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85
285화>
Team Korea (6)
한일전.
그 자체만으로 우리 국민들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매치업이었다.
게다가 우승을 눈앞에 둔 결승전에서 만났기 때문에 더 뜨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결승전을 앞두고 진행한 인터뷰에서부터 긴장감이 맴돌았다.
└결승전까지 온 것만으로도 잘했다고 하고 싶었는데, 상대가 일본이라면 얘기가 달라지지.
└우리나라가 준우승하는 건 괜찮은데, 일본이 우승하는 꼴을 보고 싶지는 않다.
└무조건 무슨 일을 해서라도 이겨라.
└올해가 우승하기에 적기이기는 하다. 나이대로 보면 지금 라인업에 있는 선수 중에 다음 대회에서 못 볼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이 하나둘이 아니야.
└우승하기에 적기라니 ㅋㅋㅋㅋ 일본 선발 투수로 누구 나오는지 몰라서 하는 말인가? 지금 메이저리그 씹어 먹고 있는 투수인데.
└다득점은 너무 큰 욕심인 거 같고, 누구든지 시원하게 홈런 하나만 날려라.
└패스트볼 160km/h에 스플리터로 150km/h 가까이 찍는 투수를 상대로 안타 하나 제대로 때려주기만 해도 인정해야지.
└스콧하고 유형은 비슷한 것 같은데, 그래도 승부해 봤으니까 조금은 더 낫지 않을까?
└이번 대회에서 스콧 공에 배트 갖다 대는 것도 어려워하는 거 못 봤냐? 시즌 내내 스콧에 대해서 분석하고 승부도 여러 번 해봤는데도 그랬는데, 처음 보는 투수면 더 어렵겠지.
└게다가 구속부터 무브먼트까지 스콧의 상위 호환 선수라고 봐야 해서. 결론적으로 답이 없다는 얘기.
└그나마 승부를 걸어볼 만한 건 투구 수 제한이다. 만약에 그냥 제한 같은 거 없었으면 그냥 9회까지 쭉 던지고 완봉 찍고 끝날 수도 있을걸.
└그럼 어떻게 해서든 초반부터 투구 수 늘려야겠네.
└일단 결승에서 이기려면 무조건 박성주 타순부터 뒤로 밀어라. 아니면 아예 빼든가. 솔직히 어떻게 얘가 이번에 홈런왕 했는지 자체가 의문스럽더라.
└큰 거 하나 치고 싶은지 스윙 너무 크다는 게 너무 치명적이야. 기본적으로 150km/h 넘는 공 던지는데 그런 식으로 크게 스윙해서 되겠냐.
드디어 한국과 일본의 결승전이 펼쳐질 날이 밝았다.
오늘 경기는 당연히 매진이었다.
탈락한 국가의 팬들이 대부분 취소를 했는데도 한국과 일본 팬들의 열기를 받아내기는 무리였다.
마지막까지 취소표를 기다려봐도 의미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경기가 시작되기까지는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음에도 관중석의 빈자리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관중들이 빼곡히 가득 찬 관중석에서는 태극기와 일장기가 나부끼며 응원가가 쉼 없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방송 부스에 앉아서 지켜보는데도 결연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경기 시작을 30분 앞두고 방송이 시작됐다.
경기장 상황을 스케치해 주는 영상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경기장의 분위기가 전달됐다.
오늘 경기를 분석하는 것으로 해설을 시작했다.
“일본은 결승전에 맞춰서 최고 에이스 투수를 선발 투수로 올렸습니다. 요즘 메이저리그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선수를 만나게 됐습니다. 정말 대단한 선수죠?“
“야구팬이 아니시더라도 이 선수의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것 같습니다. 투수뿐만 아니라 타자로서도 메이저리그에서 최정상급 활약을 보여주는 말 그대로 만화 주인공 같은 선수입니다.”
“하나만 잘해도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어떻게 투수와 타자를 모두 잘할 수 있을까요?”
“사실 이제까지의 논리로는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건지 도저히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정말 대단한 선수라고밖에 표현할 수가 없네요.”
이제 화면에는 한국 선수들에 대한 소개로 넘어갔다.
“그럼 이제 대한민국의 선발 투수를 소개해 드려야겠죠. 바로 고지훈 선수입니다. 예선 첫 경기에 선발 등판해서도 아주 좋은 활약을 보여줬죠?”
“지금은 국내 최고의 선발 투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충분히 휴식도 취하고 왔기 때문에 아마 최고의 컨디션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두 투수의 맞대결, 강 대표님은 어떻게 보고 계신 가요?”
“솔직히 말해서 이름값으로만 놓고 보면 일본이 앞서는 건 냉정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야구가 그렇게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거든요. 그리고 미국전에서도 보여줬듯이, 우리나라 선수들은 충분히 이겨낼 저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곧이어 화면에 우리 선수들의 타순이 나왔다.
“대한민국의 타순입니다. 미국전에서는 스콧 선수에 맞춰서 타순에 변화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다시 원래 타순으로 돌아왔습니다.”
2번 타자 우익수 오석훈, 3번 좌익수 나준호, 4번 3루수 박성주, 5번 지명타자 한교진, 6번은 유격수 소영준이 자리했다.
서성민은 후보 선수 명단에 올라가 있었다.
라인업을 하나하나 읽은 캐스터가 곧바로 말을 이어가며 나에게 물음을 던졌다.
“아마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이번 대회에서 부진했던 박성주 선수가 여전히 4번 타자로 출전했다는 점인데요. 박성주 선수가 오늘 경기에서는 침묵을 깨트릴 수 있을까요?”
“4번 타자, 그것도 국제 대회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팀이라는 점에서 절대 쉬운 자리는 아닐 겁니다. 하지만 박성주 선수 정도의 실력을 갖춘 선수라면 충분히 극복해낼 수 있을 겁니다.”
“박성주 선수가 자기가 가진 실력을 완전하게 발휘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지금 우리나라 타자들 중에 홈런을 때려줄 수 있는 선수들이 한둘이 아니거든요. 부담감을 조금은 내려놓고 경기를 하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오늘 경기에서는 박성주 선수가 가진 능력을 온전하게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경기가 시작할 준비가 끝나고 선수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자, 그럼 지금부터 한국과 일본의 결승전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1회 초.
대한민국의 공격이 먼저 진행됐다.
일본 선발 투수가 연습 피칭을 시작한 순간부터 일본 관중석에서는 뜨거운 함성이 터져 나왔다.
“메이저리그를 평정한 투수의 피칭은 과연 어떨까요?”
“과연 이 선수를 상대로 우리나라 선수들이 어떤 타격을 보여줄 수 있을지 정말 궁금합니다.”
사실 나도 이 선수의 플레이를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설렘이 감춰지지 않았다.
-플레이 볼!
주심의 콜로 경기가 시작됐다.
일본 투수는 사인을 확인하자마자 곧바로 와인드업을 시작했다.
-펑!
-스트라이크!
“우와, 초구부터 156km/h를 찍었어요. 분명히 가볍게 던진 것 같은데 구속이 대단하네요.”
“구속도 빠른 데다 제구도 훌륭하네요. 저렇게 바깥쪽 낮은 코스로 던지면 당해낼 재간이 없죠.”
타석에 선 한국의 1번 타자도 놀란 표정을 완전히 숨기지는 못했다.
곧바로 두 번째 공이 날아왔다.
-후웅-
-스트라이크!
배트에 맞춰보려고 했지만, 투수의 공이 더욱 빨라진 탓에 스윙이 더욱 늦게 이루어졌다.
-틱!
이어지는 공에 힘겹게 한 번은 맞춰냈지만,
-후웅-
-스트라이크 아웃!
높은 코스로 빠르게 날아오는 공에 결국 헛스윙을 하고 말았다.
“패스트볼만으로 승부를 펼쳤는데도 쉽지가 않아 보이네요.”
“구속 자체도 아주 빠른 데다 무브먼트에 제구력도 좋네요.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곧이어 2번 타자 오석훈이 타석으로 다가왔다.
“이제 대한민국의 타격왕과의 대결입니다. 지난 미국전에서도 결승 홈런을 때려내면서 정말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죠?”
“저도 가장 기대되는 대결인데요. 오석훈 선수가 시원하게 한 방 터트려주면 좋겠습니다.”
-펑!
-스트라이크!
“156km/h 패스트볼로 시작했습니다. 스트라이크 존을 깔끔하게 통과했어요.”
“충분히 노려볼 만한 코스이긴 한데요. 아직 투수의 공이 눈에 익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하나는 그냥 지켜본 것 같습니다.”
이어지는 공도 빠른 속도로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했다.
다행히 유인구로 던진 볼 하나는 골라내는 데 성공했다.
1 볼 2 스트라이크.
일본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은 스트라이크처럼 날아오더니 급격하게 바닥으로 떨어졌다.
오석훈이 배트를 돌리는 동안에도 공의 궤적이 바뀌고 있었다.
결국 오석훈의 배트는 허공을 돌았다.
-후웅-
-스트라이크 아웃!
“결국 147km/h짜리 스플리터로 오석훈 선수의 헛스윙을 끌어냈습니다.”
“이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 구종 덕분이거든요. 아마 타석에서는 공이 날아오다가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을 거예요.”
“정말 대단한 선수라는 걸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네요.”
곧바로 3번 타자 나준호가 타석으로 다가왔다.
-후웅-
-후웅-
코너를 찌르며 파고드는 155km/h 짜리 패스트볼에 제대로 된 스윙을 하지 못했다.
-후웅-
-스트라이크 아웃!
결국 떨어지는 변화구에 여지없이 헛스윙을 참지 못했다.
이제 1회 말 일본의 공격으로 이어졌다.
우리 선수들이 자신의 수비 위치를 찾아 그라운드로 달려갔다.
그리고 고지훈이 마운드로 걸어가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선발 투수를 만날 시간입니다. 고지훈 선수의 피칭에서 중요하게 지켜봐야 할 부분은 어떤 점일까요?”
“고지훈 선수는 정교한 제구력과 다양한 변화구로 승부하는 선수거든요. 하지만 일본에는 세밀한 야구를 잘하는 선수들이 많이 포진해 있어서요. 그 선수들을 상대로도 고지훈 선수의 공이 위력을 가질 수 있을지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펑!
-스트라이크!
“좋습니다. 깔끔하게 시작했어요.”
곧바로 고지훈의 두 번째 공이 날아왔다.
-펑!
-볼!
“어? 이게 볼인가요?”
“이 정도면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했다고 해도 크게 문제는 없을 것 같은데요.”
내 생각도 캐스터와 다르지 않았다.
-펑!
-볼!
“이번 공에도 스트라이크 콜이 나오지 않네요.”
“이게 스트라이크가 아니면 어떻게 던져야 하는 거죠?”
방금 피칭 화면을 다시 봐도 고개를 갸웃하게 됐다.
고지훈의 표정에서도 당황스러움이 느껴졌다.
더 이상 볼 카운트가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아까보다 조금 더 스트라이크 존에 가깝게 던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꿈틀거리는 공에 좋은 타격을 하기는 어려웠다.
-틱!
일단 당황스러운 첫 타자와의 승부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펑!
-볼!
이어지는 피칭에서도 아슬아슬하게 걸치는 공이 대부분 볼 판정을 받았다.
자연스럽게 고지훈의 투구 수가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틱!
-아웃!
그럼에도 빗맞은 타구를 유도하며 힘겹게 세 번째 아웃 카운트를 올릴 수 있었다.
이닝을 마무리한 고지훈이 깊은숨을 내쉬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고지훈 선수에게 이번 1회만큼 힘든 이닝은 없었을 것 같습니다.”
“오늘 주심이 상당히 스트라이크 존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 같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흔들릴 필요 없습니다. 자기 플레이만 잘해주면 충분히 할 수 있어요.”
경기는 2회 초로 이어졌다.
4번 타자 박성주가 타석에서 승부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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