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89
289화>
Team Korea (10)
9회 초 1:3 무사 만루.
분명히 일본이 리드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일본 투수에게서는 조금의 여유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일본 투수는 힘겹게 호흡을 고르고 와인드업을 시작했다.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은 소영준에게 먼 바깥쪽 코스로 날아오고 있었다.
소영준은 툭 건드리듯이 배트로 공을 맞혔다.
-딱!
“됐어요! 됐습니다!”
소영준의 배트에 맞은 타구는 외야 오른쪽 방향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타격을 마치자마자 소영준은 전력으로 1루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타구는 외야 라인을 따라 펜스까지 굴러가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
-달려! 달려! 달려!
“타구가 경기장 가장 깊숙한 곳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전부 다 들어올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나와 캐스터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3루에 있던 나준호가 여유 있게 홈을 밟은 것은 물론이고, 2루에 있던 박성주 또한 3루를 거쳐 홈 베이스를 터치했다.
게다가 1루에 있던 한교진 또한 3루를 지나 홈까지 돌진했다.
두 명의 선수는 물론이고 세 명 모두 홈으로 들어올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이 들자, 대한민국의 관중석은 물론이고 더그아웃에 있던 선수들도 광분하기 시작했다.
-와아아아-
-홈으로! 홈으로!
이제야 공을 잡은 우익수가 커트맨인 2루수에게 힘껏 공을 던졌다.
홈 가까이에 도착한 한교진은 베이스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사이 소영준은 2루를 밟고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3루까지 내달리고 있었다.
“소영준 선수가 3루까지 도전합니다! 과연 세이프 될 수 있을까요?”
우익수가 던진 공을 잡은 2루수가 홈으로 던지기에는 이미 늦었음을 직감하고 3루수를 향해 공을 던졌다.
소영준은 이를 악물고 전력으로 3루 베이스를 향해 달리다 몸을 날려 슬라이딩을 했다.
공을 잡은 3루수는 곧바로 소영준의 몸에 갖다 댔다.
두 동작은 거의 비슷한 타이밍에 이루어졌다.
하지만 결과를 아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세이프!
-와아아아아아-
대한민국 관중석은 물론이고 더그아웃에서도 서로를 끌어안으며 뜨거운 환호성을 내질렀다.
“3루에서 세이프! 9회 초에 소영준 선수의 싹쓸이 3루타가 터져집니다! 이 한 방으로 단숨에 대한민국이 4:3으로 역전을 만들었어요!”
“9회에 이 한 방을 보여주려고 오늘 경기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나 봅니다.”
나는 울컥하는 마음을 힘겹게 잠재우며 말했다.
3루 베이스를 밟고 선 소영준이 두 손을 들어 올렸다 내렸다는 반복하며 분위기를 더욱 끌어올렸다.
-와아아아-
-소영준! 소영준! 소영준!
“그나저나 소영준 선수가 이렇게 빠른 선수였나요? 아까는 거의 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랐어요.”
“저도 처음 보는 것 같은데요. 절박함이 만들어낸 스피드인 것 같아요.”
나는 흘러나오는 웃음을 힘겹게 막아냈다.
주자 3루 상황에서 경기가 이어졌다.
“양희찬 선수가 퇴장당하고 지명타자였던 한교진 선수가 포수 마스크를 썼기 때문에 이제 투수 장수영 선수의 타석인데요. 여기서 대한민국은 대타를 기용합니다. 바로 서성민 선수가 준비하고 있습니다!”
-서성민! 서성민! 서성민!
서성민이 배트를 들고 걸어 나오자 대한민국 관중석에서는 뜨거운 환호가 터져 나왔다.
“대한민국이 꺼낼 수 있는 최고의 대타 카드입니다. 이번 대회에서 대타 역할을 톡톡하게 해주고 있죠?”
“중요한 상황에서 팀에 필요한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죠.”
“서성민 선수가 없었더라면 우리가 결승전에 오기는 어려웠을지도 몰라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화를 이어받았다.
“리드를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하지만, 한 점 차 리드로 9회 말을 맞는 것보다는 조금 더 여유를 만드는 게 좋겠죠. 3루에 주자가 있으니까요, 이 한 점만이라도 점수로 연결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완전히 분위기를 가져온 데다가 아직 아웃 카운트가 하나도 없으니까요. 충분히 기대해 봐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성민은 코치가 보내는 사인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배트를 돌리며 타격할 준비를 했다.
-플레이 볼!
심판의 콜로 경기가 다시 시작됐다.
투수는 3루에 있는 소영준을 슬쩍 바라보고는 와인드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투수의 손에서 공이 떠나려는 순간,
소영준이 갑자기 홈 베이스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홈! 홈! 홈!
동시에 서성민이 배트를 짧게 쥐더니 공을 1루 방향으로 가볍게 밀어냈다.
“어어! 여기서 스퀴즈 번트를 시도했습니다!”
급하게 달려온 1루수가 공을 잡고 홈을 바라봤지만,
어느새 소영준이 슬라이딩을 하며 홈 베이스를 터치한 뒤였다.
주심의 판단을 보지 않아도 결과를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세이프!
-와아아아아아-
대한민국 관중들의 함성 속에서 스코어는 5:3으로 바뀌었다.
소영준이 벌떡 일어나 대한민국 관중들을 향해 가슴을 주먹으로 세차게 쳤다.
“세이프예요! 대한민국이 또 한 점을 뽑아냈습니다! 정말 믿어지지가 않는 순간입니다!”
“여기서 과감하게 스퀴즈 번트를 시도했는데, 서성민 선수와 소영준 선수가 완벽하게 작전을 수행해 줬습니다.”
“이제 스코어는 5:3! 우리나라가 한 점 더 달아납니다!”
1루에서 아웃된 서성민이 동료 선수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으며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이어지는 타순에서는 출루가 이루어지지 않으며 이닝이 마무리됐다.
경기는 9회 말로 이어졌다.
대한민국의 마운드에 오른 선수는 최정환이었다.
“이제 대한민국의 마무리 투수 최정환 선수가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이번 대회 내내 든든하게 9회를 막아주고 있죠.”
“대한민국의 우승까지는 아웃 카운트 세 개가 남았는데요. 마지막까지 확실하게 마무리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5:3으로 그래도 두 점 차의 리드를 하고 있다는 게 투수에게는 큰 힘이 될 거예요.”
한교진의 사인을 확인한 최정환이 피칭을 시작했다.
-펑!
-볼!
-펑!
-볼!
두 개의 공이 모두 아슬아슬하게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났다.
“자신 있게 던져도 됩니다. 최정환 선수가 가진 구위라면 정면 승부를 해도 홈런을 맞을 가능성은 아주 낮아요.”
다시 최정환의 피칭이 시작됐다.
세 번째 공은 앞선 공들보다 스트라이크 존 가운데에 가깝게 날아가고 있었다.
-딱!
경쾌한 소리와 함께 타구는 외야로 빠르게 뻗어나갔다.
-와아아아-
안타를 예상한 일본 관중석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일본 주자는 전력을 다해 달리기 시작했다.
우익수 오석훈이 전력을 다해 타구가 떨어질 방향으로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완벽한 타이밍에 몸을 날렸다.
공은 빨려 들어가듯이 오석훈의 글러브로 들어갔다.
이를 확인한 1루심이 주먹을 들어 올렸다.
-아웃!
-와아아아아-
-오석훈! 오석훈! 오석훈!
“이야! 여기서 오석훈 선수의 엄청난 호수비가 나왔습니다!”
“만약 이번 공을 잡지 못했으면 못해도 2루타거든요. 첫 타자부터 득점권에 갔다면 오늘 경기는 다시 복잡해졌을 거예요.”
마운드에서 지켜보던 최정환이 모자를 벗어 들어 올리며 오석훈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렇게 첫 번째 아웃 카운트가 올라갔다.
이제 두 번째 타자와의 승부로 이어졌다.
-펑!
-스트라이크!
최정환이 이번에는 과감하게 스트라이크를 던졌다.
그리고 이어진 두 번째 공.
-틱!
빗맞은 타구는 크게 바운드되며 마운드의 최정환이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투구를 마친 최정환이 팔을 위로 쭉 뻗어 잡아보려고 했지만, 타구는 잡을 수 없을 수 없을 만큼 높았다.
그렇게 내야를 빠져나가는 듯했는데,
누군가의 글러브가 타구를 재빠르게 낚아챘다.
어느새 나타난 소영준의 글러브였다.
“잡았어요! 소영준 선수, 침착하게 송구하면 됩니다!”
경기장에 있는 모두가 마른침을 삼키며 소영준을 지켜봤다.
소영준은 스텝을 옮기는 동안 글러브에서 공을 다시 쥐고 1루를 향해 힘껏 던졌다.
소영준의 글러브에서 빠져나온 공은 1루수의 글러브로 정확하게 이동했다.
-아웃!
-와아아아-
“그렇죠! 이게 소영준 선수예요!”
나는 책상을 내리치며 외쳤다.
“완전히 2루 베이스 위를 타고 넘어가는 타구였는데요. 어떻게 이런 공을 잡아낸 걸까요?”
입을 떡 벌린 최정환이 소영준을 보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소영준이 아무렇지 않은 척 표정 관리를 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 느껴졌지만, 흘러나오는 미소를 완전히 숨기는 건 무리였다.
“이제 투 아웃입니다. 대한민국이 일본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는 데는 아웃 카운트 딱 하나 남았습니다!”
“정말 다 왔습니다. 하지만 야구는 끝날 때까지 모르는 거예요. 우리 선수들 마지막까지 집중해야 합니다.”
펜을 들고 있는 내 손에도 땀이 쥐어졌다.
-대한민국! 대한민국! 대한민국!
어느새 대한민국 관중들은 모두 일어나 응원을 보내기 시작했다.
경기장에 있는 모두의 시선이 마운드의 최정환을 향하고 있었다.
깊은 심호흡을 내쉰 최정환이 피칭을 시작했다.
-펑!
-스트라이크!
-와아아아-
스트라이크 하나에도 대한민국 관중석에서 터져 나오는 함성은 어마어마했다.
-펑!
-스트라이크!
160km/h!
“오오! 최정환 선수의 패스트볼이 공식 경기에서 처음으로 160km/h를 찍는 순간입니다! 대한민국에도 이런 투수가 있습니다!”
전광판의 숫자를 보는 순간 나는 높아지는 목소리를 막을 수가 없었다.
“정규 시즌에서도 보여주지 못했던 구속인데요?”
“게다가 그냥 160km/h가 아니고 구위까지 어마어마하게 좋아요. 이런 공은 알아도 치기 어려울 거예요.”
최정환은 더욱 자신감을 얻은 듯 자신 있게 공을 던졌다.
-틱!
타자가 배트에 잘 맞췄음에도 최정환의 힘에 눌려 공이 뒤로 날아갔다.
“허허, 구속이 더 빨라졌어요. 이번 공은 161km/h가 찍혔습니다.”
“결승전까지 오면서 등판을 많이 했기 때문에 지쳤을 텐데, 최정환 선수가 모든 힘을 다 쏟아붓고 있네요.”
최정환과 한교진의 사인 교환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최정환은 심호흡을 고르며 마지막일 수도 있는 피칭을 준비했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공을 던졌다.
-펑!
-스트라이크 아웃!
주심의 콜이 울려 퍼지는 순간,
-와아아아아아-
대한민국 관중석에는 경기장을 날려버릴 만큼 커다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마지막 공을 쥔 한교진은 마운드의 최정환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내야수들은 물론 외야수들도 마운드로 모였다.
더그아웃에 있던 선수들 또한 그라운드로 달려 나와 한데 엉켰다.
김상문을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도 포옹하며 이 순간을 함께 즐겼다.
“여러분, 보고 계십니까! 드디어 대한민국 야구가 세계 정상에 오르는 순간입니다!”
-대한민국! 대한민국! 대한민국!
마운드에서는 선수들이 엉켜있었고, 관중석에서는 뜨거운 함성이 멈추지 않고 터져 나오고 있었다.
나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애써 억누르며 힘겹게 말문을 열었다.
“우리 선수들 고맙습니다. 이번에 많은 사람들이 안 될 거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우리 선수들이 보란 듯이 해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러다 눈물을 흘리는 소영준의 모습이 비쳤다.
“소영준 선수가 오늘 천당과 지옥을 오고 갔을 거예요.”
“이번 대회 주장을 맡아서 부담이 컸을 텐데도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정말 좋은 모습 보여줬거든요. 오늘 경기에서 결정적인 실책을 두 개나 하기는 했지만, 덕분에 오늘 경기가 정말 짜릿하게 느껴졌잖아요.”
나는 손뼉을 치며 말했다.
“아마 많은 분들이 8회까지만 해도 끝났다고 생각하셨을 텐데,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은 선수들 덕분에 이런 기적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래서 야구를 끊을 수 없다니까요.”
몇몇 선수들이 태극기를 가지고 나와 대한민국 관중석을 바라보며 흔들었다.
그 덕분인지 팬들의 응원 소리는 더욱 크게 울려 퍼졌다.
-대한민국! 대한민국! 대한민국!
경기장에는 이 순간을 즐기는 관중들과 선수들이 함께 부르는 흥겨운 응원가가 한참 동안이나 더 울려 퍼졌다.
└이거 꿈이 아니라 진짜인 거지?
└이번에 우리가 미국에다가 일본까지 꺾고 우승할 거라고 예상했던 사람이 몇 명이나 있었을까.
└솔직히 선수들 중에도 우승까지는 예상 못 했을 거 같은데?
└소영준 덕분에 마지막까지 제대로 즐겼네.
└솔직히 두 번째 에러 나왔을 때는 진짜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때 소영준도 거의 죽고 싶었겠지?
└안 그랬으면 사람이 아니지. TV로 보고 있는 나도 말문이 막혔으니까 ㅋㅋㅋ
└그나저나 일본 투수 보니까 괜히 메이저리그를 평정할 수 있었던 건 아니더라.
└아무리 일본 선수라고 해도 그건 인정하고 가야지. 우리 선수들이 기도 못 펴고 끝난 거 보면 압도적이긴 하다.
└시원시원하게 공 던지는 거 보니까 속이 뻥 뚫리긴 하더만.
└우리나라에서도 메이저리그 정복하는 선수가 하루빨리 나오기를.
└그건 그렇고 일단 우승은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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