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83
283화>
Team Korea (4)
경기는 2회 초로 이어졌다.
타석에는 4번 타자 박성주가 다가오고 있었다.
캐스터가 한껏 높아진 톤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대한민국의 홈런왕, 4번 타자 박성주 선수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제는 정말 우리나라 최고의 홈런 타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3년 연속 30홈런에다가 이번에는 40홈런까지 달성하면서 자기가 가진 잠재력을 완전하게 보여줬으니까요. 앞으로 더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을 겁니다.”
나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사실 박성주 선수가 정규 시즌에서는 스콧 선수를 상대로 강한 편은 아니었는데요. 그리고 아직까지 이번 대회에서 홈런포를 신고하지도 못했고요. 부진에 빠진 원인이 뭘까요?”
캐스터가 고개를 나에게로 돌리며 물었다.
“처음으로 출전하는 국제 대회에서 4번 타자로서 자신이 직접 해결해 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강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자신이 좋았을 때의 스윙이 나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박성주 선수 앞뒤로 좋은 타자들이 많기 때문에, 부담감을 조금은 내려놓아도 되지 않을까요?”
“물론입니다. 4번 타자가 아니라 타자 중 하나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로 좋은 선수들이 많으니까요. 부담을 최대한 내려놓았으면 좋겠어요.”
“오늘 경기에서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함께 지켜보시죠.”
스콧의 피칭으로 경기가 시작됐다.
-후웅-
-스트라이크!
이번에도 박성주의 배트는 허공을 돌았다.
“아, 스윙이 너무 크네요.”
나는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기가 어려웠다.
“첫 홈런을 때리고 싶다는 마음이 큰 것 같아요.”
“하지만 볼 스피드가 빠른 스콧 선수를 상대로 저렇게 스윙을 크게 해서는 좋은 타격을 할 가능성이 없다고 봐야 합니다.”
박성주의 컨디션이 떨어졌을 때 보여주는 전형적인 스윙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스윙을 교정해 주고 싶었다.
나는 기도하듯 경기장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곧이어 스콧은 와인드업을 시작했다.
두 번째 공은 지켜볼 생각이었는지 박성주는 조금의 움직임도 보여주지 않았다.
-펑!
-스트라이크!
하지만 공은 확실하게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했다.
지나간 공의 궤적을 확인한 박성주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공을 놓친 건 정말 아쉽네요. 거의 실투에 가까울 정도로 가운데로 몰리는 공이었는데요.”
“지금 스콧 선수의 컨디션을 보면 이번 공을 노렸어도 좋은 타구를 만들어내기 어려웠겠지만, 분명히 노렸어야 하는 공이었습니다.”
지금 타석에 선 박성주의 머릿속에서 무슨 생각이 들고 있을지가 상상이 돼서 더 안쓰러웠다.
“노 볼 투 스트라이크입니다. 스콧 선수를 상대하는 타자로서는 정말 끔찍한 상황일 것 같아요.”
“오늘 스콧 선수가 변화구 제구도 잘되고 있는 편이거든요. 변화구를 던졌을 때 잘 골라내는 게 관건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제 세 번째 공.
스콧의 손을 떠난 공은 빠르게 날아오다가 스트라이크 존 앞에서 급격하게 떨어졌다.
거의 완벽에 가까운 스플리터였다.
타자가 속지 않기가 어려운 공이었다.
-후웅-
역시나 박성주의 배트는 여지없이 허공을 갈랐다.
공이 바닥에 바운드되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1루로 달리려고 했지만,
어느새 포수가 공을 집은 글러브로 박성주의 몸에 태그했다.
-아웃!
“공 세 개로 스트라이크 아웃을 당했습니다. 박성주 선수의 이번 대회 첫 홈런은 다음 타석을 기대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박성주 선수가 여전히 압박감을 크게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홈런을 쳐야 한다는 생각이 큰 것 같은데, 부담을 내려놔야 할 것 같습니다.”
고개를 숙인 채로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박성주를 보니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기가 어려웠다.
그 옆으로 배트를 든 5번 타자 오석훈이 지나갔다.
“바로 이어서 만날 선수는 오석훈 선수입니다. 홈런왕 다음에 만나야 하는 선수가 타격왕이네요.”
“콘택트 능력이 좋은 선수니까요, 오석훈 선수가 활로를 뚫어줬으면 좋겠습니다.”
오석훈이 준비를 마치자 스콧의 피칭이 시작됐다.
스콧이 던진 공은 스트라이크 존 높은 코스로 향했다.
-펑!
-볼!
“방금 공이 볼이기는 했지만, 워낙 구속이 빨랐기 때문에 참아내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잘 참았네요.”
“눈높이로 가깝게 날아오는 공은 배트를 휘두르지 않기가 어려운데, 정말 대단합니다.”
곧바로 이어진 두 번째 공.
스콧의 손을 떠난 공이 살짝 떠오르고는 생각보다 빠른 타이밍에 바닥으로 떨어졌다.
오석훈이 살짝 움찔했지만 금방 배트를 멈춰 세울 수 있었다.
-펑!
-볼!
“볼 두 개를 잘 골라냈습니다. 스콧 선수도 오석훈 선수가 의식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타격왕을 차지하기도 한 데다 이번 대회에서 오석훈 선수의 컨디션이 나쁘지 않거든요. 신중하게 승부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내 목소리는 저절로 톤이 높아졌다.
“투 볼 노 스트라이크. 타자에게 유리한 카운트가 만들어졌습니다. 이번 기회를 잘 살려야 할 것 같아요.”
스콧과 포수는 꽤 오랜 시간 사인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신중하게 세 번째 와인드업을 시작했다.
스콧의 손을 떠난 공은 빠르게 스트라이크 존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이를 확인한 오석훈이 거침없이 배트를 돌렸다.
-딱!
-와아아아-
오석훈의 배트에 맞은 공이 외야로 뻗어갔다.
시원한 스윙이 나오자 한국 관중석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점점 힘을 잃으며 예상보다 뻗어가지 못했다.
빠르게 타구가 떨어질 지점을 판단한 중견수 도널드 왓슨이 편안하게 타구를 잡을 수 있었다.
“분명히 제대로 맞았다고 봤는데, 이게 뻗어가지를 못하네요.”
“오늘 스콧 선수의 구위가 정말 좋습니다. 힘이 떨어져야 승부가 가능할 것 같아요.”
어느새 타석에 도착한 나준호가 타격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펑!
-틱!
-틱!
스콧은 변함없이 위력적인 피칭을 보여줬고, 나준호는 끈질기게 승부를 펼쳤다.
2 볼 2 스트라이크.
스콧의 손을 떠난 공은 빠른 속도로 스트라이크처럼 날아왔다.
나준호가 자신 있게 배트를 돌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스콧의 스플리터는 날카롭게 떨어졌다.
-후웅-
-스트라이크 아웃!
깔끔하게 이닝을 마무리한 스콧이 더그아웃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오른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이번에도 몇몇 한국 팬들이 손뼉을 치며 응원을 보냈다.
이제 2회 말로 이어졌다.
이번에도 미국 타자들의 배트는 적극적으로 돌았다.
끊임없이 날카로운 타구를 날려 보내며 한국 팬들의 마음을 철렁하게 만들었다.
-딱!
이번 타구도 역시나 빠른 속도로 뻗어갔다.
다행인 건 타구의 방향이 소영준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어느새 공이 지나갈 방향으로 소영준의 글러브가 기다리고 있었다.
글러브에 공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소영준이 1루수를 향해 힘껏 공을 던졌다.
군더더기 없는 수비 덕분에 공이 타자보다 먼저 1루에 도착할 수 있었다.
“타구 스피드도 빠른 데다 정말 어려운 바운드였는데, 소영준 선수가 정말 좋은 수비를 보여줬습니다. 소영준 선수가 있는 방향으로 날아가는 볼은 안심해도 될 것 같습니다.”
“미국 선수들이 예상했던 대로 만만치가 않네요. 우리 선수들이 긴장을 많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내며 위기를 맞으며 긴장감이 높아졌지만, 한국 수비수들의 탄탄한 수비로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3회, 4회, 5회에도 스콧의 공에는 힘이 느껴졌다.
게다가 전력투구를 하는지 패스트볼 구속이 평소보다 더 빨랐다.
대한민국의 선발 투수로 등판한 양현재 또한 좋은 피칭을 보여줬지만, 많아진 투구 수 탓에 5회가 시작하면서 교체가 됐다.
추가 실점을 하지 않고 이닝을 마무리했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위안거리였다.
그리고 6회 초.
투 아웃에서 만난 타자는 2번 타자 소영준이었다.
여전히 스코어는 0:1로 대한민국이 뒤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스콧 선수를 공략하는 데 있어서 소영준 선수에게 기대를 많이 했을 텐데, 앞선 두 번의 타석에서는 아쉽게도 안타를 만들어내지 못했어요.”
“미국 선수들의 좋은 수비가 있었다는 것도 크게 작용했겠지만요. 오늘 스콧 선수의 컨디션이 좋아도 너무 좋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세 번째 만남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네요.”
타석에 선 소영준의 눈빛이 어느 때보다 반짝였다.
-펑!
-볼!
볼로 들어오는 공을 골라내는 건 물론이고,
-틱!
-틱!
스트라이크처럼 들어오는 공은 철저하게 커트하는 데 집중했다.
“소영준 선수가 이번 타석에서는 전략을 조금 바꾼 것 같습니다. 안타를 때리려고 하는 것보다 투구 수를 늘리려는 것 같아요.”
“오늘 경기에서는 투구 수가 95개로 제한되어 있거든요. 투구 수에 도달하면 무조건 교체해야 합니다.”
“스콧 선수가 소영준 선수를 상대로만 벌써 8개를 던지고 있어요. 한 타자를 상대로 공을 많이 던지다 보면 지치는 것도 있겠고, 제한된 투구 수에 가까워질수록 투수로서도 의식을 하지 않을 수가 없을 거예요.”
3 볼 2 스트라이크.
스콧의 손을 떠난 공은 살짝 떠오르더니 바닥으로 크게 꺾이며 날아왔다.
잘 던진 커브볼이었다.
그냥 기다린다면 볼넷으로 출루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소영준의 배트는 돌아가고 있었다.
크게 떨어지는 공임에도 소영준은 정확하게 맞춰냈다.
-딱!
소영준의 배트에 맞은 공은 스콧 옆을 빠르게 지나갔다.
“어! 잘 맞췄어요!”
“안타입니다! 정말 좋은 타격이었어요!”
나는 주먹을 불끈 쥐어 들어 올렸다.
소영준은 편안하게 1루 베이스를 밟을 수 있었다.
-와아아아-
-소영준! 소영준! 소영준!
“드디어 소영준 선수가 진가를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투구 수를 9개나 던지게 한 것도 모자라서 안타까지 때렸어요!”
“볼넷을 내줘도 된다는 생각으로 떨어트린 공이었을 텐데, 이걸 받아치네요. 어떻게 하면 저렇게 잘 떨어진 공을 받아칠 수 있는 걸까요?”
방금 장면을 다시 봐도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스콧 또한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제 투구 수가 85개입니다. 그리고 만나야 하는 타자는 3번 타자 한교진 선수예요.”
“중심타선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라서, 미국 벤치에서는 고민이 될 것 같아요.”
하지만 미국 더그아웃에서는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스콧 선수로 계속 가네요. 아직 10개를 더 던질 수 있으니까요, 이번 이닝까지는 맡길 생각인 것 같습니다.”
스콧은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포수와 사인을 교환했다.
1루 주자 소영준을 시선으로 견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힘껏 공을 던지는데,
-딱!
공이 한교진의 배트에 맞는 소리를 듣자마자 1루에 있던 소영준은 전력으로 2루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타구는 좌익수와 중견수 왓슨 사이를 가르며 굴러갔다.
-와아아아-
타구가 펜스 끝까지 굴러가자 한국 팬들의 함성이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계속 달려도 돼요! 충분히 여유 있습니다.”
2루를 밟은 소영준은 멈추지 않고 3루를 향해 달렸다.
그리고 3루를 지나 홈까지 내달리기 시작했다.
“홈까지 갑니다! 과연 먼저 도착할 수 있을까요?”
어느새 공을 잡은 왓슨이 온 힘을 다해 포수를 향해 공을 던졌다.
왓슨이 던진 공은 정확하게 포수 글러브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소영준이 몸을 날리며 홈 베이스를 향해 미끄러져 들어갔다.
거의 동시에 공을 잡은 포수가 소영준의 몸에 글러브를 갖다 댔다.
경기장에는 아주 잠시 적막이 흘렀다.
-세이프!
-와아아아-
주심이 두 팔을 벌리는 순간 한국 관중석에서는 뜨거운 함성이 터져 나왔다.
“드디어 동점이 만들어졌습니다! 경기는 이제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소영준은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한국 팬들의 함성은 더욱 커졌다.
동시에 전광판의 스코어가 1:1로 바뀌었다.
그러자 미국 더그아웃에서 투수 코치가 걸어 나왔다.
투수 코치와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눈 스콧은 아쉬움을 숨기지 못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스콧 선수가 5.2이닝 1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가네요. 오늘 경기에서 정말 좋은 모습 보여줬습니다.”
“상대로 만나니까 정말 무시무시한 투수라는 것을 오늘 경기에서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스콧 잘했다! 파이팅!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스콧을 향한 한국 팬들의 응원을 들을 수 있었다.
“이제 스콧 선수도 내려갔으니까요. 우리 선수들이 시원시원한 타격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경기는 스코어 1:1에서 4번 타자 박성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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