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90
290화>
꿈의 무대를 향해 (1)
꿈만 같았던 국제 대회 우승의 여운은 며칠 동안 이어졌다.
다시 에이전시 숙소로 돌아온 선수들과 함께 축하 파티를 하며 우승의 기쁨을 다시 한번 나누었다.
대회 경기를 치르면서 있었던 뒷이야기를 하다 보니 다시 경기장으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스콧, 진짜 너무하더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최소한 우리한테 전력투구를 하는 건 너무했어. 조금 살살해야지.”
박성주가 스콧의 어깨를 가볍게 치며 말했다.
“성주 선배, 말도 마세요. 스콧이 저한테 159km/h짜리 패스트볼 던진 거 보셨어요? 그래도 소속팀에서 같이 호흡 맞췄던 선수인데 159km/h가 웬 말이에요.”
한교진이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오우, 나는 Seo가 더 너무한 것 같던데. 어떻게 완전히 볼로 던진 커브를 받아치는 거지? 그 정도는 속아줘야지, 너무하잖아.”
스콧이 미소와 함께 두 팔을 들어 올리며 억울함을 가득 드러냈다.
그러자 박성주가 소영준에게로 고개를 돌리며 대화를 이어갔다.
“하긴, 선배가 그때 때린 안타 한 방이 크긴 했어요. 그때 스콧이 그 안타 맞고 나서는 정신 차리기 어려워 보이더라고요.”
“던지는 순간에 예감이 딱 오더라고. 이번에는 커브다.”
소영준이 배트를 쥔 것처럼 손을 들어 올리며 답했다.
“근데 그냥 놔뒀어도 볼이라서 출루하는 건 똑같지 않아요?”
오석훈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렇긴 한데. 나도 모르게 배트가 나가더라고. 그리고 이왕 출루하는 거, 볼넷보다는 안타가 낫잖아.”
소영준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나저나 선배 덕분에 마지막 경기는 진짜 짜릿했어요. 완전히 드라마였어. 진짜 질 거 같았는데.”
박성주가 소영준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저도 선수 생활하면서 그렇게까지 심장 뛴 적은 처음이었던 거 같아요.”
오석훈이 가슴을 부여잡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야, 나는 그때 죽고 싶었어 진짜. 뭐에라도 홀린 거 같더라니까.”
소영준이 앞에 놓여있던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그래도 우승했으니까 된 거지. 다들 정말 고생 많았다.”
나는 선수들과 모두 눈을 마주치며 손뼉을 쳤다.
“근데 우승하니까…… 진짜 좋더라.”
소영준의 목소리가 뒤로 갈수록 작아졌다.
오석훈이 고개를 갸웃하며 소영준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선배, 설마…… 울어요?”
“내가 갑자기 왜 울어.”
소영준이 급하게 눈물을 닦아냈다.
나는 잽싸게 다가가 소영준의 눈을 바라봤다.
“에이, 우는 거 같은데? 눈이 빨개졌잖아.”
“무슨 소리야.”
“울 만하지. 진짜 고생 많았다.”
“안 운다니까 그러네.”
“됐어. 오늘만큼은 그냥 감정에 솔직해져도 돼.”
나는 소영준의 반응에 관계 없이 그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그래요. 오늘은 그냥 다 잊고 즐기죠. 이렇게 다 같이 우승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잖아요.”
박성주가 앞에 놓인 맥주를 집어 들며 말했다.
“그렇지 그렇지. 그런 의미에서 시원하게 한잔합시다.”
나는 선수들과 맥주잔을 부딪치고는 벌컥벌컥 시원하게 마셨다.
우리의 축하 파티는 밤이 늦도록 이어졌다.
* * *
대회가 마무리되면서 우리 선수들의 협상이 본격적으로 다시 진행되었다.
이번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덕분에 보다 많은 구단에서 적극적이면서 공격적인 제안을 던져왔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오석훈이 보여준 활약 덕분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팀들의 반응이 더욱 적극적이었다.
게다가 일본 구단에서도 구체적인 제안을 받을 수 있었다.
계약 기간이 2, 3년 정도로 짧아서 그렇지 연봉 자체만 놓고 보면 한국보다 훨씬 높은 액수였다.
하지만 일본 진출은 우리의 선택지가 전혀 아니었기 때문에 고민 없이 제외했다.
그리고 국내 구단 여러 곳에서도 처음 제안했던 연봉보다 더욱 액수를 높여서 새로운 제안을 보내왔다.
역대 FA 최고액을 갈아치우는 건 당연했고, 당분간 깨지기 어려울 정도로 큰 액수였다.
나는 마이클 스콧과 오석훈, 박성주를 사무실로 불러 마주 앉았다.
“이제 대회도 끝났으니까, 다시 시작해 봐야겠죠?”
“후- 떨린다.”
박성주가 두 손을 비비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먼저 스콧부터 이야기해 볼게요.”
“오케이, 마이 보스.”
스콧이 이를 드러내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이번 대회에서 스콧을 긍정적으로 본 구단이 많은 것 같아.”
스콧은 한국전에 선발 출전한 것 말고도 불펜으로 등판해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줬다.
“오호.”
“총 다섯 구단에서 구체적인 제안을 보냈는데. 대략 계약 기간 3년에 총액은 3천만 달러 정도로 비슷한 조건이야.”
나는 준비한 자료를 꺼내 스콧 앞에 내려놓았다.
“오오오.”
옆에서 듣고 있던 오석훈과 박성주가 동시에 탄성을 내뱉었다.
“그 정도 액수로 계약하는 거라면, 스프링캠프에서 좋은 모습 보여주면 바로 메이저리그에 갈 수 있을 가능성도 있겠는데?”
스콧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자료를 살펴봤다.
“물론이지. 게다가 40인 로스터에 들어있다는 건 구단으로서도 언제든지 콜업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 만약에 스프링캠프에서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기만 한다면 개막전부터 메이저리그에서 맞을 수도 있을 거야.”
“그렇다면 충분히 끌리는 제안이네.”
스콧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큰 틀에서 연봉 조건은 비슷한 편이긴 한데, 구단마다 세부 조건에서 조금씩 다르기도 하고 어느 지역이냐도 생활하는 데 차이가 있을 테니까 이제부터는 그 부분을 고민해 보면 될 것 같아.”
“오케이, 마이 보스.”
“그럼 스콧하고는 조만간 다시 얘기해 보도록 하고.”
나는 스콧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확인하고는 다음 자료로 넘겼다.
“이제 성주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네.”
박성주가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40인 로스터를 보장해 주는 것보다 더 좋은 조건의 계약을 얻어내는 건 조금 힘들 것 같아.”
이번 대회에서 박성주가 마지막에 중요한 한 방을 해주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더 많이 보여줬다.
외국인 선수들과 맞붙은 대결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으니,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당장 확신을 갖기 어려워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흠…….”
“대신에 스프링캠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얼마든지 개막전을 메이저리그에서 치를 가능성은 충분히 높다고 봐도 될 것 같아.”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건 아니라는 거죠?”
박성주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물었다.
“응. 아무래도 40인 로스터에 이름이 올라가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아.”
“연봉은 어느 정도예요?”
“구단별로 제안해온 계약 기간이 조금씩 다르긴 한데, 3년 계약에 대략 2천만 달러 정도 될 것 같아.”
“하……. 어렵네.”
박성주가 머리를 감싸 쥐며 고통스러움을 드러냈다.
“성주야, 이 계약도 충분히 훌륭한 거야. 40인 로스터를 보장해 주는 것도 누구나 얻을 수 있는 조건이 아니잖아.”
“후……. 제가 대회에서 더 잘했으면 상황이 많이 달랐겠죠?”
박성주가 깊은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야구라는 게 항상 잘 풀릴 수가 없잖아. 운 나쁘게 대회하는 시기에 타이밍이 안 맞았던 것뿐이지. 그리고 미국 진출해서 잘하는 모습 보여주면 되잖아.”
“…….”
나의 위로에도 박성주의 마음은 그리 편해지지 않은 것 같았다.
“그리고 국내 구단에서도 끊임없이 제안을 보내주고 있어. 중요한 내용이라 전달은 해줘야 할 것 같아서 일단 얘기는 해줄게.”
나는 조심스럽게 새로운 종이를 박성주에게 건넸다.
“지난번에 얘기 나눴던 것에서 달라진 게 있어요?”
“새로 받은 제안으로는 액수가 이전보다 조금 높아졌어.”
“정말요?”
박성주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총액 160억 원이고, 보장금액 120억 원에 40억 원이 옵션이야.”
“처음 제안보다 총액도 그렇고 보장금액도 훨씬 커졌네요?”
박성주가 천천히 서류를 읽어 내려갔다.
“구단들도 마지막 눈치 싸움을 하는 시기다 보니까 경쟁이 붙는 거지.”
“그럼 정말 진지하게 버팔로즈에 남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할까요?”
서류를 내려놓은 박성주가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근데 이건 버팔로즈에서 보내온 제안이 아니야.”
“정말요? 그럼…… 어느 팀이에요?”
“지금 보고 있는 최고액은 재규어즈.”
“재규어즈요?”
박성주는 물론 오석훈의 눈도 커졌다.
“이번에 왓슨이 이적하게 되다 보니까 타선 보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이번 시즌에 타선 보강을 하는 데 있어서, 성주 너를 영입하는 것보다 더 확실한 방법은 없잖아.”
“후- 감사하기는 하네요. 저한테 이렇게 큰돈을 제시해 주시고. 그럼 버팔로즈에서는 그대로예요?”
“응. 처음에 이야기 나눠보고 난 이후로 이야기를 나눠보지는 않았어, 국내 잔류는 마지막 선택지니까. 만약에 성주 네가 원한다면 버팔로즈랑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볼게.”
“음……. 이야기를 하면 버팔로즈에서 재규어즈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 주겠죠?”
박성주가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버팔로즈에서는 못해도 석훈이랑 너 중에 한 명은 반드시 잡고 싶을 거야.”
“음……. 일단 생각을 조금만 더 해볼게요.”
“그래, 충분히 생각해 보고 다시 이야기하자.”
나는 박성주와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가장 밑에 두었던 자료를 집어 들었다.
“그럼 이제 마지막으로 석훈이.”
“후…….”
오석훈이 긴장 가득한 표정으로 나와 눈을 마주쳤다.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이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모습을 인상적으로 보기는 했나 봐. 현지에서 말해주는 걸로는 상당히 적극적이어서 놀라울 정도라고 하더라고.”
“다행이네요.”
오석훈이 이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아마도 계약 기간 3, 4년 정도에 총액으로는 최대로 4천만 달러까지도 노려볼 수 있을 것 같아.”
“4, 4천만 달러요……?”
오석훈은 물론이고 박성주와 스콧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흠잡을 곳 없는 타격 능력은 물론이고 중요한 상황에서 터트린 한 방, 그리고 과감한 주루 플레이까지.
이번 대회를 통해서 오석훈이 보여줄 수 있는 건 다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25인 로스터에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추가하는 것까지 협상 중인데, 아직 확정적으로 넣을 수 있는 팀을 찾은 건 아니야.”
“그럼 혹시 생각하면서 기다려보면 더 좋은 제안을 받을 수도 있을까요?”
“지금 이 자리에서 확실하게 답하기는 어렵지만, 아직은 기다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원하는 포지션 보강을 못 한 팀에서 더 좋은 제안을 던져올 가능성도 있으니까.”
“그럼 저도 고민 좀 더 해볼게요.”
“현지에서 지금도 계속 협상을 하고 있으니까 업데이트되는 대로 전달해 줄게.”
우리의 회의는 일단 그렇게 마무리했다.
그사이 미국 현지에서 스카이코퍼레이션 김상욱이 분주하게 여러 구단을 만나며 협상을 진행했다.
해외 매체에서는 메이저리그 주요 선수들의 계약 체결을 알리는 오피셜 소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느덧 메이저리그에서도 대어라고 불릴 만한 선수들의 계약이 마무리되어가고 있었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우리가 결정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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