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46
46화>
새로운 목표 (3)
“진짜 이 선수도 여기 소속이었어? 이게 진짜 가능해?”
며칠 동안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쉬려고 했지만 도저히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스카이 코퍼레이션이라는 회사를 검색하면 할수록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김상욱이 건네주었던 자료에도 소속된 선수들이 종목별로 적혀있긴 했다.
그때는 그냥 멋모르고 넘어갔는데.
직접 검색해 보니 한 명 한 명이 모두 월드 클래스 선수들이었다.
숫자를 세기도 힘들 정도의 엄청난 연봉을 받고 있었다.
그런 선수들이 한두 명도 아니고 수십 명이 소속돼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스카이 코퍼레이션에서 나에게 지원해 주기로 한 부분도 상당히 파격적이었다.
현지의 최고 스태프들이 만든 훈련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활용하고 있는 훈련 장비도 도입해 주겠다고 했다.
이런 세계적인 에이전시가 한국 야구 시장에 진출해서 매니지먼트를 도와준다면 우리나라 스포츠 산업에도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점은 분명해 보였다.
나로서도 세계적인 수준의 에이전시에 소속되어 있다면 배울 수 있는 게 많을 것도 같았다.
다만 YJ 에이전시와 경쟁사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 그리 마음 편하지는 않았지만.
그러고 보니 내가 만약 스카이코퍼레이션으로 가게 된다면 오석훈과 박성주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그들을 두고 떠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했고, 그게 아니더라도 그냥 두고 떠나기에는 이미 정이 많이 들어버리기도 했는데.
김상욱과 다시 이야기를 나눌 때 꼭 말해봐야겠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어?”
시계를 보니 벌써 12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간 거지.
스카이 코퍼레이션에 대해서 감탄하다 보니 이렇게 시간이 많이 지난 줄도 모르고 있었다.
더 자세한 정보는 이따가 더 찾아보기로 하고 일단 지금은 나가야 했다.
* * *
“으악! 이게 뭐야!”
고등학교 정문 옆 벽면에 걸려있는 현수막을 보자마자 입을 틀어막을 수밖에 없었다.
이수민과 인터뷰를 하면서 찍었던 그 사진이 아직도 걸려있었다.
비바람을 여러 번 맞았는지 볼품없이 색도 바랬다.
옆에 아무도 없어서 다행이지 혹시라도 누군가 나를 알아본다면 당장 쥐구멍으로 뛰어 들어가고 싶었다.
제발 사진 좀 내려달라고 학교에 부탁해야겠다.
나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플래카드가 있는 곳에서 벗어났다.
그렇게 넓디넓은 운동장을 가로질러 한참을 걸었다.
우리 학교 운동장은 크기로 유명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야구부가 각각 하나씩 야구 경기장으로 쓸 수 있을 정도였으니 엄청난 크기였다.
동시에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학교 다닐 때는 어떻게 여기를 매일 걸어 다녔을까.
“근데 도대체 얘는 어디 있다는 거야?”
방학 기간이라 그런지 돌아다니는 학생을 찾을 수도 없었다.
스마트폰을 꺼내 전화번호부에서 이름을 검색했다.
통화음이 몇 번 울리고 나자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도착했어?
“너 어딨는 거야? 전혀 안 보이는데.”
-잠깐만, 내가 나갈게. 너 지금 어딘데?
“나 지금 운동장 한가운데 있다.”
-잠깐만 기다려 바로 나간다.
“빨리 튀어와. 입 돌아갈 거 같다.”
운동장 한가운데 서 있으니 찬 바람이 그대로 불어왔다.
전화를 끊고 기다리는 동안 피할 곳도 없어서 그냥 그대로 맞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손을 흔들며 달려오는 친구가 보였다.
지금 달려오는 친구는 나와 초중고를 12년 동안 함께 다닌 정인규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종종 만나기는 했는데, 내가 프로에 입단하고 나서부터는 거의 만나지 못했다.
“오래 기다렸냐?”
정인규가 내 어깨를 툭 건드렸다.
덕분에 정인규 머리 위로도 정보창이 보였다.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고 졸업해야 하는 제자들이 걱정스럽다.
반가움에 즐거웠던 것도 잠시,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는 문장이었다.
내 앞에 있는 친구가 고등학교 야구부 코치라는 걸 잠시 잊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3학년이면 졸업을 앞둔 시점이기도 했다.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면, 대학에 가거나 신고선수 테스트를 봐야 했다.
만약 그것마저도 안 된다면.
그대로 야구를 그만둬야 할 수도 있었다.
지금 시기에 가장 힘든 건 선수 본인이겠지만, 그들과 지난 3년을 함께 훈련한 코치의 마음도 절대 편할 수가 없었다.
나도 그렇고 정인규도 마찬가지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는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다.
그랬기 때문에 그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근데 너 올 때 다리가 보이더라? 나는 이렇게 추워서 덜덜 떨고 있는데.”
“야.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일단 들어가자.”
정인규가 나에게 어깨동무를 하더니 어디론가로 걸었다.
점점 바람이 아까보다 더 강하게 불어서 몸을 움츠렸다.
“근데 우리, 얼마 만에 보는 거지?”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흐릿했다.
“최근에는…… 너 병원에 있을 때 보고 처음인 거 같은데.”
“그렇게 오래된 건 아니네.”
사실 지난 몇 달 동안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살다 보니 시간이 어떻게 가고 있는지도 몰랐다.
“근데 너 요새 잘나가더라. 여기저기서 소식도 많이 들리고.”
“잘나가기는 무슨. 그냥 일하다 보니까 그렇게 된 거지.”
“그리고 지금 몸은 괜찮냐?”
정인규가 내 머리를 가리키며 물었다.
이제는 내가 다쳤다는 사실도 잊을 만큼 아무렇지 않았다.
“이제 전혀 문제없다. 내가 아팠다는 것도 까먹고 있을 정도야.”
“그렇다면 다행이네.”
근데 도대체 지금 어디로 가는 거지?
꽤 걸어온 것 같은데도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근데 지금 애들 방학 아니냐? 학교에는 왜 나온 거야?”
“연습하는 애들 도와줘야지.”
“날씨가 이런 데도 나와서 연습하는 애들이 있어?”
추워서 몸도 굳을 테고, 땅바닥에 있는 흙도 딱딱하게 언 상황이라 도저히 훈련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다.
“다 방법이 있지.”
정인규의 입꼬리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갔다.
“야, 너는 코치라는 애가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댄데 애들을 그렇게까지 잡냐. 우리 학교 다닐 때도 이 날씨에는 훈련 안 했어 인마.”
“기다려봐. 아마 깜짝 놀랄 거다.”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더 어이가 없었다.
잠시 후 처음 보는 건물 하나가 눈에 띄었다.
* * *
“우와. 이게 다 뭐냐?”
“장난 아니지?”
실내로 들어서자마자 저절로 입이 벌어지며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이곳은 바로 실내 연습장이었다.
고등학교에 실내 연습장이라는 곳이 있다니.
내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상상조차 할 수가 없었다.
진심으로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왔다.
타자들이 타격과 수비 훈련 그리고 투수들이 불펜 피칭을 할 수 있는 공간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연습 경기를 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는 아니었지만, 기본적인 훈련을 하는 데는 충분해 보였다.
오늘은 밖은 살이 에일 것같이 추운 날씨인데도 실내연습장에서는 따뜻함 마저 느껴졌다.
고등학교 야구부가 사용하는 훈련장이라는 걸 고려한다면 정말 완벽한 곳이었다.
꾸준하게 실력을 갈고닦아야 하는 어린 선수들에게 정말 유용한 시설이었다.
“여기 진짜 대박이다. 언제부터 있었던 거야?”
“진짜 좋지? 최근에 우리 학교가 성적이 좋았잖냐. 그거 덕분에 겨우 얻었다.”
“이걸 학교에서 지어줬다고?”
“교장 선생님이 이곳저곳 뛰어주기도 했고, 선배들이 보내준 후원금도 꽤 있었지. 이거 진행하면서 중간에 몇 번 엎어졌는지 세지도 못하겠다. 진짜 겨우겨우 됐다. 완공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어.”
그동안 있었던 험난한 과정이 떠올랐는지 정인규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 정도 훈련장이면 겨울에 굳이 멀리 전지훈련 안 가도 되겠는데?”
“근데 또 그렇지는 않은 게. 지금은 방학이라 인원이 적어서 실내에서 다 같이 하는 거지. 여기서 선수단 전체 모아서 훈련하는 건 꿈도 못 꾸지.”
그러고 보니 야구단 전체가 동시에 훈련하기에는 공간이 부족해 보이긴 했다.
“그럼 오늘 나와 있는 저 친구들은 어떤 애들이야? 에이스들인가?”
열 명 정도 되는 선수들이 줄을 맞춰 연습장에서 달리고 있었다.
“……그건 아니야.”
정인규가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잠시 답을 머뭇거렸다.
나는 조심스럽게 정인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정인규의 눈빛에서 씁쓸함이 느껴졌다.
“요즘에는 야구도 사교육이야. 학교에서 단체 훈련하는 거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거지.”
현실적으로 학교에서 감독과 코치가 선수를 한 명씩 붙잡고 개인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짚어주기는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사설 교육 기관들도 정말 많아졌다.
방학이 되면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고 사설 교육기관에서 일대일 레슨을 받고 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 얘네들은…….”
“너도 잘 알고 있겠지만, 그런 데서 레슨 한 번 받는 데 얼마냐. 방학 내내 레슨받는 거, 웬만한 집에서는 감당 못 한다.”
“그렇긴 하지.”
내 입가에는 쓴맛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번에 지명 못 받고 졸업하는 애들 중에 대학 못 붙거나 신고선수로 안 받아주면 갈 곳 없어지는 애들도 있을 거잖냐.”
“…….”
나는 그 말을 듣자 잠시 옛날 생각이 났다.
10여 년 전에 내가 경험했던 것과 다를 게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최근 몇 년 동안 우리 학교가 대회 성적이 좋은 편이기도 하고 잠재력 있는 애들도 여럿 있어서 어떻게든 대학이야 합격하겠지만, 프로 선수가 될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잖아.”
“그렇지.”
갑자기 마음에 무거운 돌이 얹어진 기분이었다.
“그런 애들이 나와서 연습하겠다는데, 코치가 발 뻗고 쉴 수 있겠냐. 조금이라도 도와줘야지.”
정인규가 구석에 있던 배트를 집어 들었다.
“타격 훈련도 시켜? 너 투수였잖아?”
그러고는 타격하는 자세를 잡았다.
“내가 투수 출신이었다고 투수 훈련만 도와주면, 타자 애들은 어떻게 하라고.”
“너도 참 대단하다.”
어이가 없어 웃음이 피식 터졌다.
“잠깐만 기다려줄 수 있지? 훈련 조금만 도와주고 올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인규가 장난스레 내 어깨를 툭 치고는 배트를 돌리며 야구공이 가득 담긴 박스를 향해 걸어갔다.
“자! 훈련 시작하자.”
그의 모습을 본 후배들이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는 훈련할 준비를 시작했다.
나는 방해가 되지 않을 만한 곳에 앉아 후배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오!”
잠시 후,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자마자 나는 눈을 크게 뜨고 감탄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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