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116
116화. 죽고 싶어 발악을 하는구나, 이한성
박춘금이 통화를 끊자 곧바로 전화기를 빼앗았다.
“이한성이 오지 않으면 당신도 저렇게 되는 거야.”
나는 허공에 떠있는 고깃덩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것의 정체는 그녀의 집사.
나에게 총을 겨눈 죄로 전신의 피부를 벗겨버린 것이었다.
-뚝, 뚝.
바닥에 떨어지는 핏물을 보며 박춘금이 잘게 몸을 떨었다.
그 끔찍함에 공돌이와 육손이도 고개를 돌리고 쳐다보지 못할 정도였다.
나는 숨이 끊어진 집사를 구석에 처박고 주변을 가득 채운 금고를 바라보았다.
작은 서랍형 금고들이었다.
-우지직, 쾅.
염력으로 모든 금고를 강제로 열었다.
그 속은 서류로 가득 차 있었다.
“이것들 다 챙겨서 민성이 형에게 넘겨.”
“네.”
공돌이와 육손이가 서류를 모으기 시작했다.
나는 그 사이 박춘금의 앞에 의자를 끌어와 마주앉았다.
“지금부터 몇 가지 질문을 하겠다.”
“……”
“세포X, 어디서 얻었지?”
박춘금은 내 물음에 답하지 않고 공돌이와 육손이 쪽을 힐끔거렸다.
서류들이 어지간히 신경 쓰이는 모양이었다.
“아주 희한한 족속들이라니까. 눈앞에서 사람 껍질을 벗기는 걸 보여줬는데도 돈이 눈에 밟히다니 말이야.”
그 순간 박춘금의 오른쪽 눈을 터트렸다.
예전이었다면 뽑았을 테지만 이젠 그냥 쥐어짜고, 터트리는 게 기본이 되어버렸다.
“아악!”
투명한 유리체가 오른쪽 눈에서 진물처럼 흘러내린다.
염력으로 왼쪽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말을 이었다.
“한 눈 팔면 이것도 똑같이 되는 거야. 남은 눈깔이라도 지키려면 집중해.”
“으으으······”
“세포X, 어디서 얻었나?”
“이, 일본. 언더그라운드 옥션에서 얻었다.”
노덕술과 방응모가 했던 말과 동일하다.
그렇다면 이유는 어떨까?
“왜?”
“강화군인 개발을 위해······악!”
코를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씩, 아주 조금씩 찢었다.
“진짜 이유는 그게 아니잖아. 거짓말 하면 코가 길어진다는 말 못 들어봤어?”
“아악! 악!”
“코 떨어지기 전에 말해.”
“재, 재산! 재산이 압류되는 걸 막으려고······ 아악! 그만!”
그제야 친일파 재산환수에 대한 말이 나왔다.
그녀는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며 딸기코를 넘어 시커멓게 변한 코를 어루만졌다.
“언더그라운드 옥션은 누가 여는 거지? 주최측 말이야.”
“그, 그건 몰라. 그저 지하경매라는 이름으로 초대장이 올 뿐 모든 게 베일에 싸인 곳이라……”
“그럼 세포X의 출처는?”
“출처는 불문에······악!”
이번엔 오른쪽 귀를 잡아당겼다.
“정말 들은 게 없어? 이거 달고 있어봤자 쓸모가 없네. 예쁘게 떼어줄 테니까 기다려봐.”
“아아악!”
-찌지직.
“지, 지하경제의 큰손 중 누군가가 만들었다는 소문만 있지 실체는 아무도 몰라. 도난품이나 장물이 많아서 출처도 알 수 없고. 정말이야!”
“큰손? 누구?”
-찌직
“아아악! 마, 마피아 같은 조직이겠지!”
“출처는 정말 짐작 가는 곳이 없나? 기억을 잘 되살려봐.”
“어, 없어. 정말 없어.”
“아니면 출처를 몰라도 상관없었던 거 아냐? 어차피 731부대로 조작하려고 했을 테니까.”
“……!”
-쫘악!
덜렁거리던 귀를 마저 찢어버렸다.
박춘금은 오른손으로 귀가 달려 있었던 부위를 부여잡으며 신음했다.
“노덕술과 방응모가 그러더군. 731부대에서 나온 세포로 인체실험을 한 한국정부, 그거 하나면 재산환수라는 말은 영원토록 나오지 않을 거라고.”
“……”
“선조는 나라를 팔아먹고, 후손은 국가이미지에 똥칠을 하고. 역시 핏줄은 어디 가지 않는 모양이야, 그치?”
“나, 나, 나는 그저 내 권리를 지키려 했을 뿐이다.”
“이빨을 이상하게 터시네. 당신들 권리가 정당하면 정식절차를 밟아서 지키면 되는 거 아냐?”
입을 벌리게 만들고 오른쪽 절반의 이빨을 뽑아버렸다.
대부분 임플란트였기에 강제로 뽑으며 턱뼈가 박살났는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꺼으윽, 꺼억.”
“내 앞에서 X소리 하면 이렇게 되는 거야.”
“……으으.”
“세포X와 731부대를 연결 지을 수 있도록 조작한 놈이 누구야?”
염력으로 오른팔을 부러뜨릴 준비를 했다.
박춘금은 그 느낌을 받았는지 사색이 되어 입을 열었다.
“이, 이시이 카츠키. 그 사람이 도왔다.”
이시이 카츠키.
그녀의 말에 따르면 731부대의 부대장이었던 이시이 시로의 손자라고 한다.
할아버지가 저질렀던 생체실험과 그 연구를 대상으로 도쿄대에서 학위를 받았고, 반성은커녕 업적으로 칭송하는 대표적인 극우학자라고 말해주었다.
“그놈도 세포X를 가지고 있나?”
“어, 없을 거다. 당시 낙찰 받은 사람은 다이이찌 그룹 회장이었고, 나도 그 사람에게 거금과 한국에서의 사업을 돕겠다는 약속을 하고 세포X의 일부를 받을 수 있었으니까.”
“낙찰 받은 사람이 다이이찌 그룹 회장이었다고? 흐음······”
다이이찌라면 일본의 유명제약회사다.
바이오기업이니 그들도 세포X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뭐 어쨌든 국내에서 연관된 곳은 더 없는 것 같군.’
언더그라운드 옥션과 세포X는 해외 쪽이니 관심가질 필요는 없다.
앞으로 나와 엮이지만 않는다면 나도 그쪽을 건드릴 일은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묻겠다.”
“……?”
“이시이 카츠키가 가지고 있는 자료가 비록 조작되었다지만 실제로 세포X가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넘어왔으니 진짜라고 우길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당신은 그런 생각은 못해봤나?”
“세포X의 보안은 드러나지 않도록 잘 관리를······”
“아니.”
나는 그녀의 말을 자랐다.
“드러났잖아. 광화문 지하연구실이 드러났고 인체실험 했다는 자료도 있으니 세포X에 대한 것도 조만간 공개될 거야. 그때 그 교수가 터트리면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묻는 거다.”
“그건······”
“처음부터 상정 자체를 안 한 모양이군.”
아마 과신했을 것이다.
그 정도로 AFK의 영향력이 엄청나긴 했을 테니까.
정재계, 군, 국가정보기관, 지하경제까지 그 뿌리가 미치지 않은 곳이 없었지 않은가.
‘이 여자는 이한성을 잡고 나서 바로 죽여야겠군.’
가짜자료라도 작은 근거만 뒷받침되면 진짜처럼 꾸미는 건 일도 아니다.
그녀가 한 일은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어? 형님. 그놈이 온 것 같습니다.”
공돌이가 벙커 내에 설치된 화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곳에는 저택 정원에 모습을 드러낸 이한성이 있었다.
그리고,
‘……민성이 형?!’
전민성이 함께 있었다.
그리고 그의 뒤에서 이한성이 총을 겨눈 상태였다.
‘고병진을 죽이러 갔다더니······’
박춘금은 이한성의 행적에 대해 그렇게 말했었다.
그때 느꼈던 감정으로 보아 분명 거짓이 아니었고.
아마도 고병진 다음으로 전민성을 찾아간 모양이었다.
“올라가자. 손님이 왔는데 반겨줘야지.”
***
이한성은 정원에 죽은 자들의 상흔을 살펴보았다.
대부분 총상이나 자상이 없는 걸로 보아 맨손으로 죽인 것이었다.
‘깔끔하게도 죽였군. 저 셋은 뭐에 당한 거지?’
가슴이 뚫린 상흔은 처음 보는 것이었고 흉기가 무엇인지도 짐작할 수 없었다.
그는 모르는 건 머릿속에 넣어두고 상대에 대한 분석을 시작했다.
‘족적으로 보면 둘? 셋? 많지는 않군.’
박춘금이 데리고 있는 놈들은 모두 동일한 일본식 조리를 신었기에 바닥에 남겨진 신발바닥의 패턴이 동일했다.
이한성은 그 차이를 구분하여 적의 수를 예측할 수 있었다.
‘세 명이서 열 명을, 그것도 무기를 든 자들을 죽였다라……’
아무리 자신이라 해도 방심할 수 없는 놈들이었다.
그는 전민성을 바라보다 총의 손잡이로 그의 뒤통수를 때렸다.
-퍼억!
이만한 실력자들을 상대로 인질까지 신경 쓸 수 없기에 기절시킨 것이었다.
이한성은 그를 어깨에 들쳐 메고 한 손에 총을 든 채 집안으로 향했다.
현관에는 땅딸만 한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쪽으로 와라.”
그를 따라 복도를 걸어가니 거실이 나왔다.
소파의 상석에는 후드를 눌러쓴 남자가, 오른쪽에는 통통한 몸집의 남자, 그리고 그 옆에는 엉망인 몰골의 박춘금이 있었다.
“어르신.”
“에, 엘.”
“조금만 참으십시오. 여기서 빼내드리겠습니다.”
이한성은 어깨에 메고 있던 전민성을 소파에 던지듯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의 머리에 총을 대고 말을 이었다.
“이 친구와 어르신을 바꾸는 게 어때?”
“그 사람이 누군데?”
후드를 쓴 남자의 말이었다.
이한성은 피식 웃으며 말을 받았다.
“이거 왜 이래? 그만한 경호원들을 붙여놓은 거 보면 중요한 사람인 거 아닌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한 번만 더 모른 척하면 이놈 머리통을 날려버릴 거다.”
당장이라도 방아쇠를 당길 듯한 모습.
그 순간 땅딸보와 통통한 남자가 움찔거렸다.
“이거 봐. 서로 아는 사이면서 왜 안쓰럽게 연기를 하고 그러시나.”
이한성은 피식 웃었다.
실력은 몰라도 연기는 어설픈 놈들이었다.
“쏴봐.”
“뭐?”
“쏴보라니까?”
“내가 못 쏠 거 같나?”
“자신 없나보네. 혓바닥이 긴 거 보니까.”
수적 우위를 믿은 도발이었다.
이한성은 여기서 기 싸움에 밀리면 끝이라고 판단했다.
‘저놈이 우두머리구나. 만만치 않군.’
그는 박춘금이 당한 오른쪽 귀와 마찬가지로 전민성의 귀를 날려버릴 생각으로 총구를 이동시켰다.
그런데,
“……!”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독가스에 당한 징조도 없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왜? 몸이 안 움직이나보지?”
“어, 어떻게······”
“어떻게긴. 이렇게지.”
-우드득.
“큭!”
갑자기 총을 든 오른손목이 바깥으로 180도 회전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비틀어 꺾은 것 같았다.
“내가 널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모를 거다.”
그 순간 박춘금의 머리가 방금 전 자신의 손목처럼 회전했다.
누가 보면 스스로 그렇게 한 것이라 착각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다.
-우득!
박춘금은 찍 소리도 내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게다가 부러진 오른손에서 빠져나간 총이 허공에 떠서 자신의 허벅지를 겨누었다.
-퓽!
“큭!”
-퓽퓽퓽!
그래봤자 피부는 뚫리지 않았지만.
“흐음, 손목을 돌릴 때 질기다 했더니 개량형 약물을 주입했나보군.”
“너, 넌 도대체 누구냐? 어떻게 그 약물까지 알고 있는 거냐?”
“글쎄. 나는 누구고, 어디서 왔을까?”
그 순간 이한성은 오른팔이 손가락부터 부러지며 으스러지는 걸 느꼈다.
-뿌드득.
“끄아악!”
마른 걸레 쥐어짜듯 비틀린 팔은 계속해서 꼬였다.
“이래도 안 끊어져?”
-트득, 트드득.
“끄으으으윽!”
이번엔 오른팔이 당겨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배정도 늘어나자 뚝!하고 팔이 끊어져버렸다.
“질기긴 해도 잡아 뜯으려면 못할 것도 없겠네.”
악마 같은 웃음이었다.
마치 팔다리를 다 뽑을 것 같은 분위기.
이한성은 서둘러 소리쳤다.
“더, 더 이상 날 건드리면 전민성의 목숨은 없을 줄 알아라.”
“이 상황에서 그런 협박이 먹힐 것 같아?”
“내가 아무런 대비도 없이 인질 하나만 믿고 여기까지 왔을 줄 아느냐!”
“……뭐?”
“전민성의 옷을 들춰봐라.”
그 순간 전민성의 셔츠가 저절로 뜯어지며 좌우로 벌어졌다.
다시 봐도 신기한 광경이었다.
‘설마 초능력인가?’
공상과학에나 나올법한 능력이라니.
이한성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현실에서, 자신의 몸으로 직접 겪고 있으니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그는 마음을 가다듬고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입을 열었다.
“어때? 그것도 초능력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나?”
“……”
“참고로 섣불리 건드리거나 타이머가 다하면 터질 거다.”
이한성은 전민성에게 입혀놓은 폭탄조끼를 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하지만 올라간 입꼬리는 천천히 아래로 내려왔다.
후드를 쓴 남자의 분위기 때문이었다.
“죽고 싶어 발악을 하는구나, 이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