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10
10화. 이거 미행인 거 같은데
우리는 동시에 최미연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청부살인이라 생각한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나마 우리 중엔 한설아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을 테니.
“언니가 최근 들어 엄청 불안해하더라고. 누군가에게 쫓기는 것처럼.”
최미연은 하던 말을 끊고 핸드백에서 전자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휴우, 이제 좀 살 것 같네. 누가 짭새 아니랄까 어찌나 이것저것 따지고 묻는지……”
아까 내 품에서 오열했던 모습은 어디가고 냉랭한 표정이다.
‘도대체 어느 쪽이 진짜인 거야?’
가면을 쓰는데 능숙해도 그렇지 표정이 너무 다양하다.
아니, 다양한 게 아니라 돌변했다고 해도 될 정도로 어색함이 없다.
최미연은 어떻게 살아왔기에 저렇게까지 변한 것일까.
잠시 그녀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지만 일단 억누르고, 그녀가 말하다가 끊은 내용에 대해 물었다.
“설아누나가 누구에게 쫓겼다는 말이에요?”
“나야 모르지. 그냥 최근에 연락할 때 그렇게 느껴졌다는 거야. 그래서 너희들 찾으려고 서둘러 움직인 거고. 늦으면 언니가 위험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
그녀의 말에 전민성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 정도로 청부살인이라고?”
“우리 전검사 빡빡하네. 왜? 꼭 증거가 있어야 돼? 난 너처럼 검사도 아니고 짭새도 아니거든.”
“야, 최미연. 사람이 죽었어. 그것도 설아누나가. 그런 식으로 단정 지으면 상황만 더 꼬이는 거 몰라?”
“꼬이긴 뭐가 꼬여. 여자의 감으로 얘기하는데 언니는 분명 계획적으로 살해당한 거야.”
계획적 살인이라.
누가? 왜?
한설아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잔인하게 죽임을 당해야 했을까.
“여자의 감으로 그게 누군지는 몰라?”
전민성이 빈정거리며 툭 내뱉었다.
“내가 점쟁이니? 그걸 감으로 알게?”
“후우, 말을 말자. 말을 말아.”
“그래, 말 그만하고 들어가서 정보나 좀 캐와.”
“무슨 정보?”
“짭새들이 언니 살인사건 현장조사 했잖아. 그거 좀 자세히 알아오라고, 둔탱아. 넌 어떻게 검사까지 되고도 여전히 눈치가 없냐?”
그녀의 놀림에 전민성은 이를 바드득 갈며 걸음을 옮겼다.
그러면서 한 마디 하는 건 빼먹지 않았다.
“너 이번 일 끝나고 보자. 불법이든 편법이든 싸그리 조사해서 콩밥 먹여줄 테니까.”
“퍽이나!”
그녀는 경찰서 내부로 들어가는 전민성의 등 뒤를 향해 혀를 쏙 내밀며 웃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혀를 찼다.
‘이래서 민성이 형이 셋이서 같이 보자고 했구나.’
최미연과 단둘이 만났을 때도 지금과 같았을 것이다.
그녀의 말만으로는 믿음이 가지 않았을 터.
전민성은 나를 통해 한설아에 대한 일이 사실인지 확인하려고 한 것이 분명했다.
“누나, 왜 쓸데없이 형을 놀리고 그래요.”
최미연은 배시시 웃으며 답했다.
“재밌잖아. 호호호.”
“설아누나가 죽었는데 그러고 싶어요?”
“아까 짭새 앞에서 많이 울었거든! 그리고 계속 질질 짜고 있을 때도 아니고.”
“……”
“김천수, 그 X자식이 그런 게 분명해!”
최미연은 처음으로 독기 가득한 눈빛을 보였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전민성에게 들은 말을 들려주었다.
그쪽 세계에 가까이 있는 그녀의 입을 통해 그 말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은 목적도 있었다.
“어떻게 생각해요?”
“틀린 말은 아니야. 확실히 덩치 큰 조직들은 눈에 띄는 짓은 안 하려고 하니까. 그리고 흑룡파 간부라는 입장, 그리고 김천수 그놈의 성격을 생각하면 언니를 죽일 이유가 부족한 것도 맞아.”
“……”
“근데 민성이가 모르는 부분도 있어.”
양지에 속한 사람들이 알 수 없는 부분인가보다.
음지에 사는 그들만이 아는 어떤 것.
최미연은 그걸 말하려는 것 같았다.
“뭔데요?”
“죽은 사람이 창녀라는 거.”
“그게 무슨 말이에요? 형도 알고 있잖아요. 설아누나가 그쪽 일 했다는 거.”
“호호, 민성이 뿐만 아니라 너도 모르는 부분이야.”
“……?”
뭘 모른다는 건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우릴 보는 시선, 편견, 뭐 그런 거 있잖아.”
“……!”
“좀 감이 와? 고작 창녀 한 명이 죽은 일이라는 말이야. 게다가 언니는 고아에다 출소 후에 줄곧 이쪽 일을 해온 거나 다름없어서 우리 말고는 제대로 된 지인도 없어.”
그래서 모른다고 말한 거구나.
저쪽에 속해야 그런 시선을 받을 수 있으니.
“이번 사건이 주목을 안 받을 거라는 말이네요.”
“맞아. 그리고 그건 일반 사람들뿐만이 아니야. 이쪽 세계에서도 마찬가지고.”
이해했다.
어쩌면 같은 음지에 있기에 더 하찮게 볼지도 모른다.
인간의 원초적인 면이 더 부각되는 세계니까.
“그놈들 입장에서는 그냥 일개미 한 마리가 죽은 거야. 신경 쓸 일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불알 쪼그라들 일도 아닌 거지.”
“일리가 있네요. 근데 그놈은 지금껏 설아누나를 부려먹었는데 그렇게 갑자기 죽였을까요?”
“싫증이 났을 수도 있지. 그리고 언니가 몸 팔아서 버는 돈이 적은 건 아니겠지만 이쪽 업계에서 볼 때 전성기는 지난 나이거든.”
정말 전성기가 지났으니 폐기처분한 걸까?
그래서 원장이 죽은 것과 마찬가지로 칼로 찔러서 죽인 걸까?
‘근데 그렇다 하더라도 그렇게 시체를 남길 필요가 있을까? 민성이 형 말대로 납치해서 죽인 후 아무도 모르게 처리하는 게 안전하지 않나?’
아무리 생각해도 최미연의 주장은 살해방식을 설명할 수가 없다.
김천수가 싫증 나서, 전성기의 수입에 미치지 못해 죽였다는 것도 그렇다.
그놈은 적어도 남을 괴롭히는데 싫증을 냈던 적은 없다. 돈도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욕심 많은 놈이고.
객관적으로 보자면 전민성의 주장이 더 설득력 있었다.
“일단 경찰도 김천수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움직일 테니까 상황을 지켜보죠. 뭔가 나오면 민성이 형이 알려줄 수도 있으니까.”
내 말에 최미연은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봐요?”
“아니, 네 말이 꼭 김천수가 범인이면 어떻게 하겠다는 듯이 들려서.”
저게 아까 말한 여자의 감인가.
묘하게 날카롭네.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요. 그냥 상황을 지켜보자고 했잖아요.”
“그랬나? 호호.”
최미연은 더 따져 묻지 않고 전자담배를 즐겼다.
그 모습에 나도 한 대를 더 피웠다.
그러는 사이 경찰서로 들어갔던 전민성이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둘이서 아주 너구리굴을 만들었네.”
틱틱 대는 말에 최미연이 쏘아붙였다.
“너도 몸에서 담배냄새 쩔거든. 잔말 말고 알아낸 거나 얘기해봐.”
“별 건 없어. 아무래도 수사초기라서.”
“그래서 아무것도 없다는 거야?”
“아무것도 없다고는 안 했거든. ”
전민성은 품에서 접혀있는 종이를 꺼냈다.
펼쳐보니 A4용지였고, CCTV화면이 인쇄되어 있었다.
“설아누나의 사망추정시각을 기준으로 복도 CCTV를 확인한 거야. 거기 찍힌 세 놈이 용의자고.”
검은색 복면을 뒤집어 쓴 세 명.
체구도 평범하고 이렇다 할 특색이 없었다.
“이놈들, 현관문 앞에 몰카를 달아서 비번을 알아내기까지 했어.”
“……”
대범하다, 그리고 무언가 이상하기도 하고.
복도에 있던 CCTV는 나도 보았으니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걸 보았으면 찍힐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CCTV에 찍혀도 상관없다는 생각이었을까요, 아니면 CCTV를 가릴 시간이 없었던 걸까요?”
전민성은 턱을 긁적이며 생각하더니 답했다.
“몰카를 설치할 때 어차피 찍혔을 거라고 생각했겠지. 얼굴을 다 가렸으니 안심한 것도 있을 거고.”
“그래도 이상한 걸요. 마치 잘 보라는 듯이 CCTV를 바라보잖아요.”
“가끔 있어. 저렇게 관종질 하는 미친놈들이.”
“아냐, 석훈이 말이 맞는 거 같은데.”
최미연이 종이를 뺏어들며 유심히 바라보았다.
“야, 찢어질 뻔 했잖아.”
“또 인쇄하면 되지 뭘 쫄아. 이거 봐, 이놈들 한 놈도 아니고 셋 다 CCTV를 보고 있네.”
“그게 뭐? 셋 다 관종이겠지.”
“아니라니까. 이렇게 얘기하고 있잖아. 보여줄게 어떻게 죽이는지, 그러니까 잘 봐. 하고 말이야.”
그녀가 종이를 들이밀며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너 뭐 초능력자냐? 종이의 소리가 들려? 내가 보기엔 이놈들 그냥 중2병 관종이야.”
“어휴, 저런 둔탱이가 검사라고.”
“확실하지 않은 정보로 멋대로 추측하는 것만큼 수사에 위험한 게 없거든!”
전민성은 그걸 낚아채더니 접어서 품속으로 다시 넣었다.
“일단 둘 다 집에 가서 기다려봐. 벌써 차량 확인했고, 동선추적 중이니까. 부검에서 DNA 하나라도 나오면 용의자 특정할 수 있을 거야.”
***
웰빙헬스장.
체력단련용으로 매주 세 번은 이용하는 곳이었다.
“후욱, 후욱.”
세트를 끝낸 후 벤치프레스를 내려놓았다.
땀을 닦고 물을 마시며 전민성이 그동안 알아낸 정보를 잠시 상기했다.
‘대포차를 이용했고, 현장에는 머리카락 한 올은 물론 아무런 흔적도 전혀 없다라.’
심지어 도주경로를 추적하니 외진 곳에서 차를 버리기까지 했다고 한다.
단순강도살인이라 보기엔 너무 깔끔한 것이다.
-미연이 말대로 청부살인의 가능성도 있는 것 같다. 전문가가 아니면 이렇게 아무것도 없을 수가 없거든. 일단 부검은 진행 중이니까 결과 나올 때까지 기다려보자.
결국 또 기다리라는 말이었다.
나는 그런 전민성에게 물었다.
그가 말해주었던 청부업자들.
그들을 찾을 수는 없는지.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부정적이었다.
-사실 검경에서 몇 번이나 잡으려 했는데 지금까지 허탕만 치고 있어. 어찌나 철저한지 존재한다는 것만 알지 한 번도 단서를 남긴 적이 없거든. 나도 할 수만 있으면 그놈들 잡아서 털고 싶어.
갑갑한 상황이다.
범인은 있을 텐데 모든 게 안개 속에 가려진 상황이니.
명확한 것은 타살이라는 사실 하나밖에 없었다.
“후우······”
물병을 챙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머릿속이 복잡해서 더 이상 운동할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오늘은 일찍 들어가시네요?”
헬스장 사장이 샤워하고 나오는 나를 보고 물었다.
“대회가 얼마 안 남아서요.”
“아, 과하면 밸런스가 무너질 수도 있겠네요. 응원할게요, 하하하!”
“감사합니다.”
나는 헬스장을 나와 1층의 카페로 향했다.
아메리카노를 시켜 자리를 잡고 앉았다.
평소의 일상은 무척이나 여유로웠다.
나를 괴롭히는 것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외에는 없다고 할 정도로.
‘그래도 부모님에 대한 기억은 잊었는데 그건 도저히 잊혀지지가 않네.’
지금도 몽둥이를 보면 섬짓하고, 원장과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에게서 그의 모습이 보인다.
그 모습에 치가 떨려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작업하고 있긴 한데 언제까지 숨기는 게 가능할까.
아무리 염력이 증거를 남기지 않아도 실수 한 번이면 들킬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 세상의 눈과 귀는 정말 광대하니까.
아무리 조심해도 부족하다.
‘음?’
창밖을 보던 나는 문득 지나가는 차에 시선이 갔다.
진한 썬팅이 된 검은색 밴.
무슨 이유인지 근처를 빙빙 도는 느낌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누군가를 기다리는데 주차하기 마땅찮아서일 수도 있고, 어딘가를 찾을 수도 있으니.
그런데 카페를 떠나 연습장을 가고,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생각을 바꾸었다.
똑같은 차가 계속해서 눈에 띄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내가 살인행위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항상 주변을 의식하지 않았다면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은밀했다.
‘이거 미행인 것 같은데……’
누굴까.
어디서 살인의 흔적이라도 남은 걸까.
그렇게 조심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