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7
7화>
YJ 스포츠에이전시 (2)
됐다!
임예지의 눈빛을 보자 오석훈이 맞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나는 여기서 쐐기를 박듯 한마디 더 덧붙였다.
“저에게 맡겨주시면 다음 시즌에는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되어 있을 겁니다.”
“흠…….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되어있을 거라는 게 정말 실현 가능한 건가요?”
임예지가 의자에서 등을 떼며 두 손을 모아 깍지를 꼈다.
“예. 오석훈 선수는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있을 겁니다. 저는 그 방법을 정확하게 제시해 줄 수 있고요.”
“오석훈 선수에게 지금 필요한 게 뭐죠?”
“대표님. 혹시 오석훈 선수의 포지션이 어디인지 알고 계시나요?”
나는 대답 대신 오히려 질문을 던졌다.
“포지션이요……?”
“네. 수비 포지션이요.”
“요즘은 3루수로 나오는 경기가 많죠.”
“맞습니다. 요즘은 3루수로 출전하는 경기가 많습니다.”
내가 똑같이 말하자 임예지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그녀를 향해 나는 또 하나의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으신가요? 다른 선수들의 포지션을 이야기할 때도 그렇게 이야기하나요?”
“……!”
“지금 오석훈 선수의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자기만의 확실한 수비 포지션이 없다는 거죠.”
임예지가 아! 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멈추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타자에게는 수비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차지합니다. 안타는 10번 중에 3번만 쳐도 좋은 타자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만 수비는 10번 중에 1번만 실수해도 수비력이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리고 실책을 한 번이라도 하게 되면 그 경기에서 위축이 되고, 혹시 그 실책이 경기 결과까지 완전히 바꿔버리면 멘탈까지 흔들리게 되죠.”
임예지가 차츰 내 이야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물론 아무리 훈련을 해도, 선수 역시 사람인 이상 실책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한 포지션을 집중적으로 연습해도 어려운 게 프로 무대니까요. 그런데 매일 다른 포지션을 뛰는 것도 모자라 경기 중간에도 포지션을 옮기게 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실책할 확률이 더 높아지겠죠?”
“맞습니다. 포지션이 고정되지 않으니 실책이 많아지고, 실책이 많아지니 수비에서 안정감을 주지 못하고, 그러다 보니 감독 입장에서는 그 선수를 믿고 쓸 수 없게 되는 악순환이 생기는 겁니다.”
“그렇다면 수비 훈련이 가장 필요하다는 말인가요?”
“더 정확하게는 확실한 자기 포지션을 갖도록 해주는 겁니다. 우리가 어떤 선수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자연스럽게 그 선수의 포지션을 떠올리는 것처럼요.”
“음……. 하지만 오석훈 선수가 요즘 어려움을 겪는 건 타격에서 부진한 문제도 있을 텐데요? 그 부분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죠?”
임예지의 질문에 곧바로 대답했다.
“오석훈 선수의 타격 능력은 이미 검증됐습니다. 고교 시절에 4할을 넘나드는 엄청난 타자였고, 대회에서 타격왕을 여러 번 거머쥐기도 했죠. 프로에 와서도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자기에게 딱 맞는 타격폼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고, 매력적인 중장거리 타자가 될 수 있는 타격 메커니즘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니 수비에서 부담을 줄여주고 고등학교 시절의 타격폼만 찾을 수 있게 해준다면 그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겁니다.”
술술 이야기하는 내 모습이 나 스스로도 놀라웠다.
“그리고 오석훈 선수는 이미 팬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외모도 훌륭하고 키도 큰 데다 비율까지 좋죠. 여기에 경기력을 올려서 1군으로 올려놓기만 한다면 팬들에게 사랑받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이것 때문에 YJ 스포츠에이전시에서 오석훈을 절대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다.
성적만 올려놓으면 밀려드는 협찬과 광고로 돈이 굴러들어올 게 뻔히 보이는데 쉽게 포기할 회사가 어디 있을까.
“하지만…….”
방금까지 고개를 끄덕이던 임예지의 미간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우리의 목표는 1군에 진입하는 정도가 돼서는 안 됩니다.”
역시 단어 하나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물론 목표는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성장시키는 겁니다. 그리고 충분히 그렇게 될 수 있고요.”
“확신할 수 있나요?”
임예지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네. 물론입니다.”
사실 이건 도박에 가까웠다.
경기력을 높이는 게 생각대로만 된다면 나도 스타 플레이어가 됐을 테니까.
하지만 오석훈이 이미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확신과, 그에게도 정보창이 보일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전혀 터무니없는 도박은 아니었다.
“근데 다음 시즌까지는 너무 길지 않나요?”
“네?”
“조금 더 빠르면 좋겠는데요.”
역시 성공한 사업가는 이유가 있는 건가.
제대로 한 방 먹은 기분이었다.
“6개월 뒤. 아니, 빠르면 3개월 안에 변화된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정말인가요?”
“네. 자신 있습니다. 대신…….”
“말씀하세요.”
내가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자 임예지가 편하게 말하라는 손짓을 보였다.
“오석훈 선수를 전담할 수 있는 권한을 저한테 주실 수 있나요?”
“오석훈 선수 전담이라…….”
임예지가 한참 동안 침묵을 지켰다.
괜한 말을 한 건가라는 후회가 밀려올 때쯤,
“좋아요. 같이 일해보죠.”
휴우.
다행히 통한 것 같았다.
“말 나온 김에 바로 계약하는 건 어떤가요?”
“좋습니다.”
“언제부터 일할 수 있나요?”
“당장 오늘부터도 가능합니다.”
“오늘이요? 무리하지 않아도 돼요. 막상 일 시작하면 많이 힘들지도 몰라요.”
“어차피 다른 일도 없어서요.”
“좋아요. 그럼 바로 계약서 쓰고 오석훈 선수 만나러 가시죠.”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흐뭇한 표정으로 마주 미소를 짓던 임예지가 회의실 밖으로 나가더니 누군가를 불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거대한 덩치의 한 남자와 함께 돌아왔다.
키도 나보다 살짝 컸고 덩치도 좋은 편이었다.
살이 좀 있는 편이긴 했지만, 티셔츠를 입고 있음에도 몸이 단단하다는 게 느껴졌다.
“반갑습니다. 김민환이라고 합니다.”
“저는 강현우라고 합니다.”
덩치가 있는 만큼 악수할 때 느껴지는 악력도 만만치 않았다.
악수를 마치고 다시 김민환을 보니 그의 머리 위에도 정보창이 보였다.
-최근 업무량 때문에 밤늦게 퇴근하는 날이 많아져서 힘들어하고 있다.
-@x$!의 더딘 성장 때문에 임예지의 압박이 심해져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제는 정보창이 꼭 선수가 아니더라도 야구와 관계된 사람에게서 보이는 거라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두 줄이나 보였다.
이번에도 특수문자가 보였지만 오석훈을 의미한다는 걸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었다.
“오늘부터 현우 씨가 오석훈 선수 전담 매니지먼트를 맡아줄 거예요.”
“석훈이를요?”
김민환의 눈이 커지며 화들짝 놀랐다.
“네.”
“그건 제 업무인데요?”
“요즘 들어 팀장님 일이 많아져서 힘들어하시지 않았나요?”
“그렇긴 하지만 석훈이는 제가 맡는 게 여러모로…….”
무언가 주저리주저리 설명하려는 김민환의 말을 임예지가 중간에 잘랐다.
“오석훈 선수 관련해서 업무 인수인계해주시고, 당장 필요한 내용도 전달해주세요. 처음 며칠 동안은 같이 다니면서 분위기를 알려주시는 것도 좋겠네요.”
“대표님. 요즘처럼 중요한 상황에서 갑자기 담당자가 바뀌면 혼란스럽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해오던 것들도 있는데…….”
“김 팀장님.”
임예지의 표정이 순간 차갑게 변하자 옆에서 지켜보던 나까지 괜히 긴장이 됐다.
“그 해오던 방법이라는 걸로 지금까지 무슨 변화가 있었나요?”
임예지의 물음에 김민환이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어, 그게…… 아직 부족하기는 하지만…….”
“앞으로 3개월 동안은 현우 씨가 전담할 겁니다. 회사에서 해줄 수 있는 거라면 고민하지 말고 지원해주세요. 중요한 것만 저한테 보고해주시고요.”
“아…… 네.”
미소는 온데간데없이 서늘한 표정으로 김민환을 보던 임예지가 고개를 돌려 나를 향해서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다시 입꼬리를 올렸다.
“현우 씨. 우리 열심히 해봅시다.”
“네!”
“두 분은 여기서 더 이야기 나누세요. 저는 다음 미팅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
임예지가 인사를 하고 회의실을 떠나려고 하자 김민환이 급히 그녀를 따라나섰다.
김민환이 나가면서 문을 닫더니 임예지와 회의실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듯했다.
문이 닫혀있는 데다 거리도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대화 내용이 잘 들리지는 않았다.
덕분에 면접을 보는 동안 나를 짓눌렀던 긴장감을 내려놓고 잠시 쉴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김민환이 다시 회의실로 돌아왔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표정이 그리 밝지 않았다.
임예지와의 대화가 생각대로 잘 풀리지 않은 것 같았다.
김민환이 들어오고 나서도 말이 없자 몇 초간 어색한 적막이 흘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것 같았다.
“현우 씨, 식사했어?”
“아니요. 아직 안 먹었는데요.”
“그럼 조금 이르긴 한데. 밥부터 먹을까?”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김민환이 몸을 돌려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 * *
김민환이 나를 데려간 곳은 허름한 식당이었다.
“바로 여기야. 어때? 입구부터 맛집 느낌 나지 않아?”
그러고 보니 김민환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놓고 있었다.
나보다 나이는 많아 보이지만 초면인 걸 고려하면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다.
“네……. 그러네요.”
“배고프다. 어서 들어가자.”
식당 안으로 들어가자 이미 식사를 하고 있는 사람이 여럿 보였다.
“이모, 여기 백반으로 2인분이요!”
김민환이 내 의견을 묻지도 않고 멋대로 음식을 주문했다.
“현우 씨. 혹시 안 먹는 음식 있어?”
“아니요. 은퇴하고 나서는 다 잘 먹습니다.”
내 대답을 들은 김민환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으로 머리를 가리키며 물었다.
“아 참. 머리는 괜찮아?”
“지금은 괜찮아졌습니다. 생활하는 데 불편한 점도 없고요.”
“아휴 다행이네. 나 그때 라이브로 중계 보다가 깜짝 놀랐잖아.”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며칠 동안 못 깨어났을 정도면 후유증이 심각한 거 아닌가? 머리를 다친 거니까. 지금은 아니더라도 나중에 나타날 수도 있는 거고…….”
김민환의 표정을 보니 방금 던진 말에서 비아냥거리는 듯한 느낌을 받은 게 기분 탓만은 아닌 것 같았다.
지금 나한테 저 말을 하는 이유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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