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11
11화. 그러는 넌 누군데?
나는 오래전부터 고민해왔었다.
과연 원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일반인이더라도 내 이득을 위해 죽일 수 있을까.
살인을 계속하는 한 언젠가는 목격자가 생길 것이라 생각했기에 끊임없이 고민했던 부분이었다.
그런 걱정이 후드티나 모자 등 복장으로 내 얼굴을 가리거나 잦은 이사를 하는 방식으로 드러났던 것이고.
그리고 지금, 애써 외면했던 현실이 다가온 것 같았다.
‘누가 미행하는지 확인 먼저 하자.’
아무리 고민해도 나오지 않는 대답일 것이다.
어쩌면 그 답은 내 본질이 무엇인지 말해주는 것이기도 할 테니.
-끼익.
주차를 한 후 곧바로 집으로 들어갔다.
불은 켜지 않고 창문에 쳐져있는 커튼 사이로 바깥을 살폈다.
검은색 밴이 시동이 꺼진 상태로 길 건너에 있었다.
‘계속 감시하는구나.’
입고 있던 후드티를 벗고 옷을 갈아입은 후 모자를 눌러썼다.
-스르륵.
벗어 놓은 후드티와 바지가 공중에 떠올랐다.
내가 집에 있는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서였다.
‘좋아, 이대로 천천히.’
평소에 연습을 한 보람이 있다.
염력으로 모양을 잡은 데다 움직임도 사람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나는 그 상태로 현관으로 물러선 후, 거실의 불을 켰다.
이러면 커튼에 비친 실루엣이 진짜 사람으로 보이게끔 만들어줄 것이다.
-띠리릭.
현관문을 나서 계단을 통해 내려갔다.
염력은 여전히 이어진 상황이었다.
한 번 연결된 이상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지더라도 움직일 수 있었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안 보이면 어디를 어느 정도로 움직여야 하는지 알 수 없기에 염력의 활용도가 낮았다.
단적인 예로 일반인이 RC카를 원격조종하는 것과 마찬가지랄까.
다만 거실은 내가 익숙한 공간이고 쇼파고 뭐고 아무것도 없기에 이리저리 오고가는 움직임을 유지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철컥.
오피스텔 정문이 아닌 화재용 비상문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곳에는 오토바이가 한 대 있었다.
나는 먼저 번호판을 바꿔달았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
스마트폰으로 거실에 설치해놓은 홈캠을 연결했다.
화면에 거실의 모습이 보이자 염력으로 옷을 움직여 전등버튼을 눌렀다.
잠을 자기 위해 불을 끈 것처럼 연출한 것이었다.
‘이제 어떻게 움직이려나. ‘
소등을 했으니 미행을 멈추고 갈까, 아니면 더 가까이 접근해올까.
검은색 밴을 주시하니 삼십분 정도 기다리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출발했다.
-부릉.
헬멧을 쓰고 오토바이의 시동을 걸었다.
이번엔 내가 저들을 미행하는 것이었다.
누가, 왜, 그리고 어디까지 나에 대해 알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
흑룡파 2인자 강신재.
그가 오른팔인 최칠상에게 내린 명령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강현성에게 마약을 판매한 약쟁이들을 잡아오는 것.
둘째는 강현성이 죽기 전 시비가 오고갔던 프로골퍼 염석훈을 납치하는 것.
그 중 비중을 크게 두어야 할 부분은 약쟁이들이었다.
마약이 사고의 원인으로 추정되기도 하고, 일반인과 약쟁이라는 신분이 지닌 차이가 크기도 하니 때문이었다.
그런 이유로 마약판매책 쪽은 최칠상이 직접 움직이고, 염석훈을 납치하는 건 측근인 장권일에게 맡겨졌다.
“형님, 저놈 저거 동선 따도 별 소용이 없겠는데요.”
운전대를 잡은 조직원의 말에 조수석에 앉은 장권일이 답했다.
“소용이 있는지 없는지 체크해봐야 알지. 뭐 얼마나 따라다녔다고 그런 소리야?”
“죄송합니다. 전 그냥 가는 곳마다 전부 사람이 많아서······”
“프로라잖냐, 프로. 핫바리라도 프로골퍼인데 인싸인 건 당연한 거 아냐?”
“하긴 그렇겠네요.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형님.”
“운전이나 똑바로 해. 미행 들키지 말고.”
장권일은 고개를 돌려 뒷좌석을 바라보았다.
“종우야.”
“예, 형님.”
“도로 CCTV 잘 체크하고 있지?”
그의 물음에 노트북을 무릎 위에 올려놓은 남자가 답했다.
“네, 경로 따라서 체크 중입니다.”
“쓸만한 도로 있으면 그쪽도 확인하고.”
이동경로 중 납치에 사용할 만한 도로를 일컫는 말이었다.
“넵, 요소요소 확인하겠습니다.”
“새끼, 은근 브레인이란 말이야.”
“감사합니다, 형님.”
장권일은 피식 웃고는 다시 앞을 보았다.
레인지로버는 여러 곳을 잘도 돌아다녔다.
그러길 반나절.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거주지로 예상되는 오피스텔에 다다랐다.
“흐음, 타고 다니는 차에 비해서 집은 영 별로네.”
오피스텔.
그것도 최근에 지어진 게 아닌 꽤나 낙후된 건물이었다.
동네 역시 주택과 오래된 빌라, 오피스텔이 모여 있기에 염석훈의 이미지와는 썩 어울리지 않았다.
“형님, 정만형님께서 주신 자료 보니까 이 새끼 부모형제도 없습니다. 금수저 아니에요.”
“진짜?”
“네.”
“프로골퍼 되는데 돈이 꽤 많이 든다고 들은 거 같은데 고아새끼가 재주도 좋네.”
장권일은 차창 너머로 오피스텔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야, 저 건물 말이야. 연식으로 봤을 때 복도 CCTV는 없을 거 같지?”
그의 물음에 용역일을 주로 나가는 조직원이 답했다.
“제 경험상 저 정도면 있어봤자 엘리베이터 하나뿐일 겁니다.”
“계단 이용하고, 문만 따면 끝이겠네. 종우야, 주변 CCTV는 어때?”
“전방 200미터 근방에 있는 게 답니다.”
“그것만 피하면 돼?”
“네, 목격자 피하고 주택가 골목 이용하면 차량 블랙박스에도 안 잡힐 겁니다.”
“좋네. 작업하기엔 여기가 딱인 거 같은데 니들 생각은 어때?”
“저희 생각도 그렇습니다.”
장권일은 오피스텔 중에 막 불이 켜지는 곳을 바라보았다.
염석훈 외에는 들어간 사람이 없었으니 저 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는 집도 체크했고……”
길거리를 보니 늦은 밤이라지만 인적도 드물다.
상황으로 보건데 오늘 작업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았다.
계속 주변을 살피는 장권일의 모습에 종우가 물었다.
“형님, 혹시 오늘 재낄 생각이십니까?”
“장소도 적당하고, 도주로도 나쁘지 않으니까 오늘해도 되잖아.”
“그게…… 내일까지 특별단속기간이니 행동조심하라고 지침이 내려왔잖습니까.”
“그거 아직 안 끝났어?”
“내일까집니다.”
“후우, 그럼 어쩔 수 없지. 저 새끼 운도 좋네.”
그때 염석훈의 집에 켜져 있던 불이 꺼졌다.
그와 동시에 커튼에 비치던 실루엣도 보이지 않았고 바로 잠자리에 들었음을 추측할 수 있었다.
“아이고, 아깝다. 저 새끼, 오늘 일찍 잘 모양인데.”
장권일은 입맛을 다시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지금 일을 가능한 한 빨리 끝내고 최칠상이 진행 중인 마약판매책을 조지는 일을 돕고 싶었다.
조금이라도 더 점수를 따기 위해.
“형님, 저놈도 자니까 그만 출발할까요?”
운전대를 잡은 조직원의 물음에 장권일은 그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새끼가 아까부터 눈치가 없어. 그러다가 저 새끼가 자는 게 아니라 잠시 외출하는 거면? 그건 체크 안 할 거냐?”
“아니, 전 형님께서 잔다고 말씀하셔서 그런 줄로만······”
“내가 잘 모양이라고 했지 언제 잔다고 했어?”
“죄, 죄송합니다.”
그게 그거 아닌가 싶고 억울했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깡패도 라인이고, 운전대나 잡는 자신 같은 말단이 줄을 잡으려면 발가락이라도 핥아야 하니.
“삼십 분 기다리다 안 나오면 출발해.”
“예, 형님.”
삼십 분 후,
목표대상은 여전히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장권일은 시간을 확인하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가자.”
그의 허락이 떨어지자 밴은 미끄러지듯 오피스텔 앞을 벗어났다.
그렇게 달려 도착한 곳은 강남의 유흥가였다.
“저기 모텔 앞에 세워.”
“예, 형님.”
장권일은 차에서 내린 후 말했다.
“종우는 내일까지 동선 짜놓고, 나머지는 업소 한 바퀴 돌고 숙소로 복귀해.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고.”
“알겠습니다!”
“특별단속기간 끝나면 그 새끼 바로 작업할 거니까 긴장해라. 참, 종우야.”
“예, 형님.”
“칠상형님 쪽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좀 알아봐.”
“예, 형님. 확인해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래, 가봐.”
밴이 출발하자 장권일은 모텔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주머니에서 꺼낸 자동차 키에는 삼각별 마크가 있었다.
-삐삑.
행동대장이 되며 받은 애마의 백미러가 펴지며 자신을 반겼다.
장권일은 흐뭇한 표정으로 운전석에 앉았다.
“캬, 이거지. 승차감이 다르잖아.”
그는 휘파람을 부르며 차를 출발시켰다.
모텔 주차장의 발을 지나 도로 위에 오르자 그 뒤를 오토바이가 거리를 두고 따라붙었다.
마치 위치추적기를 달아놓은 듯 갈림길에서 사라졌다가 사거리에서 다시 나타나는 움직임은 아무리 미행에 뛰어난 사람이라도 눈치 채기 힘들 정도였다.
-뚜르르르.
장권일은 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영감님, 접니다. 장권일.”
-말혀.
“이번 주에 한 놈 잡아갈 거니까 방 비워 놓으라고 연락드린 겁니다.”
-그려? 가마도 쓸 거여?
“큰 형님께서 직접 처리하실 거니까 아마 쓰게 될 겁니다.”
-큰 형님? 너한테 큰 형님이 누구였지?
“신재형님입니다.”
-아, 남바 투. 다음부턴 그냥 남바 투라고 햐. 복잡스러브니께. 너들은 어째 죄다 형님 아니면 큰 형님이냐.
“푸흐흐, 저 같은 놈이 높으신 분들 서열을 입에 올릴 수 있나요.”
-지랄헌다. 남바 투를 남바 투라고 하는데 머시 어때서.
노인의 너스레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어쨌든 부탁드립니다, 영감님.”
-야, 장가야.
“예.”
-내 듣자니 신재 그놈이 애들 여럿 움직이는 모양이던디······ 뭐 전쟁이라도 하는 거여?
“아닙니다, 그런 거.
-아니면 다행인디 적당히 혀. 피 많이 보면 현조 그놈 헌티 힘이 더 실리지 않겄냐.
“왜요? 현조형님이 조직을 이으면 영감님 밥줄 끊길까봐 그렇습니까?
-흘흘, 나야 밥도 먹을 만치 먹었고 살만치 살았제. 니놈들이 걱정이니까 그런 거 아니겄냐.
“걱정마십시오. 큰 형님께서 다 알아서 하실 겁니다.”
-하여튼 고집 쎈 놈들 같으니. 알았다, 이놈아. 끊어!
그 말과 함께 일방적으로 통화가 끊어졌다.
“영감 성질머리 하고는, 쯧.”
장권일은 폰을 다시 품속에 넣었다.
어느새 집 근처.
그는 고급 아파트 단지로 차를 몰았다.
이곳 역시 조직으로부터 받은 것이었다.
“역시 남자는 뽀대나게 살아야지.”
좋은 차, 좋은 집.
거기에 더해 두둑한 지갑과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는 조직원들.
장권일은 오늘도 뿌듯한 기분을 만끽하며 집으로 올라갔다.
-삐삑, 띠리릭.
현관문을 열고 들어간 그는 집안의 불을 켰다.
창밖에는 한강의 전경과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의 헤드라이트가 반짝이고 있었다.
“크흐, 언제 봐도 멋진 전망이구만.”
그는 곧장 화장실로 향했다.
샤워 후 맥주 한 캔을 마시는 것은 하루 일과의 마지막이었다.
-쏴아아아.
장권일은 쏟아지는 물줄기를 맞으며 생각했다.
공방 영감의 말이 희미하게 남아 머릿속에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흑룡파 내부에 생긴 두 개의 파벌.
그것은 강신재를 필두로 기존의 주먹세계를 고수하는 파벌과 오현조를 따르며 기업식으로 조직을 키우려는 파벌이었다.
강신재는 조직의 2인자이자 보스의 사위, 오현조는 보스의 아들이자 조직의 자금을 두 배로 불린 신성.
굳이 저울에 올린다면 아직은 강신재가 우위지만 점점 오현조의 입김이 강해지고 있었다.
시대가 변하기도 한데다 돈의 힘이 가지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현조형님이 보스가 되면 나 같이 주먹 쓰는 놈들은 다 쓸려나갈 거야.’
가장 좋은 체계는 오현조가 강신재의 오른팔이 되는 것이었다.
돈은 오현조가 벌고 강신재는 조직의 보스로서 음지와 양지를 아우르는 것.
장권일은 그것이 흑룡파의 이상적인 형태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오현조가 순순히 물러날 리 없다는 것이지만.
“에휴, 모르겠다.”
장권일은 고개를 젓고는 샤워를 대충 끝내고 화장실을 나왔다.
그런데 불이 꺼진 거실은 어두컴컴했다.
‘응? 아까 분명 불을 켰는데…….’
드문 일이지만 정전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핸드폰을 찾는 그때였다.
어둠속에서 누군가가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누, 누구냐?!”
대답을 기대한 것이 아닌 반사적으로 나온 말이었다.
“그러는 넌 누군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