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91
291화>
꿈의 무대를 향해 (2)
시시각각 미국에서 보내오는 업데이트 내용을 확인하며 분주하게 보내고 있던 찰나에,
갑자기 우리 에이전시를 직접 찾은 사람이 있었다.
바로 최민성 버팔로즈 단장이었다.
나는 사무실에서 최민성과 마주 앉았다.
“단장님, 여기까지 어쩐 일이세요.”
“우리 선수들이 잘 지내나 보기도 할 겸 강 대표님하고 나누고 싶은 내용도 있어서요.”
사실 그가 왜 온 것인지 정말 몰라서 물은 건 아니었다.
-오석훈과 박성주의 계약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오석훈과 박성주 모두 아직까지 메이저리그 구단과 최종 계약을 맺지 않은 데다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있으니, 협상의 여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바쁘실 테니까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까요?”
일단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물었다.
“석훈이랑 성주의 계약 진행 상황이 어떻게 되고 있는 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요즘에 분주하게 협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제안은 이미 받았는데, 추가로 원하는 조건이 몇 가지 있어서요. 다시 제안을 하고 기다리는 상황입니다.”
“그 말은 아직 확실하게 마음을 흔든 제안은 아직 없다는 말씀일까요?”
최민성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렇다고 볼 수도 있죠.”
“두 선수가 국내에 잔류할 생각이 있기도 한가요?”
“좋은 제안이 있다면 고민해 볼 여지가 있겠죠?”
나의 한마디에 최민성의 눈이 반짝였다.
“그렇다면 저희가 보장금액을 더욱 높여서 제안을 드려볼까 합니다.”
“구체적으로 들어볼까요?”
나는 두 손을 모아 깍지를 끼며 말했다.
“처음에 저희가 제안 드렸던 조건이 보장금액 105억 원에 옵션 50억 원이었죠.”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최민성이 대화를 이어갔다.
“135억 원 보장에 옵션 20억 원으로 변경하면 어떨까요?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만약에 옵션 달성을 못하더라도 선수로서는 충분한 액수를 보장받을 수 있으니까 좋을 것 같은데요.”
“오호. 아무래도 처음에 주신 제안보다는 훨씬 훌륭하네요.”
나의 긍정적인 반응 덕분이지 최민성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렸다.
하지만 진짜 내가 하려는 말은 여기부터였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어떤 거죠?”
원하는 답이 아닐 거라는 걸 직감했는지 최민성의 입가에 걸렸던 미소는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버팔로즈보다 더 많은 액수를 제안한 구단이 있어서요.”
“저, 저희보다 더 많이 제안한 구단이 있다고요? 그게 어디죠?”
“구체적인 팀까지 말씀드리기는 어렵고요. 다만 지금 액수보다 좋은 조건의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이번 제안으로 보장금액은 버팔로즈가 더 많아졌지만, 총액은 여전히 재규어즈가 5억 원 더 많았다.
“이것보다 더 많은 돈을 제안했다는 거죠?”
최민성이 애써 표정을 감추며 마른침을 삼켰다.
“앞으로 몇 년간은 석훈이나 성주 같은 FA 선수가 나오지 않을 테니까요. 타선의 힘을 보강하고 싶은 구단이라면 두 선수에게 관심을 갖는 게 당연하겠죠.”
“음…….”
“게다가 메이저리그 계약을 포기해야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결정이겠습니까. 메이저리그에 도전해 볼 수 있는 건 두 선수 모두 이번이 선수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일 텐데요.”
“그렇긴 하죠.”
최민성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수준의 계약으로는 아마도 마음을 돌리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지금보다 더 많은 액수가 필요하다는 의미군요.”
“아무래도 메이저리그를 포기하고 국내에 잔류하는 선수의 자존심을 세워주기 위해서는 중요한 부분이니까요.”
내 말을 들은 최민성이 잠시 동안 고민하고는 대화를 이어갔다.
“이 부분은 저도 구단으로 돌아가서 상의를 해봐야 할 것 같네요. 두 선수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페이롤 규정도 있다 보니 무턱대고 높은 금액을 제안할 수가 없어서요.”
“그럼 저희 쪽에서 한 가지 제안을 드리고 싶은데요.”
나는 자연스럽게 내가 원했던 이야기로 넘어갔다.
“얼마든지요.”
최민성이 반색하며 나를 바라봤다.
“계약 기간을 더 길게 잡아보는 건 어떨까요?”
“4년보다 더 길게 하자는 말씀이신 거죠?”
“석훈이나 성주가 이제 30대잖습니까. 4년 이후에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선수일 겁니다. 물론 저는 그때도 좋은 계약을 따낼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긴 합니다.”
나는 최민성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확인하며 말을 이어갔다.
“그렇긴 하지만 충분한 계약 기간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 선수로서도 안정감을 가지고 야구에 집중할 수 있으니 긍정적이지 않겠습니까? 계약 기간을 저희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를 주신다면 결정하는 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6년 계약을 말씀하시는 거죠?”
“아니요.”
내 대답이 너무 단호했는지 최민성이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 몇 년 계약을……?”
“6년 계약은 우리 선수에게 불리할 가능성이 너무 크지 않습니까. 8년 정도는 해야죠.”
“8, 8년이요……?”
최민성이 입을 쉽게 다물지 못했다.
“6년 뒤에 계약 기간을 마칠 때쯤이면 우리 선수들이 30대 중반을 애매하게 넘어가니까요. 그때도 경쟁력 있는 선수일 거라는 걸 의심하지는 않습니다만. 굳이 우리 선수들이 나중에 부담을 느낄 만한 상황을 만들어줄 필요는 없으니까요.”
“음…….”
“장기계약을 하면 구단으로서도 페이롤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8년 계약이라면 선수들이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까요?”
“물론 이건 제 생각이라서 선수들의 의견을 다시 확인해 볼 필요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우리 선수들에게 정말 매력적인 제안을 해주시지 않으면 가능성이 거의 없을 거라는 겁니다. 석훈이나 성주가 버팔로즈에 애정이 깊은 게 사실이기는 하지만, FA 계약은 선수 인생에서 몇 번 없을 소중한 기회이니까요.”
나는 최민성의 눈을 바라보며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했다.
“언제까지 전달해 드리면 될까요?”
“그건 단장님이 결정하실 부분이죠. 어떤 제안을 언제 던져야 우리 선수들의 마음을 흔들 수 있을지는 누구도 모르는 거니까요.”
“알겠습니다. 진지하게 고민해서 조만간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나는 여유 있는 미소를 지으며 최민성과의 대화를 마무리했다.
* * *
국내 구단에서 제안이 들어오는 동안에도 메이저리그의 이적 시장은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미국 현지에서는 FA 시장에서 대어를 놓친 구단을 상대로 오석훈과 박성주의 영입을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있었다.
사실 두 선수의 영입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구단은 많았다.
관건은 25인 로스터와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포함할 수 있느냐였다.
메이저리그 엔트리 하나가 걸려있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었기 때문에 미국 구단으로서도 간단하게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건 명확했다.
스카이코퍼레이션 김상욱이 전해온 바에 따르면 오석훈에 대해서는 약간의 여지라도 있는 반면에, 박성주는 조금 어려울 것 같다는 평가였다.
아무래도 홈런 타자는 미국에서도 충분히 영입할 수 있는 유형의 선수였기 때문에, 구단으로서는 엄청난 경쟁력이 증명된 선수가 아니라면 부담스러울 게 분명했다.
반면, 마이클 스콧에 대한 제안은 거의 정리가 된 듯했다.
이제 스콧의 결정만을 놔둔 상황이었다.
나는 곧바로 스콧을 불러 마주 앉았다.
“스콧, 고민은 충분히 해봤어?”
“오우, 마이 보스. 생각을 많이 하기는 했는데, 정말 선택하기가 어려워.”
스콧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어떤 점이 제일 고민이야?”
“내가 어렸을 때부터 뛰고 싶었던 구단을 선택해야 할지, 당장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만한 팀으로 가야 할지를 모르겠어.”
“음…….”
쉽게 답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정말 가고 싶은 구단은 전력이 좋은 편이니까, 처음에는 마이너리그에 있거나 자주 오갈 가능성이 높을 거란 말이지. 대신에 하위권 팀으로 간다면 충분히 메이저리그에서 선발 로테이션 경쟁을 해볼 수 있을 것 같고.”
“마이너리그에 오갈 수도 있다는 게 부담스럽긴 하지?”
한국에서는 특별한 일이 아니면 1군에 있을 수 있었지만, 미국에서는 한 경기만 삐끗해도 언제든지 마이너리그행 통보를 받을 수 있었다.
“근데 그건 큰 문제가 아니야. 마이너리그라고 해도 야구를 한다는 건 어차피 똑같은 거니까.”
“그럼 불펜 투수로 뛰는 게 싫어서 그래?”
“응…….”
스콧이 미간을 깊게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럴 것이 몇 년 전 스콧이 한국 무대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미국에서는 선발 등판할 기회를 충분히 얻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다시 불펜 투수로 경기를 뛰어야 한다는 게 그리 유쾌할 리는 없었다.
“스콧이 불펜 투수 포지션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건 잘 알아. 하지만 시즌을 치르다 보면 변수가 생길 테니까 분명히 선발 투수로 등판할 기회가 생길 거야. 그때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잖아.”
“만약에 그렇게만 되면 나쁘지 않을 것 같긴 한데…….”
하지만 여전히 스콧의 마음은 복잡해 보였다.
“스콧, 이제 지금의 스콧이라면 미국에 가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앞으로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 얼마든지 좋은 기회가 찾아올 거라는 의미지.”
“정말 내가 메이저리그 선발 투수가 될 수 있을까?”
“당연하지. 내가 그냥 말하는 거 봤어? 스콧은 반드시 해낼 수 있어.”
“오케이, 마이 보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스콧이 시원하게 손뼉을 치며 말했다.
“그럼, 계약 진행해도 괜찮겠지?”
내 물음에 스콧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스콧의 의견을 확인하자마자 김상욱에게 내용을 전달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공식적인 계약서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우리 에이전시에서 또 한 명이 메이저리그 무대에 도전장을 던지는 순간이었다.
* * *
계약이 마무리되자마자 곧바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선수였던 만큼 뜨거운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와우, 계약 조건이 훌륭하네.
└강팀이기도 하니까. 미국에서도 우승 반지 끼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한국에서 받던 연봉하고는 비교가 안 되는구나. 거의 5배 가까이 되는 거 아냐.
└연봉 보니까 그래도 메이저리그 선수라고 생각하는 것 같기는 하다.
└근데 계약 기간이 생각보다 짧은 거 아닌가? 선수로서는 최대한 길게 계약하는 게 좋을 텐데.
└스콧은 아직 나이가 어리니까, 메이저리그에서 검증 끝내놓고 3년 뒤에 잭팟 노리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지.
└근데 왓슨하고 스콧하고 맞대결할 수도 있겠다.
└같은 지구 소속이니까 누구 하나 트레이드 되는 거 아니면 아마 원 없이 하겠지.
└이제부터는 아침에도 메이저리그 보는 맛이 있겠네.
└하……. 왓슨에 스콧까지 다 떠나는구나. 재규어즈 어쩌냐. 중심 타자에 1선발이 빠져나가네 ㅠ
└그래도 이제 최우진 있잖아. 선발 로테이션 정도는 무난하게 소화할 거 같던데.
└아무리 최우진이 가능성 높다고 해도 당장 1선발을 맡는 건 무리잖아.
└일단 다른 건 모르겠고, 스콧 흥해라! 메이저리그 충분히 씹어 먹고 나중에라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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