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96
296화>
또 하나의 꿈 (2)
선수들이 준비하는 동안 중계방송이 먼저 시작됐다.
“이제부터 드림에이전시가 주관하는 자선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캐스터가 한 템포 쉬고는 나를 보며 물었다.
“강 대표님, 오늘 경기는 이벤트 일반적인 경기하고는 조금 다르게 진행된다고 하던데요?”
“그렇습니다. 철저하게 즐기기 위한 이벤트 경기니까요, 룰이 아주 자유롭습니다. 교체는 언제든지 몇 번이고 할 수 있고요, 타순도 자유롭게 바꾸면서 진행할 수 있습니다. 타자도 투수로 등판할 수 있고요, 투수도 타석에 설 수 있습니다.”
야구의 정말 기본적인 규칙을 빼고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봐도 무방했다.
“시즌에서는 볼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말 재밌는 일들이 많이 생길 것 같은데요?”
“아마 정규 시즌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일들을 많이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일단 선발 투수로 예고된 두 투수는 익숙한 구성이네요?”
“이제부터는 마이클 스콧 선수와 고지훈 선수가 맞대결을 펼치는 모습을 만나볼 수가 없으니까요. 마지막이기 때문에 준비해 봤습니다.”
이제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달려 나오고 있었다.
-스콧! 스콧! 스콧!
마이클 스콧이 마운드로 향하자 관중석에서 뜨거운 함성이 터져 나왔다.
스콧은 목이 터져라 함성을 보내주는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며 마운드로 걸어갔다.
그와 함께 포수 장비를 갖춰 입은 한교진이 홈 베이스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마이클 스콧 선수와 한교진 선수가 지난 한 시즌 동안 정말 완벽한 호흡을 보여줬는데요. 강 대표님은 어떻게 보셨나요?”
“두 선수 모두 열심히 하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잘할 거라는 건 예상했는데요. 솔직히 이렇게까지 활약할 거라고 건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정말 대단한 활약을 펼쳐줬습니다.”
“완벽했다는 단어를 써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최고의 활약을 펼쳐줬는데요. 이제 메이저리그로 무대를 옮겨서도 멋진 활약 기대해 보겠습니다.”
스콧의 연습 피칭이 끝나자 커다란 펠리컨즈 탈을 쓴 선수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지금 탈을 쓰고 있어서 얼굴을 볼 수는 없긴 한데요. 누구인지 예상하는 데는 크게 어려움이 없을 것 같은데요?”
“자기를 꼭 1번 타자로 넣어달라고 하더라고요. 스콧하고 마지막으로 대결하고 싶다고요.”
“과연 오늘 경기의 첫 타석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펠리컨즈 탈을 쓴 선수가 타석에 서는데, 들고 온 배트를 뒤집고는 손잡이가 위로 가게 집었다.
“하하, 지금 배트를 거꾸로 쥐고 있는 거 같은데요?”
“스콧한테는 배트를 거꾸로 쥐어서 휘둘러도 안타를 칠 수 있다는 의미인 것 같네요.”
“과연 배트를 거꾸로 쥐고도 안타를 칠 수 있을까요?”
이를 본 스콧이 두 손을 들어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타자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타석에서 배트를 쥐고 타격 자세를 취했다.
스콧은 미소를 숨기지 못하며 피칭을 준비했다.
그리고 가볍게 첫 번째 공을 던졌다.
-틱!
“배트를 거꾸로 잡아도 맞춰내기는 하네요. 정말 대단합니다.”
“아무리 시즌만큼의 구속은 아니더라도 140km/h가 다 되는 공인데 말이죠.”
이어지는 두 번째 피칭에서도 타자의 배트는 힘껏 돌았다.
-딱!
타구는 투수와 2루수 사이로 지나갔다.
“어어! 타구가 투수 옆을 빠져나갑니다!”
“정말 대단하네요. 이렇게도 안타를 때려내는군요.”
1루에 도착한 타자는 펠리컨즈 탈을 내려놓으며 두 손을 불끈 들어 올렸다.
-와아아아-
-소영준! 소영준! 소영준!
“역시나 첫 타자의 주인공은 소영준 선수였네요.”
“스콧 킬러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소영준은 스콧을 가리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스콧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도 미소를 지우지 못했다.
그사이 다음 타자가 타석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 또 한 명의 메이저리거를 만날 차례입니다. 다음 타자는 오석훈 선수입니다.”
이를 본 팬들이 벌떡 일어나 환호성을 터트렸다.
-오석훈! 오석훈! 오석훈!
“이제 당분간 이 선수를 한국 무대에서 볼 수 없게 됐습니다. 기쁘면서도 아쉬운 마음을 지울 수가 없네요.”
“대신에 지금 그라운드의 두 선수의 맞대결은 계속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소속팀이 같은 지구로 묶여있기 때문에 메이저리그에 있다면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될 테니까요.”
“어쩌면 두 선수에게는 오늘이 또 다른 시작일지도 모르겠네요.”
스콧은 아까와는 다르게 진지한 표정으로 와인드업을 시작했다.
-펑!
-스트라이크!
지나가는 공을 본 오석훈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스콧을 바라봤다.
“이야, 스콧 선수가 오석훈 선수에게는 봐주는 게 없네요. 이제 메이저리그에서 대결해야 하는 선수라는 걸까요?”
이어지는 공도 전력투구였다.
오석훈이 급하게 배트를 돌려봐도 맞추기는 무리였다.
-후웅-
-스트라이크!
마지막까지 스콧의 전략은 바뀌지 않았다.
결국,
-후웅
-스트라이크 아웃!
오석훈의 배트가 헛돌았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스콧이 주먹을 불끈 쥐어 올렸다.
“스콧 선수가 깔끔하게 삼구삼진으로 오석훈 선수를 돌려보냅니다. 방금은 그냥 시즌 경기처럼 던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어요.”
“메이저리그에서 펼쳐질 두 선수의 맞대결이 정말 기대됩니다.”
오석훈이 타석에서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더니 갑자기 마운드로 다가갔다.
“어어? 오석훈 선수가 갑자기 마운드로 걸어가는데요?”
“무슨 일일까요?”
스콧이 고개를 갸웃하며 마운드를 내려와 오석훈과 만났다.
오석훈이 스콧과 대화를 나누더니 그의 손에 배트를 쥐여주고 머리에는 헬멧을 씌워줬다.
마지막에는 스콧이 가지고 있던 글러브를 손에서 빼서 자신의 손에 끼워 넣었다.
그리고 오석훈이 마운드로 걸어갔다.
하얀 이를 드러내며 미소 짓던 스콧은 배트를 휘두르며 타석으로 향했다.
“여기서 투수와 타자의 역할을 바꿔서 해보겠다는 거네요. 오석훈 선수가 던지고 스콧 선수가 타격을 하겠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투타를 바꿔서 할 거라고는 예상도 못 했는데요. 선수들의 응용력이 정말 대단하네요.”
“강 대표님, 오늘 경기에서는 이런 것도 허용이 되는 거죠?”
“오늘은 재밌으면 일단 되는 겁니다. 더구나 이런 장면을 오늘이 아니면 어디서 볼 수 있겠어요.”
관중들의 반응도 그리 달라 보이지 않았다.
타석에 선 스콧과 마운드에 선 오석훈을 향해 뜨거운 함성으로 응원을 보냈다.
-스콧! 스콧! 스콧!
-오석훈! 오석훈! 오석훈!
그리고 이제 마운드에 선 오석훈과 한교진이 사인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오석훈 선수가 마운드에서 사인을 주고받는 게 어색하지가 않은데요?”
“아마 깜짝 놀라실 겁니다. 그냥 자세만 어색하지 않은 게 아닐 거예요.”
지난 박성주의 홈런 더비 연습에서 오석훈이 투수로서 보여준 실력을 두 눈으로 본 나로서는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인 교환을 마친 오석훈이 공을 던지기 위해 심호흡을 고르는데, 타석에 선 스콧이 한교진을 바라보며 무어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한교진이 고개를 젓고 있는데도 스콧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하하하. 지금 스콧 선수가 한교진 선수한테 어떤 구종을 던질 건지 알려달라고 하는 거 같은데요?”
“두 선수가 친하니까요. 알려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를 본 오석훈이 마운드를 내려와 스콧에게 두 손을 올리며 항의했다.
그제야 스콧이 고개를 끄덕이며 타격을 준비했다.
잠시 후, 심호흡을 고른 오석훈이 피칭을 시작했다.
-펑!
-스트라이크!
-우와아아!
오석훈의 공이 포수 미트에 닿는 순간 관중석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이야,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죠? 오석훈 선수가 던진 공 맞나요?”
“제가 분명히 깜짝 놀라실 거라고 했죠?”
내 입꼬리는 저절로 한껏 올라갔다.
“게다가 구속이 140km/h를 찍었어요. 이 정도면 투수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이어지는 공도 과감하게 스트라이크 존을 파고들었다.
-후웅-
-스트라이크!
스콧이 과감하게 스윙을 해봐도 맞추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이제 세 번째 공.
오석훈이 자신 있게 와인드업을 시작했다.
스콧의 배트가 이번에도 돌았다.
-후웅-
-스트라이크 아웃!
하지만 공은 한교진의 미트에 들어가 있었다.
심판의 콜이 울리는 순간 경기장은 다시 한번 뜨거워졌다.
-오석훈! 오석훈! 오석훈!
오석훈이 오른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더욱 뜨거운 환호성을 유도했다.
“오석훈 선수가 깔끔하게 삼구삼진으로 스콧 선수에게 되갚아주네요!”
“시작부터 볼거리가 많은 이닝이었습니다.”
이닝이 마무리되자, 선수들의 공수교대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번에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는 고지훈이었다.
“이제 또 한 명의 에이스 투수를 만날 시간입니다.”
“이번 시즌에 스콧과 함께 정말 뜨거운 활약을 보여줬죠.”
“강 대표님, 고지훈 선수가 원래도 좋은 선수였긴 합니다만, 이번 시즌에 이렇게까지 압도적인 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이유가 뭔가요?”
“이미 최고의 선수였기 때문에 제가 해줄 수 있는 건 없었고요. 대신에 훈련량을 조금 줄였습니다. 훈련 때문에 체력 소모를 너무 많이 하고 있는 편이었거든요.”
“오히려 줄였다는 게 놀랍네요. 보통은 훈련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할 텐데요.”
“기본적으로 훈련을 많이 하는 선수였기 때문에 해줄 수 있는 조언이었죠.”
나와 캐스터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고지훈이 그라운드로 걸어 나왔다.
그러자 버팔로즈 팬들은 물론이고 다른 팀 팬들까지 한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외쳤다.
-고지훈! 고지훈! 고지훈!
가장 먼저 배트를 들고 다가오는 선수의 등에는 김민환이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이제 고지훈 선수의 피칭이 시작될 텐데요. 김민환 타자는 익숙한 선수가 아닌데, 소개 좀 부탁드립니다.”
“김민환 선수는 지금 YJ에이전시에서 일하고 있는데요. 어린 시절에는 야구 선수를 꿈꾸던 선수였습니다. 거포 4번 타자로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고 해요.”
“그런데 왜 야구 선수가 되지 않은 건가요?”
“그때 당시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어서 야구를 더 이상 하기 어려웠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그렇다면 오늘이 자신의 꿈을 이루는 순간이겠는데요?”
“게다가 오늘 이 경기장에 아들이 와서 지켜보고 있다고 하니까요. 멋진 승부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마운드와 타석에 서서 서로를 마주한 고지훈과 김민환은 서로를 보며 미소로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실제 경기와 다름없을 정도로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잠시 후, 고지훈은 평소 투구와 다름없이 와인드업을 시작했다.
공이 고지훈의 손을 떠나자 김민환이 초구부터 과감하게 배트를 돌렸다.
-후웅-
-스트라이크!
하지만 꿈틀거리며 날아오는 공에 배트를 맞추기는 무리였다.
“어후, 고지훈 선수가 너무한데요? 김민환 선수가 프로 선수도 아닌데 실전 경기처럼 던졌어요.”
“경기가 시작하기 전에 김민환 선수가 부탁을 했거든요. 프로 경기하는 것처럼 던져달라고요.”
“정말요? 프로 선수도 고지훈 선수를 상대로 안타를 때리기 어려운데, 일반인이 승부를 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김민환 선수의 마지막 타석일지도 모르니까요. 후회 없이 승부해보고 싶은 것 같습니다.”
이어지는 공도 패스트볼이었다.
김민환은 이번에도 주저하지 않고 배트를 돌렸다.
-후웅-
-스트라이크!
얼마나 힘껏 배트를 돌렸는지 스윙을 마친 김민환이 자신의 힘에 못 이겨 주저앉게 될 정도였다.
“패스트볼로 던지고 있는데도 쉽지 않아 보이네요. 역시 프로 선수는 프로 선수네요.”
“혹시 안타를 치지 못하더라도 김민환 선수가 후회 없이 타석을 마치고 내려왔으면 좋겠습니다.”
어느새 나도 김민환을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곧바로 승부가 이어졌다.
0 볼 2 스트라이크.
고지훈의 손을 떠난 공은 평소와 다르게 스트라이크 존 가운데를 향하고 있었지만, 꿈틀거리는 움직임은 변함없었다.
이번에도 역시나 김민환은 자신 있게 배트를 돌렸다.
-틱!
-오오오!
타구를 맞춰내자 관중석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오오! 김민환 선수가 이번에는 타구를 맞추는 데 성공했습니다! 안타는 아니었지만 프로 선수의 공을 커트했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인데요.”
“게다가 고지훈 선수를 상대로 투 스트라이크에서 이런 타격을 했다는 게 더 놀랍네요.”
“프로 선수의 공을 직접 맞혀보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아마 김민환 선수로서는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민환의 표정에서 아쉬움과 짜릿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공을 다시 건네받은 고지훈의 얼굴에도 옅은 미소가 걸렸다.
그리고 이어진 네 번째 피칭.
이번에도 김민환은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배트를 돌렸다.
하지만 배트는 허공을 돌았다.
-후웅-
-스트라이크 아웃!
스윙을 마친 김민환의 표정에는 아쉬움과 후련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김민환 선수가 고지훈 선수를 상대로 정말 자신 있고 멋진 스윙을 보여줬습니다.”
“안타를 쳤느냐 아니냐가 중요하지 않은 대결이었습니다. 아마 김민환 선수는 후회 없이 대결을 펼쳤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울 겁니다.”
포수에게 공을 돌려받은 고지훈이 급하게 마운드를 내려가 김민환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들고 있던 공을 김민환에게 건넸다.
김민환은 고지훈에게 엄지를 치켜세우며 화답했다.
-김민환! 김민환! 김민환!
관중석에서는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던 김민환을 향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예상하지 못한 함성에 놀란 김민환은 헬멧을 벗어 관중들에게 허리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자신의 아들이 보고 있을 좌석을 향해 들고 있던 공을 흔들었다.
어느새 김민환의 눈은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곧이어 서성민이 타석에 들어서며 경기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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