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94
294화>
꿈의 무대를 향해 (5)
미국에서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
진심으로 원하지 않는 일이었지만, 메이저리그 구단과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했다.
곧장 국내 구단 단장들과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가장 먼저 최민성 버팔로즈 단장과 조광훈 재규어즈 단장에게 전화를 돌렸다.
먼저, 버팔로즈.
이번에도 통화음이 몇 번 울리기도 전에 전화 연결이 됐다.
“단장님, 석훈이가 버팔로즈랑 계약을 한다면 준비하실 수 있으실까요?”
-네? 정말 석훈이도 계약이 가능합니까?
최민성이 이렇게까지 톤이 높은 목소리로 말한 건 처음 듣는 것 같았다.
“아직 확정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아닙니다만, 가능성을 열어둬야 하는 상황이라서요.”
-그렇군요. 이번에도 장기계약을 체결하기를 원하시죠?
“아무래도 저희에게 선택지를 주시면 결정하는 데 긍정적일 수밖에 없죠.”
24시간 후에 곧장 계약을 할 거라고 재촉한 덕분에 곧바로 최민성의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절로 만족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지는 제안이었다.
이제 곧바로 조광훈 단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역시나 조광훈과 대화를 시작하는 데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 강 대표.
“단장님, 혹시 석훈이가 계약하겠다고 하면 영입하실 생각 있으세요?
-뭐라고! 오석훈이 계약하겠대?
조광훈이 얼마나 큰 목소리로 말했는지 귀가 찢어지는 줄 알았다.
“아직 미국 구단하고 협상 중인데요. 혹시라도 엎어지면 국내 잔류하는 것도 고민 중이라서요.
-그럼 당연히 해야지. 그때 제안했던 액수면 충분하지 않겠어?
“이왕 계약하는 거, 장기계약으로 잡아두시는 건 어때요?”
-박성주 계약처럼 해보자는 거지? 잠깐만.
조광훈이 아무 말 없이 분주하게 계산하더니 곧바로 제안을 던졌다.
이번에도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만족스러운 제안이었다.
이외에도 오석훈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을 표현했던 구단과는 이야기를 모두 나누었다.
미국에서 제안받은 연봉 수준이 박성주보다 높았던 만큼 국내 구단에서도 전체적으로 더 많은 액수를 제안했다.
만약 오석훈이 국내 잔류를 선택한다면, 며칠 전 박성주가 세웠던 국내 FA 최고액을 또 한 번 갈아치울 수 있는 엄청난 계약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나는 오석훈에게 고민할 시간을 주기 위해 곧바로 만나 계약 내용을 전해주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액수 탓인지 오석훈의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 보였다.
* * *
마지막으로 온라인 회의를 마친 이후로 스카이코퍼레이션 김상욱이 시시각각 업데이트된 내용을 보내주고 있었다.
혹시나 24시간 제한을 통보하고 나서 협상을 포기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세 개 구단 중에서 두 개 구단에서는 지금까지도 협상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후에도 김상욱과 온라인으로 대화하며 분위기를 전달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 구단 측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물론 나와 오석훈의 입에서 나온 답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혹시라도 생각이 바뀔지도 몰랐기 때문에 나는 스마트폰을 바로 옆에 둔 채로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하지만 아쉽게도 밤이 지나도록 아직까지 원하는 답을 듣지는 못했다.
미국 구단들의 대답을 기다리는 건 우리뿐이 아니었다.
국내 구단에서도 오석훈의 메이저리그 계약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최민성과 조광훈을 비롯한 단장들은 주기적으로 전화를 걸어와 계약 진행 상황을 확인했다.
어느덧 우리가 통보했던 24시간이 이제 1시간 앞으로 다가왔다.
나는 오석훈과 함께 사무실에 마주 앉았다.
이제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김상욱과 화면을 계속 연결해서 대화를 나눌 계획이었다.
김상욱이 얼굴이 화면에 등장하자 나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
“아직도 구단 측에는 그대로인가요?”
-아직까지 확실하게 이야기한 구단은 없는데요. 지금 두 개 구단에서는 조금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기도 합니다. 당장 확답을 드릴 정도는 아니지만요.
“정말요?”
-대표님, 약속하신 시간에 정말 마무리하실 건가요?
“네, 이미 국내 잔류한다면 계약할 구단과 의견 조율도 다 마친 상황입니다. 1시간 뒤에도 답이 없으면 곧바로 계약서 서명할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협상 중인 구단 중에서 먼저 승낙해 준 구단하고 계약할 계획입니다. 나머지 조건보다 그게 더 중요하니까요.”
-네, 그 부분까지 전달해두겠습니다.
방금 대답을 마지막으로 김상욱의 화면이 어두워졌다.
나는 손가락을 까딱까딱 움직이며 빈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선배, 진짜 우리가 원하는 답이 올까요?”
오석훈이 초초함을 감추지 못하며 나에게 물었다.
“석훈이 너도 확실하게 보장받는 게 아니면 가기 싫은 거 맞지?”
“그럼요.”
“일단 기다려보자. 일단 두 개 구단에서 분위기가 조금은 달라진 것 같다고 하니까. 가능성이 없지는 않을 것 같아.”
솔직히 말해서, 나라고 해서 구단들이 조건을 받아들일 거라고 확신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 선수에게 후회가 남을 계약을 안겨주고 싶지는 않았다.
이제 남은 시간은 20분.
만약 20분 후에도 원하는 조건을 제안해 주지 않는다면 국내 구단과 바로 계약을 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새 내 손에도 땀이 쥐어지기 시작했다.
다시 김상욱의 화면이 밝아졌다.
“조건을 받아들인 구단이 있나요?”
-아쉽게도 아닙니다. 그 대신에 연봉을 더 올려주겠다고 합니다. 총액 4,500만 달러까지요.
“25인 엔트리는 안 된다는 건가요?”
-그걸 안 하는 대신에 연봉을 높여주겠다고 제안해 온 겁니다.
김상욱의 말을 들은 오석훈이 무언가 할 말이 있다는 것처럼 나에게 손짓했다.
나는 오디오를 끄고 오석훈과 눈을 마주쳤다.
“석훈아, 무슨 할 말 있어?”
“후. 선배, 이 정도면 이제 고민해 볼까요? 마지막에 500만 달러를 올려 받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긴 한 것 같은데요.”
“아직 석훈이 네가 원하는 조건이 들어간 건 아니잖아.”
“그렇긴 한데…….”
“더 가보자. 여기까지 왔는데 이렇게 끝낼 수는 없잖아.”
나는 오석훈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그리고 다시 오디오를 켜고 김상욱에게 말했다.
“저희 생각은 변함없습니다. 25인 엔트리에 마이너리그 거부권, 두 가지가 무조건 포함되어 있어야 합니다.”
-대표님, 미국에서는 연봉이 높아지면 그만큼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처음하고 비교해서 훨씬 좋아진 조건이에요.
“물론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메이저리그 보장이 없다면 계약하는 의미가 없습니다.”
-후. 알겠습니다, 더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상욱은 잠시 옆으로 이동하더니 영어로 무어라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한국어가 들려왔다.
-이게 마지막 제안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결정을 해달라고 하네요.
“시간이 지나도 저희 답은 변함없을 겁니다. 만약에 구단 쪽에서 남은 20분 안에 답을 주시지 않으면 저희는 곧바로 국내 구단하고 계약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이미 계약 조건 다 맞춰놨습니다.”
“하……. 네.”
나의 답을 들은 김상욱은 한숨을 쉬며 분주하게 두 개 구단과 동시에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제 남은 시간은 10분.
남은 시간이 줄어들수록 더 빠르게 시간이 흐르는 것 같았다.
영어로 대화를 마친 김상욱이 다시 우리 쪽 화면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대표님 5,000만 달러면 괜찮으시겠습니까?
“좋네요.”
-오, 그럼 이 정도면 계약할 수 있을까요?
“연봉은 훌륭한데요. 25인 엔트리에 마이너리그 거부권은 해결이 됐나요?”
-하…… 대표님.
“우리 석훈이 정도면 충분히 그 정도 계약 맺을 만한 가치를 가진 선수입니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나는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했다.
“선배, 이제 8분 남았어요.”
오석훈이 시계를 흘끗 보며 말했다.
나는 오석훈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김상욱을 보며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어갔다.
“연봉도 중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저희는 그 조건이 없으면 절대 계약 못 합니다.”
이제 남은 시간은 1분.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내 손가락이 까딱까딱 움직이는 속도가 아까보다 훨씬 빨라졌다.
이제는 입도 물기 하나 없이 바짝바짝 마르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김상욱의 화면에서 새로운 내용을 들을 수 없었다.
오석훈이 고개를 푹 숙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선배, 이건 정말 안 되는 거였나 봐요.”
“후……. 석훈아, 미안하다. 무조건 넣어주고 싶었는데.”
“선배는 최선을 다해주셨잖아요. 이렇게까지 했는데 아닌 거면 안 되는 거겠죠.”
“그럼 이제 여기서 마무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화면을 종료하려고 하는데,
그때 김상욱의 다급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대표님, 잠시만요!
“……?”
나와 오석훈의 고개가 동시에 움직였다.
-지금 컨펌한 구단이 있습니다! 바로 계약서 보내준다고 합니다!
“정말요?”
나와 오석훈의 눈이 거의 동시에 크게 떠졌다.
그리고 잠시 후,
한 메이저리그 구단으로부터 우리가 원하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계약서를 주고받았다.
분명히 25인 엔트리 보장에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포함되어 있는 계약서였다.
또 한 명의 메이저리거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 * *
└드디어 오피셜 떴다.
└와! 25인 엔트리에 마이너리그 거부권 포함된 계약을 진짜 따냈다고?
└확실히 메이저리그는 단위가 다르네. 박성주가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고 해도 메이저리그 계약해서 받을 수 있는 돈하고는 완전히 다르잖아.
└국내 구단들은 많이 아쉽겠네. 박성주가 잔류했으니까 혹시나 했을 텐데.
└들리는 말로는 거의 대부분 구단에서 오퍼 보냈다던데.
└타격왕이 FA로 나와있는데, 제안 자체도 안 해보는 건 미친 짓이지.
└이렇게 된 거 미국 가서 성공하고 와라.
└그래. 메이저리그에서 한국 타자도 대성할 수 있다는 거 제대로 보여줘.
└게다가 도널드 왓슨, 마이클 스콧에 오석훈까지 전부 같은 지구 팀으로 갔네 ㅋㅋ 세 선수 맞대결만 봐도 꿀잼이겠다.
└이제부터는 아침에도 야구 봐야겠다. 세 명 덕분에 하루가 지루할 틈이 없겠다.
도널드 왓슨과 마이클 스콧, 오석훈과 박성주의 협상은 물론이고 다른 소속 선수들의 연봉 협상까지 드디어 마무리됐다.
머리 아픈 일들이 모두 끝났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다른 어느 해보다 분주하고 뜨거운 스토브리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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