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98
298화>
또 하나의 꿈 (4)
“드디어 이 선수가 마운드에 선 모습을 보는 날이 오는군요.”
글러브를 낀 채로 불펜 문을 열고 나온 선수는 바로 나준호였다.
“많이들 알고 계시겠지만 고등학생 시절까지만 해도 투수를 했던 선수거든요. 타자로 전향한 지 오래되기는 했지만, 외야에서 송구하시는 것만 보셔도 실력이 여전하다는 걸 충분히 느끼셨을 겁니다.”
“게다가 투수 나준호 선수를 상대하는 타자는 장수영 선수예요!”
“장수영 선수도 고등학생 때는 타자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거든요. 실력이 여전한지 궁금하네요.”
“각각 타자와 투수였던 두 선수가 투수와 타자로 맞붙게 됐습니다. 과연 두 선수의 승부가 어떻게 될지 함께 지켜보시죠.”
장수영이 배트를 휘두르며 준비하는 동안 나준호가 워밍업을 마쳤다.
그리고 나준호가 와인드업을 시작했다.
-펑!
-스트라이크!
주심은 오랜 고민 없이 손을 들어 올렸다.
꼼짝하지 못한 장수영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나준호를 바라봤다.
“오오! 나준호 선수가 142km/h 짜리 바깥쪽에 꽉 차게 들어간 패스트볼로 스트라이크를 얻어냅니다!”
“시작부터 심상치 않네요.”
그사이 심호흡을 고른 나준호가 두 번째 공을 던졌다.
나준호의 손을 떠난 공은 스트라이크 존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장수영은 이번에도 주저하지 않고 배트를 움직였다.
하지만 공은 타석에 가까워질수록 장수영에게서 멀어지며 흘러나갔다.
-후웅-
-스트라이크!
마지막까지 장수영이 배트에 공을 맞혀보려고 해도 역부족이었다.
“이야! 나준호 선수가 왼손 타자에게서 먼 쪽으로 빠져나가는 슬라이더까지 보여주네요!”
“방금 같은 공이라면 오석훈 선수가 상대했어도 아마 골라내기 쉽지 않았을 거예요.”
“오석훈 선수도 그렇고, 나준호 선수도 타자로만 있기에는 너무 아까울 정도인데요?”
실전처럼 던지는 모습을 직접 보니 재능이 아쉬울 정도였다.
“혹시 드래곤즈에서 투수가 급할 때는 나준호 선수를 등판하게 해도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아요. 게다가 귀하디귀한 왼손 투수니까요.”
그리고 이어진 세 번째 공.
나준호의 손을 떠난 공은 장수영의 몸쪽을 정확하게 파고들었다.
스트라이크 존을 절묘하게 걸치고 들어온 공이었던 탓에 장수영이 배트도 휘둘러보지도 못했다.
-스트라이크 아웃!
장수영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며 더그아웃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타자인 선수가 몸쪽 코스까지 저렇게 잘 던지면 어쩌자는 거죠?”
“혹시 나준호 선수가 20살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냥 투수랑 타자를 다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요?”
“정말 그랬다면 한국 야구의 역사가 바뀌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나준호는 이어지는 타자들과 상대하면서 공 18개로 1이닝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또 한 번 공수교대가 이루어졌다.
이번에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이주혁이었다.
에이전시 선수들이 손뼉과 열렬한 환호로 그를 응원했다.
“강 대표님, 이주혁 선수에 대해서 소개 좀 해주실까요?”
“저희 드림에이전시에서 통역부터 회사 전반의 업무를 담당해 주고 있는 동료입니다.”
“이주혁 선수의 이력을 살펴보다 보니까 눈에 띄는 한 가지가 보이네요. 트라이아웃에 직접 참가했던 적이 있다고 되어있는데요?”
“네, 맞습니다. 야구 선수로 평가를 받아보고 싶어 했거든요. 아쉽게 프로 구단의 선택을 받지는 못했지만, 취미로 야구를 하는 수준은 아니라서 기대해 보셔도 좋을 겁니다.”
“과연 오늘 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네요. 그런데 상대해야 하는 첫 타자부터 장난이 아니에요.”
타석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선수는 오석훈이었다.
“에이전시에서 훈련하면서 종종 연습으로 맞대결을 펼치기는 했는데요. 이렇게 정식으로 맞붙는 건 아마 처음일 겁니다.”
-오석훈! 오석훈! 오석훈!
팬들의 응원 소리는 타석으로 향하는 오석훈에게 모두 쏠려있었다.
이주혁은 깊은숨을 여러 번 내쉬며 밀려오는 긴장감을 밀어내려고 애썼다.
그리고 오석훈이 타격 준비를 마치자 이주혁이 와인드업을 시작했다.
스트라이크 존 가운데로 향하는 패스트볼이었다.
-펑!
-스트라이크!
-오오!
심판의 콜이 울리자 팬들과 선수들이 탄성을 내뱉었다.
방금 지나간 공을 확인한 오석훈이 깜짝 놀라 입을 벌렸다.
“초구부터 자신 있게 공을 던졌습니다. 공에서 힘이 느껴지는데요?“
“제가 잘못 본 거는 아니죠? 제가 기억하는 모습이 아닌데요?”
지난번 트라이아웃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프로 선수가 아닌데도 이런 공을 던질 수가 있는 건가요?”
“이 정도면 못해도 프로급 선수는 되어야 하거든요. 이주혁 선수가 저도 모르게 평소에 연습을 한 것 같아요. 그렇지 않고서는 저 정도 공을 던질 수가 없을 거예요.”
내가 감탄사를 내뱉는 사이에 이주혁이 또 하나의 공을 던지기 위해 와인드업을 시작했다.
오석훈은 공의 궤적을 확인하며 배트를 힘껏 돌렸다.
그리고 오석훈의 배트가 공을 맞히는 데 성공했다.
-틱!
하지만 배트에 맞은 공이 빗맞으며 뒤로 날아갔다.
-오오!
빗맞은 타구에 깜짝 놀란 관중들은 물론이고 스윙을 한 오석훈도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에는 오석훈 선수의 배트가 밀렸어요! 그렇다는 건 그만큼 정확하게 맞추기 어렵다는 의미겠죠?”
“저도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야 들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벤트 경기이기는 하지만 무려 오석훈 선수를 상대로 이런 모습을 보여준다는 건 정말 놀랍습니다.”
어느새 준비를 마친 이주혁이 세 번째 공을 던졌다.
이주혁의 손을 떠난 공은 살짝 떠오르다가 급격하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포수 미트에 도착하기도 전에 바닥에 바운드됐다.
-볼!
“이번에는 커브를 던진 것 같은데요. 변화구 제구는 아직 완성도가 높은 편은 아닌 걸까요?”
“만약에 이주혁 선수가 커브 제구까지 잘했다면 그것도 큰일이에요. 당장 저희 회사에서 해고하고 바로 이번 시즌부터 프로무대로 보내야죠.”
“하하. 그렇죠. 원 볼 투 스트라이크 상황에서 과연 이주혁 선수가 오석훈 선수를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그리고 네 번째 공.
차분하게 심호흡을 고른 이주혁의 선택은 패스트볼이었다.
공은 스트라이크 존 높은 코스로 향하고 있었다.
궤적을 확인한 오석훈이 배트를 돌려 봤지만,
-후웅-
-스트라이크 아웃!
오석훈의 배트가 헛돌았음을 확인한 순간 이주혁은 주먹을 불끈 쥐며 마운드에서 펄쩍 뛰었다.
오석훈이 자신의 헛스윙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하게 있다가 이주혁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우와아아-
-이주혁! 이주혁! 이주혁!
이번에는 팬들의 입에서 이주혁의 이름이 울려 퍼졌다.
“이주혁 선수가 메이저리거를 삼진으로 돌려세웠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이따가 만나면 따져야겠어요. 어떻게 저한테까지 이렇게 꽁꽁 감추면서 훈련을 해왔던 거죠?”
나는 배신감과 뿌듯함을 동시에 느꼈다.
“오늘 보여주는 모습이라면 프로팀에서 관심을 가질 만하지 않을까요?”
“방금 보신 장면을 보고도 프로 스카우터들이 연락을 안 하신다면 일을 안 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 같은데요?”
“머지않아서 이주혁 선수를 프로 무대에서 보게 되는 것도 기대해 봐도 될까요?”
“일단 다음번 저희 드림에이전시 트라이아웃에 참가하라고 강력하게 얘기해야겠어요.”
“회사로서는 유능한 직원 하나를 잃게 돼서 아쉬우시겠는데요?”
“직원이 이렇게 떠나는 건 언제든지 환영이죠.”
나는 올라가는 입꼬리를 막을 수가 없었다.
오석훈 다음으로 타석으로 다가오는 선수는 박성주였다.
“곧바로 이어서 박성주 선수와 대결을 하겠습니다. 만약에 박성주 선수와의 승부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는다면 지금 보여주는 모습이 운이 아니라는 의미겠죠?”
“그렇기 때문에 저도 이번 대결이 정말 궁금하네요.”
-펑!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존 한가운데를 통과하는 패스트볼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박성주가 이주혁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주혁 선수가 과감하게 스트라이크를 던지네요. 무려 프로야구 홈런왕을 상대로요.”
“사실 이주혁 선수로서는 잃을 게 없으니까요. 자신 있게 던지는 모습 정말 좋습니다.”
이주혁이 선택한 두 번째 공은 체인지업이었다.
글러브 안에서 조심스럽게 그립을 바꿔 잡은 이주혁이 조심스럽게 공을 던졌다.
하지만 이주혁이 기대했던 만큼 구속이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타이밍을 맞춘 박성주가 배트를 힘껏 돌렸다.
-딱!
-와아아아-
정확하게 배트에 맞은 타구는 외야를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결국 타구는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마운드에서 이를 지켜보던 이주혁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며 미소를 지었다.
-박성주! 박성주! 박성주!
“호오오옴런! 박성주 선수가 가장 먼 펜스로 타구를 날려 보냈습니다!”
“역시 파워로는 누구도 따라잡을 수가 없는 선수네요.”
나는 경기장을 바라보며 손뼉을 쳤다.
“아쉽게도 이주혁 선수가 박성주 선수를 상대로는 홈런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선수를 상대로 자신 있게 피칭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훌륭합니다. 투수라면 배짱도 정말 중요한 부분이니까요. 경기 끝나자마자 바로 가서 트라이아웃 준비시켜야 할 것 같아요.”
이주혁의 등판이 그렇게 마무리되고, 또 한 명의 새로운 투수가 마운드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 오늘 경기가 점점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네요.”
“볼거리가 많아서 그런가요.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가 버린 것 같아요.”
“이번에 만날 투수는 바로 정민우 선수입니다. 정민우 선수가 지난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정말 긴 연패에 빠져있었잖아요.”
“무려 14연패였죠.”
다시 생각해도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 같았다.
“그때 당시에 정민우 선수에게 무슨 생각이 들었을지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는데요?”
“말 그대로 자신감이 바닥을 찍고 있었죠. 그런 상황에서 등판하는 걸 즐길 수 있는 선수는 지구상에 없을 거예요.”
“그런데 그 이후로 재규어즈의 굳건한 4선발이 되었단 말이에요. 도대체 에이전시에서 무슨 마법을 부린 건가요?”
“저희가 대단한 마법을 부린 건 아니죠. 정민우 선수가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가 절대 아니었거든요. 대신에 자신감이 떨어질 대로 떨어져 있던 상황이라서 할 수 있다고 스스로 믿게끔 자신감을 북돋아주었을 뿐입니다.”
“정말 그거 하나만으로 이렇게 바뀌었던 건가요?”
“그럼요. 고작 며칠 만에 갑자기 실력이 좋아질 수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타석으로 다가오는 선수는 한교진이었다.
“정민우 선수를 상대로 재규어즈의 주전 포수이자 국가대표 포수로 성장한 한교진 선수가 타격을 하겠습니다. 한교진 선수도 원래는 포수로서 그리 주목받지 못했죠?”
“사실 저랑 처음 만났을 때만 하더라도 포수로서 경쟁력을 가진 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면 한교진 선수는 어떤 방법으로 경쟁력을 찾아주신 건가요?”
“일단 선택과 집중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포수로서 짧은 시간 만에 모든 투수를 공부하는 건 무리가 있으니까, 우선 투수 한 명에 집중해서요.”
“그게 스콧 선수였던 거죠?”
“네. 같은 에이전시 식구였기 때문에 서로 가까워지기도 수월했고, 스콧 선수는 안정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고 있는 선수이기도 했으니까요.”
“강 대표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선수에게 필요한 부분을 정확하게 잡아주신 게 성공의 비결이었군요.”
그사이 정민우와 한교진이 준비를 마치고 승부가 펼치려는 타이밍이었다.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띤 정민우가 와인드업을 시작했다.
정민우가 던진 패스트볼은 스트라이크 존 한가운데로 향했다.
-틱!
한교진의 배트에 맞은 공은 뒤쪽으로 날아갔다.
“정민우 선수가 정면 승부를 선택했습니다. 같은 팀 4번 타자와 힘으로 맞대결해 보고 싶은 것 같아요.”
“일단 첫 승부는 정민우 선수가 이겼는데요. 과연 또 한 번 힘 대 힘으로 맞붙을까요?”
정민우의 선택은 이번에도 패스트볼이었다.
코스도 한가운데로 달라지지 않았다.
한교진도 지지 않으려는 듯이 힘껏 배트를 돌렸다.
-딱!
이번에는 타구가 빠른 속도로 외야를 향해 뻗어갔다.
“잘 맞았어요!”
마지막까지 공을 보고 달려가던 왓슨이 슬라이딩을 하며 팔을 쭉 뻗었다.
-아웃!
“이야! 이 공을 도널드 왓슨 선수가 잡아주네요. 정말 멋진 외야 수비였습니다!”
“왓슨 선수의 타구 판단이 정말 좋았다고 봐야 할 거예요. 제가 이래서 이 선수의 팬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는 왓슨을 보며 손뼉을 쳤다.
그렇게 정민우의 등판이 마무리되고, 다음 투수가 불펜 문을 열고 그라운드로 달려 나왔다.
그러자 그라운드에 있는 선수들은 물론이고 더그아웃에 있던 선수들이 손뼉을 치며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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