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97
297화>
또 하나의 꿈 (3)
타석에 도착한 서성민이 오른손 타석에 자리를 잡았다.
“어어! 서성민 선수가 고지훈 선수를 상대로 오른손 타석에 섰어요. 시즌 경기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상황을 보는 순간이네요.”
“서성민 선수가 같은 손 투수의 흘러나가는 변화구에 약하다는 약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스위치타자로 전환을 했는데요. 과연 이번 타석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정말 궁금한데요?”
오른손 타자로 타석에 선 서성민을 확인한 고지훈이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고지훈의 와인드업이 시작됐다.
고지훈의 손을 떠난 공은 몸쪽 코스를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펑!
-스트라이크!
서성민이 몸을 움찔하며 피할 정도로 정교한 코스였다.
“방금 김민환 선수를 상대할 때는 스트라이크 존 코너를 찌르면서 들어가지는 않았는데요. 이제 다시 원래 고지훈 선수의 모습으로 돌아왔네요.”
“예전에 서성민 선수는 몸쪽 공을 본 다음에 흘러나가는 변화구가 날아오면 여지없이 헛스윙을 했거든요. 만약에 서성민 선수가 이런 상황에서 좋은 타격을 해준다면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심호흡을 고른 고지훈이 또 하나의 공을 던졌다.
아까와는 완전히 다르게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였다.
코스를 확인한 서성민이 공을 가볍게 밀어내듯이 배트를 돌렸다.
-딱!
-와아아아-
서성민의 배트에 맞은 타구는 2루수 방향으로 날아갔다.
2루수가 팔을 쭉 뻗어봐도 닿을 수 없는 높이였다.
“여기서 서성민 선수가 안타를 때려냈습니다!”
“고지훈 선수가 분명히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던졌거든요. 근데 서성민 선수가 정말 깔끔하게 받아치네요.”
서성민은 주먹을 불끈 쥐며 1루 베이스를 밟고 섰다.
그러고는 가족들이 보고 있는 곳을 가리키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서성민! 서성민! 서성민!
마운드에서 서성민과 눈이 마주친 고지훈이 엄지를 치켜세우며 손뼉을 쳤다.
“강 대표님, 이제는 서성민 선수가 실전에서도 다른 선택을 해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이제 이 정도 타격을 보여줄 수 있는 거라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눠봐야겠네요.”
“이번 시즌부터 서성민 선수가 또 한 번 새롭게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보시는 것도 재밌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에이전시에서 프로 데뷔를 위해 훈련 중인 타자들과의 승부가 이어졌다.
고지훈은 경기를 앞두고 약속한 대로 전력을 다해 피칭을 했다.
타자들이 마지막까지 끈질기게 승부를 이어갔음에도 아직 안타를 뽑아내기는 무리였다.
프로 데뷔를 준비하는 선수들은 최고의 프로 선수와 대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감을 감추지 못했다.
다시 이닝이 바뀌고 스콧이 한 번 더 마운드에 올랐다.
그사이 타석으로 다가오는 선수는 박성주였다.
“한국 프로야구의 FA 역사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선수를 만날 시간입니다. 아마도 영원한 버팔로즈 맨이 될 박성주 선수입니다.”
“앞으로 몇 년 후면 버팔로즈의 레전드로 남을 가능성이 높은 선수이기도 하죠.”
“강 대표님, 박성주 선수도 메이저리그로 갈 거라는 얘기가 많았는데요. 어떻게 해서 버팔로즈에 잔류하게 된 걸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메이저리그에 진출해서 야구를 하는 것만큼이나 한국 팬들 앞에서 야구를 하는 것도 박성주 선수에게는 큰 행복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잔류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그렇긴 하더라도 메이저리그 진출을 포기했다면 아쉬움이 없을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아예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분명한 건 박성주 선수가 앞으로 누구보다 행복하게 야구를 할 수 있을 거라는 점입니다. 남은 선수 인생을 버팔로즈에서 보낼 수 있다는 것에 정말 기뻐하더라고요.”
“그렇군요. 장기계약을 했으니 계약에 대한 부담 없이 야구에만 집중하다 보면 훨씬 좋은 결과를 만들 수도 있겠는데요?”
“물론입니다. 앞으로 박성주 선수가 버팔로즈에서는 물론이고 국가대표로서도 좋은 활약 보여드릴 테니까요. 많은 기대와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다시 고개를 돌려 경기장을 바라보니 스콧과 박성주가 대결을 펼칠 준비를 마친 상황이었다.
“이제 지난 시즌 최고 투수와 홈런왕의 승부가 시작되겠습니다. 박성주 선수가 스콧 선수를 상대로는 약한 편이었어요. 하긴, 스콧 선수를 상대로 강한 선수가 많을 수는 없겠죠.”
“그래서 그런지 박성주 선수가 스콧 선수랑 꼭 대결해 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을 두 선수의 맞대결은 어떤 결과를 맞게 될까요?”
스콧과 박성주는 시즌 경기와 다름없을 정도로 진지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스콧의 첫 번째 공이 손을 떠났다.
높은 코스의 패스트볼에 박성주가 과감하게 배트를 돌렸다.
-틱!
살짝 빗맞으며 공이 뒤로 날아갔다.
“박성주 선수를 상대로 높은 코스를 자신 있게 던진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일 것 같은데요.”
“물론입니다. 지금은 스콧 선수니까 가능한 거죠.”
-펑!
-볼!
이번에는 바닥에 닿을 정도로 급격하게 떨어졌다.
“각이 큰 커브까지 던졌어요.”
“아무리 이벤트 경기라고 해도 승부에서 지고 싶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1 볼 1 스트라이크.
한교진의 사인을 확인한 스콧은 중요한 상황에서처럼 심호흡을 골랐다.
그리고 힘껏 공을 던졌다.
-틱!
박성주의 배트에 맞은 타구는 높게 떠오르며 외야로 날아갔다.
결과를 예감한 박성주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며 1루를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이미 낙구 지점에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던 나준호가 어렵지 않게 잡아냈다.
“두 선수의 맞대결은 이번에도 스콧 선수가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두 선수가 다시 맞붙을 때는 박성주 선수가 시원한 홈런을 날려 보내는 모습을 봤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박성주의 타석이 마무리되자 더그아웃에서 나온 코치와 함께 한교진이 마운드로 다가갔다.
“이제 교체하는 것 같습니다. 마이클 스콧 선수의 피칭은 여기까지입니다. 이제 당분간 스콧 선수가 마운드에 선 모습을 직접 볼 수 없다는 게 정말 아쉽네요.”
“스콧 선수가 미국에 가서도 한국에서처럼 정말 멋진 활약 펼칠 수 있도록 많은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스콧은 마운드로 다가온 한교진과 포옹을 했다.
그러고는 모자를 벗어들고 관중들을 향해 흔들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와아아-
-스콧! 스콧! 스콧!
관중들은 스콧을 향해 뜨거운 함성으로 화답했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투수가 불펜 문을 열고 나왔다.
이 모습을 본 관중들은 다시 한번 뜨거운 함성으로 열광했다.
“드디어 이 선수가 나오는군요!”
-와아아아-
-최우진! 최우진! 최우진!
마운드로 달려가던 최우진이 깜짝 놀랄 정도로 커다란 함성이었다.
“재규어즈 팬분들이라면 이 선수를 하루라도 빨리 보고 싶으실 것 같습니다. 바로 이번 드래프트에서 가장 먼저 재규어즈의 지명을 받은 최우진 선수입니다!”
“팬분들이 이렇게까지 응원을 해주실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는데요. 정말 감사합니다.”
마운드에서 기다리고 있던 스콧은 공을 직접 최우진의 글러브에 넣어주었다.
“재규어즈의 과거와 미래가 만나는 순간입니다.”
“스콧 선수가 팀을 떠나서 재규어즈 팬분들께서 많이 아쉬우실 텐데요. 그래도 이제 최우진 선수가 있으니까 충분히 즐겁게 야구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스콧은 한국 팬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마운드에서는 최우진과 한교진의 연습 피칭이 시작됐다.
-펑!
-와아아-
-펑!
-와아아-
최우진의 피칭 하나하나 마나 팬들은 뜨거운 함성을 보냈다.
“재규어즈 팬분들은 이제 최우진 선수와 한교진 선수가 동시에 경기장에 선 모습을 자주 보게 되시겠죠?”
“그렇습니다. 최우진 선수가 한교진 선수와 호흡을 맞출 예정이거든요. 그리고 두 선수가 이미 같이 연습하고 있기도 합니다.”
“정말 기대되는 조합이네요.”
잠시 후, 최우진의 연습 피칭이 마무리되고 경기가 다시 이어졌다.
그리고 더그아웃에서 걸어 나오는 타자를 확인한 팬들이 또 한 번 경기장을 뜨겁게 달구었다.
-와아아-
-왓슨! 왓슨! 왓슨!
배트를 쥔 왓슨이 손을 흔들며 타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최우진 선수가 오늘 처음으로 만날 타자는 도널드 왓슨 선수네요. 다시 메이저리거가 된 선수죠.”
“지난 시즌에 정말 최고의 활약을 펼친 데 이어서 국제 대회에서도 우리나라를 상대로 쓰라린 홈런을 때렸죠. 공격과 수비 그리고 주루까지 타자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춘 선수입니다.”
“강 대표님, 왓슨 선수가 한국에 올 때만 해도 여러 가지 논란이 많았는데요. 왓슨 선수를 한국에 데려와야겠다고 결정하게 된 이유가 뭘까요?”
“솔직히 제가 선수 생활을 하던 시절에 도널드 왓슨 선수의 팬이었거든요. 게다가 우연히 미국 출장 중에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다 보니까 억울한 상황이 있었더라고요. 지금은 모두가 아시게 됐지만, 그때는 누구도 모르는 상황이었죠.”
그때 당시 왓슨의 눈빛이 다시 떠올랐다.
“한때 팬이었던 선수가 억울한 일로 선수 생활을 못 하고 있다는 게 안타까우셨군요?”
“그 이유만은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경기하는 모습을 보니까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왓슨 선수에게 제안을 먼저 했습니다.”
“강 대표님의 그 제안 덕분에 왓슨 선수가 다시 메이저리그에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네요.”
어느새 도널드 왓슨과 최우진의 준비가 마무리된 상황이었다.
이를 확인한 캐스터가 다시 말문을 열었다.
“재규어즈의 슈퍼루키 최우진 선수와 재규어즈의 최고 외국인 타자 도널드 왓슨 선수의 맞대결인데요. 최우진 선수가 정말 좋은 선수이기는 해도, 아직 메이저리그 타자를 상대하기는 어려움이 있겠죠?”
“글쎄요. 야구는 이름값으로 하는 게 아니니까요.”
나는 옅은 미소로 답할 수밖에 없었다.
최우진은 한교진의 사인을 확인하고는 신중하게 와인드업을 시작했다.
-펑!
-스트라이크!
공이 완벽하게 코너를 찌르자 왓슨이 입을 떡 벌리며 놀란 기색을 드러냈다.
“듣던 대로 제구력이 정말 기가 막히네요.”
“제구력 하나만큼은 이미 우리나라 최고라고 해도 무방할 겁니다.”
곧이어 두 번째 공이 최우진의 손을 떠났다.
스트라이크라고 판단한 왓슨이 배트를 돌려보지만,
-틱!
“지금처럼 코너를 절묘하게 파고든 공이라면 제대로 된 타격을 하기가 정말 어렵죠.”
“힘으로는 최우진 선수가 밀릴지 몰라도 야구는 힘으로만 하는 게 아니니까요.”
“노 볼 투 스트라이크로 아주 유리한 상황을 만들었는데요. 과연 이번 승부는 어떻게 마무리될까요?”
이번에도 최우진은 신중하게 공을 던졌다.
최우진의 손을 떠난 체인지업은 속도가 급격하게 줄어들며 왓슨에게서 먼 쪽으로 떨어졌다.
왓슨의 배트가 돌고 있는 궤적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후웅-
-스트라이크 아웃!
-와아아아-
왓슨의 배트가 헛도는 순간 관중석에서 뜨거운 함성이 들려왔다.
“결국 재규어즈의 슈퍼 루키 최우진 선수가 메이저리거인 도널드 왓슨 선수를 삼진으로 돌려세웁니다! 정말 대단한데요?”
“프로 구단의 1라운드 지명을 받았다는 게 그냥 나오는 결과는 아니라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네요.”
“최우진 선수를 먼저 지명할 수 있었던 구단들이 후회할 수도 있을까요?”
“앞으로 시즌 경기를 보시면 그럴 수밖에 없을 겁니다.”
내 입꼬리는 자연스럽게 한껏 올라갔다.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던 최우진이 양손을 들어 올리자 팬들의 함성이 더욱 커졌다.
-와아아-
-최우진! 최우진! 최우진!
왓슨은 짙은 미소로 아쉬움을 삼키며 돌아서야 했다.
잠시 공수교대가 이루어지는 동안 관중들의 함성이 잠시 잦아들었다.
그러다 글러브를 들고 마운드로 다가오는 투수를 보며 또 한 번 경기장이 뜨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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