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87
287화>
Team Korea (8)
잠시 적막이 흐르던 대한민국 관중석에서 다시 응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대한민국! 대한민국! 대한민국!
“여기서 실점 없이 막아낸다면 충분히 반격할 수 있습니다. 이제 일본 선발 투수도 제한된 투구 수를 거의 채워가고 있거든요.”
“우리 선수들이라면 깔끔하게 막아내고 또 한 번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써갈 수 있을 겁니다!”
나는 목소리 톤을 높여 외치듯이 말했다.
마운드에 선 투수는 포수의 사인을 확인하고는 1루 주자를 바라보며 견제했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공을 던졌다.
-틱!
빗맞은 타구는 힘없이 굴러가며 내야를 벗어나지 못했다.
게다가 이번에도 타구의 방향이 소영준을 향했다.
소영준이 몸을 날리며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소영준 선수 잘 잡았어요!”
“천천히 해도 충분합니다. 급하게 할 이유가 없어요.”
그리고 소영준이 1루수를 향해 힘껏 공을 던지는데,
“어!”
소영준의 손을 떠난 공은 1루수가 도저히 잡을 수 없을 만큼 높은 코스로 날아갔다.
결국, 공이 뒤로 빠지고 말았다.
“아아…….”
나는 안타까움에 탄식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그사이 3루 주자가 홈을 밟은 것은 물론이고 1루 주자는 3루를, 타자 주자는 1루를 여유 있게 밟았다.
대한민국 관중석과 더그아웃에는 어색한 고요함만 감돌고 있었다.
스코어는 0:3으로 바뀌었다.
“여기서 연속해서 두 개의 실책이 나오네요. 스코어가 한 점 더 벌어집니다.”
“이닝이 마무리되었어야 하는 상황에서 실책으로 두 점을 내줬다는 점이 많이 아쉽네요.”
소영준은 두 손으로 무릎을 짚은 채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결국 김상문 감독이 더그아웃을 나와 마운드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내야수들을 모두 불러 모아서 잠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김상문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그만큼 지금 상황이 중요하다는 의미겠죠.”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어요. 우리 선수들이 앞으로 남아있는 이닝만 생각하면서 집중했으면 좋겠습니다.”
대화를 마친 김상문 감독은 마지막으로 소영준의 어깨를 두드려주고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심판의 콜로 경기가 다시 시작됐다.
여전히 2 아웃에 주자 1, 3루로 위기 상황이었다.
마운드에 선 투수는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다해 공을 던졌다.
-펑!
-펑!
-펑!
-스트라이크 아웃!
혼신의 힘을 다한 투구 덕분에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길고도 길었던 6회가 마무리됐습니다. 이번 이닝에서 0:3으로 점수 차가 조금 더 벌어졌다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따라잡지 못할 점수 차이도 아니에요.”
“물론입니다. 우리 타자들이라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곧바로 이어진 7회 초.
한국의 공격 이닝이 돌아왔다.
여전히 일본 선발 투수의 공은 위력적이었다.
이닝의 첫 타자로 나선 한교진이 이번 타석에서도 헛스윙을 피하지 못했다.
“또 하나의 삼진 아웃이 기록됐습니다. 이번에도 같은 코스의 변화구에 헛스윙이 나왔어요.”
“분명히 한교진 선수도 예상을 하고 있었을 텐데요. 워낙 빠르면서도 각이 크게 떨어지는 공이다 보니까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지금 마운드에 선 투수의 투구 수가 이제 80개를 넘겼거든요. 아마 이번 이닝까지는 상대를 해야 할 것 같죠? 우리 선수들이 한 방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1 아웃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소영준이었다.
“소영준 선수가 지난 수비에서 조금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공격에서 좋은 모습 보여주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소영준 선수,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쥐어 올리며 소영준에게 응원을 보냈다.
-펑!
-볼!
“지금 158km/h짜리 패스트볼이었는데요. 소영준 선수가 잘 골라냈습니다.”
“워낙 좋은 공이었던 데다 마음이 급해진 상황일 거라서 배트가 나왔을 법도 한데요. 잘 참았습니다.”
곧바로 두 번째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났다.
이번에는 소영준의 배트가 힘껏 돌았다.
-딱!
소영준의 배트에 맞은 공은 외야로 날카롭게 뻗어갔다.
스윙을 마친 소영준은 전력을 다해 1루 베이스로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 타구는 중견수가 서 있는 곳을 향했다.
중견수는 크게 움직이지 않은 채로 타구를 잡을 수 있었다.
-아웃!
1루를 지나 2루로 가던 소영준이 아웃임을 확인하고는 고함을 지르며 멈춰 섰다.
“소영준 선수가 계속해서 좋은 타격을 해주고 있는데요. 방향에서 운이 안 따라 주고 있습니다.”
“한 타석 정도는 더 설 수도 있으니까요. 이 정도 타격이면 한 번은 분명히 터트릴 수 있을 겁니다.”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던 소영준은 스스로에게 분통이 터지는지 다시 한번 허공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다음 타자가 타석에 서며 경기가 이어졌다.
타석에 선 타자가 어떻게 해서든 기회를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후웅-
-스트라이크 아웃!
일본 선발 투수의 피칭은 마지막까지 위력적이었다.
-와아아아-
마운드를 내려가던 일본 투수가 주먹을 들어 올리자 일본 관중석에서는 뜨거운 응원이 터져 나왔다.
“7이닝 무실점. 대한민국 타선을 상대로 말 그대로 완벽한 피칭을 보여주고 내려갑니다. 상대 선수지만 대단하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투구 수 제한 덕분에 더 이상 던지지 못한다는 게 정말 다행인 것 같습니다.”
7회 말 일본의 공격을 잘 막아내고 8회로 넘어갔다.
8회 초부터는 일본의 새로운 투수를 상대하게 됐다.
한국 타자들은 기회를 만들기 위해 절박하게 승부를 펼쳤다.
한 명의 타자가 출루에 성공하며 기대를 하게 되었는데.
하지만 일본의 좋은 수비로 더블 플레이가 만들어지며 기회가 무산됐다.
그렇게 8회 공격까지 무득점으로 마무리됐다.
점점 짙어지는 패색에 대한민국의 관중석과 더그아웃에는 무거운 적막이 내려앉았다.
8회 말.
스코어는 여전히 0:3으로 변하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투수는 장수영으로 교체됐다.
“이제 우리 마운드에는 장수영 선수가 올라왔습니다. 리드 상황은 아니지만 마지막 경기인 데다 더 이상의 실점은 막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등판을 했습니다.”
“야구에서 3점 차는 충분히 역전할 수 있는 스코어거든요. 게다가 9회 타순이 2번 오석훈 선수부터 시작되기도 합니다. 이번 이닝을 깔끔하게 막아내면 마지막 이닝에서 충분히 기회 만들어 갈 수 있을 거예요!”
-펑!
-볼!
-펑!
-볼!
“오늘 심판의 스트라이크 존이 까다롭다는 건 인정하고 가야 합니다. 장수영 선수도 너무 코너 워크를 의식하다가는 오히려 어려움을 겪게 될 거예요.”
심호흡을 고른 장수영이 다시 신중하게 피칭을 시작했다.
-틱!
힘겹게 빗맞은 타구를 유도하며 아웃 카운트를 올렸다.
이어지는 타자와의 승부에서도 뜬공을 유도해 내는 데 성공했다.
2아웃 상황에서 홈런 타자와 상대하게 됐다.
언제라도 홈런을 맞을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장수영은 더욱 신중을 기해서 공을 던졌다.
-펑!
-볼!
-펑!
-볼!
네 번째 볼이 들어오자 주심이 타자에게 1루로 가라는 신호를 보냈다.
“여기서 볼넷이 나왔습니다.”
“힘 있는 타자였기 때문에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들어간다는 게 절대 쉬운 상황은 아니었거든요. 그나저나 오늘 심판 정말 너무 까다롭네요.”
나는 터져 나오는 한숨을 힘겹게 참았다.
“투 아웃 상황이라서 아주 마음이 급할 필요는 없는데요. 여기서 점수 차가 더 벌어지면 우리 선수들에게 느껴지는 압박감이 커질 수밖에 없을 거예요.”
“잘 막아내고 마지막 9회에 승부를 걸어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두 손을 모은 채로 경기장을 지켜봤다.
2 아웃 주자는 1루.
이어서 다음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평소와 다름없이 플레이가 이어지고 있었다.
포수의 사인을 확인한 장수영이 다시 숨을 고르고 피칭을 하려고 하는데,
“어어?”
갑자기 경기를 멈춘 주심이 1루 주자에게 2루 베이스로 진루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와아아아-
1루 주자가 2루로 향하자 일본 관중석에서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죠?”
갑작스러웠기 때문에 상황을 판단하는 데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 주심이 보크를 선언한 거 같은데요?”
마운드에 있던 장수영이 어이없다는 듯이 두 손을 들어 올렸다.
동시에 포수 양희찬이 벌떡 일어나 주심에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화면에 다시 방금 장수영의 피칭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어떻게 된 상황인지 다시 한번 보시죠.”
“이게 보크인가요? 저는 아무리 봐도 모르겠는데요. 장수영 선수의 피칭이 어떤 점에서 규정 위반인 건가요? 제가 모르는 규정이 있는 걸까요?”
주관적인 시선을 버리고 봐도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느 지점에서 보크 선언을 한 건지 알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요.”
“오늘 주심이 여러 가지로 우리를 도와주지 않네요. 정말 화가 나는 상황이기는 합니다만, 볼 카운트와 보크 판정은 주심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억울하지만, 당장은 어찌할 방법이 없다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사이 포수 양희찬의 항의는 점점 더 거세졌다.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며 결국 포수 마스크를 집어던지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그러자 순식간에 표정이 바뀐 주심이 양희찬을 가리킨 후 경기장 밖을 가리켰다.
“어어! 지금 주심이 퇴장 선언을 했어요. 포수 양희찬 선수가 퇴장을 당했습니다!”
“여기서 새로운 변수가 발생했습니다. 중요한 상황에서 주전 포수가 더 이상 경기를 치를 수 없게 됐어요.”
곧바로 김상문 감독과 수석코치가 통역과 함께 더그아웃을 박차고 달려 나왔다.
급하게 달려온 수석코치가 양희찬을 진정시키는 사이에 김상문 감독이 주심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심판은 끄떡도 하지 않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결국 양희찬은 수석코치의 손에 이끌려 그라운드를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일단 양희찬 포수가 퇴장을 당했거든요. 그렇다면 포수 마스크는 한교진 선수가 써야 할 것 같은데요?”
더그아웃에서는 한교진이 분주하게 장비를 갖춰 입고 있었다.
그동안 내야수들이 마운드로 다가와 장수영과 이야기를 나누며 긴장을 풀어주고 있었다.
포수 장비를 입은 한교진이 그라운드로 달려 나오자마자 장수영과 연습 피칭을 시작했다.
“장수영 선수와 한교진 선수가 공식 경기에서 배터리 호흡을 맞춘 건 처음인 것 같은데요. 괜찮을까요?”
“한교진 선수가 장수영 선수에 대해서도 연구를 많이 했거든요. 아마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장수영과 한교진의 연습 피칭이 마무리되고, 1루에 있던 주자가 2루로 이동한 상황에서 경기가 시작됐다.
“주자가 2루에 가 있기는 해도 투 아웃입니다. 지금 타석에 있는 타자와 승부를 해서 아웃 카운트를 올리면 이닝을 마무리 지을 수 있어요.”
깔끔하게 이닝을 마무리해 주기를 바랐지만,
-펑!
-볼!
-펑!
-볼!
장수영의 손을 떠난 공은 좀처럼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지 못했다.
-펑!
-볼!
결국 공 네 개가 연속으로 볼 판정을 받았다.
“장수영 선수가 볼넷으로 주자를 내보냅니다.”
“평소에 장수영 선수가 볼넷을 내주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요. 지금 같은 상황이 장수영 선수에게도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사이 장비를 내려놓은 타자는 1루로 발걸음을 옮겼다.
동시에 불펜에서 몸을 푸는 최정환의 모습이 비쳤다.
“최정환 선수가 몸을 풀고 있기는 한데요. 당장 교체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장수영 선수가 이번 이닝을 마무리 해주는 게 가장 최고의 그림이죠?”
“맞습니다. 마무리 투수가 8회 위기 상황에서 계획보다 먼저 등판한다는 게 생각보다 체력 소모가 정말 크거든요. 그리고 한교진 선수가 지명타자에서 포수로 옮겼기 때문에, 투수도 타석에 서야 해요. 아웃 카운트 하나가 중요한 상황이라 그때는 대타를 기용해야 하기도 합니다. 여러 가지로 지금 최정환 선수를 등판시키는 건 어려운 상황입니다.”
“장수영 선수가 여기서 잘 막아주기를 바라야 하겠네요.”
이제 2 아웃, 주자는 1루와 2루에 위치하게 됐다.
한교진의 사인을 확인한 장수영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심호흡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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