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92
292화>
꿈의 무대를 향해 (3)
마이클 스콧이 최종 계약을 완료하자 우리 에이전시에서는 또 한 번의 축하 파티가 열렸다.
오석훈과 박성주, 소영준은 물론이고 한교진과 서성민, 정민우까지 파티를 함께 즐겼다.
“스콧, 계약 축하해.”
“땡큐. 마이 프렌드.”
스콧은 밝은 미소로 선수들과 한 명 한 명 인사를 나누었다.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눈 한교진이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제 스콧이랑 호흡 맞출 기회가 없다는 게 많이 아쉽네.”
“나도 앞으로 걱정이야. 나는 Han이 있어야 공을 더 잘 던질 수 있는데. 다른 팀에 가서도 이렇게 마음이 잘 맞는 포수를 만날 수 있을까 모르겠어.”
스콧이 한교진과 주먹을 부딪치며 말했다.
“에휴. 이제 스콧도 없으면 나는 누구랑 놀아야 하나.”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소영준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뱉었다.
“So, 내년에 FA잖아. So도 미국으로 와서 놀자.”
스콧이 소영준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내가 메이저리그를 간다고?”
“영준이 네가 못 갈 건 없지. 이 정도 유격수라면 충분히 메이저리그에서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번에는 내가 한마디를 거들었다.
“와우.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소영준이 두 손을 들어 올리며 눈을 크게 떴다.
“영준이 너 정도면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하지. 우리나라 최고의 유격수인데 못할 게 뭐 있어?”
“에이, 대표님. 갑자기 너무 바람 넣지 마. 괜히 설렌다.”
“이번 대회에서 타격 성적도 좋았잖아. 수비에 타격까지 되는 내야수는 인정받지 못하기가 더 어렵잖아.”
나의 한마디에 소영준이 고개를 갸웃하며 나에게 물었다.
“대표님, 그럼 내년에 한번 도전은 해볼까?”
“어차피 FA도 되는 상황인데, 안 해볼 이유도 없지 않아?”
“그래, 오케이. 해보겠어. 대회 때 보니까 해볼 만하겠더라. 안 되면 어쩔 수 없고.”
소영준이 손뼉을 한 번 치며 말했다.
“와우. So랑 같은 팀에 뛸 수 있으면 정말 재밌겠는데?”
스콧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함께 손뼉을 쳤다.
“그나저나 석훈이랑 성주 계약은 어떻게 되고 있는 거야?”
소영준이 오석훈과 박성주를 번갈아 보며 물었다.
“하……. 지금 머리가 터질 것 같아요.”
박성주가 깊은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어떤 게 고민인데?”
“선배 같으면 어떻게 하실 거 같아요?”
박성주가 소영준 옆으로 다가가 지금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설명했다.
가만히 설명을 듣던 소영준이 박성주의 어깨를 두드리며 답했다.
“메이저리그 가는 것도 정말 두근거리기는 한데, 야구는 재밌게 해야지. 성주 너도 이제 더 이상 눈물 젖은 빵 먹고 싶진 않잖아.”
“그건 그렇긴 하죠.”
“메이저리그에서 만족스러운 제안 주는 거 아니면 그냥 한국에서 뛰어. 분위기 흘러가는 거 보니까 이번에 한국에 남으면 FA 최고액 가볍게 달성할 것 같은데.”
“하……. 진짜 그래야 하나? 사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박성주가 두 손으로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고통스러움을 드러냈다.
“뭘 그렇게 머리 아프게 고민해. 그냥 조금이라도 더 재밌을 만한 거 해. 인생 뭐 있냐, 하루하루 재밌게 사는 거지.”
소영준이 박성주의 어깨를 다시 한번 두드리며 말했다.
“네…….”
하지만 박성주의 얼굴에는 여전히 걱정이 깊게 내려앉아 있었다.
소영준이 고개를 돌려 이번에는 오석훈을 바라보며 물었다.
“석훈이는 어떻게 되고 있는데?”
“저는 그래도 기다려보려고요. 솔직히 메이저리그는 이번에 아니면 기회가 없잖아요.”
“그렇긴 하지. 지금이 선수로는 최고 전성기일 텐데. 하고 싶은 거 다 해봐야 후회가 없을 거 아냐.”
“대신에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다고 보장해 주는 거 아니면 안 가려고요.”
“오, 그런 조건까지 넣어준대?”
소영준이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아직 그런 제안해 준 곳은 없어요. 그래서 계약 못 하고 있는 거죠.”
“우와. 메이저리그 보장받을 수 있는 거면 도전해 볼 만하겠다. 진짜 말 그대로 꿈의 무대잖아.”
소영준이 입을 다물지 못한 채로 감탄을 내뱉었다.
“둘 다 원하는 결과로 계약할 수 있을 거야.”
나는 오석훈과 박성주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그런데 갑자기 박성주가 벌떡 일어나더니 내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
“대표님, 잠깐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지금?”
“네, 지금 바로요.”
박성주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인데?”
“사무실로 들어가서 말씀드릴게요.”
“그, 그래.”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박성주가 나를 일으켜 세우고는 데려갔다.
* * *
나는 박성주와 함께 사무실로 들어왔다.
내가 제대로 앉기도 전에 박성주가 대화를 시작했다.
“대표님, 지금 우리나라 구단에서 제안 많이 들어왔죠?”
“국내 구단 제안이야 모든 구단에서 보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새로 업데이트된 것도 많아요?”
“일단 메이저리그 진출이 우선이라서 제대로 된 협상을 해보지는 않았는데.”
“그래요? 후…….”
박성주가 땅이 꺼질 것처럼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푹 숙였다.
나는 잠시 기다리다가 조심스럽게 박성주에게 물었다.
“왜? 국내에 잔류하는 것도 고민해 보고 있는 거야?”
“지금 상황대로라면 어쩌면 차라리 국내 무대에서 뛰는 게 더 괜찮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서요.”
박성주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
“음…….”
“대표님 생각은 어떠세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박성주가 고개를 들어 나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나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는 박성주를 보며 답했다.
“성주야, 이미 너 스스로 답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
“무슨 일이 있어도 가고 싶다는 게 아니라면 굳이 가서 고생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은퇴할 때쯤에 새로운 기록 갈아치우고 한국 무대에서 최고로 꼽힐 만한 선수가 되는 것도 충분히 행복한 일일 거야.”
“그렇기도 한데…….”
박성주가 또 한 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
“메이저리그에 한 번도 못 가보고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면 인정을 안 해주지 않을까요? 국내용이라고.”
“성주야, 네가 야구를 하는 이유가 뭐야?”
나는 두 손을 모아 깍지를 끼며 대화를 이어갔다.
“야구를 하는 이유요……?”
박성주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누군가한테 인정받기 위해서 야구를 하고 있는 건 아니지 않아?”
“그렇긴 하지만…… 인정받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물론 야구 선수로서 살아온 인생을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것도 중요하지.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는 삶을 살기 위해서 애쓸 필요는 없어. 너를 깎아내리고 싶은 사람은 네가 무슨 일을 해내도 트집을 잡아서 깎아내릴 거야.”
“…….”
“성주 너를 응원해 주는 팬들에게 좋은 선수로 기억에 남는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메이저리그에 가보지 못했다고 해서 실패한 야구 선수인 건 아니잖아.”
“그렇죠.”
박성주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어떤 방법이 네가 가장 행복하게 야구를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봐.”
내 말을 들은 박성주가 잠시 동안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럼 한국 무대에 남아도 괜찮을까요?”
“그게 네가 가장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머리 복잡하게 고민할 이유가 없지.”
내 말을 들은 박성주가 깊은숨을 내뱉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대화를 이어갔다.
“그럼 국내 구단이랑도 제대로 이야기해 볼 수 있죠?”
“물론이지. 우리 선수가 원하는 거라는데.”
나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띠며 답했다.
“대신에 합당한 대우는 받고 싶어요. 지금 FA 시장 상황도 그렇고, 우리나라 무대에서 제가 경쟁력 있는 선수라는 건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하거든요.”
“당연히 그래야지. 그럼 버팔로즈가 아니더라도 최고 대우를 해줄 수 있는 구단으로 가고 싶다고 봐도 될까?”
“이왕이면 버팔로즈에 남고 싶기는 한데요. 만약에 최고 대우가 아니라면 어쩔 수 없죠.”
“알겠어. 제안해온 모든 구단하고 얘기 나눠볼 텐데, 그중에서도 최대한 버팔로즈하고 조율을 해볼게.”
나는 메모장에 내용을 기록하며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계약 기간은 어느 정도가 좋겠어?”
“기간이요?”
“4년 계약을 하고 다시 FA가 돼서 한 번 더 계약하는 방법도 있을 테고, 아니면 이번에 계약 기간을 충분히 확보해서 사실상 선수 생활 마지막까지 계약을 할 수도 있는 거니까.”
“음…….”
“4년 후에도 성주 너 같은 홈런 타자는 경쟁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어서 FA 시장에서 충분히 가치가 있을 거야. 아마 그때도 영입하려고 경쟁이 붙지 않을까 해. 또 한 번 좋은 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의미겠지. 반대로 이번에 장기 계약을 하면 부담감을 내려놓고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거고.”
“기간은 제가 결정할 수 있는 거죠?”
“당연하지. 지금 우리나라 구단 대부분이 영입하고 싶다고 이미 얘기해왔으니까. 성주 네 생각대로 할 수 있어.”
“그럼, 조건이 괜찮다면 계약 기간을 길게 하는 방법도 좋을 것 같아요.”
“오케이. 지금 바로 이야기 나눠볼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박성주와의 대화를 마무리했다.
* * *
나는 곧바로 진행에 돌입했다.
가장 먼저 최민성 버팔로즈 단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거의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단장님,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급한 일이라서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우리 일에 퇴근이 어디 있나요.
“지난번에 말씀드렸던 계약 기간 문제는 내부에서 어떻게 이야기가 됐나요?
-계산을 해보니 충분히 긍정적인 결론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대신에 한 가지 조건만 추가했으면 합니다.
“어떤 조건이죠?”
-계약 기간에서 옵션 하나만 추가했으면 합니다.
“옵션을요?”
-아무래도 상당한 장기계약이다 보니 리스크가 있는 건 사실이잖습니까. 구단으로서도 안전장치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요.
“어떤 내용인지 들어볼까요?”
나는 최민성과 전화로 몇 가지 내용을 조율했다.
국내 구단과 계약을 하면 제안하려고 했던 조항을 미리 고민해두었기 때문에 곧바로 얘기할 수 있었다.
그리고 버팔로즈와 재규어즈를 포함해서 박성주에게 제안을 던졌던 모든 구단의 단장에게 전화를 돌렸다.
이번만큼은 여유를 두고 구단들의 의견을 듣기보다는 빠르게 진행할 계획이었다.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면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더 공격적인 베팅을 유도할 수 있었으니까.
그중에서 박성주에게 최고 대우를 해줄 수 있을 만한 구단과는 추가로 논의하며 조율해가기 시작했다.
우리 측 제안과 함께 구단 측에서 제시하는 조건 몇 가지를 포함하며 내용을 하나하나 완성해갔다.
이미 제안을 던졌던 구단과 어느 정도 이야기를 나눈 상황이었기 때문에, 조율하는 과정에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몇 시간이 지나자 세 개 구단의 최종 제안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곧바로 박성주에게 협상 내용을 전달해 주었다.
최고 타자에 걸맞은 충분한 대우를 해주는 제안들이었기 때문에 박성주는 오래 고민하지 않고 결정을 내렸다.
나는 박성주가 선택한 팀의 단장에게 전화를 걸어 계약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어느덧 새벽 시간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굳이 내일까지 기다릴 이유는 없었다.
나와 박성주는 계약서에 서명하기 위해 곧바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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