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84
284화>
Team Korea (5)
스코어는 1:1.
한교진이 1루에 선 상황에서 경기가 다시 시작했다.
“이제 4번 타자 박성주 선수인데요. 이번 타석에서 시원하게 안타 때려내서 무거운 마음을 조금이라도 털어내면 좋겠습니다.”
나는 두 손을 모은 채로 경기장을 바라봤다.
-펑!
-스트라이크!
투수가 던진 공은 스트라이크 존 중앙에 가까운 코스로 날아왔다.
“박성주 선수가 이번 공을 놓친 건 조금 아쉬울 것 같은데요?”
“보통의 상황에서는 박성주 선수가 적극적으로 노렸을 만한 코스인데요. 지금처럼 잘 안 맞고 있을 때는 여유 있게 공을 보면서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박성주는 잠시 타석에서 벗어나 배트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는 다시 타격할 준비를 했다.
곧이어 투수의 두 번째 공이 날아왔다.
-딱!
박성주의 배트가 공에 맞는 순간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모두가 시원한 안타를 예상했는데, 타구는 공교롭게도 유격수가 서 있는 방향으로 날아갔다.
-아웃!
“아……. 이게 유격수 정면으로 가네요.”
“박성주 선수가 정말 오랜만에 잘 맞은 타구를 날려 보냈는데요. 정말 운이 안 따라줬습니다.”
나는 도저히 깊은 아쉬움을 숨길 수가 없었다.
1루로 달리던 박성주가 아웃임을 확인하고는 아쉬움에 배트를 집어던졌다.
“그래도 대한민국이 이번 이닝에서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아직 공격 기회가 많이 남아있으니까요, 충분히 좋은 결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아쉽지만 그렇게 이닝이 마무리됐다.
6회 말 미국의 공격을 무실점으로 막아내고 7회 초로 이어졌다.
미국은 7회가 시작하자마자 투수를 교체했다.
왼손 강속구 투수였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이번 이닝 첫 타자는 5번 타자 오석훈이었다.
“오늘 오석훈 선수가 스콧 선수를 상대로는 어려움이 있었거든요. 바뀐 투수를 상대로는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왼손 타자가 왼손 강속구 투수를 상대하는 데는 아무래도 어려움이 더 있겠죠?”
캐스터의 물음에 나는 자료를 다시 확인하며 답했다.
“사실 한국에는 이 선수처럼 150km/h 중반의 공을 가볍게 던지는 왼손 투수가 없어서 정확하게 비교를 하기는 어려운데요.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오석훈 선수가 왼손 투수라고 해서 약한 건 아니라는 겁니다.”
그사이 투수의 피칭이 시작됐다.
-펑!
-볼!
공은 스트라이크 존 바깥쪽으로 크게 벗어났다.
전광판에는 154km/h가 찍혔다.
“상대 투수도 오석훈 선수가 신경 쓰이는 모양입니다. 공이 크게 벗어났어요.”
“오석훈 선수는 메이저리그 구단에서도 집중 관찰하고 있는 선수이기도 하고, 영입에 관심을 가지는 구단도 많으니까요. 오늘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이 오석훈 선수를 모르고 있을 가능성은 없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겁니다.”
“혹시 이번 대회가 끝나면 오석훈 선수가 어느 팀으로 가게 될지 알 수 있을까요?”
캐스터의 표정에는 궁금함이 가득 느껴졌다.
“이미 국내 리그에서 검증은 끝난 선수이고, 이번 대회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으니까요. 기대해 보셔도 좋지 않을까요?”
“우리나라가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우리 선수들이 좋은 소식까지 가져다준다면 정말 좋겠네요.”
다시 시선을 돌려 경기장을 바라보니 두 번째 공이 상대 투수의 손을 떠나고 있었다.
-펑!
-볼!
“이번에도 스트라이크 존 바깥쪽입니다. 아까보다 스트라이크 존에 가깝게 던지긴 했어도 적극적으로 들어오지는 못하네요.”
“스트라이크 없이 투 볼 상황이거든요. 오석훈 선수를 피하더라도 다음 타자가 나준호 선수예요. 절대 만만하지 않은 타자죠.”
“만약에 이번 공을 스트라이크로 던지지 못하면 볼넷을 내줄 가능성이 높은데요. 경기 후반으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위기를 만드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닐 겁니다.”
상대 투수가 심호흡을 몇 번 고르고는 힘껏 공을 던졌다.
이번에는 앞선 두 개의 공보다 더 스트라이크 존에 가깝게 날아오고 있었다.
이번에는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오석훈이 배트를 자신 있게 돌렸다.
-따악!
“자! 제대로 맞은 것 같아요!”
공이 배트에 맞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모든 한국 팬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더그아웃에서 지켜보던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손맛을 느낀 오석훈이 날아가는 공을 응시하면서도 전력으로 1루를 향해 달렸다.
“타구가 왼쪽 방향으로 쭉쭉 뻗어가고 있습니다!”
“넘어갈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경기장에 있는 한국 팬들은 모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그대로 멈춘 채로 타구의 방향을 지켜봤다.
결국 타구는 왼쪽 담장을 넘어갔다.
-홈런!
-와아아아-
3루심이 손가락을 돌리는 순간 경기장은 함성으로 가득 찼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더그아웃에서도 선수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여기서 오석훈 선수의 역전 홈런이 터졌습니다!”
“역시 타격 능력으로는 대한민국에서 따라올 선수가 없다니까요! 정말 대단합니다!”
나는 내야 베이스를 돌고 있는 오석훈을 보며 손뼉을 쳤다.
“이제 앞서가는 팀은 대한민국입니다!”
내야 베이스를 모두 돌고 홈으로 돌아온 오석훈은 다가온 나준호와 격하게 하이파이브를 나누었다.
-오석훈! 오석훈! 오석훈!
관중석의 엄청난 응원은 물론이고 더그아웃에서도 김상문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물론이고 동료 선수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잠시 후, 오석훈의 홈런 장면을 다시 한번 볼 수 있었다.
“이렇게 빠른 공을 툭 밀어서 담장을 넘기네요. 강속구 투수를 상대로도 힘이 전혀 밀리지 않는 것 같아요.”
“아마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도 이 순간을 보고 있겠죠? 정말 완벽한 스윙이었습니다!”
오석훈의 그림 같은 스윙에 감탄을 하는 사이에 경기가 계속됐다.
이어지는 승부에서 추가점이 나오기를 기대했지만, 미국 불펜 투수들의 전력투구와 수비수들의 집중력이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승부는 8회로 이어졌다.
2:1로 한 점 앞서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마운드에는 장수영이 올랐다.
“대한민국의 필승조가 가동되기 시작했습니다. 엔젤스의 마무리 장수영 선수가 등판했습니다.”
“리그 경기도 그렇고, 이번 대회에서 정말 완벽하게 경기 후반을 책임져주고 있거든요. 보기만 해도 든든합니다.”
“한 점 차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승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까지 해왔던 대로만 하면 잘할 수 있을 겁니다.”
나는 이번에도 두 손을 모으며 경기장을 바라봤다.
-펑!
-스트라이크!
-후웅-
-스트라이크!
“장수영 선수가 정말 자신 있게 던져주고 있습니다. 시원시원해요!”
마지막에는 스트라이크 존에서 살짝 벗어난 코스에 정확하게 공을 던졌다.
-틱!
-아웃!
빗맞은 타구가 나오자 편안하게 아웃 카운트를 올릴 수 있었다.
이어지는 타자와는 변화구 위주로 승부를 펼쳤다.
-후웅-
-후웅-
타자는 날카로우면서도 매번 다르게 휘어나가는 슬라이더의 궤적에 배트를 맞추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결정구로는 뚝 떨어지는 포크볼을 선택했다.
-후웅-
-스트라이크 아웃!
“결국 헛스윙을 끌어냈습니다! 상대 타자에게는 포크볼이 정말 눈앞에서 갑자기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을 것 같아요.”
“한 점 차라 압박감이 크게 느껴졌을 텐데, 정말 잘해줬습니다.”
나는 이제야 잠시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던 장수영은 주먹을 불끈 쥐어 들었다.
-와아아-
-장수영! 장수영! 장수영!
이를 본 한국 팬들이 뜨거운 환호성으로 호응했다.
대한민국은 9회 초 공격에서 추가점을 뽑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한 점이라도 뽑아내서 조금이나마 여유 있는 상황에서 9회를 맞기 위함이었는데, 아쉽게도 추가점을 뽑아내지는 못했다.
어느덧 마지막 9회 말.
여전히 스코어는 2:1로 한 점 차였다.
“이제 대한민국의 마운드는 마무리 투수 최정환 선수로 바뀌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장수영 선수와 함께 8, 9회를 든든하게 막아주고 있죠.”
“많은 팬분들이 궁금해하셨던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최정환 선수의 패스트볼이 국제 무대에서도 통할 거냐였거든요.”
“이미 결과로 확인하셨겠지만, 힘 있는 외국 타자들도 쉽게 공략하기 어려운 공이라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아마 미국 타자들을 상대로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펑!
-스트라이크!
-펑!
-스트라이크!
“좋아요. 최정환 선수의 패스트볼이 155km/h, 157km/h가 나오고 있거든요. 오늘도 컨디션이 좋아 보여요!”
-틱!
-아웃!
타자가 적극적으로 배트를 돌려봤지만, 최정환의 구위를 이겨내지 못하고 하늘로 떠올랐다.
유격수 소영준이 편안하게 잡아낼 수 있었다.
두 번째 타자와의 승부에서도 빗맞은 공이 땅볼이 되며 아웃 카운트를 올릴 수 있었다.
이제 9회 말 2 아웃.
“이제 오늘 경기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승부를 앞두고 있습니다.”
“거의 다 오기는 했지만, 야구는 끝날 때까지 모르는 거니까요. 마지막까지 긴장해야 합니다. 상대는 언제든지 홈런을 칠 수 있는 선수들이에요.”
경기장에 있는 팬들은 물론이고 더그아웃에서 지켜보고 있는 선수들까지 모두의 시선이 마운드의 최정환을 향하고 있었다.
드디어 최정환의 와인드업이 시작됐다.
타자는 초구부터 과감하게 배트를 돌렸다.
-틱!
하지만 최정환이 혼신의 힘을 다한 투구를 이기기는 어려웠다.
-펑!
-볼!
스트라이크 존 바깥쪽으로 향한 공에는 타자가 꿈쩍하지 않았다.
이제 세 번째 공.
-틱!
타구는 뒤로 날아가 그물에 맞고 떨어졌다.
“최정환 선수가 그냥 정면 승부를 택하네요. 힘과 힘의 대결이에요.”
“그럼요, 자신 있게 해도 됩니다. 혹시라도 홈런 맞더라도 지는 거 아니거든요.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1 볼 2 스트라이크.
포수의 사인을 확인한 최정환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온 힘을 다해 공을 던졌다.
이번에도 그의 선택은 패스트볼이었다.
최정환의 손을 떠난 공은 빠른 속도로 스트라이크 존을 향해 날아갔다.
그렇다 보니 타자의 배트는 어쩔 수 없이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공과 타자의 배트 사이에는 거리가 있었다.
-후웅-
-스트라이크 아웃!
타자의 배트가 헛도는 순간, 경기장에는 대한민국 팬들의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최정환이 불끈 쥔 주먹을 들어 올리며 경기가 끝났음을 알렸다.
-우와아아아!
-대한민국! 대한민국! 대한민국!
더그아웃에서 지켜보던 우리 선수들은 동시에 그라운드로 뛰쳐나왔다.
그리고 관중석에 있는 팬들에게 인사하며 짜릿한 순간을 함께 즐겼다.
“이겼어요! 대한민국이 준결승전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미국을 누르고 결승전으로 향합니다!”
“정말 잘했습니다. 모두가 안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경기였는데도 보란 듯이 해내줘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상대 팀으로 멋진 경기 보여준 스콧 선수도 정말 고맙습니다.”
나는 선수들을 향해 손뼉을 쳐줄 수밖에 없었다.
“이제 우리는 결승전으로 갑니다. 과연 우리의 결승전 상대는 누가 될지 다른 경기장의 결과를 기다려보겠습니다.”
└이게 무슨 일이냐. 뜬금없이 결승 진출이라니 ㅋㅋㅋ
└전력이 지난번보다 나은 건 사실이었어도, 이 정도까지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대박이다.
└오석훈 홈런 때릴 때 진심 소름 돋았다.
└그것도 밀어서 넘겼어 ㅋㅋㅋ 이 정도면 파워도 미국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이야기 아닐까?
└석훈아, 빨리 미국으로 떠나라. 이미 증명 다 끝난 거 같다. 한국에서는 더 이상 이룰 게 없잖아.
└이번 대회 끝나면 바로 오피셜 뜨지 않을까?
└스콧도 진짜 잘했는데, 아쉽네. 투구 수 제한만 아니면 충분히 위기 막고 이닝도 더 소화할 수 있었을 거 같은데.
└굳이 선수가 더 던질 수 있는데 제한하는 이유가 뭐지?
└메이저리그 선수들 출전시키려면 어쩔 수 없어. 비시즌에 무리해서 부상이라도 당하면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난리 친다.
└얘도 빨리 미국으로 보내라. 한국 무대에서 뛰고 있기에는 재능이 너무 아깝다.
└MVP까지 탄 이상 미국에서 가만히 놔두고 있을 리가 없어. 이미 어느 정도는 협상이 진행됐을 거 같은데.
└근데 박성주는 언제까지 4번 타자시킬 거냐. 이 정도면 타순을 내리든가 해야지.
└몇 경기 못했다고 4번 타자를 바꿔버리면 선수 사기가 어떻겠어. 맡긴 이상 믿어줘야지.
└이제 대회 다 끝나가는데 그런 얘기가 나오냐. 선수 개인이 자존심 챙기는 것보다 팀이 승리하는 게 더 중요한 거지.
└게다가 박성주 말고도 4번 타자 맡을 만한 선수가 하나둘이 아니잖아.
└이 정도면 바꿔보는 게 맞을 것 같다. 만약에 박성주가 헛발질해서 결승전 지면 후폭풍 장난 아닐걸.
└김상문 감독 스타일이면 절대 안 바꾼다. 마지막까지 밀고 갈 거다.
└여기까지 왔는데 우승 못하면 너무 아쉽다. 제발 잘해서 깔끔하게 우승하자.
몇 시간 후, 다른 준결승 경기가 마무리되며 대한민국의 결승전 상대가 결정되었다.
우리가 결승전에서 맞붙을 팀은 바로 일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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