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121
121화. 이젠 좀 조용히 살려고 했는데 가만 놔두질 않네
뒷조사는 당하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기분 나쁜 행위다.
그것이 선의든 악의든 말이다.
같은 초능력자건 뭐건 뒷조사를 떠올리니 첫인상이 좋을 수가 없었다.
-노, 노. 오해하지 마세요. 뒷조사를 하진 않았으니까.
-그럼 뭐냐?
-네오휴먼의 능력이에요. 제가 텔레파시를, 그리고 당신이 네크로맨서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실비아도 네오휴먼이거든요.
잠깐만, 네크로맨서?
내가 네크로맨서라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뭔가 착각하고 있구나.
‘일단 모른 척하고 있자.’
나는 속내를 숨긴 채 물었다.
-실비아라고 했지? 당신 능력은 뭐지?
그 순간 붙잡고 있는 손에서 꺼림칙한 느낌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내 위화감은 사라졌고, 실비아는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왜, 왜 이러지······
-실비아, 왜 그래?
-아무것도 읽을 수가 없어.
-뭐? 지금 접촉한 상태잖아?
-그런데도······ 안 돼.
읽을 수가 없다라.
설마 내가 생각하는 재수 없는 능력은 아니겠지?
-뭘 읽어? 설마 독심술이라도 하는 건가?
-비슷해요.
그녀는 놀란 눈을 가라앉히고 나를 보며 말을 이었다.
-제 능력은 사이코메트리에요.
사이코메트리(Psychometry).
유명한 초능력이다.
사람이나 사물의 기억을 읽는 능력.
네크로멘서로 착각하고 있는 건 광화문을 다녀왔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체를 이용한 건 그때뿐이었으니까.
-방금 그 느낌이 사이코메트리인가보지?
-그걸 느꼈어요?
-흐음, 그럼 허락도 없이 남의 기억을 뒤적거린 거네?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목을 움켜잡았다.
염력이 아니더라도 이 정도로 가냘픈 목은 얼마든지 부러뜨릴 수 있었다.
그래도 명색이 운동선수니까.
“커흑! 꺽!”
“어떻게 해줄까? 너도 죽여서 좀비로 만들어줘?”
그때 실비아 너머에 있는 텔레파시 능력자가 다급하게 말했다.
목을 만지고 있는 상황이라 다시 연결된 모양이었다.
-그만해요. 실비아는 능력을 보여주려고 했던 거지. 다른 의도는 없었어요.
-의도는 중요하지 않아. 이 여자의 행동이 내 기분을 더럽게 만들었다는 게 중요하지.
-네오휴먼끼리 서로를 증명하는 건 능력을 보여주는 것밖에 없어서 그런 거예요. 우리들끼리의 인사치레 같은 거니까 부디 이해해주세요.
-그런 거면 미리 설명하는 게 예의 아닌가?
-그녀는 당신의 최근 기억, 그러니까 10분 정도 내의 기억만 읽어서 증명하려 했을 뿐이에요. 정말이에요.
나는 실비아라는 여자를 노려보며 의사를 전달했다.
-처음이니까 이번 한 번만 용서해주지. 나한테 그 능력을 또 다시 사용한다면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네.
-광화문엔 왜 간 거지?
-언론에 보도된 기사를 봤어요. 그곳에서 네오 셀의 실험이 있었던 것 같아서 확인차 갔던 거예요.
-네오 셀이라면 네오휴먼의 세포를 말하는가보군.
세포X.
이혜선의 말대로 초능력자의 세포가 맞았던 것이다.
-나를 찾아온 이유는?
-제안을 하기 위해서예요.
-무슨 제안?
-우리 조직에 들어와요. 세상엔 우리들 말고도 다른 네오휴먼이 더 있어요.
-……
-그리고 우리들 네오휴먼을 적대하는 자들도 존재하고요.
초능력자들의 조직과 그들을 적대하는 세력이라니.
개개인이 아니라 그렇게 집단적으로 서로를 견제하고 있을 줄이야.
-아까 너희들은 퀸시라고 했지? 적대세력이라는 그놈들은 뭐지?
-스컬, 스컬이라고 불러요.
-……!
해골바가지의 이름을 여기서 또 듣다니.
그놈들과는 어지간히 악연인 모양이다.
‘이상하네······ 킴과 리우, 그놈들은 내 능력을 보고 놀라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네오휴먼이라는 말을 꺼내지도 않았는데.’
분명 모르는 눈치였다.
전해 듣기로 그놈들의 등급은 스컬에서도 최상위.
그런데도 모른다는 건 네오휴먼을 사냥하는 놈들은 스컬 내에서도 따로 존재한다는 것일까.
-아무래도 얘기가 길어질 것 같군. 시간도 늦었고 여기서 할 말은 아닌 것 같으니 다시 자리를 마련하자고.
내 신분이 밝혀진 지금, 다시 해골바가지와 엮일 일이 생길 줄이야.
그것도 뭐?
초능력자를 사냥하는 놈들이라고?
이젠 좀 조용히 살려고 했는데 가만 놔두질 않네.
***
-타다닥, 탁.
연신 이어지던 키보드 치는 소리가 멈추자 제이크가 다가왔다.
“다 끝났어?”
사이먼은 고개를 약간 기울인 채 답했다.
“네, 네. 경찰청에서 관련 수사자료 해킹했습니다. 분석결과 네, 네오휴먼일 가능성이 92%로 나왔습니다.”
“겨우 92%? 살인사건이 꽤 된다던데 의외로 낮네. 능력은?”
“느, 능력에 대한 정확한 확인이 되지 않아서 낮은 겁니다.”
“확인이 안 돼? 이 나라에 깔린 CCTV가 그렇게 많은데?”
“괴, 굉장히 조심스러운 사람입니다. 다, 단 한 번도 능력을 사용하는 장면이 찍힌 영상이 없는 걸 보면 저, 적어도 10년 이상 살인을 저질러왔다고 판단됩니다.”
“허! 영상이 하나도 없어?”
“없습니다.”
철두철미한 살인마가 초능력까지 가지고 있다.
제이크는 킴과 리우가 당한 것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은 네오휴먼의 존재를 몰랐고, 그런 상태에서 살인에 익숙한 능력자를 만났다면 허를 찔렸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사이먼, 네가 예상하는 놈의 능력은 뭐지?”
“바디컨트롤(행동제어) 69%, 마인드컨트롤(정신지배) 30%, 사이코키네시스(염동력) 1%입니다.”
“근거는?”
사이먼은 영상이 존재하는 강남 총기난사 사건을 예로 들었다.
사지마비 판정을 받은 손정만이 걸어서 병원을 탈출하고 BD빌딩에 나타나 총격을 한 사건.
분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근거였다.
“마인드컨트롤도 강력하면 신체의 손상여부는 무시하고 움직일 수 있잖아?”
“여, 여기를 보십시오.”
화면이 점점 확대되며 손정만의 뒤에 작은 점으로 보이는 물체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벌레? 그게 왜?”
“그, 그냥 벌레가 아니라 몰카입니다. 마, 마인드컨트롤이면 대상자의 정신을 제어할 수 있으니 시야를 통해 상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하, 하지만 바디컨트롤은 그게 불가능하니 눈을 대, 대신할 수 있는 게 필요합니다. 이, 이 벌레몰카가 뒤에서 일정거리를 두고 움직이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카, 카메라가 분명합니다.”
“흠······ 그럼 사이코키네시스는?”
“사, 사실 한 가지 조건만 제외하면 사이코키네시스일 가능성이 99%입니다. 하, 하지만 그 조건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1%로 잡은 겁니다.”
“그 조건이 뭐지?”
“능력의 컨트롤, 그리고 파워입니다.”
흑룡파, 리 일가, 카람빗, 유령개, 그리고 블룸까지.
사이먼은 그들과 관련한 사건을 집중적으로 분석했고, 결론을 내렸다.
원인으로 염동력이 가장 적합하다는 것을.
하지만 문제는 방식에 있었다.
가장 단적인 예 역시 총기난사였다.
염동력자가 직접 들어갔다면 더 쉬웠을 것이다.
사람 몸뚱이를 자유자재로 다룰 정도의 파워라면 공중에 쇠구슬만 뿌려도 단숨에 학살할 수 있을 테니까.
살아있는 산탄총, 아니 크레모아나 다름없기에 굳이 힘들게 타인을 조종할 필요가 없었다.
“사, 사람을 조종함에 있어 바디컨트롤이나 마인드컨트롤의 난이도가 1이라면 사이코키네시스의 난이도는 20 정도일 겁니다. 이, 이 정도로 자연스러운 컨트롤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렇긴 하군. 파워는?”
“그, 그전에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사이먼은 순전히 자신의 감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들어도 신경 쓰지 말라는 뜻이었다.
“괜찮으니까 말해봐.”
“이, 이건 양화대교 추락사고입니다.”
블랙박스로 찍힌 듯한 영상이 재생되었다.
벤으로 보이는 승합차는 좌우로 미끄러지더니 난간을 들이받고 다리 아래로 떨어졌다.
“버, 범인은 운전자를 컨트롤 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 그런데 아주 약간이지만 움직임이 이상한 부분이 있습니다.”
“뭐가 이상하다는 거지?”
사이먼은 미끄러지는 시작 부분을 반복해서 재생했다.
“미, 미세하지만 전륜구동방식인데도 불구하고 흔들림이 뒷바퀴부터 일어났습니다.”
자세히, 그리고 계속해서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을 정도로 미묘한 움직임이었다.
“운전자가 핸들을 튼 게 아니라 도로 상태 때문에 미끄러진 거 아니야?”
“이, 이 날은 비도 오지 않았고, 결빙도 없었습니다.”
“타이어가 마모된 상태에서 균형을 잃으면 그럴 수도 있잖아.”
“그, 그렇습니다. 그, 그러니 처음에 감이라고 말씀을 드린 겁니다.”
제이크는 고개를 짧게 끄덕이며 이해했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 현상이 사이코키네시스에 의한 거라면 말도 안 되는 파워라는 거군.”
“네, 네. 계산상 톤 단위의 무게도 거뜬히 움직일 수 있다는 겁니다. 아, 아무리 초능력이라도 사람이 낼 수 있는 출력이 아닙니다. 수, 수백 년 전, 수천 명을 학살한 마녀의 능력치로도 불가능할 겁니다.”
“1%가 아니라 제로네. 그 정도 컨트롤과 파워라면 신이 아니고 뭐겠어?”
“마, 맞습니다.”
“일단 바디컨트롤로 상정하고 움직이자. 사정거리 밖에서 놈을 미행하고 정확한 능력을 확인한 후에 사냥할 테니까.”
“아, 알겠습니다. 사, 사자의 반지는 꼭 끼고 다녀야 합니다. 바, 바디컨트롤도 굉장히 위험한 능력이고 순식간에 신체제어력을 빼앗아버리니까요.”
***
모두를 불러 모았다.
AFK 건으로 전민성과 함께 살다시피 하고 있는 박인섭을 제외한 나머지, 육해공과 박미영이었다.
“형님, 무슨 일이에요?”
육손이가 내 표정을 보고 물었다.
“너희들, 이만 이 집에서 나가줘야겠다.”
“……”
다들 표정이 어두워졌다.
서로 어쩌지? 라는 듯한 눈빛을 주고받고 있었다.
“AFK 관련 잔당들도 구속수사 중이고, 이한성도 잡았으니까 여기 있을 필요 없잖아. 더 이상 위험한 일 없을 거니까 각자 집으로 돌아가도록 해.”
여기 있으면 위험해질 것이다.
퀸시가 나를 찾은 이상 스컬도 마주칠 확률이 높을 테니까.
“서훈 씨, 무슨 일 있습니까?”
해달이 일행들을 대표해 물었다.
“깔끔하게 다 끝난 것도 아닌데 나가라고 할 사람 아니잖아요. 아직 AFK 관련해서 재판 시작도 안 했고요.”
“그거 다 끝나는데 한두 달이면 될 것 같아? 보나마나 질질 끌 텐데 그때까지 여기 있으려고 했어?”
“서훈 씨라면 질질 끌지 못하도록 여기서 서포트 할 거라고 생각했죠.”
“……”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역시 해달 저놈은 대충 넘기기가 힘들다.
-여기 있으면 위험해져. 그러니까 나랑 떨어져 있는 게 좋겠어.
-어떤 놈들인데요?
-나 같은 초능력자들. 방금 전에 만나고 오는 길이야.
-……!
-티 내지 말고 내 의견에 동조해.
-네.
나는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이한성만 죽이면 내 복수는 끝이야. 그러니까 AFK의 재판에 대해 더 이상 신경 쓸 생각 없어. 애초에 그쪽은 민성이 형과 박계장님에게 전적으로 맡기기로 했고. 아니야?”
“그렇죠······”
“그러니까 당장 짐 싸서 나가.”
그 말에 육손이가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오, 오늘요? 이 밤에?”
“그래.”
“너무 빠르잖아요.”
“이 집에 있는 물건 전부 내 돈으로 산거잖아. 몸만 나가면 되면서 빠르긴 뭐가 빨라?”
“와, 형님. 너무 인정머리 없는 거 아닙니까? 지금 시간이 몇 신데.”
“내 차 타고 가. 반납은 안 해도 돼.”
육손이는 벌떡 일어나더니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허리를 숙였다.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 형님. 필요하면 언제든 또 불러주세요.”
***
레인지로버 차량 안,
조수석에서 차창 밖을 보던 박미영이 입을 열었다.
“삼촌.”
“왜?”
“훈이 오빠가 뭐래요?”
“……응?”
그 모습에 공돌이가 툭 하고 내뱉었다.
“뭐가 응이야. 형님이 너한텐 얘기하는 것 같던데.”
“…..”
“그런 연기는 참 서투르단 말이야. 그치 미영아?”
“그러니까요. 딱 봐도 피신시키려는 게 보이던데.”
“우리 미영이 이제 눈치가 백단이네?”
“눈치라기보다는 이제 훈이 오빠 마음을 잘 아는 거죠.”
“하긴 츤데레니까, 우리 형님.”
운전대를 잡고 있던 해달은 피식 웃었다.
다들 서훈의 의도를 짐작하고 동조한 것이었다.
한 명만 빼고.
“어? 그게 연기였어? 그럼 이 차 돌려줘야 하나?”
육손이의 말에 공돌이가 옆에서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야이, 얌생이 새끼야. 당연히 돌려드려야지. 그걸 말이라고 하냐?”