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108
108화. 밥상 잘 차려 놨네
“저, 저놈들 지금 뭐하는 거야······”
D-9 섹터의 경계근무를 서고 있던 송주호는 복도 끝에 나타난 두 사람을 보며 순간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그의 옆에 있는 요원도 마찬가지였다.
“송가야, 저거 꼭······ 좀비 같지 않아?”
“네 생각도 그래? 설마 여기 연구원 새끼들 좀비 만드는 실험한 거 아냐?”
“야, 야. 저것들 달려온다. X발!”
그들의 머릿속에는 최근 넷플러스에서 보았던 조선좀비왕국이 떠올랐다.
입을 쩍 벌리고 미친 듯이 달려오는 모습은 꼭 그것과 같았다.
“쏴!”
“갈겨, X발!”
-드르르르륵! 드르르륵!
자동소총이 불을 뿜었지만 달려오는 속도를 늦추지는 못했다.
빗발치는 총알을 맞으면서도 두 사람?은 거침없이 달려와 그들의 팔을 물었다.
“으아아악!”
송주호는 자신도 감염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두려움이 엄습했다.
정신없는 와중에 허리춤의 대검을 꺼내 목을 마구 찔렀지만 팔목을 물어뜯는 좀비의 기세는 줄어들지가 않았다.
“끄아악! 죽어! 죽어!!”
-푹! 푹푹! 푹!
얼굴 위로 피가 분수처럼 튀었고 눈을 뜨기 힘든 상황이지만 송주호는 마구잡이로 대검을 휘둘렀다.
그런데 그때였다.
-텁.
누군가의 억센 손이 자신의 팔을 붙잡았다.
방금 전까지 함께 경계근무를 섰던 동료였다.
그는 목을 기괴하게 꺾으면서 뒤집어진 하얀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입을 쩍 벌리며 송주호의 목덜미를 물었다.
“꺼억!”
-콰직, 뿌지직.
목뼈가 부러지고 살점이 찢어지는 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이어서 두 개의 입이 어깨와 다리에 달라붙는 느낌이 들었다.
-꽈드득, 질겅질겅.
전투복이 통째로 뜯겨나가고 살점을 씹는 소리가 들려왔다.
송주호는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한 줄기 눈물을 흘렸다.
‘좀비라니······ 이렇게 죽긴 싫어······’
***
D-30 섹터.
지하연구실에서 가장 넓은 장소로 마치 포럼이 열리는 대회의장 같은 공간이었다.
발표자를 위한 중앙의 단상.
그 앞에 부채꼴로 배치된 의자가 계단식으로 배열되어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단상 뒤쪽에 투명한 강화유리벽이 있고 그 뒤로 공간이 하나 더 있다는 것이었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 안녕하십니까.
임동규 박사가 단상에 올라 앞에 자리한 인사들을 향해 말했다.
그들은 직접 시연회에 참석한 AKF의 일원들이었다.
그리고 오른쪽 벽의 화면이 켜지며 박춘금 이사장, 최두관 전 법무부장관, 고병진 경기도 도지사가 화상으로 참석했다.
AFK의 일원 중 죽은 양경환 국정원 기조실장과 유치장에 갇힌 에이전트 엘, 이한성을 제외한 전원이었다.
-프로젝트의 연구책임자로 있는 임동규입니다. 먼저 자리를 빛내주신······
“임박사, 인사치레는 됐네.”
그때 말을 자르며 입을 연 사람은 이도환 전직 대통령이었다.
AFK를 창설한 장본인으로 실질적인 수장임에도 조직의 일에 왈가왈부한 적이 없던 그가 나섰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컸다.
“내 듣자하니 오늘 시연회는 프로젝트의 방향을 바꾼 결과물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하던데, 그 말이 맞는가?”
-네, 그렇습니다.
“훼손된 오리지널 세포의 복원이 아니라 손상된 걸 가지고 유전자 조작을 했고?”
-……네.
“자신 있나?”
-예?
이도환은 손가락으로 사람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 그리고 이 자리에 참석한 이 친구들 만족시킬 자신이 있냐는 말이야.”
-……
“쯧쯧, 시연회 시작하기 전에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자네 모가지 걸게.”
-……!
“결과 보고 과반수 찬성을 받지 못하면 그 정도 대가는 치러야지. 그 짓거리 한다고 날려먹은 돈과 시간, 그리고 늦춰진 프로젝트 완성을 생각하면 말이야.”
-어, 어르신······ 그게······
“왜? 자신 없나?”
그때 조차신이 입을 열었다.
몸을 돌려 이도환을 보지 않고 앉은 자세 그대로 정면을 본 채였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이 있잖습니까.”
“뭐? 조회장 자네 방금 뭐라고 그랬나?”
“각하, 프로젝트의 목적은 분명 대한민국의 군대를 강군으로 만들기 위함이었습니다. 오리지널 세포의 복원이 아니라.”
“그래서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을 유전자 조작에 손을 댄 건가?”
두 사람은 지금 프로젝트의 방향성 결정을 위한 대변인이 되어 각자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었다.
즉, 참석자들에게 자신의 손을 들어달라는 호소였고 기싸움이었다.
“각하, 그렇게 따지면 오리지널 세포는 유전자 조작이 아닐까요?”
“뭐?
“이십년 전, 세계적인 생명공학자인 서병국 박사도 처음 보는 세포라고 했었습니다. 그 친구가 하버드, 나사 등 수많은 기관을 거치며 얼마나 많은 경험을 쌓았는지는 익히 아실 겝니다.”
“……”
“그런 사람이 처음 보는 세포라? 과연 그것이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결과물이 아니라고 단정 지을 수 있겠습니까?”
“……”
“다른 나라도 했을 겁니다. 아니, 지금도 하고 있겠지요. 강화군인의 개발에 유전자 조작은 지름길이자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니까요.”
이도환은 자신에게 대드는 듯한 조차신을 보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비록 자신이 AFK를 만들었고 그는 나중에 일원이 되었다지만 지금은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세 명 중 한 명이 된 상황.
명분 없이 깔아뭉개다간 조직이 반토막이 날 수도 있었다.
“추정일 뿐입니다.”
그때 박철우 육군참모총장이 나서서 이도환의 말을 거들었다.
“박총장, 애초에 프로젝트의 시작이 추정에서 시작했잖은가. 타국에서 강화군인의 개발을 진행하고 있음이 분명하니 우리도 시작해야 한다는 식으로. 어디든 좋으니 강화군인을 만들었다는 증거 있으면 어디 가져와보게.”
“물론 증거는 없습니다.”
“허허, 설마 날 상대로 코에 걸면 코걸이고 귀에 걸면 귀걸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겠지?”
“회장님을 어찌 그런 식으로 대하겠습니까.”
“허면?”
“개발의 시작은 추정이었을지언정 방향은 그래서는 안 된다는 걸 말씀드리는 겁니다.”
조차신은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박철우는 이도환의 옆에서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우리나라 병역제도는 징병제입니다. 최근엔 모병제에 대한 말도 나오곤 있지만 그래도 북한이 패망하지 않는 이상 바뀔 일은 없을 겁니다.”
“해서?”
“군에서는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부사관급 이상으로 구성된 특수부대에 적용할 예정이지만 대한민국의 부모들이 그걸 믿겠습니까? 본인들은요? 유전자 조작된 약물을 맞을 거라는 생각으로 가득 차서 병역을 기피하고 면제를 받기 위해 발악을 할 겁니다.”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 건 자네를 비롯한 군 상부의 잘못이네.”
“변명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그 생각을 바꾸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바뀌지 않는다면 프로젝트 결과물은 강군을 만드는 게 아니라 군이라는 시스템 자체를 붕괴시킬 게 분명합니다.”
그들은 팽팽하게 서로에게 맞섰다.
회의장에 자리한 사람들은 그 사이에서 눈치 보기에 급급할 뿐 자신의 의견을 말하진 않았다.
아직 한 명의 어르신이 사태를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늙은이가 한 마디 해도 될까요?
결국 화상으로 연결되어 있는 박춘금이 나섰다.
그녀는 이도환을 향해 말했다.
-각하, 기왕 거기까지 먼 걸음 했는데 보고 판단하는 게 어때요? 임박사가 준비하느라 고생했을 텐데 으름장만 놓지 말고.
“박여사, 자네 나와 박총장이 걱정하는 게 뭔지 몰라서 그런 말을 하는 게야?
-알죠. 하지만 전에도 말씀드렸잖아요. 나이 든 사람들이 젊은 사람들 도전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이도환의 입에서 젊은 사람의 도전이 아닌 조차신의 결정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박춘금이 그걸 모르는 것도 아니니 지금의 뜻은 시연회를 보고 함께 짓뭉개자는 의미가 분명했다.
“휴우, 알았네. 알았어. 임박사.”
-네, 각하.
“시연회 시작해. 어디 얼마나 대단하기에 이러는 건지 한 번 보자고.”
-아, 알겠습니다.
임동규는 단상에서 내려왔고 연구원에게 고갯짓을 했다.
그 순간 유리벽으로 가로막힌 공간의 내부에 있던 문 하나가 열렸다.
-그르르르.
낮고 굵은 저음.
그르렁거리는 소리는 단숨에 사람들의 심장을 조여들게 만들었다.
임동규는 마이크를 들고 설명을 했다.
-몸무게 350kg의 시베리아 호랑입니다. 현존하는 호랑이 중에서 가장 큰 종으로 일주일 정도 굶긴 상태입니다.
황색바탕에 검은색 줄무늬가 새겨진 대호는 주위를 어슬렁거렸다.
그때 반대쪽 문이 열리며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얼굴을 알아본 사람들이 입을 떡 벌렸다.
“저, 저 친구 조회장님 손자 아닙니까? 요즘 뉴스에 자주 나오던데.”
“조민철이었나? 엘을 잡은 그 친구 맞군요.”
그 말에 임동규는 다시 설명을 이었다.
-네, 조회장님 손자인 조민철 군이 맞습니다. 그리고 현재 개량형 CX-01을 맞은 상태이기도 합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에이전트 엘을 잡은 실력도 있으니 대호를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바랍니다.
사람들은 침을 꼴깍 삼켰다.
조차신이 자신의 손자를 무대에 세운 것도 놀랍지만 앞으로 벌어질 광경이 더 기대되기 때문이었다.
호랑이 VS 사람.
자극적인 소재였다.
수백 년 전 로마의 콜로세움에서도 이런 짓을 했을 정도로.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광경에 AFK의 인사들은 손에 땀을 쥐고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임동규의 설명도 이어졌다.
-개량형 CX-01은 피갑목(被甲目), 아르마딜로의 유전자를 배합했고 현재 조민철 군의 피부는 총을 맞아도 뚫리지 않을 정도로 강화되었습니다. 또한 기존 각성제인 CX-01의 절반 정도만 근력상승효과가 있지만 유지시간은 대폭 상승하여 두 시간까지 지속가능하도록 개선했습니다.
그때 조차신의 옆에 있던 조광호가 물었다.
“과거 콜로세움에서도 칼이나 창 정도는 쥐어줬는데 민철이에게 무기 하나 안 주는 겁니까?”
-처음엔 그럴 생각이었는데 조민철 군으로 대상을 세우면서 변경했습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에이전트 엘을 잡았으니까요. 이건 시연회이면서 실험이기도 합니다. 저는 민철 군이 히스테리칼 스트랭스를 발휘해 엘을 쓰러트렸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 잠재력을 여기서 또 다시 발휘할 수 있다면 죽는 건 민철 군이 아니라 호랑이가 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
조광호는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나같이 엄청난 권력을 지닌 사람들이기에 내색조차 하지 못했다.
여기서 다른 생각을 품었다가는 자신이 물려받게 될 신화그룹이 산산조각 날 테니까.
-크허어어엉!
그때 대호의 포효가 유리벽 너머 사람들의 피부를 짜릿하게 전율시켰다.
송곳니를 드러낸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릴 정도였다.
-다들 수호지 읽어보셨죠?
임동규는 조민철을 향해 달려드는 호랑이, 그리고 호랑이를 상대로 맞서는 조민철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개인적으로 오늘 여기서 무송이 호랑이를 맨손으로 때려잡았다는 일화가 사실이었다는 게 증명되었으면 합니다.
그 말에 동조하는 건 절반이었다.
그리고 절반은 조민철이 호랑이에게 잡아먹히는 잔혹한 장면을 보고 싶어 했다.
그렇게 쇼가 시작되려는 그때였다.
-콰앙!
회의장의 문이 열리며 피투성이가 된 보안요원이 들어와 소리쳤다.
“모두 피하십시오! 조, 좀······비······ 컥!”
-우득, 우드득.
“도, 도망······ 꺼억······”
-뿌드드득, 뿌득.
갑자기 쓰러져 온몸을 꺾고 비트는 보안요원이 고개를 모로 꺾은 채 허옇게 눈알을 뒤집었다.
그 모습에 사람들은 유리벽 너머 호랑이와 조민철의 사투가 아닌 눈앞에서 벌어진 기괴함에 눈을 떼지 못했다.
그때 공간을 울리는 묵직한 발자국 소리가 바깥에서부터 들려왔다.
모습을 드러낸 남자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밥상 잘 차려 놨네, 숟가락만 들면 되겠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