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88
288화>
Team Korea (9)
드디어 장수영의 와인드업이 시작됐다.
하지만,
-펑!
-볼!
첫 번째 공이 스트라이크 존을 크게 벗어난 데 이어서,
-펑!
-볼!
두 번째 공마저도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지 못했다.
장수영 스스로도 만족스럽지 못한 피칭이었음을 그의 표정을 통해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때, 한교진이 장수영에게 공을 돌려주기 위해 일어나는 듯하더니 갑자기 몸을 틀어 1루수를 향해 힘껏 공을 던졌다.
여유 있게 1루 베이스로 돌아가던 1루 주자는 깜짝 놀라 급하게 1루 베이스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미 공을 잡은 1루수의 글러브가 몸에 닿은 뒤였다.
이 모습을 모두 지켜보던 1루심이 자신 있게 주먹을 뻗었다.
-아웃!
-와아아아-
한교진이 주먹을 불끈 쥐어 들어 올렸다.
“여기서 한교진 선수가 아웃 카운트를 잡아서 이닝을 마무리합니다! 아마 1루 주자로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거예요.”
“이해할 수 없는 보크 판정에다 주전 포수가 퇴장당하기까지 하면서 분위기가 어수선했는데요. 한교진 선수의 이번 플레이가 정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 같습니다!”
내 목소리에는 힘이 가득 실려있었다.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던 장수영과 한교진은 미소를 지으며 글러브를 부딪쳤다.
-대한민국! 대한민국! 대한민국!
대한민국 관중들의 응원 소리는 어느 때보다 크게 울려 퍼졌다.
이제 9회 초로 이어졌다.
일본의 마운드에는 마무리 투수가 올라가 있었다.
“이제 대한민국의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입니다. 우리에게 남은 아웃 카운트는 세 개입니다.”
“야구는 끝날 때까지 모르는 거거든요. 게다가 야구에서 1이닝에 3점을 득점하는 일은 심심치 않게 일어나기도 합니다.”
“게다가 타순이 정말 좋습니다. 2번 타자 오석훈 선수부터 시작이거든요. 오석훈 선수가 이번 대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여러 차례 해줬거든요. 이번에도 한 방 때려줬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홈런보다도 출루를 하는 게 더 필요합니다. 욕심부리지 말고 하나씩 해갔으면 좋겠어요.”
타석에 선 오석훈은 배트를 몇 번 휘두르고는 타격 자세를 취했다.
그사이 포수와 사인을 주고받은 투수가 공을 던질 준비를 마쳤다.
투수의 발이 올라가는 순간,
오석훈이 배트를 짧게 쥐고는 몸을 낮췄다.
그리고 날아오는 공에 가볍게 갖다 댔다.
-틱!
“어어! 오석훈 선수가 기습번트를 댔어요!”
오석훈은 공이 배트에 맞는 순간 전력으로 1루 베이스를 향해 달렸다.
타구는 3루 라인을 따라 속도가 줄어들며 데구루루 굴러갔다.
3루수와 포수는 물론이고 투수까지 동시에 타구를 잡기 위해 달려들었다.
가장 먼저 도착한 포수가 공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1루수에게 던져보려고 했지만,
-세이프!
이미 오석훈이 1루 베이스를 밟고 지나간 후였다.
-와아아아-
-오석훈! 오석훈! 오석훈!
“여기서 오석훈 선수의 기습번트가 나왔습니다! 정말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거예요!”
“방향부터 타구 속도가 줄어드는 것까지 정말 완벽한 번트를 대줬어요.”
“선두 타자 출루가 이루어졌습니다. 이번 플레이가 분위기 전환의 시작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곧이어 타석으로 들어오는 선수는 3번 타자 나준호였다.
“이어지는 타자는 나준호 선수입니다. 언제든지 장타를 터트려줄 수 있는 타자예요.”
“상대 투수도 분명히 흔들리고 있을 테니까요. 신중하게 승부한다면 충분히 좋은 결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본 투수가 오석훈을 흘끗 바라보고는 공을 던지기 위해 와인드업을 시작하려는데,
“어어!”
또 한 번 오석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2루를 향해 전력질주하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포수가 볼을 잡자마자 2루를 향해 던져보지만,
-세이프!
-와아아아-
이미 2루에 도착한 오석훈이 베이스를 손으로 잡고 있었다.
대한민국 관중석에서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여기서 오석훈 선수의 도루까지 나왔습니다!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하네요.”
“오석훈 선수가 햄스트링 부상 이후로 도루 시도를 자제하고 있을 뿐이지, 못하는 건 아니거든요.”
나는 절로 높아지는 목소리를 막을 수가 없었다.
“기습 번투로 출루한 것에 이어서 도루까지. 오석훈 선수가 이닝의 첫 타자로 나와서 팀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주고 있어요.”
“게다가 이제 나준호 선수는 더블 플레이를 걱정하지 않고 타격을 할 수 있게 됐어요. 아마 타자로서는 부담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맞을 가능성이 훨씬 높을 겁니다.”
나준호가 다시 배트를 쥐며 승부를 준비하는데,
그때 더그아웃에 있던 일본 감독이 주심을 향해 손가락 네 개를 펴 보였다.
이를 확인한 주심은 나준호에게 1루로 향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여기서 고의사구가 나오네요! 다음 타자가 4번 박성주 선수인데요.”
“1루가 비어있는 상황인 데다, 박성주 선수가 이번 대회에서 부진했기 때문에 이렇게만 보면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박성주 선수는 언제라도 한 방을 때려줄 수 있는 타자인데요.”
“과연 고의사구를 선택한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까요?”
이를 지켜보던 박성주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표정관리를 하고 있었다.
그러고는 배트를 힘차게 휘두르며 타석으로 다가갔다.
-대한민국! 대한민국! 대한민국!
-박성주 홈런! 박성주 홈런! 박성주 홈런!
“이제 대한민국의 4번 타자 박성주 선수입니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정규 시즌 경기에서 박성주 선수 앞에서 고의사구를 했을 때 좋은 결과를 얻었던 걸로 기억하거든요.”
“맞습니다. 박성주 선수도 승부욕과 자존심이 굉장히 센 편이거든요. 이런 상황이라면 한 방 보여주고 싶다는 투지로 활활 불타고 있을 거예요.”
“대한민국의 4번 타자가 경기장에서 무시당하는 모습을 보는 건 팬으로서도 유쾌하지 않죠. 시원하게 한 방 쳐주면 좋겠습니다.”
“고의사구를 하고 만나는 타자이기 때문에 아마 초구부터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들어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박성주 선수로서는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노려볼 필요가 있어요.”
나는 떨리는 손을 힘겹게 부여잡으며 경기장에 시선을 고정했다.
투수는 신중하게 숨을 고르며 공을 던질 준비를 했다.
그리고 이제 드디어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났다.
예상했던 대로 공은 스트라이크 존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박성주는 온 힘을 다해 배트를 돌렸다.
-딱!
-와아아아-
공이 박성주의 배트에 맞는 순간 절로 경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
타구는 중견수와 우익수 사이를 가르며 빠르게 굴러갔다.
“됐어요! 잘 맞췄습니다!”
타구의 방향을 확인한 오석훈은 3루를 지나 홈까지 전력으로 내달렸다.
뿐만 아니라 1루에 있던 나준호 또한 2루를 밟자마자 주저하지 않고 3루까지 달렸다.
타구는 펜스 앞에 가서야 우익수에게 잡혔다.
홈까지 가려던 나준호는 코치의 사인을 확인하고는 3루에 멈춰 섰다.
그사이 박성주는 1루를 지나 2루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2루 베이스를 밟고 선 박성주는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들어 올렸다.
-와아아아-
-박성주! 박성주! 박성주!
스코어는 1:3으로 바뀌었다.
“박성주 선수가 오늘 경기 대한민국의 중요한 첫 타점을 만들어냅니다! 드디어 대한민국의 추격이 시작됩니다!”
“아무리 박성주 선수가 부진하더라도 앞선 타자에게 고의사구를 하는 건 잘못된 선택이라는 걸 확실하게 보여줬습니다!”
“박성주 선수의 한 방으로 이제 대한민국의 동점 주자까지 출루하게 됐습니다!”
이제 한교진이 배트를 들고 타석으로 다가갔다.
“타석에는 5번 타자 포수 한교진 선수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지명타자로 시작했다가 갑자기 포수 마스크를 쓰게 됐는데요. 지난 이닝에 한교진 선수가 보여줬던 수비가 정말 중요했죠?”
“그렇습니다. 만약에 지난 이닝에 또 한 점을 내주었다면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갔을 수도 있거든요. 실점을 막은 것뿐만 아니라 우리 쪽으로 분위기를 가져오기까지 한 결정적인 플레이였습니다.”
한교진이 타석에 자리를 잡고 서자 일본 투수와 포수가 사인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1:3 스코어에 주자 2, 3루 상황이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1루를 채우고 가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주자 2, 3루보다는 만루가 수비하기에 편한 건 사실이거든요. 하지만 다음 타자인 소영준 선수의 타격감이 그리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결정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게다가 방금 고의사구를 해서 제대로 한 방 먹었으니까 더 어렵겠죠.”
그사이 사인을 주고받은 투수가 공을 던질 준비를 마쳤다.
투수는 3루 주자를 바라보고는 힘껏 공을 던졌다.
-펑!
-볼!
투수가 던진 공은 스트라이크 존보다 한참 높은 코스로 향했다.
포수가 반쯤 일어나 팔을 쭉 뻗고 나서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높은 공이었다.
“마운드에 있는 투수가 제구력이 좋지 않은 선수가 아닌데요. 그만큼 지금 상황이 부담스러운 거겠죠?”
“한교진 선수는 이럴수록 급하게 마음먹을 필요가 없습니다. 스트라이크 존을 좁게 보고 확실하게 들어오는 공에만 스윙을 해도 충분해요.”
그리고 이제 두 번째 공을 던졌다.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은 한교진의 몸 쪽에 가깝게 향했다.
-스윽-
몸에 가까이 붙어 날아오던 공은 결국 한교진의 팔을 스치고 지나갔다.
한교진은 주심에게 팔을 들어 올리며 몸에 맞았다는 것을 어필했다.
이를 확인한 주심이 한교진을 보며 1루를 가리켰다.
한교진이 주먹을 불끈 들어 올리며 1루로 달려가자 대한민국의 관중석에서 뜨거운 함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
-한교진! 한교진! 한교진!
“몸에 맞는 볼이에요! 여기서 한교진 선수까지 출루를 하게 되면서 만루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한교진 선수가 전혀 피할 생각이 없었어요. 어떻게 해서든 출루할 생각뿐이었다는 걸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이 마지막 9회에 정말 결정적인 찬스를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제 마무리만 해주면 됩니다!”
일본 더그아웃에서 투수 코치가 급하게 달려 나와 마운드로 향했다.
“1:3 스코어에서 무사 만루 상황입니다. 정말 손에 땀이 쥐어지네요.”
“아마 일본 벤치에서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어느새 대한민국과 일본 관중석의 분위기는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다.
-대한민국! 대한민국! 대한민국!
-만루홈런! 만루홈런! 만루홈런!
신이 난 대한민국 팬들과는 달리 일본 팬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지켜보고 있었다.
투수 코치가 마운드를 내려와 더그아웃으로 돌아가자 경기가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타석으로 다가오는 선수는 6번 타자 소영준이었다.
“이제 대한민국의 주장 소영준 선수의 타석입니다!”
“소영준 선수가 여기서 한 방 해준다면 오늘 했던 실책을 모두 지워버릴 수 있어요!”
타석에서 배트를 쥔 소영준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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