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110
110화. 더 이상 나를 화나게 하지 마라
“이한성은 그렇다 치고 양경환이라는 그놈은 왜 명단에도 없고 여기 오지도 않은 거지?”
실무선에서 헤드를 맡고 있다면 시연회에 참석하는 게 당연할 텐데 말이다.
“죽었네. 죽었으니 안 온 게야.”
“죽어?”
“박총장! 자네가 말해봐. 양경환이 죽었다고 보고한 게 자네잖아!”
나는 무리 속에 있던 박철우를 향해 손가락을 까딱 거렸다.
“앞으로 나와.”
“야, 양실장은 엘이 죽였다! 조차신 회장에게 물어보면 더 잘 알 수 있을 거야.”
“이것들이, 지금 장난해?”
“엘이 양실장을 왜 죽였는지 그 이유는 우리도 몰라!”
“모르면 죽어야지.”
염력으로 박철우의 목을 죄었다.
“꺼억! 조, 조회장은 알 거야…… 별도의 지시를 다이렉트로 내리기도 하니까. 엘에게 아들인 조명호를 죽이라고 시킨 것처럼. 끄억, 이것 좀……”
잠깐만.
그럼 그때 이한성이 조명호의 저택에서 살인을 저지른 게 아버지인 조차신의 지시였다고?
무슨 그런 콩가루 집안이 다 있지?
나는 조차신에게 시선을 돌렸다.
“거기 늙은이.”
“……”
“설명해봐. 양경환, 당신이 죽이라고 지시했나?”
“그런 적 없다.”
마음속에 두려움은 있지만 공포심이 옅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달랐다.
무엇보다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자기는 잘못한 게 없다는 듯 꼿꼿한 모습이 말이다.
“아들 죽이라고 한 건? 손자를 호랑이 우리에 던져 넣은 건?”
“그게 네놈과 무슨 상관이지?”
“상관? 너희들은 그런 거 따지지 마.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하면 돼.”
“그래, 내가 그렇게 했다.”
일말의 흔들림도 없다.
저 늙은이는 마땅히 그래야 했던 일을 한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어차피 죽을 거 나도 하나 물어보지. 너도 강화시술을 받은 군인인가? 혹시 북조선에서 왔나?”
“시술? 이런 것도 시술일까?”
나는 고개를 돌려 조민철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죽어있는 시체를 움직여 온몸의 뼈를 기괴하게 꺾으며 일어나게 만들었다.
“당신 손자가 그러네. 복수하게 해달라고.”
“……!”
“그리고 북조선이니 남조선이니 신경 쓰지마. 당신이 신경 써야 할 건 그 동안 여기서 저지른 인체실험의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야. 저승에서 손발이 닳도록 빌어야 할 테니까.”
“빌어? 내가? 흥! 길거리에서 빌어먹는 거지새끼들 주워다가 잘 먹이고,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칠 기회를 줬는데 감사해야 마땅하지! 어차피 의미 없는 나무토막 같은 인생 아닌가!”
정말 기가 막힌 늙은이다.
사람이란 한 가지 사상에 물들면 저렇게 되는 것일까.
나는 조차신의 몸에 염력을 걸고 살짝 띄운 후 앞으로 나오게 만들었다.
“아무리 봐도 당신은 정상적인 사람이 아닌 거 같아. 어떻게 생각해?”
“죽여라! 너 같은 능력을 가진 강화군인이 북조선에 있는 줄 알았다면 인체실험이 아니라 더한 짓도 했을 텐데! 그것이 한탄스럽구나!”
“흐음, 가죽을 한 번 벗겨볼까? 도대체 뭐가 사람의 탈을 쓰고 있는지.”
“……뭐?”
염력으로 조차신의 옷을 갈기갈기 찢었다.
그리고 피부에 염력을 걸었다.
-찌이익!
“끄아아악!”
산 채로 껍질을 벗기기 시작했다.
조차신은 핏대를 세우며 저항했지만 소용없었다.
“왜? 아파? 인체실험이 아니라 더한 짓도 했을 거라며?”
-찌직!
“아아악!! 크악!”
“당해보니까 어때? 피해자들의 고통이 좀 이해돼?”
-찌이이익!
“끄어억······”
그 순간 무리 속에서 팍 하고 튀어나오는 그림자가 있었다.
조차신의 아들인 조광호였다.
손에 삼단봉을 쥔 걸 보니 시체들과 드잡이질을 하던 와중에 빼낸 듯 했다.
“죽어!”
“누구? 네 아버지?”
나는 달려오던 조광호의 몸을 움직여 조차신의 머리통을 내려치게 만들었다.
-빠악!
“꺼억!”
“아, 아버지!”
“광호야······ 끄으······”
“아버지 제가 그런 게 아니라 저놈이……”
“도망······가거라······”
“아버지이이!!”
조광호는 죽은 조차신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나를 쏘아보았다.
“이 악마 같은 새끼!”
“조카를 호랑이 우리에 넣고 구경하던 놈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
“민철아, 할아버지는 삼촌이 죽였으니까 삼촌은 네가 죽여드려라.”
그 순간 조민철이 입을 쩍 벌리고 달려들었다.
조광호는 기겁하며 막았지만 뒤로 넘어졌고 조카에게 몸을 내어주기 시작했다.
“으악!”
-콰드득, 꽈득.
“끄억······”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고, 아들은 그런 아버지를 죽이고, 할아버지는 손자를 호랑이 밥으로 던져주고, 그 손자는 삼촌을 뜯어먹고. 무슨 그리스 신화 같네.”
“크억······ 이 괴물새끼······”
“너희만 할까.”
나는 피식 웃어주고 남은 놈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전직 대통령 이도환, 육군참모총장 박철우, 서울경찰청장 이정구, 그리고 임동규 박사와 네 명의 연구원이었다.
“자, 이제 뭘 물어볼까······ 어? 이제 궁금한 게 없네? 이걸 어떡하면 좋을까?”
그때 임동규 박사를 비롯한 연구원들이 무릎을 꿇고 빌기 시작했다.
“살려주십시오. 저희는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맞습니다. 위에서 가족들을 가지고 협박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용서해주십시오. 평생 뉘우치고 살겠습니다. 피해자들에게 백 번 사죄할 테니, 제발 살려주십시오!”
“저, 저는 연구실 안에서 분석만 했을 뿐입니다. 인체실험 같은 거 손대지 않았습니다. 진짭니다.”
“전 이 짓거리들 전부 언론에 폭로하려고 자료 모아놓고 있었습니다. 집에 가면 있습니다, 믿어주세요!”
각자의 변명이 참 다양했다.
시켰다, 협박했다, 사죄하겠다, 손대지 않았다, 폭로하려고 했었다.
결국 제 살길 찾기 위한 발버둥일 뿐이면서.
“좋아, 살려주마.”
“……”
“단, 여기 이 시설에서 죽어나간 피해자들 이름 대봐. 전부는 안 바라니까 열 명 정도? 양심이 있으면 그 정돈 기억하겠지?”
“……!”
다섯 명의 연구원들은 누구하나 입을 열지 못했다.
“한 명도 없어?”
“조, 조민철.”
-우지직! 뿌지직!
조민철의 이름을 부른 연구원은 머리를 터트려버렸다.
“꼼수부리면 저렇게 대갈통 터지는 거야.”
“……!”
“뭐해? 내가 시간이 많아서 기회를 주는 거 같아? 다섯 센다. 하나.”
“전 세포 분석만 해서······!”
-우지직! 뿌지직!
“알려고 하지도 않은 새끼가 뭘 잘했다고 혓바닥을 놀려. 둘.”
“으으!”
“셋!”
“이, 이성현!”
-우드득!
“내가 거짓말을 구별 못할 것 같아? 넷!”
남은 두 사람의 표정은 체념으로 얼룩져 있었고 마음속에는 후회가 가득했다.
그래도 죽기 전에 잘못했다는 건 깨달은 모양이었다.
나는 보안요원의 시체에서 대검 두 자루를 꺼내 그들 앞에 던졌다.
“다섯. 자결해. 잘못한 걸 알았으면 사죄해야지. 목숨은 목숨으로, 안 그래?”
임동규와 한 명의 연구원은 덜덜 떨며 대검을 들었다.
그리고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자신들의 목에 박아 넣었다.
“……끄륵.”
“꺽.”
“끄으······”
적어도 그들은 후회를 하고 있었다.
남은 세 놈과 달리.
“너희들은 변명거리도 없지?”
그때 박철우가 격앙된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우,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이러는 거냐?!”
“……뭐?”
“인체실험? 알게 모르게 다른 나라에서도 하고 있을 거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래서? 그게 잘못이 아니라는 건가?”
“경쟁에서 뒤처지고 국방력이 약해지면 이 나라는 열강들의 입맛대로 좌지우지될 거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인사가 국정을 맡도록 유도하고, 방해되는 인사는 제거하겠지! 신체를 강화한 군인이 암살을 기도하면 평범한 군인이 막을 수 있을 것 같나?”
지X하고 자빠졌네.
자기들이 한 짓은 생각하지 못하는 건가.
“너희들도 했잖아? 열강인지 뭔지는 모르겠고. 너희들에게 유리한 놈들을 높은 자리에 앉히고, 방해되는 사람들은 블룸을 시켜 제거하지 않았나? 이런 걸 전문용어로 내로남불이라고 하던데.”
“그, 그건······”
“열강들은 하면 안 되는 짓이고, 너희들이 하면 당연한 짓인가 보네?”
“……”
“뭘 그렇게 잘못했냐고? 멍청해서 잘 모르는 모양인데 알기 쉽게 설명해주지.”
나는 후드를 벗고 얼굴을 드러낸 후 말을 이었다.
“내 이름은 서훈. 너희들이 죽인 서병국 박사의 아들이다.”
“……!”
“이제 뭘 잘못했는지 조금이라도 이해가 돼?”
세 사람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멍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회의장 내에 있는 모든 시체들을 움직여 그들에게 달려들게 만들었다.
“먹어 치워, 살점 하나 남기지 말고.”
***
경희궁 지하벙커 입구.
공돌이와 육손이는 위장신분증으로 무사히 보안요원들 사이로 섞여 들어갔다.
광화문 연구실의 보안은 신화시큐리티에서 특별히 선별된 요원들이 맡고 있었다.
전원 특수부대 정도의 이력은 기본으로 갖춘 자들.
그러니 아무리 전산상으로 보안요원 명단이 바뀌었어도 두 사람에 대한 최소한은 경계심은 가지고 있었다.
그들의 소속을 확인해줄 인물이 없었으니.
“알파팀, D-30 섹터로 이동한다.”
입구 경계를 맡은 알파팀 팀장의 말에 한 명의 요원이 물었다.
“그곳엔 베타팀과 감마팀이 있잖습니까. 무슨 일 있는 겁니까?”
“통제실에서 코드제로명령이 떨어졌으니 어서 이동해.”
“알겠습니다.”
“진철이, 상호는 남아서 여길 지키고 아무도 내부로 들이지 마라.”
“네, 팀장님.”
그때 공돌이가 나서며 말했다.
“여긴 우리가 지키고 있겠습니다.”
“아닙니다, 제 부하들 둘이면 충분하니 두 분도 저희 팀과 함께 같이 가시죠.”
“저희가 끼면 팀웍이 맞지 않을 겁니다. 저희들이 남을 테니 저 두 사람도 데려가십시오.”
“코드제로는 테러에 준하는 비상상황이라는 의밉니다. 국정원 대테러 특수작전팀이면 이런 때 나서야지 않겠습니까.”
공돌이는 진땀을 흘리며 둘러댔다.
“그게······ 저희는 변장한 스파이나 테러범을 가리는 임무를 맡고 온 터라 여기 있어야 합니다.”
“흐음, 그렇게 구체적으로 명령을 받고 오셨습니까?”
“……네.”
“알겠습니다. 그럼 저 친구들과 함께 여기서 출구를 확보해주십시오.”
“아니, 저희 둘이면 충분한데······”
“테러범이 여기로 오면 나가지 못하게 막아야 할 거 아닙니까. 몇 명인지 모르니 같이 있으십시오.”
“……네, 뭐 정 그러시다면야.”
그렇게 네 사람이 남게 되었고 알파팀장은 떠나기 전에 부하들에게 눈짓을 했다.
잘 감시하라는 의미였다.
김진철이 그를 향해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이상호는 수상한 두 사람에게서 눈길을 전혀 떼지 않았다.
‘다섯 세고 터트릴게, 오케이?’
공돌이가 눈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육손이는 여섯 번째 손가락을 살짝 펴며 알았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어? 에이전트 식스라더니 손가락도 여섯 개네요?”
이상호가 이죽거리며 육손이의 손목을 덥석 붙잡았다.
“왜요? 장애인이 국정원 요원이라서 이상합니까?”
육손이가 기분 나쁜 표정으로 되묻자 이상호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어이쿠, 그럴 리가요. 궁금해서 물어본 겁니다. 코드네임 식스, 손가락 여섯 개. 우연이 아닌 것 같아서요.”
“우연입니다.”
팔을 뿌리치려고 당겼다.
하지만 꽉 잡은 이상호의 손은 풀리지 않았다.
“그럼 방금 주고받은 그 신호는 뭡니까?”
“……!”
“남자 둘이서 내외하는 건 아닐 거고. 너무 티가 나서 아마추어 같잖아요, 국정원 대테러 특수작전팀 블랙요원이라기엔.”
그때 퍽 소리와 함께 공돌이가 한쪽 구석에 처박혔다.
김진철이 기습한 것이었다.
“커억.”
“어이, 뚱땡이. 너희 뭐야? 신화그룹 전산자료는 어떻게 바꿨어?”
“이익!”
공돌이가 달려들며 몸을 붙잡자 김진철은 팔꿈치로 등을 내려찍었다.
-뻐억!
“끄으······”
“뭐야? 아마추어도 아니고 일반인 이하잖아? 상호야, 그놈은 어때?”
그때 팔을 뒤로 꺾어서 육손이를 제압한 이상호가 답했다.
“이쪽도 마찬가지야. 누가 보낼만한 놈들이 아닌데?”
“그치? 뭐지 이것들?”
“어? 김진철! 그 새끼 막아?”
그 순간 김진철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공돌이가 품에서 꺼낸 팔을 부여잡았다.
“이익!”
“가만있어. 이건 뭐야? 사제가스탄?”
김진철은 공돌이의 손에서 커피캔처럼 생긴 가스탄을 빼앗았다.
“돌려줘!”
“흐음, 조잡한 걸 보니 사제 맞네. 이걸로 뭐하려고 했어? 너희들 목적이 뭐야?”
“……”
“말 안 해?”
발길질이 공돌이의 몸 위로 쏟아졌다.
김진철은 구둣발로 사커킥을 날리고 발바닥으로 머리를 내려찍었다.
그 순간 공돌이가 그의 바짓단을 움켜쥐었다.
“안 놔, 이 새끼야!”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공돌이의 손에는 오백 원이 쥐어져 있었다.
“더 이상 나를 화나게 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