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86
286화>
Team Korea (7)
타석에서 배트를 쥐고 서 있는 박성주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역력하게 느껴졌다.
“이제 타석에는 대한민국의 4번 타자 박성주 선수입니다.”
“중요한 경기에서 시원하게 홈런 하나 쳐주면 좋겠습니다.”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경기장에 시선을 고정했다.
박성주가 타격 준비를 마치자 일본 투수가 피칭을 시작했다.
-후웅-
-스트라이크!
“박성주 선수가 과감하게 배트를 돌려봤는데요. 공이 지나가고 나서야 배트가 돌았어요.”
“방금 공의 구속이 158km/h였으니까요. 초구부터 타이밍을 맞추기는 어려웠을 거예요. 이럴수록 스윙을 더 간결하게 해줘야 합니다.”
이어지는 두 번째 공.
-펑!
-볼!
“날카로운 유인구였는데요. 박성주 선수가 잘 골랐습니다.”
“급할 것 없어요. 이 정도 에이스 투수를 상대하면서는 원하는 코스를 정확하게 그려놓고 기다려야 합니다. 그때그때 따라다녀서는 절대 좋은 결과를 만들 수가 없어요.”
잠시 후, 1 볼 1 스트라이크에서 세 번째 공이 날아왔다.
-딱!
박성주의 배트에 맞은 타구는 빠른 속도로 오른쪽 선상으로 뻗어나갔다.
아마도 라인 안쪽으로 살짝 들어올 수 있을 만한 코스로 날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1루수가 재빠르게 타구가 뻗어가는 방향으로 팔을 뻗었다.
-아웃!
“아아. 아쉽네요. 타이밍이 조금 늦지만 않았더라면 충분히 1루수와 2루수 사이를 뚫고 지나갈 수 있었을 것 같은데요.”
“상대 투수의 구속이 빠르다 보니까 타이밍이 조금씩 늦었는데요. 그래도 다행인 건 스윙이 이제까지보다 훨씬 간결해졌다는 점이에요. 다음 타석에서는 기대해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아쉬움을 가득 안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는 박성주 옆으로 5번 타자 한교진이 지나갔다.
“또 한 명의 홈런 타자가 타석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한교진 선수가 지난 미국전에서도 동점을 만드는 적시타를 때려줬는데요. 오늘 경기에서도 시원하게 한 방 때려줬으면 좋겠습니다.”
한교진은 볼 하나를 골라낸 이후로 적극적으로 배트를 돌리며 승부를 피하지 않았다.
-틱!
-틱!
-틱!
1 볼 2 스트라이크.
잠시 후, 투수가 다섯 번째 공을 던졌다.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은 스트라이크처럼 날아오다가 빠르게 가라앉았다.
-후웅-
-스트라이크 아웃!
“이야, 148km/h짜리 스플리터는 정말 봐도 봐도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네요.”
“이 공에 배트가 나오지 않아야 할 텐데요. 아마 오늘 경기에서 우리 타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이제 소영준이 타석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번 타석은 6번 타자 소영준 선수입니다. 이번 대회에서 정말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죠?”
“유격수 수비도 안정적으로 해주고 있는 데다, 타격에서도 정말 좋은 활약해 주고 있으니까요. 이 정도면 대회 MVP에 가장 가까운 선수가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소영준 선수가 패스트볼에 강점이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이번 타석을 기대해 봐도 되지 않을까요?”
“그렇죠. 좋은 타격 기대해 볼 만합니다.”
소영준이 준비를 마치자 일본 투수와 포수가 사인을 주고받았다.
그들이 선택한 초구는 역시나 패스트볼이었다.
소영준의 배트는 초구부터 과감하게 돌아갔다.
-딱!
소영준의 배트에 맞은 타구는 경쾌한 소리를 내며 뻗어갔다.
타구가 뻗어가는 각도부터 스피드까지 이상적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뻗어나가는 방향이었다.
타구는 2루수의 글러브를 향하고 있었다.
-아웃!
1루로 전력 질주를 하려다 멈춘 소영준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아아, 이게 수비수 정면으로 향하네요. 방금 타구는 정말 잘 맞은 공이었는데요.”
“그래도 좋은 타구를 날려 보냈다는 게 긍정적입니다. 다음 타석에서는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 2회 초 대한민국의 공격이 마무리됐다.
2회 말.
마운드에 오른 고지훈의 피칭이 이어졌다.
-펑!
-볼!
분명 아슬아슬하게 스트라이크 존에 걸치는 공이었는데, 역시나 주심의 손은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오늘 심판이 너무 스트라이크 존을 엄격하게 보는 것 같아요. 이 정도는 스트라이크 판정을 해줘도 될 것 같은데요.”
“고지훈 선수로서도 당황스러울 텐데요. 우리가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까요. 적응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심판의 성향이 우리에게는 불리할 수밖에 없겠죠?”
“고지훈 선수처럼 정교한 제구력으로 승부하는 선수에게는 정말 민감한 문제죠. 결정적인 상황에서 예상과는 다른 판정 한두 개만으로도 마운드에서 크게 흔들릴 수 있거든요.”
“고지훈 선수가 어려운 상황을 잘 이겨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잠시 투수판에서 벗어나 생각을 정리하던 고지훈이 깊은숨을 내쉬며 다시 마운드에 섰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공 하나를 힘껏 던졌다.
이번 공은 포수가 잡기 어려울 정도로 바깥쪽으로 빠져나갔다.
-볼!
“고지훈 선수가 이런 공을 던진 적이 거의 없는데요. 힘이 많이 들어간 것 같습니다.”
“아무리 고지훈 선수라고 해도 지금 같은 상황에서 조금도 흔들리지 않을 수는 없을 거예요.”
“주심의 스타일이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승부를 해야 할까요?”
“상대 타자들도 스트라이크 존을 좁게 보고 들어올 게 분명합니다. 괜히 무리해서 코너 워크를 노리다 보면 투구 수가 많아지면서 지칠 수도 있거든요. 차라리 뒤에 있는 수비수들을 믿고 정면 승부를 선택해 볼 필요도 있겠습니다.”
“이제 투 볼 노 스트라이크인데요. 이어지는 타자도 만만치 않은 타자이기 때문에 이번에 어떤 공을 던지느냐가 초반 판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다.”
고지훈이 투구 준비를 하는 데 어느 때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깊은 심호흡을 몇 번 내뱉은 고지훈이 힘껏 공을 던졌다.
이번에는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들어가는 공이었다.
일본 타자의 배트가 기다렸다는 듯이 힘껏 돌았다.
-따악!
공이 맞는 소리에서부터 경쾌함이 느껴졌다.
타구는 빠른 속도로 하늘을 비행하며 날아갔다.
“아……. 잘 맞은 것 같은데요?”
혹시 예상이 틀리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날아가는 공을 지켜봤다.
타구가 중간에 힘을 잃고 떨어지기를 바랐는데,
기대와는 달리 타구는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홈런!
마운드에서 이를 지켜보던 고지훈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와아아아-
일본 관중석에서는 뜨거운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홈런을 친 일본 선수는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기쁨을 한껏 드러냈다.
반면, 대한민국 선수들은 굳은 표정으로 딱딱하게 서 있었다.
내야 베이스를 모두 밟고 돌아온 일본 타자가 홈 베이스를 밟는 순간 스코어는 0:1로 바뀌었다.
“여기서 대한민국이 홈런을 허용했습니다. 선취점은 일본이 가져가게 됐습니다. 하지만 다행인 건 아직 경기 초반인 데다 솔로 홈런이라는 점이에요.”
“그렇습니다. 1점 정도는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는 스코어예요. 지금부터 더 집중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오히려 약이 될 수 있어요.”
나는 손뼉을 치며 한 마디를 더했다.
“그리고 지난번 미국 전에서도 극적으로 역전을 시킨 경험이 있으니까요. 분명히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타자와의 승부도 결코 만만치 않았다.
-펑!
-볼!
-펑!
-볼!
고지훈이 신중에 신중을 기해 던진 공도 볼 판정을 받았다.
어쩔 수 없이 스트라이크 존 가운데에 가깝게 던질 수밖에 없었다.
-딱!
-아웃!
다행스럽게도 잘 맞은 타구에도 우리 선수들이 좋은 수비로 고지훈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고,
-틱!
-아웃!
고지훈은 꿈틀거리는 공으로 빗맞은 타구를 만들어내며 힘겹게 아웃 카운트를 올릴 수 있었다.
고지훈이 2이닝 동안 여섯 개의 아웃 카운트를 잡아내는 데 필요했던 투구 수는 무려 47개였다.
다시 3회 대한민국의 공격으로 이어졌다.
선취점을 내줬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빠르게 따라잡기 위해 타자들은 집중력 있는 승부를 펼쳤다.
하지만 공격은 생각만큼 원활하지 못했다.
-후웅-
-스트라이크 아웃!
-펑!
-스트라이크 아웃!
160km/h의 패스트볼과 148km/h로 뚝 떨어지는 스플리터에 우리 타자들의 배트는 끊임없이 허공을 돌았다.
-틱!
-아웃!
공을 힘겹게 맞추는 데는 성공하더라도 제대로 된 타격을 하지는 못했다.
결국 5회 초 공격이 마무리된 상황에서도 점수를 내지 못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는데요. 생각했던 것보다 상대하기 어려운 투수네요. 우리 타자들이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브먼트에 제구까지 정말 완벽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아요. 게다가 5회까지 던진 투구 수가 65개밖에 되지 않기도 합니다.“
예상을 하고 있었는데도 직접 눈앞에서 지켜보니 고개를 젓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고지훈이 무너지지 않고 마운드를 지켜줬다는 점이었다.
어느 때보다 힘겨운 등판이었음에도 고지훈은 에이스 투수답게 5회 말까지 스스로 마무리 지었다.
이미 93개의 공을 던졌기 때문에 더 이상 등판을 할 수 없었다.
-고지훈! 고지훈! 고지훈!
마운드를 내려가는 고지훈을 향해 관중들이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고지훈 선수가 5이닝 1실점으로 오늘 경기를 마무리하게 되겠습니다.”
“심판의 스트라이크 존 때문에 힘들었을 경기였는데요. 그렇지만 역시 에이스 투수답게 자기 역할을 다 해주고 마운드를 내려가네요.”
“고지훈 선수가 5이닝을 소화해 준 덕분에, 남은 이닝에서 투수 운용하는 데도 훨씬 여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어느덧 6회 말로 접어들었다.
스코어는 여전히 0:1로 일본이 앞선 상황이었다.
이제 대한민국은 새로운 투수가 마운드를 지키고 있었다.
아웃 카운트 두 개를 잡아내며 문제없이 이닝을 막아내는 듯했는데,
-딱!
일본 타자들의 배트는 매섭게 돌아갔다.
더구나 이어지는 타자에게도 안타를 허용했다.
2 아웃에 주자는 1, 3루였다.
포수 양희찬이 타임아웃을 외치고 마운드로 다가가 투수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투 아웃까지 잘 잡았는데요. 연속 안타가 나오면서 위기를 맞게 됐습니다.”
“아직 우리의 공격이 세 번이나 남아있기는 해도,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한 점 차와 두 점 차는 느낌이 많이 다르거든요. 여기서 실점 없이 막아줄 필요가 있어요.”
“위기 상황에서 잘 막아내면 오히려 분위기를 다시 가져올 수도 있겠죠?”
“물론이죠. 아직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점수 차이기도 하니까요.”
마운드에 선 투수는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공을 던졌다.
치열한 수 싸움 끝에 결국 빗맞은 타구를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틱!
“됐어요! 땅볼이 나왔습니다!”
타구는 바닥에 크게 바운드되어 튀어 오르며 유격수 소영준과 3루수 박성주 사이로 향했다.
자신이 잡겠다는 콜을 외친 소영준이 재빠르게 움직여 공의 바운드에 맞춰서 공에 달려들었다.
모두가 편안하게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데,
“어?”
소영준의 글러브에 들어가는 듯했던 타구가 뒤로 빠지며 지나가 버리고 말았다.
-와아아아-
일본 관중석에서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뒤에서 지켜보던 좌익수 나준호가 급히 다가가 공을 잡았지만, 이미 상대 주자들이 다음 베이스를 밟은 뒤였다.
3루 주자는 이미 홈까지 들어왔고, 1루 주자는 어느새 3루 베이스를 밟고 있었다.
타자는 여유 있게 1루에 도착했다.
“아아. 여기서 소영준 선수의 실책이 나왔습니다. 소영준 선수이기 때문에 이번 수비는 아쉬움이 많이 남네요.”
“마음이 많이 급했던 거 같아요. 천천히 했어도 충분히 아웃 카운트를 잡을 수 있었을 것 같은데요.”
그대로 주저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소영준을 보니 안쓰러움이 진하게 밀려왔다.
“아직 경기 많이 남았거든요. 벌써 좌절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럼요. 소영준 선수 괜찮습니다. 실책은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거니까요, 지나간 건 잊고 이어지는 플레이에 집중해 줬으면 좋겠어요.”
나는 손뼉을 치며 응원을 보냈다.
스코어는 0:2로 바뀌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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