라는 점이었다.
우선 도널드 왓슨에게는 벌써부터 상당히 적극적인 제안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40인 로스터 보장 계약은 당연했고, 25인 로스터에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포함된 제안을 던진 구단도 있었다.
연봉 총액은 2,000만 달러에서 2,500만 달러 수준이었다.
지금 왓슨의 상황에서는 결코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더구나 지난 시즌에 한국에서 연봉으로 200만 달러를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더욱 크게 느껴졌다.
다만 왓슨이 어느덧 30대 중반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4년 이상의 장기계약을 제안한 구단은 없었다.
그나마 옵션 조항을 포함해서 3년을 제안한 곳이 가장 긴 편이었다.
그리고 마이클 스콧에게도 관심을 갖는 메이저리그 구단이 많았다.
제안을 던진 모든 구단에서 40인 로스터를 보장해 주는 조건을 내걸었다.
20대 중반의 어린 나이와 한국 무대에서 해마다 성장해왔다는 점, 그리고 20승과 2점대 평균자책점은 물론 MVP까지 차지했다는 점이 확실한 강점이었다.
하지만 아직 미국 무대에서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었다.
그 이유 때문인지 장기 계약보다는 2, 3년 정도의 제안이 많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게 나쁘다고만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계약 기간을 마치더라도 20대 중후반으로 여전히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계약 기간을 마치고 나서 제대로 큰 계약을 따낼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오랜 기간 스카우터들을 몰고 다녔던 오석훈에 대한 관심도 많은 편이었다.
타격왕까지 차지한 콘택트 능력에다 20홈런을 넘게 터트리며 장타력까지 증명했기 때문에 메이저리그에서도 타격 부분에 대한 논란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에 부상 전력 때문에 스피드를 적극적으로 살리기 어렵다는 점이 위험 요소로 지적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최고의 타격 실력과 훌륭한 외야 수비 능력을 갖춘 선수였기 때문에 꾸준한 관심이 이어졌다.
40인 로스터가 아닌 25인 로스터에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포함할 수 있느냐가 주요 포인트였다.
거포가 필요한 구단에서는 박성주에 대한 관심도 느껴졌다.
3년 연속 30홈런에 이번 시즌에는 42홈런을 터트리며 국내 최고의 홈런 타자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에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과였다.
지난번에 애리조나 스카우터 스티븐 폴이 했던 말처럼 155km/h가 넘는 패스트볼에 정확도가 낮았다는 점을 파고드는 구단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박성주는 여전히 마이너리그가 아니라 메이저리그에서 자신의 실력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자 했다.
오석훈과 마찬가지로 리스크를 줄이려는 구단과 충분한 기회를 얻고 싶은 선수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게 협상의 관건이었다.
김상욱이 미국 현지에서 분주하게 업데이트된 정보를 보내는 만큼, 새로운 제안이 들어올 때마다 선수 각각과 대화를 나누며 의견을 물으며 조율해가고 있었다.
메이저리그에서 대형 계약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하면서 우리 선수들에 대한 협상 열기도 점점 뜨거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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