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93
293화>
꿈의 무대를 향해 (4)
내가 운전하는 동안 박성주는 아무 말 없이 창밖을 보며 생각에 잠겨있었다.
“성주야, 이제 거의 다 도착했다.”
그러자 박성주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대표님, 제가 혹시 나중에 오늘 이렇게 결정한 걸 후회하지는 않겠죠?”
“후회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물론 버팔로즈 팬들이랑 야구하는 것도 정말 즐겁기는 하죠. 근데 메이저리그에 도전해 볼 수 있는 시기는 타이밍이 딱 정해져 있잖아요.”
“신체 조건이 제일 좋을 때 도전하는 게 좋기는 하겠지.”
“이번에 계약하고 나면 메이저리그에 도전해 볼 기회는 사실상 없을 거잖아요. 근데 갑자기 내년에 메이저리그에 다시 도전해 보고 싶어지면 어쩌죠?”
“성주야, 걱정하지 마. 형이 옆에 있는데 뭐가 고민이야.”
나는 오른손을 뻗어 박성주의 어깨에 얹으며 말했다.
“저야 당연히 선배를 완전히 믿기는 하죠……. 근데 그때는 어찌할 방법이 없지 않아요?”
“만약에 혹시라도 다시 도전해 보고 싶으면, 포스팅 요청해 보면 되지. FA 계약 맺은 뒤에도 구단 허락만 받으면 포스팅 신청은 얼마든지 해볼 수 있으니까. FA보다는 계약의 폭이 좁기는 하겠지만,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 진출한 선수가 한둘이 아니잖아.”
“FA로 계약 맺었는데 구단에서 그걸 허락해 줄까요?”
박성주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성주야, 형이 그런 거 도와주려고 있는 거잖아. 성주 네가 원한다면 무슨 일을 해서라도 허락받아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정말요?”
“그렇다니까.”
내가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박성주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렸다.
“그럼 저는 일단 야구만 열심히 하고 있으면 되겠네요?”
“당연하지. 다른 건 하나도 걱정하지 말고 그냥 야구만 즐겨.”
“후……. 알겠습니다.”
박성주가 깊은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박성주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로 두드려주었다.
그리고 잠시 후, 우리는 드디어 버팔로즈 홈경기장에 도착했다.
나와 박성주는 곧장 최민성 버팔로즈 단장이 기다리고 있을 단장실로 향했다.
이제 이른 새벽에 가까울 정도의 시간이었는데도 최민성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단장님, 너무 늦은 시간이라 죄송합니다.”
“별말씀을요. 혹시라도 다른 팀이 중간에 채가기 전에 빨리 계약 맺어야죠.”
최민성이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럼 바로 진행해 볼까요?”
“그러시죠. 잠시만 기다려주시면 계약서 가져오겠습니다.”
최민성이 손으로 앉을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와 박성주는 그곳에 앉아 잠시 기다렸다.
잠시 후, 최민성이 미리 인쇄해둔 계약서 두 장을 가져왔다.
우리 세 사람은 계약서를 한 줄 한 줄 읽어가며 계약서 내용을 확인했다.
최민성이 마지막으로 요청했던 계약 기간과 관련한 옵션 내용에 대해서 꼼꼼하게 확인을 했다.
미리 논의했던 내용과 같다는 확인을 마치자 박성주와 최민성이 펜을 들고 각자 앞에 놓인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그리고 서로 계약서를 주고받으며 마지막 남은 빈칸을 채웠다.
드디어 박성주와 버팔로즈의 계약 체결이 완료되었다.
“계약 축하합니다.”
두 사람이 서명을 마무리하자 이를 옆에서 지켜보던 나는 손뼉을 쳤다.
“성주야, 우리 이번 시즌에 우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자.”
최민성이 박성주에게 악수를 건네며 말했다.
“당연히 그래야죠. 이번에는 50홈런까지 도전해 보겠습니다.”
박성주의 당당한 한마디에 최민성의 입꼬리가 한껏 올라갔다.
“그럼 사진 한 장 찍으실까요?”
늦은 밤이라 다른 직원이 없었던 탓에 내가 사진 기사로 나섰다.
박성주와 최민성은 버팔로즈 앰블럼 앞에서 밝은 미소로 두 손을 맞잡았다.
계약의 모든 과정을 완료하자마자 에이전시와 버팔로즈에서는 동시에 오피셜 사진을 포함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른 새벽이었음에도 얼마 지나지 않아 시시각각 업로드되는 기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와우!!! 미쳤다. 최대 8년 계약이라니 ㄷㄷㄷ
└정해진 기록만 달성하면 옵션 2년이 자동으로 발동한다는 건가?
└버팔로즈에서도 혹시라도 먹튀하는 거 막으려고 안전장치 하나 해둔 거지. 아마 아주 까다롭지는 않을 거 같은데.
└이 정도 계약이면 메이저리그 도전은 포기했다는 의미인가?
└구단이 허락하면 중간에 포스팅으로 시도해 볼 수는 있겠지만, 장기계약을 맺은 이상 그럴 가능성은 거의 희박할 거 같은데.
└그래, 성주야. 괜히 미국 가서 고생하지 말고 한국에서 팬들 환호받으면서 야구하는 것도 좋잖아.
└오석훈까지 남을 가능성 없으려나. 재규어즈는 왓슨에 스콧까지 빠졌으니까, 만약에 오석훈까지 잔류하면 내년에 버팔로즈가 충분히 우승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박성주도 잔류한 마당에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을 듯하다.
└그래도 한 명은 메이저리그 가야지. 한국에서 원톱 찍은 선수가 미국 가서 잘하면 좋잖아.
└그렇긴 한데 혹시라도 부진하거나 마이너리그만 전전하다가 돌아오는 거면 커리어가 아깝잖아. 지금이 최고 전성기 달릴 시기인데.
└맞어. 메이저리그 못 가더라도 국내에서 이 정도 대우받을 수 있으면 충분히 괜찮지 않나?
└소문에 의하면 40인 메이저리그 계약은 여러 군데서 제안받았는데, 25인 엔트리랑 마이너리그 거부권 포함하는 이슈 때문에 마지막까지 협상 중이라고 하던데.
└원하는 조건이 상당히 까다롭네. 저 조건을 받아 들여줄 구단이 있을까?
└가능성이 낮은 건 사실인데, 오석훈 정도면 충분히 요구할 만하지. 지난번 대회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거 보여줬잖아.
└만약에 저 제안 던지는 구단이 없어서 혹시나 엎어지면 버팔로즈 잔류하는 건가?
└근데 오석훈이 잔류한다고 해서 버팔로즈랑 계약할 거라고 확신할 수는 없지. 아마 거의 모든 구단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을걸.
└이미 박성주 잡느라 영혼까지 끌어모았는데 여기서 오석훈까지 저 정도에 잡으면 버팔로즈는 당분간 선수 영입 못 한다 ㅋㅋㅋ
└오석훈을 잡을 수 있다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혹시 다른 팀으로 이적이라도 하면 버팔로즈 경기장 폭발이야.
* * *
도널드 왓슨에 이어 마이클 스콧에 박성주까지.
하나둘씩 자신이 원하는 팀을 찾아갔다.
이제 남은 선수는 오석훈뿐이었다.
메이저리그 이적 시장도 어느덧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오석훈에게 25인 엔트리에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제안한 메이저리그 구단은 없었다.
스프링캠프가 시작되기 전에만 계약을 한다면 시즌을 준비하는 데 문제는 없겠지만,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빠르게 계약을 완료하는 편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국내 리그에서 팀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무대에 도전하게 된다면 더더욱 그랬다.
이제 더 이상 언제까지 협상만 하면서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오석훈과 마주 앉아 대화를 시작했다.
“선배, 혹시 새롭게 들어온 내용 있어요?”
오석훈이 기대와 걱정이 반반 섞인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아쉽게도 원하는 조건은 아직이야.”
“하…….”
내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젓자 오석훈이 고개를 푹 숙였다.
“석훈아. 아직 끝난 게 아니니까, 너무 실망하지 마.”
“이 정도면 안 된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더 이상 기다려봤자 달라지지는 않을 거 같은데요.”
오석훈의 어깨는 힘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그럼 방법을 완전히 바꿔볼까?”
“어떻게요?”
오석훈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나는 오석훈에게 내가 생각한 전략을 이야기했다.
오석훈이 내 말을 듣고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스카이코퍼레이션 김상욱과 약속했던 시간이 되자, 나는 오석훈과 카메라 앞에 함께 앉았다.
화면에 우리와 김상욱의 얼굴이 동시에 볼 수 있었다.
간단한 인사만 빠르게 나누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대표님, 마지막으로 보내드린 자료 확인하셨나요?
“네, 세 개 구단에서 보내온 내용 모두 다 읽어봤습니다.”
-제 생각에 이제 이 정도가 최선일 것 같은데요. 대표님 의견은 어떠신가요?
“오석훈 선수랑 직전까지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메이저리그를 보장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면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대표님, 이 정도면 충분히 훌륭한 제안입니다. 여기서 더 요구한다면 미국 진출 자체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어요.
김상욱이 옅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잠시만요. 오석훈 선수랑 마지막으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나는 잠시 화면을 끄고 오석훈을 바라봤다.
“석훈아, 아까 말했던 대로 마지막으로 던져봐야 할 것 같은데 괜찮겠어?”
“네. 그래야죠.”
“만약에 이번 제안까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정말 이번 협상 자체가 결렬될 수도 있어. 한국에 잔류해야 할 수도 있다는 의미야.”
오석훈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안 되면 저도 한국에 남으면 되죠. 한국에서 야구한다고 해서 나쁠 건 하나도 없잖아요.”
“오케이. 그럼 얘기해 볼게.”
“후……. 네.”
오석훈이 고민 끝에 깊은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다시 김상욱과 화면을 연결했다.
-이야기는 잘 끝내셨습니까?
“네, 저희는 무조건 이 조건이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제안해 주십시오.”
-후…….
김상욱이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대화를 이어갔다.
-만약 여기서 결렬된다면 정말 더 이상 협상을 진행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네, 충분히 각오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이제 저희가 한 가지 조건을 걸어야 할 것 같습니다.”
-조건이요?
김상욱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앞으로 24시간 안에 최종 답을 주지 않으면 저희도 더 이상 기다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기다리기 어렵다는 게……?
“스프링캠프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언제까지 팀을 못 구한 채로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미국 구단하고 계약이 여의치 않으면 국내 구단하고 계약을 추진해 봐야죠.”
-국내 구단이요……? 충분히 얘기가 되신 상황입니까?
“물론입니다. 선수 본인 입장도 굳건하거든요.”
-음……. 알겠습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이야기는 해볼 텐데요. 하지만 가능성이 그리 높지는 않을 겁니다.
“일단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진행하면서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온라인 미팅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잘 되겠죠?”
오석훈이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좋은 결과 있을 거야. 걱정하지 말고 있어.”
나는 오석훈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다 했다.
남은 24시간 동안 기다려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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