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62
62화>
시즌 개막전 (1)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드디어 오늘 우리가 애타게 기다리던 야구가 시작되는 날입니다.
-개막전은 언제나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죠. 지켜보는 제가 다 떨리네요.
-버팔로즈와 호크스의 맞대결을 앞두고 있는데요. 어떻게 보고 계시나요?
-버팔로즈가 지난 시즌 마지막에 연패에 빠지면서 아쉽게 가을 야구를 하지 못했는데요. 2군 감독이 새로 부임하기도 했고, 구단 스태프 구성을 포함해서 선수 라인업에도 변화가 많습니다.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보는 게 좋을까요?
-가장 눈길이 가는 부분은 아무래도 버팔로즈의 중심타자 오석훈 선수와 박성주 선수겠죠. 지난 시즌 후반부터 아주 뜨거운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예상했던 대로 이번 시즌은 개막전부터 1군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버팔로즈와 호크스의 시즌 개막전! 잠시 후에 중계 방송해 드리겠습니다.
개막전이 열리는 오늘은 토요일 낮이었다.
개막전이 주는 기대감과 주말 낮에 열리는 경기답게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나는 관중들을 보며 미소 지을 수밖에 없었다.
“장관이 따로 없네.”
바로 오석훈과 박성주의 등번호와 이름이 박힌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관중들이 입고 있는 버팔로즈 유니폼의 절반 정도는 두 선수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기 어려웠던 몇 달 전과 비교해 보면 격세지감이 느껴졌다.
지난겨울 버팔로즈와의 연봉협상에서 유니폼 판매량 단위가 달라질 거라고 호언장담했었는데, 예상대로 될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들었다.
나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경기장으로 들어갔다.
* * *
경기 시간이 가까워 올수록 경기장에는 점점 더 많은 관중들이 자리를 채워가고 있었다.
오석훈과 박성주도 가볍게 몸을 풀고 있었다.
오석훈의 표정에서는 긴장감이 한껏 느껴졌다.
“뭐 이렇게까지 긴장했어?”
굳은 오석훈의 표정을 본 박성주가 어깨를 툭 치며 한마디 던졌다.
“아닌데?”
“아니긴 뭐가 아니야. 엄청 긴장했는데.”
“…….”
오석훈의 표정이 아까보다 더 딱딱하게 굳었다.
“현우 선배도 도착했겠지?”
“아까 도착했다는 거 같은데.”
“선배도 긴장되겠지?”
“아마도?”
박성주가 오석훈을 흘끗 보더니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아무리 그래도 너보다는 덜할 거 같긴 하다.”
박성주의 농담에도 오석훈의 표정에서는 여유가 느껴지지 않았다.
“와아아아-”
“오오오. 승리를 위하여. 버팔로즈 파이팅!”
“영원토록 사랑한다. 최강 호크스!”
경기장에는 양 팀 팬들의 뜨거운 환호성과 떼창으로 부르는 팀 응원가로 가득 찼다.
그리고 오후 2시가 되자, 모든 선수들이 경기를 시작할 준비를 마쳤다.
-자, 드디어. 새로운 시즌의 첫 경기가 시작되겠습니다.
-개막전도 144경기 중에 한 경기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겠죠. 분위기라는 것도 무시할 수는 없잖아요?
-그렇습니다. 팀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는 시즌 첫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는 것만큼 확실한 것도 없을 테니까요.
역시 개막전답게 버팔로즈와 호크스 모두 에이스 투수를 선발로 내세웠다.
양 팀 선발 투수는 이번 시즌부터 새로 합류한 용병 투수였다.
타선도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거쳐 최고의 실력과 컨디션을 보이는 선수들로 구성됐다.
물론 버팔로즈의 중심에는 3번 타자 오석훈과 4번 타자 박성주가 있었다.
홈 팀인 버팔로즈가 먼저 수비로 경기를 시작했다.
박성주는 3루 베이스 옆에, 오석훈은 우익수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버팔로즈의 새로운 투수가 처음으로 팬들에게 선보이는 순간인데요. 어떤 선수인지 소개 좀 해주시죠.
-메이저리그에서는 7경기에 출전했습니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많지도 않고 뛰어난 성적을 냈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만, 기대해 볼 만한 점은 트리플A에서 훌륭한 성적을 보여줬다는 점인데요. 선발로 뛰면서 통산 평균자책점 3.62의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오. 상당히 좋은데요?
-구종으로는 평균 150km/h의 포심 패스트볼, 투심, 커브, 슬라이더 그리고 포크볼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구종은 바로 투심입니다. 땅볼 유도를 잘하는 투수이기도 한데요. 내야 수비가 탄탄한 버팔로즈와 궁합이 잘 맞을 것 같습니다.
마운드에 선 투수는 모자를 벗어 하늘을 향해 기도하고는 다시 모자를 쓰면서 투수판에 다리를 올렸다.
“파이팅!”
박성주는 짧은 영어로 긴장했을 투수에게 힘을 실어줬다.
투수가 박성주와 눈을 마주치며 눈을 찡긋 감는 걸 보니 개막전의 긴장마저도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플레이 볼!”
심판이 시즌 개막전의 시작을 알렸다.
투수는 잠시도 주저하지 않고 자신 있게 포수의 미트를 향해 공을 던졌다.
펑!
틱!
상대 타자는 빠른 타이밍에 자신 있게 스윙을 했다.
하지만 공이 배트에 닿자마자 땅볼을 직감한 타자는 1루 베이스를 향해 전력으로 달렸다.
빗맞은 타구는 3루수 박성주를 향해 힘없이 굴러갔다.
상대 타자의 스피드가 빠르기 때문에 조급해지기라도 한다면, 실수가 나올 수도 있을 상황이었다.
“천천히, 천천히.”
주변에 있던 선수들이 박성주를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박성주는 날아온 공을 잡고 침착하게 1루수를 향해 던졌다.
“아웃!”
달려오는 스피드가 엄청나기는 했지만 확실한 아웃이었다.
“와아아아- 박성주! 박성주!”
팬들은 간단한 플레이에도 환호성을 보냈다.
투수도 박성주를 향해 엄지를 들어 올렸다.
-박성주 선수, 깔끔한 수비였습니다.
-투수의 공이 좋네요. 변화구도 필요할 때마다 스트라이크 존으로 잘 들어가고 있고, 종종 투심을 활용하면서 땅볼을 유도하는 것까지 훌륭한데요.
-데뷔전 첫 타자라서 긴장했을 법도 한데, 공 두 개 만에 아웃시켰습니다. 출발이 아주 좋습니다.
이어지는 타자와의 승부에서도 투수는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펑!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날 것 같던 변화구가 아슬아슬하게 걸쳐 들어왔다.
“스트라이크 아웃!”
“와아아아-”
심판의 역동적인 삼진 아웃 콜에 경기장은 또 한 번 환호성으로 채워졌다.
투수의 호투에 힘입어서 버팔로즈의 1회 초 수비는 빠르게 마무리됐다.
드디어 1회 말 버팔로즈의 공격 순서가 되었다.
버팔로즈의 1번, 2번 타자가 끈질기게 승부를 펼쳐봤지만, 호크스 선발투수의 위력에 눌려 출루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리고 3번 타자 오석훈의 타순이 돌아왔다.
-양 팀 투수들의 실력이 좋은 점도 있겠습니다만, 타자들의 타격 컨디션이 아직까지는 많이 좋지 못한 것 같은데요. 제대로 승부를 못 하고 있어요.
-타순이 한 바퀴 돌아서 두 번째 만나면 달라질 수 있을까요?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처음 보는 투수이기 때문에 투구 템포나 변화구의 각도가 낯설게 느껴질 거거든요.
-그렇군요. 이제 3번 타자 오석훈 선수가 타석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 결과를 보여줄까요?
오석훈은 타석을 향해 걸어가며 강현우가 앉아있을 만한 좌석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1군 개막전 선발 라인업에 자신이 이름을 올릴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존재.
잠깐 얼굴이라도 볼 수 있다면 힘이 될 거 같은데.
“어?”
멀리서 두 손을 세차게 흔들고 있는 남자가 보였다.
분명히 강현우였다.
멀었지만 정확하게 알아볼 수 있었다.
강현우는 오석훈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두 손을 입에 갖다 대고는 무언가 크게 외치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가 정확하게 들리지는 않았지만 분명 힘을 북돋는 말이겠지.
오석훈은 입가에 밝은 미소를 띠며 타석으로 들어섰다.
상대 투수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후우우-”
왠지 오늘이 프로 데뷔전보다 더 떨리는 것만 같았다.
-오석훈 선수가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기술적인 타격을 하는 스타일인 데다, 장타력도 있고 스피드도 굉장하거든요.
-우익수로서 보여주는 레이저 송구도 만만치 않죠?
-그렇습니다. 지난 시즌에 정말 매력적인 중장거리 코너 외야수의 잠재력을 보여줬는데요. 이번 시즌에도 그 모습이 이어질 수 있을까요?
‘훈련했던 대로만 하자. 현우 형하고 연습했던 대로만.’
‘타격 연습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
이제까지 해왔던 것과 똑같이 타격 준비를 해가기 시작했다.
오른손과 왼손을 순서대로 겹쳐 배트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높은 스윙 한 번, 낮은 스윙 한 번.
그사이 투수도 사인 교환을 마쳤는지, 손가락이 보이지 않게 글러브로 가린 채 그립을 바꿔 잡고 있었다.
오석훈은 투수의 눈을 보며 타격 자세를 취했다.
와인드업을 한 투수가 다리를 쭉 뻗어 스트라이드를 하고는 공을 놓았다.
오석훈은 수천 회 회전을 하며 날아오는 공에 시선을 집중했다.
펑.
“스트라이크!”
어?
궤적이 이상했다.
갸웃하며 고개를 들어 전광판 구속을 확인했다.
134km/h.
오다 살짝 떨어지는 궤적이나 빠르지 않은 구속으로 보니 체인지업이었다.
당연히 첫 번째 공은 패스트볼로 들어올 줄 알았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이라 배트를 휘두를 생각을 전혀 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나온다는 거지?’
완전히 허를 찔렸다.
‘그렇다면 나도 똑같이 갚아줘야지.’
오석훈의 눈빛이 날카롭게 바뀌었다.
다음 공을 던질 준비를 마친 투수는 이번에도 주저하지 않고 포수의 미트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공을 던졌다.
오석훈은 급하게 타격 자세를 바꾸었다.
-어…… 어?
-오석훈 선수가 기습 번트를 댔는데요! 애매한 곳에 잘 떨어졌습니다.
-위치가 애매하네요. 이건 투수가 잡아야 할 것 같은데요?
투수는 자신 앞으로 굴러온 번트 타구를 잡아서 곧바로 1루를 향해 던졌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오석훈의 스피드를 이길 수 없었다.
“세이프!”
“와아아아- 오석훈! 오석훈! 오석훈!”
1루심이 양팔을 좌우로 펼쳐 세이프를 선언하자, 경기장은 팬들의 함성으로 다시 한번 뜨거워졌다.
타구를 잡기 위해 급하게 몸을 날렸던 투수는 허탈해하며 숨을 헐떡였다.
-이건 오석훈 선수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플레이였습니다. 번트로 공을 떨어트려주는 것도 완벽했고, 엄청난 스피드로 확실하게 마무리했습니다.
-번트로 버팔로즈의 이번 시즌 첫 번째 안타가 완성됩니다.
-그리고 이건 단순히 안타 하나라고 볼 수가 없어요. 투수를 갑자기 뛰게 만들었기 때문에 호흡이 완전히 흔들리고 있을 거예요. 지금 숨 헐떡이는 거 보세요.
투수는 새로운 공을 받아들고 마운드로 가는 내내 거친 숨을 내쉬었다.
그러는 사이 재빠르게 타석으로 다가오는 선수는 4번 타자 박성주였다.
“박성주! 박성주! 박성주!”
기대에 찬 팬들의 환호성이 더욱 크게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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