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117
117화. 그래? 그럼 넌 이제 X됐네?
너무 만만하게 보았다.
인질을 잡고 있든 말든 보자마자 염력을 사용하면 얼마든지 뜻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 여긴 것이었다.
‘그런데 폭탄이라니.’
영화에서나 보던 폭탄을 실제로 보니 저게 정말 진짜인지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전민성의 목숨을 담보로 그걸 확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띡, 띡, 띡, 띡.
폭탄조끼에 설치된 타이머가 0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시한폭탄.
놈의 말대로 섣불리 건드리거나 타이머가 다하면 터질 것이다.
-공돌아, 폭탄은 볼 줄 몰라?
-전혀요.
그러고 보니 녀석이 만든 개틀링 건도 전부 유압식이었다.
인터넷에 사제폭탄에 대한 자료가 돌아다녀도 그는 화약엔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잘못 건드렸다가 터질까봐 겁을 먹은 것이 이유라면 이유였다.
-육손이 너는 저거 해체할 줄 알아?
-당연히 모르죠.
하긴 물어볼 사람에게 물어야겠지.
나는 이한성을 바라보았다.
폭탄이 드러나자마자 저놈의 마음속에는 안도감이 기어 나오고 있었다.
자신의 뜻대로 상황을 주도할 수 있을 거라 믿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죽고 싶어 발악을 하는구나, 이한성?”
강하게 나가야 한다.
끌려가더라도 놈의 마음에 공포심을 심어 놓아야 빈틈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 한 번의 틈이 이 상황을 뒤집을 것이고.
“나, 날 건드리면 전민성은 죽는다. 그래도 괜찮다는 거냐?”
염력으로 놈의 상의를 찢었다.
혹시 저놈의 심박수와 폭탄이 연결된 장치가 있을까 해서 확인한 것이었다.
“몸에 아무것도 없군. 역시 널 죽여도 당장 터지는 건 아니야, 그치?”
“……뭐?”
“30분이면 시간 많잖아.”
“나, 나만 알고 있다. 오직 나만이, 이 폭탄의 해체코드를 알고 있단 말이다.”
“거 대단한 치트키네.”
그 말을 듣자마자 이한성의 왼팔을 부러뜨렸다.
이어서 똑같이 잡아 뜯을 준비를 했다.
“끄아악!”
“폭탄으로 하는 협박은 터지기 전까지 유효하다지. 그 말은 그전까지는 협상의 여지가 있다는 뜻 아니겠어?”
“나, 날 죽이면······”
“안 죽여.”
염력으로 오른팔이 떨어져 나간 부분의 근육을 조이며 지혈해주었다.
“이런 식으로 이 왼팔도 뽑고 지혈할 거다. 그 다음은 뭘 뽑을지 기대되지 않아?”
-뿌드드득!
“아악!!”
“30분! 네가 버티는지, 내가 네 입을 열게 만드는지 어디 해보자고.”
-뿌지직!
이윽고 왼팔까지 뽑아버렸다.
놈은 꺽꺽 거리며 핏발 선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내가 제대로 된 코드를 말해줄 거 같으냐. 어디 마음껏 해봐라, 나는 전민성과 같이 죽을 테니까.”
거짓이다.
동요하는 놈의 마음속이 훤히 보인다.
“그렇게 해.”
“……!”
“근데 말이야. 난 네 입을 열게 만들 자신이 있거든.”
“헛수고 하는 거다. 난 절대……읍!”
“이빨 그만 털고 이 악 물어라.”
염력으로 입을 막은 후 팔에 감아 놓은 와이어를 풀었다.
-슈르륵, 슈륵.
열 가닥의 와이어는 허공을 유영하다 이한성의 팔이 떨어져 나간 양 어깨로 파고들었다.
강화된 피부를 뚫는 대신 상처를 통해 몸속에 집어넣는 것이었다.
“끄으으으으!”
“피부가 질기니까 구분도 잘 되고 좋네.”
내장은 건드리지 않았다.
와이어는 놈의 피부와 근육사이를 기어 다녔다.
“이거 보여?”
-치직, 치지직.
“블룸의 장의사였던 놈이 가지고 다니던 건데 아는지 모르겠네.”
“끄윽……”
“이걸로 재미를 꽤 봤어. 브로커들 몇 놈이 이걸 당하고는 학을 떼더라고. 부하들보다 못 버티면 쪽팔릴 테니까 정신줄 단단히 잡고 버텨봐.”
스파크가 튀는 사이에 와이어의 끝단을 물렸다.
-파지지직!
“끄르르르.”
-파지직, 파지직!
“끄륵, 끄륵.”
전기고문에 살이 타는 냄새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그럼에도 이한성은 정신을 잃지 않고 그걸 버텨내고 있었다.
‘안기부의 전설적인 요원이라더니······’
확실히 정신력이 남다른 것 같긴 하다.
이 정도면 침을 질질 흘리며 목숨을 구걸할 만한데 말이다.
-형님.
공돌이가 갑자기 텔레파시로 말을 걸어왔다.
-왜?
-저러다가 심장마비라도 오거나 쇼크로 죽어버리면 어쩌죠?
-그래서 살살하라고?
-그냥 걱정되니까 물어보는 거예요. 코드를 말하지 않고 죽을까봐……
-걱정마라, 다 생각이 있으니까.
전기충격기의 배터리가 거의 닳은 그때 타이머는 어느새 10분가량을 남겨놓고 있었다.
“크, 크흐흐······ 10분 남았군. 이거 어쩌나, 나는 아직 버틸만한데 말이야.”
“……”
“왜? 초조한가?”
초조한 건 자신이면서 웃기고 있다.
놈은 고문을 버텨냈지만 지독한 고통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상황.
그걸 숨기기 위해 의연한 척 하는 것이다.
‘슬슬 넘어가 줄까······’
나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말했다.
얼굴에 졌다는 표정과 연기를 두른 채.
“지독한 새끼. 너 같은 독종은 처음 본다.”
“더 해보지 그래. 푸흐흐.”
“10분 남았는데 뭘 더해? 같이 있다가 폭발에 휘말리라고? 둘이서 끌어안고 죽어. 우린 갈 테니까.”
“……뭐?”
“저 인간 목숨? 더 이상 뭘 어쩌겠어? 경호원도 붙여주고 할 만큼 했는데. X신처럼 붙잡혔으니 본인이 감수해야지.”
전민성과 놈을 남겨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흔들리는 이한성의 마음이 느껴졌다.
죽기 직전까지 몰렸다가 탈출구가 생겼으니 각오가 희석되는 모양이었다.
사람이라면 당연한 반응이다.
“가자.”
“혀, 형님.”
“5분 남았다. 니들도 같이 죽을래?”
텔레파시로 속내를 설명해주었다.
왜 내가 이한성의 두 다리만큼은 건드리지 않았는지를.
‘분명 빈틈이 생길 거야.’
전민성의 목숨은 염려할 필요가 없다.
장담하는데 섣불리 죽이진 않을 테니까.
놈은 나에 대한 정보를 캐내려 할 것이다.
초능력자.
이 얼마나 매력적인 미끼인가.
초인적인 능력을 얻기 위해 인체실험까지 했으니 초능력자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일 터.
혼자가 된 이한성에게는 다시 입지를 다지기 위한 구명줄로 보일 것이 분명했다.
***
-삑, 삑삑. 삑.
이한성은 턱으로 폭탄조끼에 달린 키패드를 눌렀다.
타이머를 정지시키는 코드였다.
대신 정해진 시각에 새로운 코드를 입력하지 않으면 다시 타이머가 가동되도록 설정을 해놓았다.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다.
‘후우, 일단 목숨은 건졌군.’
인질과 시한폭탄을 준비했음에도 양팔을 잃었다.
무엇보다 경험해보지 못한 초능력에 대한 당황스러움에 대처를 빨리 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알았으니까 이제는 대응할 수 있어. 그걸로 만족해야 해.’
이한성은 전민성을 걷어찼다.
들쳐 멜 수 없으니 깨워야 했다.
“큭······”
“일어나시죠, 전검사님. 바로 이동해야하니까.”
“······”
전민성의 눈은 양팔이 사라진 이한성의 어깨를 보고 있었다.
“가서 얘기합시다. 나도 당신에게 물어볼 게 많거든.”
전민성은 아직도 얼얼한 뒤통수를 만지며 상체를 바로 세웠다.
일본풍의 내부인테리어로 보아 정원에서 보았던 근대가옥의 내부인 모양이었다.
밖으로 나가니 들어올 때와 변한 것은 없었다.
기모노를 입은 시체들도 그대로였다.
그런데 이한성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잔뜩 경계하고 있었다.
“도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러는 거냐?”
“닥치고 걷기나 하세요.”
국치길로 내려온 그들은 전민성의 차가 주차된 곳으로 향했다.
이한성은 계속해서 주변을 살폈다.
‘지켜보는 눈은 없는 것 같은데······ 아니야, 분명 미행할 거야.’
순순히 물러간 놈들은 백이면 백 꼬리를 붙인다.
그러니 보이지 않고, 찾을 수 없다고 해도 이한성은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출발하십시오.”
전민성은 천천히 차를 출발시켰다.
폭탄을 몸에 두르고 있는 이상 반항할 재간은 없었다.
***
블룸의 비밀안가.
이한성은 그곳에 숨겨놓은 치료제인 RX-01을 먹고 한 숨을 돌렸다.
이곳까지 오는데 다섯 군데의 안가를 거쳐 비밀통로를 이용했고, 차량을 바꿔 탔다.
그 과정에서 미행으로 보이는 차를 따돌렸고, 철저하게 확인 후 비밀안가로 몸을 숨길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추적장치가 붙어있지 않은 이상 여기까지 쫓아올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쪽에 앉으십시오.”
이한성은 턱짓으로 자신의 앞에 놓인 의자를 가리켰다.
“이 폭탄은 언제 떼어 줄 거지?”
“제 궁금증을 풀어준다면 해체코드를 알려드리죠.”
“이것 때문에 너무 불안한데……”
“보다시피 팔이 이래서 말입니다. 아무리 전검사님이 일반인이라지만 제 입장에서 풀어주는 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전민성은 코웃음을 쳤다.
“당신 팔다리가 없어도 내가 이길 거 같진 않은데.”
“안 됩니다.”
“그럼 내 몸을 결박하면 되잖아. 불안해서 죽을 것 같다고. 당신 같으면 불발탄 껴안고 대화할 수 있겠어?”
“……”
“제발 이 망할 폭탄 좀 떼 달라고!”
불안한 기색이 보이긴 했다.
폭탄을 상대로는 훈련 받은 군인도 그러할 진데 일반인인 전민성은 오죽할까.
하지만 이한성은 지금의 모습에서 위화감이 느껴졌다.
연기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드르륵.
이한성은 어깨로 창문을 밀어서 열고 바깥을 살폈다.
그의 매서운 눈빛이 작은 움직임도 포착할 듯 번득였다.
이곳은 폐가처럼 방치된 비밀안가였기에 주변에 사람이 사는 곳이 전혀 없었다.
그러니 자그마한 인기척이라도 있다면 금세 알 수 있을 정도로 조용한 장소였다.
‘내가 너무 예민해진 건가······’
미행을 따돌렸음에도 이런 불안함이라니.
그만큼 끔찍한 고문이었다지만 이한성은 자신이 이렇게 나약했었나 하고 반문했다.
아무래도 현역에서 물러난 지 너무 오래된 모양이었다.
그는 무기창고에서 수갑을 입에 물고와 전민성 앞에 뱉었다.
“이걸 발목에 채우십시오.”
은색 수갑은 자주 보던 물건이었다.
“이거 사제 아니잖아. 경찰에서 사용하는 거 같은데 이런 건 어떻게 구한 거지?”
“쓸데없는 소리 그만 하고 차기나 하세요.”
-따라락, 따라락.
전민성은 순순히 양 발목에 수갑을 채웠다.
“해체코드는 11A4569L입니다.”
시키는 대로 코드를 누르자 멈춰 있던 타이머의 LED가 팟 하고 꺼졌다.
폭탄장치의 전원이 내려간 것이었다.
전민성은 서둘러 조끼를 벗은 후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놓았다.
“이거 좀 멀리 치워줄 수 없나?”
“후우······”
이한성은 앞으로 다가가 조끼를 발에 걸친 후 문밖으로 던졌다.
“그, 그러다가 터지면 어떡해?”
“절대 안 터지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래? 그럼 넌 이제 X됐네?”
“……뭐?”
그 순간 천장이 와장창 무너졌다.
찬바람과 함께 먼지가 사방으로 비산하는 와중에 이한성은 설마라는 표정으로 눈을 떼지 못했다.
아니나 다를까 누군가가 먼지 속에서 바닥으로 내려서고 있었다.
실루엣으로 보건대 후드를 쓰고 있었고, 분명 그 남자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하필 전민성이 폭탄조끼를 벗고 그 조끼를 멀찍이 던진 순간이라니.
우연이라기엔 너무 절묘한 타이밍.
서로 의사소통이 되었다는 확실한 의심이 들었다.
‘어떻게 신호를 주고받은 거지? 그런 낌새는 없었는데.’
미행이 따라붙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데 집중했다지만 전민성은 눈앞에 있었다.
손가락의 움직임, 눈을 깜박이는 것조차 체크했기에 모스신호라도 잡아내지 못할 리 없었다.
‘헉! 이 상황에서 무슨 생각 따위를 하는 거냐!’
예전 같았으면 생각하기도 전에 몸이 반사적으로 움직였을 것이다.
이건 현장을 떠나 위기의식이 결여되었다기보다 본능적인 포기에 가까웠다.
저자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이 도주를 포기하게 만들고, 자신이 뭘 놓쳤는지 따위를 생각하게 만든 것이었다.
“여어, 또 보네?”
먼지가 걷히며 드러난 얼굴은 섬뜩한 미소를 입에 걸고 있었다.
이한성은 그 미소를 보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